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45)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45화(145/210)
145화. 끝내주는 봄 (5)
다저 스타디움에서 치러지는 LA 다저스와 뉴욕 메츠의 시리즈 마지막 대결.
그 경기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러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너무 많네!’
제이든 킹과 이태준의 맞대결.
샌디 쿠팩스와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서 나타난 LA 다저스의 절대적인 에이스이자 제2의 랜디 존슨이라 불리는 투수.
그 투수가 던지는 공은 타자가 느끼기에 살인 병기와도 같았다.
비단 자신의 머리에 꽂힐 것만 같은 공이 갑자기 스트라이크 존 안팎으로 훅 들어와 꽂히는 슬라이더를 맞이해야 하는 좌타자뿐만 아니라 우타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회 초, 메츠의 공격을 삼진 하나를 곁들인 삼자 범퇴로 틀어막은 제이든 킹은 2회와 3회도 마찬가지로 모두 삼자 범퇴.
심지어 그 여섯 개의 아웃 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3회 초 메츠의 공격, 제이든 킹이 마지막 아웃 카운트까지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어느덧 여섯 타자 연속 탈삼진! 정말 완벽한 투구를 이어 나갑니다!」
3이닝 무실점 무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상대를 압도했다는 것을 넘어 그냥 무참히 찢어발겼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만 같은 퍼포먼스.
오늘 경기 최고 102.2마일까지 기록된 그의 포심패스트볼은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괴물 투수가 최고의 컨디션일 때 어떠한 공을 던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듯했다.
가히 오늘 경기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향하게끔 만들어낸 그런 투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웬걸. 제이든 킹에게 향하는 것이 너무 마땅하게만 느껴지는 스포트라이트는 지금 다른 곳을 비추고 있었다.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는 곳은 방금까지 제이든 킹이 서 있던 마운드. 그 위에 한 명의 투수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투수가 던지는 공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방금 당신들이 본 것은 하이라이트가 아닙니다.’라고.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마운드 위에 서 있는 투수, 이태준의 투구는 제이든 킹의 퍼포먼스를 분명 넘어서 있었으니까.
7연속 타자 탈삼진.
연속된 속구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빠르게 잡아낸 뒤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4개의 공이면 충분했다.
이어지는 여덟 번째 타자.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결과는 이전과 같았다. 벤치로부터 최대한 물고 늘어지라는 지령을 받은 타자는 방망이를 최대한 짧게 잡고 이태준의 공을 커트하려 했지만, 태준은 그를 힘으로 밀어냈다. 6구까지 가는 승부. 오버 핸드의 투구 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 하이 코스의 포심패스트볼은 위닝샷이 되었고 그렇게 헛스윙 삼진.
8연속 타자 탈삼진.
그렇게 삼진 하나하나 늘어날 때마다 다저 스타디움에 드리운 적막의 무게 또한 점점 더 무거워져 갔다.
그리고 다저스의 아홉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 타자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그 순간. 다저스의 홈 구장, 다저 스타디움의 모든 관중의 시선이 태준에게 꽂혔고.
모든 카메라 또한 그를 비추기 시작했다.
“세상에, 지금 아홉 타자 연속 탈삼진인 거지?”
“오, 세상에 아웃 카운트 아홉 개를 전부 삼진으로 잡다니···.”
아홉 개의 아웃 카운트 중 일곱 개를 삼진으로 잡아낸 제이든 킹.
이태준은 그것을 넘어 아홉 개의 아웃 카운트 전부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러고 보니 메이저리그 연속 최다 탈삼진 기록이 몇 개야?”
아홉 타자 연속 탈삼진.
그것은 앞선 제이든 킹의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지워내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으며,
메이저리그의 오랜 역사에 전설로 남은 이름을 떠오르도록 했다.
“톰 시버, 애런 놀라가 10개.”
이태준과 같은 팀, 뉴욕 메츠의 전설 톰 시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애런 놀라.
“그리고···. 로건 라이트의 11개.”
이태준의 별칭인 ‘아시아의 로건 라이트’의 로건 라이트.
바로 그의 이름.
이태준은 지금 자신의 스승이자 메츠의 전설 중의 전설, 로건 라이트가 메이저리그에 남긴 역사에 도전장을 들이밀고 있었다.
***
메이저리그에는 이런 불문율이 있다.
대기록을 앞둔 선수에게 굳이 기록을 언급하지 않고, 만약 그 선수가 투수라면 말을 걸거나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경기 도중 이를 언급하면 불운이 찾아와 기록이 깨어질 수 있다는 미신 비슷한 것이 있었고, 또 그럴 때일수록 선수가 경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이태준은 더그아웃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생각이 없었다.
당장 4회 초의 두 번째 타자였기에.
태준은 제이든 킹의 투구를 지켜보며 그가 던지는 공의 타이밍을 읽고자 했다.
9연속 타자 탈삼진은 잠시 잊고서.
슈우우우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마운드 위의 거인, 제이든 킹의 무지막지한 투구를 공략할 수 있어야만 하기에. 그의 시선은 부지런히 투구를 쫓았다.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물론, 많은 공을 볼 수는 없었다. 첫 타석 때 보다는 조금 더 끈질기게 달라붙긴 했지만, 여전히 제이든 킹은 하비에르 카스티요에게 벽이었다.
그렇게 결과는 6구 삼진. 2볼 2스트라이크의 볼 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헛돌리며 삼진.
오늘 경기 전까지 고작 3개의 삼진을 당한 것이 전부였던 하비에르 카스티요는 그렇게 2개째 삼진을 당한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태준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카스티요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느껴지던가요?”
“네가 말한 그걸 느낄 수 있었다면 아마 난 4할은 쳤을 거야. 게다가 킹을 상대로는 애초에 그런 걸 신경 쓸 여력도 없고.”
“흐, 그런가요.”
애초에 대화의 시간은 길 수 없기에. 대화는 거기까지.
그렇게 방망이를 챙겨 들고서 타석에 선 이태준. 그 순간 무표정의 제이든 킹의 눈빛에 짙은 살기가 아른거리는 듯했다.
지난 타석에 8구까지 승부를 이어 나간 타자이면서, 동시에 다저스의 타자들을 상대로 아홉 타자를 연달아 삼진을 잡아낸 투수.
우승을 위해서 반드시 꺾어 놓아야 할 뉴욕 메츠의 에이스 투수.
제이든 킹이 그런 이태준을 의식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슈우우우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몸쪽 깊숙이 아주 정교하게 꽂아 넣은 포심패스트볼.
[102.0mile/h]전광판에 기록되는 구속. 주자가 없는 원 아웃 상황. 조금은 느슨하게 던져도 될 법한 상황이었음에도 제이든 킹은 초구부터 전력을 다해서 공을 흩뿌렸다.
따악-!
스트라이크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듯하다가 그대로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정석적인 커맨드의 슬라이더.
디셉션이 원체 까다로운 데다가 복판으로 들어오는 듯한 코스에 방망이를 참아내기란 어려운 일.
태준은 그 공을 어떻게든 건드렸지만, 결과는 파울 타구.
순식간에 볼 카운트는 노 볼 2스트라이크. 투수의 카운트가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공을 던질까.
내가 제이든 킹이라면 과연 어떤 공을 던질까.
제이든 킹 상대로는 그런 고민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커브까지 해서 쓰리 피치라지만, 커브는 한 경기에 많아야 서너 번 던지는 것이 고작인지라 사실상 투 피치 투수.
그리고 그의 속구와 슬라이더는 소위 말해서 알아도 대처가 어려운 공.
수 싸움에 강점이 있는 태준도 그를 상대할 때만큼은 수 싸움보다는 감에 조금 더 의지했다.
그런 것이다. 적토마를 타고서 방천화극을 휘두르는 여포를 상대로 다음 공격이 어디로 들어올지 고민하는 순간 목이 달아나버릴 터. 그저 그의 움직임에 따라 맞춰 가는 게 최선이다.
따악-!!!
얼토당토아니한 코스로 빠지는 공이 아니라면 커트라도 하겠다는 심산으로 어떻게든 따라붙는다.
따악-!!!
노 볼 2스트라이크.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볼 카운트. 심리적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 속에 태준은 제이든 킹의 투구를 침착하게 따라붙었다.
노 볼 2스트라이크에서 시작해서 어느덧 8구까지 가는 승부.
따악-!!!
“아웃!!!”
결국, 결과는 좌익수 방면 플라이 아웃. 두 번째 타석에서도 승자는 제이든 킹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그리 후련하지 않았다.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상대에게 상정했던 것보다 많은 공을 던져야 했으니까.
투구 수를 관리하는 것이 미덕인 선발 투수에게 있어서 끈질긴 승부는 제법 껄끄러운 일이었다.
“좋아!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지.”
“하하! 제이든 킹 표정이 굳었는데? 삼진이 끊긴 게 그렇게 아쉬웠나?”
게다가 방금까지 이어지던 일곱 타자 연속 탈삼진의 중단까지.
그것이 이태준이 제이든 킹에게 아웃을 내어줬음에도 메츠의 팬들은 박수를 보낸 이유였다.
그런 상황 속, 태준은 다음 타석으로 들어서려던 올리버 포스터에게 짧은 언질을 건넸고.
“오케이. 네 말대로 해보지.”
태준이 건네준 말을 들은 올리버 포스터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들어선 타석.
따아악-!!!
1볼 2스트라이크의 볼 카운트. 올리버 포스터의 타구는 정타였고.
덕분에 빠른 속도로 제법 멀리 뻗어갔다.
“아웃!!!”
하지만 그 타구는 중견수의 호수비에 막히며 아웃.
“하하, 잘 맞았던 것 같은데 이게 잡히네.”
이닝은 그렇게 4회 말로 넘어갔다.
***
타자는 투수의 공을 상대할수록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타순이 무조건 한 바퀴 돌 수밖에 없는 4회가 ‘마의 4회’라 일컬어지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그것은 세상 모든 투수가 피해갈 수 없는 것. 이는 천하의 제이든 킹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러한 이치에서 벗어난 극소수의 투수가 메이저리그에는 존재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21세기 최강의 팔색조 투수, 로건 라이트였다.
느린 구속이 발목을 붙들고 있었을 뿐 기교파 투수로서 구속 이외의 모든 부문에서 그렉 매덕스보다도 한 단계 앞서있다 평가되는 투수.
그날 펼치는 모든 승부에서 각기 다른 볼 배합을 구사할 수 있기에 분석의 의미를 퇴색시켜버릴 재능을 지닌 투수.
로건 라이트는 그런 투수였다.
그리고 지금, 이태준은 어떤 투수인가. 여기엔 로건 라이트가 정확한 평가를 남길 수 있었다.
[나조차 던질 수 없는 공을 던지는 투수.]로건 라이트가 구사했던 것보다 더 다채로웠고 위력도 앞서 있었다. 거기에 로건 라이트의 치부와도 같았던 느린 속구도 없다.
그야말로 완전체.
그 완전체 투수가 과거 전설들이 남긴 족적을 따라가고자 했으니.
선두 타자 윌리엄 패튼. 직전의 승부에서 메츠의 배터리의 심계에 완전히 휘말리며 꼴사나운 3구 삼진을 당했던 타자.
물론 그 타자는 만만히 여길 수 있는 타자.
한 번의 쓰라린 패배에도 절대로 꺾이지 않는 타자였고,
공을 골라내는 능력은 두 번째의 승부에서 더욱이 빛을 발하기 마련.
따악-!!!
첫 번째 승부 때와는 달랐다. 본인의 패착을 용인하고 완전히 다른 매뉴얼을 확립한 채 승부에 임한다.
퍼어엉-!!!
“볼!”
기본적으로 국내 리그와 메이저리그 사이의 실력의 격차는 최소 몇 단계 이상.
그런 윌리엄 패튼과의 승부는 태준에게도 자신이 KBO가 아닌 MLB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듯했다.
첫 타석, 무력하게 쓰러졌던 윌리엄 패튼은 대오각성한 듯 두 번째 승부에서는 풀 카운트까지 태준을 몰아쳤다.
하지만, 태준도 KBO 시절에서 멈춰서 있지 않았다. 부단한 노력과 활약으로 끊임없이 발전을 이뤘고, 결국 꿈에 그리던 무대에 도달했다.
그 역시 메이저리거. 최강의 메이저리거라는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아가는 사내였으니.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거침없이 밀어붙였고. 그렇게 한 명의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삼진! 스윙! 삼진! 이태준이 열 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이 삼진으로 이태준은 메츠의 영원한 전설 톰 시버와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뉴욕 메츠에 영광을 안긴 전설적인 투수. 톰 시버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