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47)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47화(147/210)
147화. 끝내주는 봄 (7)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기록이 수립되는 순간을 환영한다.
그런 순간 순간이 모여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더욱이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뉴욕 메츠와 LA 다저스의 경기는 메이저리그 모든 팬의 이목이 몰리는 상황.
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이태준이 던진 마지막 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ㄴ여기서 대뜸 언더핸드? 게다가 삼진? 이건··· 내가 알던 야구가 아닌데?
ㄴ오 세상에 방금 공 휘어지는 궤적 봤어? 단순한 포심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ㄴ방금 이태준이 던진 공으로 확신했어. 이태준에게 아무런 제시도 하지 않은 우리 단장은 그냥 머저리야.
ㄴ무능이거나 직무유기거나 둘 중 하나지. 그런 녀석은 🙂
ㄴ단장이라고 불러주기도 아까워. 젠장, 저런 투수가 고작 3500만 달러라니···. 우리 팀 4000만 달러는 팔꿈치 부여잡고 쓰러졌는데···. 🙁
ㄴ지금 이태준 폼만 보면 내년엔 아마 모든 팀이 달려들 거야. 과연 저 선수가 시즌 말미엔 가치를 어디까지 폭등시킬지가 궁금할 뿐.
흔한 야구 팬들의 대화답게 걷잡을 수 없이 가지를 뻗쳐나가는 대화들은 결국 이태준이 보이는 퍼포먼스를 향한 찬사로 귀결되곤 했다.
ㄴ지금의 다저스를 상대로 12연속 타자 탈삼진을 기록할 투수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야. 이태준은 투수만 분리해놓고 봐도 최고의 선수야!
이태준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였으니까.
다른 팀 팬들이 봐도 그런 선수였을 텐데 다저스 팬들에겐, 하물며 다저 스타디움을 방문한 다저스 팬들에겐 어떻겠는가.
오랜 기간 내셔널 리그 서부 지구를 제패한 전통의 강자.
다저스 팬들이 자신들의 팀 LA 다저스에게 자부심을 보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은 다저스를 응원하는 이들에겐 좀처럼 익숙해질 수 없을,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기록이 수립되는 순간은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원하는 순간이라지만, 그 상대가 자신의 응원 팀이 되길 바라는 팬은 없다.
카메라를 통해 비친 다저스의 관중석.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 싸맨 관중도 볼 수 있었고, 분을 삭이기 위해 손에 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관중도 있었다. 급기야 얼굴을 눈물을 터뜨리는 관중도 있었다.
환호로 뒤덮인 메츠의 관중석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기록을 헌납한 다저스의 선수단은 더욱이 참담했다.
“젠장, 갑자기 언더핸드로 저런 공을 던진다고?”
그도 그럴 것이 이태준은 데뷔 경기 이후로 언더핸드 투구 폼을 구사한 적이 없었다.
이에 직접적인 이유를 언급한 적이 없었기에 대략적인 유추 정도에 그치는 다저스 전력 분석팀이 내린 결론은 이태준은 언더핸드로 공을 던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
그렇기에 이태준이 언더핸드로 공을 던질 때의 전력 분석 자료는 아주 대략적인 수준에서 그쳤었다. 충분한 데이터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태준은 언더핸드로 공을 던졌고, 여태 선보인 적 없는 새로운 구질을 드러냈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선수의 모든 것을 데이터로 도출할 수 있는 분석의 시대. 그런 시대에 이태준은 또 한 번 상대 팀의 분석을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대기록의 헌납과 더불어 다저스의 선수단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버린 이유였다.
물론 그런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서 이 경기를 포기해버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제이든 킹의 컨디션은 최고다.’
오늘 다저스의 선발 투수는 제이든 킹.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다저스는 꺾여가는 마음을 어떻게든 붙들고 버텨낼 수 있었다.
에이스 투수란 그런 것.
그런 상황 속, 경기는 그렇게 중반부로 넘어갔다.
***
우승을 노리는 팀의 에이스 투수 간의 맞대결.
그 경기는 완벽한 투수전의 형태로 이어졌다.
제이든 킹도 이태준도 보는 이로 하여금 ‘미쳤다!’라는 말이 연신 튀어나올 정도로 미친 투구를 이어나갔다.
6이닝 무실점 11K VS 6이닝 무실점 14K
제이든 킹은 6회까지 사사구 하나를 내어주는 데 그쳤고 잡아 올린 삼진만 해도 11개.
이태준은 4회까지 모든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냈으며 이후 안타를 하나 내어주긴 했지만, 그 이상의 동요는 없었다. 제이든 킹보다 3개 더 많은 14개의 삼진을 잡아 올리며 6회 말 다저스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게임의 템포는 엄청나게 빨랐고.
같은 시각에 시작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경기가 아직 5회가 끝나지 않은 시점, 경기는 7회로 넘어갔다.
7회 초 메츠의 공격.
선두 타자는 이태준이었고, 올리버 포스터는 웨이팅 서클에서 그의 타석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타격 코치 후안 소토가 다가왔다.
“헤이, 올리버. 아까 전 타석에서 이태준이랑 잠깐 이야기 나눴었지?”
“아, 뭐. 그랬었죠?”
직전 타석. 외야 플라이 아웃을 당한 뒤 돌아오던 태준은 올리버 포스터에게 무언가 귀띔을 해줬었고, 올리버 포스터는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리고 타석에서 꽤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었다. 비록 중견수의 호수비에 가로막히긴 했지만.
“뭐라고 그러던?”
올리버 포스터는 전형적인 천재 타자. 방망이를 손에 쥔 뒤로 단 한 번도 야구를 못 해본 적 없는 천재 타자였다. 그렇기에 코치들도 그에겐 이렇다 할 조언을 남기지 않았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엄청나게 잘했으니까.
하지만 태준은 그런 올리버 포스터에게 조언을 남겼고, 올리버 포스터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후안 소토의 눈에는 그 모습이 아주 아주 뚜렷하게 포착됐었고.
“아, 별말은 아니었고.”
물론 그 짧은 시간에 세세한 대화가 오갔을 리는 없다. 한 마디에서 길어도 두 마디 정도였을 터.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직구를 노리라 하더군요.”
정말 그러했다. 이태준이 남긴 그 말은 짧았고, 그 안에 왜 그런 대답을 남긴 건지에 대한 이유는 무엇이며 또 근거는 무엇인지는 담겨있지 않았다.
하지만, 올리버 포스터는 그 말을 받아들였고, 공을 타격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올리버 포스터는 정말로 2스트라이크 이후에 속구에 대응을 보였었다.
“이후로 이유는 굳이 안 물어봤을 테고.”
“그건 그렇죠.”
“너답네. 올리버. 뭐, 이태준이 돌아왔을 때 물어보면 되니 상관은 없다만.”
2스트라이크 이후에 속구를 노려라. 타격 코치 후안 소토의 생각에 이건 이태준이 무언가를 본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만약 이태준이 돌아온다면 직접 물어보면 되는 일.
다만 그 일은 조금 미뤄진 듯했다.
퍼어엉-!!!
“볼! 베이스 온 볼스!!!”
세 번째 승부에서까지 제이든 킹을 아주 끈질기게 괴롭히던 태준은 결국 볼넷을 얻어냈다. 그것도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3연속 8구 승부. 거기에 끝은 볼넷. 투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던 상황. 다저스의 포수, 마크 캘러웨이는 잠시 타임을 요청한 뒤 마운드를 올라갔다.
그 사이 메츠의 3번 타자, 올리버 포스터가 방망이를 붕붕 돌려대며 타석으로 올라섰다.
***
올리버 포스터는 천재였다.
그가 방망이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유년 시절. 이런 일화가 있었다.
13살이 된 올리버 포스터가 경기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왔고, 그의 어머니가 “오늘 경기는 어땠니?”라고 물었고 올리버 포스터는 “나쁘진 않았어요.”라고 답했다.
이후 올리버 포스터의 어머니에게 코치의 연락이 왔었고. 대화의 전문은 이러했다.
“오늘 올리버가 자랑 좀 하던가요?”
“네? 자랑이요? 그런 적 없었는데요?”
“오늘 올리버는 11타석에 나와 모두 안타를 쳤습니다! 그 11개의 안타 중 9개가 홈런이었고 2개가 2루타였다고요!”
어린 시절부터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프로팀과 계약하기 직전 고교에서 거둔 성적은 6할 1푼 3리의 타율에 15개의 홈런을 때려냈을 정도니 가히 현역 메이저리거가 유소년 리그에서 괜한 학살을 하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
이후 그는 모두의 예상대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부터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됐고, 19살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서 23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후로도 꾸준히 우상향을 이어오며 FA 시즌 뉴욕 메츠와 초대형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올리버 포스터는 그런 타자였다.
다만 그런 올리버 포스터도 아직 이룩하지 못한 업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승’.
그 이유 하나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계약이 종료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FA 시장에 나와 가장 우승 확률이 높아 보였던 뉴욕 메츠와 계약을 맺었던 것.
그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자신이 입단한 이후로 뉴욕 메츠는 2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고, 지금의 뉴욕 메츠는 언제든지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수준으로 도약했다.
다만 뭔가 부족했다.
현재의 메츠는 메이저리그 내에서 손꼽히는 강팀이었지만, 우승까지 도달하기엔 아주 조금 부족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가?
애석하게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다.
그저 야구를 무지막지하게 잘하는 것 이외에 무언가 도움을 주기가 어려웠다.
그럴 성격도 못됐고, 애초에 자신은 야구를 단 한 번도 못해본 적 없는 모태 천재였기에 다른 선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줘 봐야 도움도 안 됐을뿐더러 솔직히 말해서 조금 껄끄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메츠에 입단한 이태준은 자신과는 또 다른 유형의 천재.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해줄 수 있는 선수.
다방면으로 메츠라는 팀의 수준을 함께 끌어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
실력이 미진한 선수뿐만 아니라 날 때부터 천재의 삶을 영위해 온 자신에게까지도!
그렇기에 느꼈다.
‘이태준과 함께 뛸 때 우승할 수 있어야 해!’
자신은 오로지 타고난 감각으로 공을 쫓고 타격하는 타자라면,
이태준은 무언가 철저한 계산 하에 움직이는 고성능의 컴퓨터와 같은 타자처럼 보였다.
당장 직전 타석에서의 볼넷.
그것은 이태준의 감각과 계산으로 만들어낸 볼넷이다.
평생 정상의 자리에 서 있었던 올리버 포스터, 바로 자신마저 감탄이 나올 정도로.
‘2스트라이크 이후에 직구라···.’
그런 타자가 자신에게 건네준 조언이다. 그 말 안에 구태여 이유를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됐다. 그것이 ‘천재’ 올리버 포스터가 내린 결론.
‘게스 히팅이 성향에 맞는 건 아니다만.’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보였던 올리버 포스터에게 이태준이라는 선수의 등장은 아직 오를 곳이 남았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기에.
부우우웅-!!!
“스트라이크!!!”
제이든 킹과의 세 번째 승부가 이어지던 중,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꽂힌 포심패스트볼에 방망이를 헛돌리며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
타자로서 불편함이 느껴질 상황, 올리버 포스터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것은 제이든 킹도 마찬가지.
최강의 타자와 최강의 투수 간의 승부.
마운드와 타석 사이에 싸늘한 전운이 감도는 그 순간.
슈우우우우웅-!!!!!
아주 맹렬한 기세로 비행하는 제이든 킹의 투구.
부우우우웅-!!!!!
그 공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올리버 포스터의 방망이도 아주 세차게 돌아간다.
따아아아악-!!!!!
그렇게 한 지점에서 맞닥뜨린 방망이와 공.
형성된 타구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쭉쭉 뻗어 나간다.
올리버 포스터는 잠시 타구를 감상한 뒤 그대로 3루 측 방향으로 방망이를 냅다 집어 던진 뒤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이태준. 부디 다치지 말자고, 메츠는 네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제법 클 것 같거든.’
돌아오지 않는 타구.
올리버 포스터는 1루를 지나 2루, 3루를 전부 밟고 마지막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이태준과 손뼉을 맞춘 뒤 소리쳤다.
“리 주니어, 네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 놨다고! 오늘 경기 이겨보자!”
스코어 2 대 0.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명품 투수전의 흐름에 드디어 균열이 생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