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50)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50화(150/210)
150화. 저마다의 야구 (1)
시즌은 길다.
특히나 메이저리그의 시즌은 더 길다.
무려 1년에 162경기.
여타 구기 종목 스포츠에 비해 한 경기에 들어가는 체력의 소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야구는 한 시즌에 무려 162경기라는, 육상으로 비유하면 마치 마라톤과 같은 일정이 가능하다.
그런 162경기 중에서 선발 투수는 대략 30경기 남짓 정도 출전한다.
그것은 이태준도 마찬가지였다. 투수의 신체는 소모품이라는 말이 있듯 당장에 건강하다고, 공을 조금 더 던질 수 있다고 무리할 이유는 없다.
그냥 남들과 같이 5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한 경기에도 다른 투수들과 비슷한 투구 수를 던질 수 있으면 그만이다.
물론, 시즌 막바지에 순위 경쟁이 치열해진다거나 단기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포스트 시즌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다만 지금은 정규 시즌이 시작된 지 1달이 딱 채워지는 무렵.
무리할 이유 따위 더욱이 없었다.
이태준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리즈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이유였고,
그렇기에 오롯이 타자의 역할만으로 팀의 승리의 보탬이 될 수 있어야 했다.
“페넌트 레이스는 투수보다 매 경기 나오는 타자들의 활약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어.”
“그래도 메츠 선발은 꽤 탄탄한 편이지. 애런 화이트나 벤자민 마카키스 정도면 어느 팀을 가도 2선발이나 3선발은 맡아줄 수 있는 녀석들이니까. 게다가 1선발은 그냥 한 마디로 미친 놈이고. 우린 더도 말고 이길 만큼의 점수만 뽑아주면 되는 거야.”
야구는 투수 놀음은 옛말. 혹은 단기전에서나 통용되는 이야기이다. 장기 레이스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타격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있어서 메츠는 상당히 걸출한 화력을 보유한 팀이었다. 이태준이 본격적으로 합류하기 전부터 메츠는 타격은 결집력이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됐었다.
‘즉, 내가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는 소리.’
타선이란 하나의 유기체와도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것은 타선 전체의 무게감을 끌어 올린다.
이태준은 그런 유기체의 중심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앞 타선은 리그 최고의 교타자 중 한 사람인 하비에르 카스티요가 있었고,
뒤 타선엔 팀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올리버 포스터가 있었다.
이태준 역시 그 두 타자의 존재에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었으며, 자신이 받아내는 이익 그 이상의 것을 돌려주고 있었다.
4할이 넘는 타율에 5할이 넘는 출루율, 무려 8할이 넘어가는 장타율. 1달이 아직 채 되지 않은 시점에 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타격에서도 발군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선순환은 뉴욕 메츠에게 16승 6패라는 높은 승률을 선사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시즌에서는 더할 나위 없을 것만 같은 기세. 하지만 이태준의 욕심은 쉬이 꺼질 줄을 몰랐다.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었고, 팀의 승리를 위해 더욱이 큰 보탬이 되고 싶었다.
【랜덤 특전x2】
거듭해서 좋은 활약을 거둬 그만한 보상을 얻고서, 또 한 번 발전한 뒤, 활약을 이어나가는 이태준, 자신만의 선순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리즈를 앞두고서 이태준은 전리품을 개봉했다
【<구속 증진>을 획득하였습니다!】
첫 보상은 <구속 증진>. 시작이 썩 괜찮았다. 당장 지난 경기 때 이태준이 기록한 포심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약 97~98마일 정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점진적으로 구속을 올리다 보면, 머지않아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투수로서는 꿈이자 낭만. 100마일의 강속구를.
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온몸으로 전율이 돋는 듯한 상쾌한 감각을 느껴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로건. 너는 최고 구속이 몇 마일쯤 됐었냐?] [87마일.] [이야···. 최고 구속이 87마일? 그러니까 그 거북이 같은 공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휘둘러댔단 소리 아냐.] [뭐. 그런 셈이지. 물론 그 망할 구속 때문에 한계도 명확했지. 강속구를 던지면 딱 알맞을 것 같은 상황에 거의 반강제로 강속구 대신 차선책을 강구(講究)하는 건 한 두 번이야 괜찮겠다만··· 계속되는 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으니까.]야구에 구속은 전부가 아니다.
투수를 성공에 도달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무수히 많다. 설사 구속이 느리더라도 구위, 제구, 변화구, 심리전 능력 등등 온갖 요소가 완벽히 갖춰지면 구속 없이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눈앞의 로건 라이트가 증명한 바 있었으니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로건 라이트는 구속을 투수에게 있어서 최고의 덕목으로 손꼽았다. 그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이 아니었다.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타이밍을 빼앗는 것. 시대를 막론하는 야구계의 영원한 진리.
그리고 강속구는 타자가 타이밍을 맞추기 가장 까다로운 구질이다.
오프 스피드도 속구의 구속이 빠르면 빠를수록 더욱이 탄력을 받게 되고,
커터나 싱커와 같은 변형 패스트볼 구종도 당연히 구속에 영향을 받는다.
애초에 구속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구질은 없다.
100마일의 강속구. 그것은 머지않은 시점, 이태준이라는 투수의 최고의 무기가 되어줄 공산이 컸다. 구속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그런 상황 속, 두 번째로 개봉하는 <랜덤 특전>. 이번에도 조금 더 우선으로 원하는 보상이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
【<스킬 습득(타자)>를 선택하셨습니다!】
그 보상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태준의 입꼬리는 희미하게 말아 올라졌다. 그리고 내용물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한 그 순간, 아주 조금 더 말아 올라졌다.
【<클러치 히터 [Passive]>을 획득하였습니다!】
【<클러치 히터 [Passive]> : 주자가 2루 이상 배치되었을 때 컨택이 10% 향상됩니다.]
제법 쓸만한 타격 스킬이 태준의 수중에 하나 더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
퍼시픽 벨 파크라 불렸으며, SBC 파크로도 불렸으며 AT&T 파크라고도 불렸으며,
지금은 오라클 파크로 불리는 자이언츠의 홈 구장.
우측 담장 너머로 푸르른 맥코비 만이 절경을 이르는 야구장.
“안타깝게 됐어. 리 주니어. 여긴 좌타자들에겐 지옥이거든.”
맥코비 만으로부터 불어오는 해풍, 상대적으로 짧은 길이에 대한 보정 탓에 우측 펜스의 높이가 상당히 높기에 상당한 투수 친화형 구장이었으며, 특히 좌타자들이 홈런을 때려내기 엄청나게 어려운 구장이었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그러한 구장의 특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투수진을 제법 공고히 쌓아 올린 팀. 특히 좌완 투수진이 훌륭한 팀이었다.
당장 오늘 경기의 선발 투수로 나오는, 그렉 마이어스 또한 지난 시즌 2.90의 평균자책점과 14승을 올린 좌완 투수였으니까.
좌타자에게 불리한 경기장.
좌타자로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좌완 투수가 강한 팀.
메이저리그의 강팀다운 탄탄한 수비력까지.
오라클 파크가 좌타자들의 지옥이라 불리는 이유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 있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메츠는 자이언츠에게 상성의 유리함을 가질 수 있었다. 중심 타선인 하비에르 카스티요, 올리버 포스터, 카를로스 페레즈, 제이크 데이비스까지 전부 우타자. 우타 일색의 상위 타선을 구축할 수 있는 팀이었으니까.
그런 상황 속, 이태준은 상위 타선에서 고독한 좌타자. 게다가 홈런을 노리는 타격이 주된 타격 방식이기에 오라클 파크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은 타자라고도 할 수 있었다.
“흐, 그런데. 리 주니어가 과연, 그런 상성에 집어 삼켜질 타자일까? 난 아닐 거라 보는데?”
물론, 그런 오라클 파크도 상성이 완벽히 무너졌던 때가 있었다.
과거 대 스테로이드 시대를 상징하는 괴물 타자, 배리 본즈가 뛰던 시절. 금단의 괴력을 손에 넣은 배리 본즈는 맥코비 만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어쨌니, 우측 펜스의 높이가 어쨌니. 그런 것들을 완전히 역행하여 무지막지한 수의 홈런을 양산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안 그래도 파괴적인 힘을 지닌 타자가 스테로이드의 힘까지 빌리고서 만들어낸 극단적인 기현상일 뿐이다.
“그래서 오라클 파크에서 때려낸 좌타자들의 홈런은 특별함을 가지지. 특히 홈런 타구가 장외로 뻗어 나가 맥코비 만에 잠기가 된다면 그건 역사에 남게 되지. 내 기억이 맞다면 140개 정도로 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막론하고, 그런 오라클 파크이기에 좌타자들의 홈런은 유독 인정을 받곤 한다.
오라클 파크에서는 담장을 넘어, 그리고 관중석까지 넘어 맥코비 만에 공을 빠뜨린 타구는 일일이 기록하고 그 횟수까지 기억해준다.
오라클 파크가 퍼시픽 벨 파크라는 이름으로 개장한 2000년 이후로 약 40년 넘도록 기록된 우측 장외 홈런은 140개.
“내 알기로 원정 타자가 맥코비 만에 공을 빠뜨리지 못한 게 어언 3년 정도? 됐을 거야. 그 정도로 쉽지 않지.”
막강한 좌완 투수진. 그것은 오라클 파크에 원정 온 좌타자들의 장외 홈런을 꽤 오랜 기간 불허했다.
올리버 포스터는 은근슬쩍 태준의 마음을 떠봤다.
“욕심나지 않아? 만약 리 주니어, 네가 장외 홈런을 때려낸다면 3년 만에 오라클 파크에서 장외 홈런을 때린 좌타자가 되는 거라고.”
기록의 스포츠, 야구는 특별한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을 사랑한다. 약 3년간 나오지 않은 오라클 파크에서의 원정 좌타자 장외 홈런. 욕심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다만 그 욕심에 매몰되어선 아니 될 일.
“칠 수 있으면 좋겠다만, 역시 쉽진 않겠지.”
그 영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딱 바람 정도로 그친다. 어느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그 순간의 최선을 택할 뿐.
“그래도 기회가 온다면···.”
만약 그 최선이 홈런으로 귀결될 수 있을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면.
“신이 내린 선물이라 생각해야지.”
그냥 감사히 받아들인다. 그뿐이었다.
***
자이언츠와의 첫 경기. 그 경기는 4월 30일. 4월의 마지막 날에 치러졌다.
오라클 파크도 메이저리그의 야구장답게 무려 4만 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널찍한 경기장. 그 관중석은 빈 곳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가득찬 관중석은 햇빛을 그대로 반사해 찬란한 색조를 띤 맥코비 만과 어우러지며 아주 근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런 분위기 속 시작되는 1회 초. 뉴욕 메츠의 공격. 선두 타자로 나서는 타자는 하비에르 카스티요.
지난 한 달간 무려 0.407의 타율을 기록하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 선봉장이었다.
그 타자는 뒤에 기다리는 이태준과 올리버 포스터처럼 타고난 체격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다. 신장은 179cm. 일반인치고는 큰 축에 속하겠지만, 메이저리거 사이에서는 턱없이 작은 체구.
그렇기에 지닌 파워도 그 둘에 비해 한없이 부족했다.
아직 프로에 데뷔하기 이전부터 줄곧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해왔지만, 수많은 팀과 야구인으로부터 저평가를 받아온 이유 또한 그 체구 때문이었다.
일종의 콤플렉스였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와도 남들보다 왜소한 체구로 인해 실력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메이저리그 팀과의 계약 당시에도 자신보다 낮은 성적의 선수들보다 한참 낮은 계약금을 받고서 입단해야 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일은 아니었어. 좋은 피지컬을 가진 녀석들의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제법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 당시의 하비에르 카스티요가 느낀 상실감은 제법 컸었다. 그 상실감의 크기가 면적을 넓혀갈수록 하비에르 카스티요는 더욱이 이를 강하게 물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루키 리그부터 시작해서 A, HA, AA, AAA를 밟아가며 메이저리그를 향해 전진해 나가는 중,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되었고, 비로소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그래도, 결국 야구만 잘하면 되는 거지. 그거 이외에 다른 증명이 필요할까?’
그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2038시즌. 놀라운 성적을 거둬냈다.
고작 80경기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0.335의 타율과 0.401의 출루율, 130의 wRC+는 그간 본인을 둘러쌌던 저평가를 지워낼 수 있었고,
2039시즌 처음으로 풀 타임을 소화한 시즌, 0.316의 타율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
지난 2040시즌은 0.340의 타율을 기록하며 마침내 내셔널리그의 수위 타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무조건 빠르고 강한 타구를 요구하는 시대에 완전히 역행하는 방식.
반발력을 활용하여 딱 내야수의 키를 넘길 수 있을 만큼, 수비수들이 비어 있는 곳으로 타구를 보내는 기술적인 타격.
그 타격 방식으로 뉴욕 메츠의 선봉장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딱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리고 지금도 그는 딱 그 정도의 타구를 만들기 위해 온 집중력을 쏟아 넣었다.
홈런을 때리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다른 타자들의 몫이다.
대신 안타를 세상에서 가장 많이 때리는 타자가 되겠다.
그 정도 목표를 안고서.
따악-!!!
「쳤습니다! 아! 카스티요의 타구가 2루수의 키를 살짝 넘어가며 우익수 앞에 떨어집니다! 안타! 1회 초부터 기분 좋게 선제 출루에 성공하는 카스티요! 이태준-올리버 포스터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의 도개교 역할을 오늘도 충실히 이행하는 카스티요였습니다!」
세간을 의식하는,
그저 경향에 따르는 야구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야구.
자신의 야구가 무엇인지를 찾은 이는 더욱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야구엔 공식이 없다. 정답도 없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구란 그런 것이니까.
웨이팅 서클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던 태준은 하비에르 카스티요의 안타를 본 뒤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방망이를 손에 꼭 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