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52)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52화(152/210)
152화. 저마다의 야구 (3)
이태준이 타석에 들어서자 그라운드 위로 감돌던 전운의 무게가 한층 더 묵직해졌음이 느껴진다. 마치 서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태준의 주변으로 모래바람이 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어쩌면 타석에서 가장 가까운 관중석이라고도 할 수 있을 웨이팅 서클에서 이태준의 타석을 지켜보던 올리버 포스터의 감상이었다.
사실 오늘 경기에서의 결과는 그에게 있어서 썩 탐탁지 않았을 결과였다. 자신은 어딜 가도 늘 1등 경계 대상이었다.
투수들은 언제나 자신과의 승부를 피하려 했고, 어떻게든 자신 앞에서 주자를 쌓지 않으려는 투수의 노고가 그의 눈에는 선명하게 비쳤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만루 상황에서도 고의 사구를 얻는 진귀한 경험도 그에겐 적잖이 있었을 정도.
처음 야구 방망이를 쥔 이후로 줄곧 그래왔다. 초등생 시절엔 중등생 레벨로 평가됐으며, 마찬가지로 중등생 시절엔 고교생 레벨로, 고교생 시절엔 프로 레벨로.
짧은 마이너리그 생활 동안 메이저리그 레벨로,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도달한 지금은 리그에서도 독보적인 실력을 지닌 선수로 평가되었다.
올리버 포스터는 그런 선수였다. 그렇기에 상대 팀의 짙은 경계는 너무도 익숙해진, 마치 일상과도 같은 것이 된 지 한참.
그렇기에 자신의 직전 타석의 타자가 자신이 받아가야 할 경계를 전부 빼앗아가는 듯한 경험은 그에겐 너무도 낯선 경험이었다.
무려 세 번의 사사구. 그리고 자신은 오늘 사사구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오늘 경기는 좌완 선발 투수가 등판한 경기. 그것은 상대 팀이 이태준과의 승부를 자신과의 승부에 더욱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굳이 눈치가 좋을 필요도 없이 알 수 있을 대목.
자존심이 충분히 상할 수 있을 법한 상황이었지만, 올리버 포스터는 딱히 심기가 거슬러졌다거나 그런 기색이 없었다.
‘지금은 나보다 리 주니어가 더 좋은 타자니까.’
올리버 포스터는 천재다. 기본적인 골격이 완벽한 192cm의 신장. 신이 내린 피지컬을 제하더라도 그의 파괴적인 배트 스피드와 동체 시력, 그것으로 비롯된 성적이 이를 증명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여태 올리버 포스터는 자신보다 실력이 좋다고 느끼는 타자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메이저리그에 갓 입성했을 때도 그러했다. 그냥 모두가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수준으로 여겨졌었다. 하룻강아지의 광오함이 아닌 근거가 충분한 자신감으로 비롯된 생각.
그런데 이태준은 지금 그런 올리버 포스터로부터 ‘나보다 잘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끄집어냈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곧 추월당하겠는데?’.
‘생각보다 내가 앞서 있던 게 아니었던 거지.’
그리고 그 생각은 기분 좋게 적중했다.
이태준은 어느새 자신을 추월하려 했고, 앞 타석에서 자신이 부담해야 할 것들을 함께 짊어주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아니지, 이제 내가 쫓아가야 하는 처지겠구나.’
그런 생각과 함께 올리버 포스터의 시선은 타석을 향해 있었다.
그 타석에선 이태준은 글러브 대신 방망이를 쥐고서 마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이태준은 제법 감이 날카로운 선수였다.
그렇기에 투수의 몸짓과 그 부근에서 감도는 전운을 통해 투수가 자신에게 정면 승부를 펼쳐올 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다.
‘그렉 마이어스는 구속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구사할 줄 아는 투수지만, 의외로 속구 위주의 볼 배합을 자주 구성하는 선수다.’
직전의 타석까지 의도적으로 승부를 피해온 투수가 이태준, 자신의 타석에서 강판을 거부하고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아마 여기서까지 피하는 승부를 가져가는 투수는 거의 없다. 특히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지니기 쉬운 메이저리거들은 그러한 경향이 더욱 도드라진다.
‘포심, 투심, 커터. 이 세 가지 구종을 전부 구사할 줄 아는 투수니까. 평균 95마일 조금 못 미치는 속구의 구속이라도 절대로 쉽게 생각할 수 없다.’
이태준은 침착하게 상대 투수의 데이터, 현 심리,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그 사고의 편린을 한데 모은 뒤 연산 속도를 높였다. 수많은 편린이 착착 자리를 찾아 움직여 맞춰진다.
이윽고 상대 투수가 던지는 공에 즉각 대응을 보인다.
초구는 92마일의 컷패스트볼.
2구는 94마일의 포심패스트볼.
3구는 91마일의 컷패스트볼.
4구는 약 80마일의 밖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7구는 다시 한번 94마일의 포심패스트볼.
8구는 무려 93일의 투심패스트볼.
이 승부가 마지막 승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투수, 그렉 마이어스는 공 하나하나를 본인의 전력을 담아 홈 플레이트를 향해 흩뿌렸다.
「이태준이 이번에도 걷어냅니다. 그렉 마이어스. 어느새 투구 수가 104구째. 많이 힘겨운 듯 보입니다.」
투수가 어떤 공을 구사하던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공을 받아냈다.
“흐, 역시 이태준이야! 절대로 만만히 물러서 주지 않지!”
“어떻게 매번 저렇게 잘 걷어내는 거야?”
이태준이 정교함을 갖춘 타자임은 많은 증명을 통해 알려진 바였다.
하물며 뛰어난 밸런스와 메커니즘, 이게 정녕 신인 타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확한 선구안은 끈질긴 승부를 가능케 했다.
거기에 타고난 골격 위에 부단히 이어온 단련, 벌크업.
마치 헤비급 복서의 묵직한 훅과 같은, 제대로 걸리면 그대로 KO 당할 것만 같은 파괴적인 스윙.
공을 던질 때마다 그렉 마이어스는 등줄기가 차갑게 식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 버린 이상 승부는 이미 피할 수 없었다.
야구는 격투기와 같은 체급이 깡패인 싸움이 아니니까. 어떻게든 빈틈 찾아 헤집고 헤집다 보면 뚫리기 마련.
원래 야구라는 스포츠란 그런 것이니까.
물론, 그것은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타자도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에 한 번 정도 투수는 실투를 던질 수밖에 없으니까.
「자 이제 그렉 마이어스가 이 승부의 아홉 번째 공. 오늘 경기 백다섯 번째 공을 던집니다!」
승부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어느 정도 유리한 싸움이었다.
투수의 체력은 이미 끝자락. 게다가 앞선 세 번의 승부를 통해 타이밍이 나름 익숙해져 있을 상황.
거기에 더해지는 실투. 2볼 2스트라이크의 상황. 볼 카운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무리를 하다가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몰려 들어가는 순간.
투수의 뇌리에 순간적으로 ‘아차!’ 하는 생각이 스치고, ‘제발 아무 일도 없길’이라고 빌게 되는 찰나의 순간.
부우우우웅-!!!
그때가 바로 절호의 기회다. 투수가 실투를 던져주기만을 바라고 바랐던 태준은 그대로 앞발을 내디뎠고 견갑골을 당겨 풀백을 한다. 이윽고 배럴의 경로를 공의 궤적과 일치시킨 뒤.
따아아악-!!!!
그대로 발사시킨다.
93마일의 구속, 적당한 rpm을 통해 만들어지는 적당한 반발력.
경이로운 배트 스피드로 냅다 후려갈기는 풀 스윙. 공과 방망이가 맞닿은 지점은 스윗 스팟.
딱 적당한 히팅 포인트.
정석적인 발사 각도.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타격이 이뤄지는 그 순간, 타자의 뇌리에 ‘제대로 걸렸다!’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을 정도로.
태준은 타구가 만들어진 그 순간 그대로 방망이를 뒤로 호쾌하게 날렸다. 결과를 아는 이의 화끈한 배트 플립.
「타구 쭉쭉 뻗습니다! 이 타구는 해풍을 뚫고 어디까지! 담장을! 아니 경기장을! 장외로! 나갑니다! 홈런! 장외 홈런! 이태준의 3점 홈런! 이태준이 날려 보낸 타구가 맥코비 만에 잠깁니다! 이로써 3년 동안 허락되지 않았던 원정 좌타자의 우측 장외 홈런! 이태준의 손에 의해 함락되는 순간입니다!」
완벽한 홈런이었다.
정말 끝내주는 홈런이었다.
순간 방망이를 쥔 손을 통해 타고 들어오는 전율.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다.
***
5 대 2.
그렉 마이어스는 허탈한 표정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갔다. 동시에 오라클 파크의 분위기는 참담하게 가라앉았다.
이태준의 원정 좌타자 3년 만의 장외 홈런은 자이언츠 더그아웃에서 내뿜어지던 전의에 차디찬 물을 제대로 흩뿌렸다.
한풀 꺾여버린 기세. 넘어간 경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뉴욕 메츠, 자이언츠와의 시리즈 첫 경기 6 대 3 승리!]그렇게 뉴욕 메츠는 시리즈 첫 경기를 자신들의 승리로 만들었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은 그런 메츠의 승리보다 다른 곳에 더욱이 조명을 강하게 비추었다.
[이태준의 짜릿한 장외 3점 홈런! 게임의 판도를 뒤흔들다!] [원정 타자에게 3년간 허락되지 않은 오라클 파크의 ‘맥코비 만’. 아시아의 타자에게 함락되다!] [3사사구 + 1홈런! 4월의 마지막까지 이태준은 완벽했다!]바로 이태준의 맹활약.
이달의 투수 상을 확실시했던 이태준은 4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 포함 네 번의 출루를 성공시키며 제대로 쐐기를 박아버릴 수 있었다.
[이태준, 이달의 투수 상 등극!] [이태준, 이달의 선수 상까지 휩쓸어내다!] [4월의 주인공은 이태준! 이태준이 막았고 이태준이 뚫었다!]이달의 투수 상과 이달의 선수 상 동시 수상.
데뷔한 지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선수가 이뤄낸 쾌거.
이는 메이저리그 최초이자 최후의의 투 웨이 플레이어 성공 사례였던 오타니 쇼헤이에 이어 두 번째 기록.
이제 이태준의 활약을 걱정하고 의심하는 이들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ㄴ하하! 서부 지구 녀석들! 이태준의 매운 맛에 아주 정신을 못 차리던걸?
ㄴ3년 만에 허락한 맥코비 만 맛이 어떻던가? 자이언츠? 우리는 너무 상쾌했다고!
ㄴ집중 견제를 받더라도 아무 상관 없다는 듯 홈런을 때려내는 그 미친 카리스마···. 남자인데도 반할 것 같아! 당장 유니폼 사러 간다!
ㄴ뭐야? 아직도 이태준 유니폼 안 사 놓은 얼간이가 남아 있었단 말이야?
ㄴ홈, 원정 최소 두 장이 기본 베이스 아니었어?
ㄴ좋아! 바로 사러 간다···. 이런 젠장! 품절이잖아?
ㄴ늦게 일어나는 새에게 벌레는 없다!
메츠의 팬들은 새로운 슈퍼스타의 강림에 더없이 환호했다. 어느새 이태준의 유니폼 판매량은 팀 내 전체 1위. 단년 계약으로 떠나는 선수임에도 이태준의 유니폼은 품귀 현상을 맞닥뜨린 상태였다.
그렇기에 이태준을 응원하는 이들은 그가 계속해서 좋은 기록을 이어나가길 바랐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는 말이 있듯, 자신들이 응원하는 선수의 기록이 아름답길 바라는 것은 야구의 팬으로서 당연한 마음.
[이태준, 자이언츠와의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서도 맹활약! 3출루 3타점!] [오라클 파크를 지배한 이태준! 세 경기 합쳐 열 번의 출루! 뉴욕 메츠의 스윕 시리즈를 이끌다!]그런 팬들의 바람이 이태준은 기꺼이 부응했다. 4월을 넘어선 5월. 이태준의 활약은 끊길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ㄴ두 달 연속 이달의 투수 상, 이달의 선수 상 동시 수상 할 수 있다!
ㄴ이태준이라면 할 수 있다!
LA 다저스에 이어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리즈 경기까지. 두 강호를 상대로도 이태준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끊임없이 승승장구했고, 그런 태준 앞에 비로소 난관이 나타났다.
ㄴ하, 이태준 평균자책점 관리 좀 해줄 수 없는 건가?
ㄴ솔직히 나는 좀 피했으면 좋겠는데···.
ㄴ투 웨이 플레이어인데 휴식 조금 더 줘도 괜찮지 않겠어?
그 난관만큼은 메츠의 여러 팬도 피할 수 있으면 피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생겼을 정도.
하지만 이태준은 어떠한 난관이 오더라도 피할 사람이 아니었다.
[이태준, 등판 일정 변함없다!]정도를 걸었고, 그렇게 드높은 산을 향해 나아갔으니.
[이태준, 다음 등판은 쿠어스 필드!]서부 지구와 첫 번째 인터 리그. 그 마지막 시리즈의 상대는 콜로라도 로키스.
경기가 치러질 곳은 해발 고도 1610m의 악명 높은 경기장.
쿠어스 필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