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53)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53화(153/210)
153화. 등정 (1)
쿠어스 필드.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 구장.
1995년에 개장된 그 야구장은 약 반세기에 걸친 오랜 역사에 새겨진 악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명부터 ‘투수들의 지옥’. 빼어난 실력을 지녔고 기세가 등등한 투수들도 쿠어스 필드의 마운드 위에 서면 바보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쿠어스 필드의 악명이 드높아진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첫 번째로 따질 것은 홈런이 쏟아지는 구장이라는 것.
해발 고도 1610m에 달하는 덴버에 지어진 야구장이기에 공기의 저항이 압도적으로 낮다. 그래서 이게 넘어갈까? 싶은 타구는 여지없이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본능적으로 홈런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투수들은 쿠어스 필드에서만큼은 자신 있게 공을 꽂아 넣지 못한다.
게다가 쿠어스 필드는 외야수의 수비에도 영향을 나쁜 방향으로 크게 끼치는 구장이다.
높은 고도 때문에 공기의 저항이 적어 타자들의 타구는 다른 야구장에 비해 더 빠르고 멀찍이 뻗어 타구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홈런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구장을 지을 때 외야를 넓게 지었는데, 이는 오히려 외야수가 커버해야 할 범위를 늘여 안타가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쿠어스 필드는 홈런도 더 많이 나오는 주제에 안타도 더 많이 나오는 야구장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 여긴 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 왜 이런 데다가 야구장을 지어서는···.”
쿠어스 필드가 투수들에게 지옥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산소의 부족으로 인한 호흡의 문제.
쿠어스 필드는 해발 고도 1610m에 자리 잡고 있기에 산소가 부족해 호흡에 차질이 생기며 투수는 금세 피로해지며 회복도 더뎌진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더그아웃에는 산소 호흡기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마땅한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던지는 공들도 이상해져. 내가 원하는 커맨드를 잡는 게 너무 어려운 곳이야.”
결정적으로 쿠어스 필드의 낮은 공기 밀도는 투수가 던지는 공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 투수가 던지는 공의 움직임은 대개 공에 감기는 회전력이 공기와의 마찰을 일으키는 것으로 이뤄지는데 낮은 공기 밀도는 이마저도 방해한다.
즉, 평소에는 30cm는 휘어지는 변화구의 각이 25cm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제구, 구위 모든 것이 약해진다.
심지어 공기의 저항에 따라 불규칙한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너클볼은 쿠어스 필드에서는 밋밋한 배팅볼이 되어버려 아예 던질 수 없는 공이 된다.
“여하튼. 여긴 진짜 공을 던지고 싶지 않은 곳이야. 난 서부 지구로 인터 리그 일정이 잡히면 가장 먼저 쿠어스 필드 원정 날짜부터 계산해본다니까? 휴, 이번엔 피해서 망정이지···.”
방금까지 쿠어스 필드의 악명을 가타부타 설명하던 벤자민 마카키스는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스윽하고 쓸어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벤자민 마카키스는 쿠어스 필드에 총 세 번 선발 투수로 등판했고 평균자책점은 ‘7.90’. 한 번도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여긴 진짜 직접 공을 던져 봐야 알아. 지옥이라는 말이 절대로 과장된 말이 아니라는 게 느껴지니까···.”
투수들의 지옥. 이태준을 기다리는 곳은 그곳이었다.
***
이태준이 본격적으로 마운드 위로 오르기 전, 첫 선발 투수는 마리오 수아레즈. 뉴욕 메츠의 다섯 번째 선발 투수였다.
그 또한 이태준과 비슷하게 아직 경험이 부족한 투수. 그 역시 쿠어스 필드에서의 등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마리오 수아레즈는 경기 내내 부침을 겪었다.
퍼어엉-!!!
“볼! 베이스 온 볼스!”
평상시에도 컨트롤이 그리 정교한 투수는 아니었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4회까지 그가 내준 사사구의 개수는 6개. 쉽지 않은 경기를 이어갔다.
“후우···.”
또 기분 탓인지 마운드 위에서 가쁜 호흡을 내쉬는 것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번 시즌 마리오 수아레즈의 성적은 앞선 네 번의 등판에서 20.1이닝 동안 11개 정도의 사사구를 내어준 투수. 분명 그의 모습은 평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퍼어엉-!!!
“볼! 베이스 온 볼스!”
끝내 5회도 채우지 못한 채 오늘 경기 일곱 번째 사사구를 내어줬고.
「아, 마리오 수아레즈. 여기까지인 듯싶습니다. 투수 코치 라파엘 고메즈가 마운드에 공을 들고서 방문합니다.」
「아무래도 수아레즈 선수는 오늘 경기가 쿠어스 필드 데뷔 경기거든요. 적응이 여간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강판 되었다. 이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마리오 수아레즈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산소 호흡기. 그는 산소 호흡기를 입에 가져다 대며 숨을 크게 내쉬고 들이쉬고를 반복했다.
얼굴 사이사이로 맺힌 식은땀은 그가 얼마나 오늘의 투구를 버거워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문제는 그가 내려간 이후로도 메츠 투수들의 고전이 계속되었다는 점. 쿠어스 필드는 모든 투수에게 평등한 곳이었다.
평등하게 좆같은 야구장.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수 있는 점은 그 평등함이 메츠 투수들에게 국한되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
뉴욕 메츠의 투수들이 고전하는 만큼 콜로라도 로키스 투수들도 별반 다른 상황은 아니었다.
쿠어스 필드가 자신들의 홈 구장이기에 등판 경험이 다른 원정팀의 투수들보다 많기야 하지만, 그 경험이 자연의 섭리조차 거스르도록 도와주진 못했다.
[<8회 말> 뉴욕 메츠 9 : 8 콜로라도 로키스]난타전의 양상.
메츠의 투수들이 점수를 헌납하면 그만큼 타자들이 점수를 가져와 줬다.
그 타자들 사이에선 이태준도 함께하고 있었다.
투수들에겐 지옥과도 같은 야구장이라면, 타자들에게는 천국.
“리 주니어. 너도 느껴지지 않아? 여기선 뭔가 빗맞은 거 같아도 쭉쭉 뻗어가. 아주 어처구니가 없는 야구장이지.”
“흐, 그러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뻗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
앞서 벤자민 마카키스가 말해줬던 쿠어스 필드의 온갖 단점은 타자들에겐 장점으로 치환된다.
던지는 투수의 공은 구위, 제구, 무브먼트가 약하기에 타격이 더욱 수월했으며,
타구는 본인들의 생각보다 빠르게 멀리 뻗어 나갔다.
게다가 호흡이 가빠진다는 단점은 타석에 잠깐 서는 것이 끝인 타자들에겐 그다지 큰 불편함도 아니었다.
그리고 9회 초. 이태준은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것이 아닌 한 경기 여섯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이는 오늘 경기 메츠의 타자가 로키스의 투수들을 얼마나 매몰차게 두들겨 팼는지를 알 수 있을 대목.
따아아악-!!!
그리고 그 여섯 번째 타석에서 태준은 기어코 경기의 쐐기를 박아버리는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었다.
「이 타구! 쭉쭉 뻗어갑니다! 그대로 담장! 담장을 넘어갑니다! 홈런! 이태준의 2점 홈런! 점수 차이를 3점까지 벌리는 뉴욕 메츠입니다!」
「타격감이 이로 말할 수 없이 뜨거운 타자가 쿠어스 필드에 올라오니 정말 매서운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오늘 경기 벌써 세 번째 안타! 그리고 시즌 10호 홈런! 이태준의 방망이는 오늘도 활화산처럼 폭주하고 있습니다!」
시즌 10호 홈런.
4월, 이달의 선수 상을 손에 넣은 태준은 쿠어스 필드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경기 종료> 뉴욕 메츠 11 : 8 콜로라도 로키스]그렇게 로키스 원정 첫 경기는 기분 좋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
팀의 승리와 시즌 10호 홈런.
기분 좋은 첫날이 지났다.
문제는 오늘의 경기였다.
[메츠, 로키스와의 2차전 선발은 예정대로 이태준!]로테이션대로 이태준은 쿠어스 필드 원정 2차전의 선발 투수로 출격했다.
이태준은 앞선 다섯 번의 선발 등판에서 0.2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 기록이 자칫 망가질 수도 있을 상황이었음에도 이태준의 마음가짐은 언제나 팀 퍼스트. 등판을 건너뛸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등판 전, 동료 선수들의 많은 조언이 있었다. 그리고 로건 라이트도 쿠어스 필드에서의 등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었다.
[정말 지옥 같은 곳이야. 나도 쿠어스 필드에서 공을 제법 던져봤지만, 단 한 경기도 편한 경기가 없었어. 제구는 생각대로 안 되고, 변화구도 내가 원하는 만큼 휘어주지 않았으니까.]천하의 로건 라이트. 커리어 막바지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메이저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이 고작 2.26밖에 되지 않는 그 또한 쿠어스 필드에서는 평균자책점이 4.05까지 치솟았다.
이는 비단 로건 라이트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쿠어스 필드에서의 평균자책점을 살펴보면
페드로 마르티네스 4.97
랜디 존슨 4.01
그렉 매덕스 5.19
클레이튼 커쇼 4.75
맥스 슈어저 6.07
쿠어스 필드에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바 있던 노모 히데오는 무려 8.05였다.
메이저리그의 팬이라면 이름을 모를 수 없는 선수들도 이곳, 쿠어스 필드에서만큼은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무리 너라도 쉽지 않을 거야. 특히 오늘 경기는 첫 등판이기도 하고. 사실 너도 쿠어스 필드에 악명에 대해서 또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귀 아플 정도로 들었을 테니 더 말은 안 할게. 너희 나라에서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의 경험이 낫다는 말이 있잖아? 그냥 던져보면서 느껴야 해.]이에 대한 해결책은 딱히 없었다. 그냥 공을 던져보면서 스스로 감각을 깨우치는 것뿐.
로건 라이트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태준은 이윽고 마운드를 올라 섰다.
‘호흡이 조금 답답하다. 아마 이건 기분 탓은 아니겠지.’
평상시와는 조금 다르게 쉬어지는 호흡. 그것은 막연한 긴장감이 원인이 아닌 쿠어스 필드의 높은 해발 고도라는 분명한 원인이 있었다.
그리고 공을 직접 던진 그 순간, 다른 경기장에서 던질 때와의 차이는 더욱 여실히 느껴졌다.
퍼어엉-!!!
“볼!”
이태준의 제구력은 메이저리그 안팎에서도 최정상급. 특히 변화구를 보더 라인에 로케이션시키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퍼어엉-!!!
“볼!”
하지만, 1회 말 로키스의 공격. 이태준의 날카로운 제구는 눈에 띄게 무뎌져 있었다. 보더 라인에 꽂고자 했던 공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조금씩 엇나갔고.
퍼어엉-!!!
“볼! 베이스 온 볼스!”
천하의 이태준도 쿠어스 필드에서만큼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태준 선수도 쿠어스 필드에서의 투구는 쉽지 않은 걸까요? 이태준답지 못한 모습이 1회부터 드러나고 있습니다. 앞선 다섯 경기에서 사사구를 고작 5개밖에 내어주지 않은 투수가 1회에만 벌써 사사구를 두 개째 내어주고 있습니다.」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아내는 동안 이태준이 내어준 사사구는 2개.
하나는 볼넷. 하나는 몸에 맞는 공. 평상시의 이태준에게선 관측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에 잠시 타임을 요청한 리암 쿠퍼가 마운드를 올랐다.
“리. 너는 알아서 잘 판단할 녀석이니까 말 길게 안 할게. 애초에 지금도 딱히 긴장한 것 같지도 않으니까.”
리암 쿠퍼의 말마따나 생각한 대로 공이 뻗질 않아 조금 당황이야 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감수했던바. 이 정도로 흔들리기엔 이태준의 정신력은 굳건했다.
“너무 잘 던지려고 하지 마. 굳이 완벽하게 던지지 않아도 네 공은 타격하기 엄청 어려울 테니까.”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너무 잘 던질 필요 없었던 건데. 저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나 봐요.”
“흐,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러면, 바로 들어가자고.”
방금의 사사구들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일단 자신의 공이 쿠어스 필드의 기류에 얼마나 극심한 영향을 받는지 모르는 상황 속에 너무 잘 던지려고 하다가 내어준 느낌.리암 쿠퍼가 마운드에서 건네준 말은 태준이 느끼는 부담을 덜어줬고, 이어지는 투구는 그것이 여실하게 느껴지는 투구였다.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굳이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자연의 섭리를 굳이 거스르려는 것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1회 말, 비록 2개의 사사구를 헌납하긴 했지만, 실점은 헌납하지 않았고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런 상황 속, 전광판을 통해 기록된 구속.
[100.2mile/h]이태준. 그가 쿠어스 필드의 낯선 기류 속 변수를 창출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