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54)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54화(154/210)
154화. 등정 (2)
투수들의 지옥, 자연의 섭리 앞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작고 나약한 존재인지를 일깨워주는 듯한 경기장 쿠어스 필드.
외야 필드를 넓히고 야구공이 머금는 습도를 높이는 휴미더(습도 유지기)를 설치하는 등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이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것들은 자연의 거대한 힘을 극복할 타개책이 되어주지 못했다.
오랜 연구와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일궈낸 현대 야구의 투수 역학 개론.
그것을 전면에 통제하는 쿠어스 필드.
투수들은 구위와 제구, 변화구의 무브먼트 등등. 타자를 제압하기 위한 무기의 칼날은 무뎌진다.
하지만 딱 하나 상승하는 능력치가 있었다.
[낮은 공기의 밀도는 온갖 걸 귀찮게 하지만, 딱 하나. 구속이 늘어나게 되지. 뭐, 구속, 회전수, 밸런스에 따라 공이 천차만별로 갈리기 때문에 제구가 힘들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여하튼 구속은 올라. 나도 여기서는 90마일의 속구를 던져볼 수 있었으니까.]그것은 바로 구속.
대기의 낮은 공기 밀도는 마그누스 효과를 저해하며 투구의 위력을 떨어뜨리지만, 공기의 마찰에 에너지를 적게 빼앗기기에 오히려 구속은 늘어난다.
그것이 지난 경기 평균 96~97마일 정도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던 이태준이 대뜸 100마일의 속구를 포수의 미트에 꽂아 넣을 수 있던 이유.
완벽하게 던질 필요 없다. 자연의 거대한 힘은 극복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최선의 타개책을 톺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쿠어스 필드에서의 첫 등판. 오늘은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입게 되는 상처는 겸허히 받아들인다.
‘속구 위주의 승부는 절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또한 답을 찾는 과정.’
이태준. 자신이 가진 무기가 강할까.
아니면 산의 가호를 받은 로키스 타자들의 방망이가 더 강할까.
그것이 쿠어스 필드에서 처음 마운드에 발을 올린 투수, 이태준의 마음가짐이었다.
***
쿠어스 필드에서 가장 위력이 떨어지는 구질은 바로 강속구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말한다. 쿠어스 필드에서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보다 정교한 제구력과 다채로운 변화구 승부를 펼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이태준, 그리고 리암 쿠퍼. 메츠의 배터리가 그것을 모를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교한 투구에 매몰되기에 먼저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퍼어엉-!!!
“볼! 베이스 온 볼스!”
1회에 이어서 2회에도 사사구를 하나 내주었다. 커브의 제구가 생각했던 것보다 살짝 높게 형성되었기 때문이었다.
별달리 신경 쓰지 않았다.
‘1회보다는 확실히 조금 더 영점이 잡히는 느낌.’
중요한 것은 조금씩 조금씩 덴버의 낯선 기후에 적응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 또한, 그것은 투구를 통해서도 알아볼 수 있을 대목이었다.
따악-!!!
“아웃!”
“아웃!”
「이태준! 이태준이 안정감 있게 병살 타구를 유도하면서 2회를 가볍게 막아내고 내려갑니다!」
「확실히 1회 때보다 더 나아진 듯한 모습입니다. 1회 때는 이태준답지 않게 제구가 크게 엇나가는 모습이 몇 번 보였는데, 이번 이닝에는 그런 모습이 없었습니다. 비록 사사구를 하나 내어주긴 했지만, 커맨드가 꽤 일정해졌거든요. 이태준은 적응 속도도 굉장히 빠른 것 같습니다.」
해설 위원의 말마따나 이태준의 투구는 분명 1회 때보다 눈에 띄게 정교해졌다. 스트라이크 존의 보더 라인에 조금씩 변화구가 걸쳐 들어갔고, 그 모습에 로키스의 타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1회 때만 하더라도 할만하겠지 싶었는데 영점을 이렇게 금방 잡아버린다고···?”
“내 말이 그 말이야. 컨트롤이 정말 까다로워. 타격하기 어려운 곳만 골라서 찔러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쿠어스 필드는 어떤 곳인가? 산 밑에서는 무시무시한 에이스 투수들도 쉽게 익숙해지지 못하며 바보가 되어버리는 야구장이 아닌가?
그런 야구장에서 바보가 된 투수들을 상대하는 데 익숙했던 로키스의 타자들에게 이태준의 기민한 적응 속도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긴 덴버야. 아무리 좋은 투수라 해도 지칠 수밖에 없어.”
하지만, 로키스 타자들은 믿었다. 자신들의 홈 구장 쿠어스 필드의 이점을. 자연의 위대함을.
“게다가 리. 저 녀석은 투 웨이 플레이어잖아? 체력 소모가 훨씬 더 심각할 거야.”
아무리 수비 가담을 하지 않는다지만, 투 웨이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투수 하나만 하는 것보다 훨씬 버겁다. 하물며 그것을 쿠어스 필드 위에서까지 한다? 로키스 타자들의 눈에 이태준은 너무도 건방지게 느껴졌다.
“아무리 이태준 같은 투수의 공이라도 결국 제대로 한 번 맞히기만 하면 돼.”
“과연 쿠어스 필드에서도 언제까지 실투없이 공을 던질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럴 수 없을 거야.”
비록 2회까지 사사구 세 개를 얻어내는 데 그쳤을 뿐 점수를 뽑아내진 못했지만 그들의 얼굴엔 불안감이 엄습해오지 않았다.
그만큼 쿠어스 필드를 믿었기에.
이 산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톡톡히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히 굳건했다.
***
경기 시작 전, 태준은 메츠의 코칭 스태프로부터 오늘은 선발 투수에 전념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었다.
이유는 로키스의 타자들이 내심 기대하고 있던 것과 같은 이유. 아직 쿠어스 필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 낯설 이태준의 체력을 관리해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태준은 그 권유를 단박에 고사했다.
“배려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타자로 전 경기 출전은 제 목표 중 하나입니다. 부상이 없는 한 계속 경기에 나서고 싶습니다.”
자신의 원인이 아닌 외부의 원인으로 경기를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다.
자신이 없어서.
못 할 자신이 없어서··· 와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해 봐야 아는 거니까.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일이니까. 이태준은 과감하게 부딪혔고, 무리 없이 첫발을 내딛는 중이었다.
따아악-!!!
「이태준의 타구가 좌익 선상 위에 떨어집니다! 페어! 페어볼! 3루에 있던 주자 홈으로! 그리고 2루에 있던 주자도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타자 주자는 2루까지! 2타점 2루타! 선취 득점에 성공하는 뉴욕 메츠! 그 시작은 오늘도 이태준이었습니다!」
4회 말. 세 번째 타석. 어제 경기와 다르게 0 대 0의 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먼저 그 균형을 깨뜨린 것은 다름 아닌 이태준의 방망이. 4회까지 여전히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켜주고 있던 선발 투수의 방망이였다.
그리고 집중력이라는 것은 대개 전염되기 쉽고, 한 번 폭발하기 시작한 타격감은 마치 도화선에 불이 붙듯 연달아 터져 나가기 시작한다.
따아아아악-!!!
이태준이 2루타를 때려내며 선취 득점에 성공한 직후, 타석에 들어선 올리버 포스터는 기어코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큼지막한 타구! 이어지는 올리버 포스터의 화려한 배트 플립! 좌익수, 중견수 모두 타구를 쫓는 것을 포기합니다! 홈런! 경기를 4점 차까지 벌리는 올리버 포스터의 2점 홈런이 터져 나옵니다!」
쿠어스 필드에서 자신감 있게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는 건 비단 로키스 타자들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메츠의 타자들도 그 이점을 톡톡히 누리는 중. 점수는 순식간에 4점 차까지 벌어졌다.
[<4회 말> 뉴욕 메츠 4 : 0 콜로라도 로키스]마치 산의 주인이 뒤바뀐 듯한 경기 양상.
“하하! 리 주니어! 어떤데? 이 점수면 충분하지?”
“짜릿한 한 방 고맙다.”
덕분에 이태준이 짊어지는 부담의 무게는 더욱이 줄어들었다. 비록 그 이닝에서 추가 점수가 뽑혀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바람은 과욕이었을 터.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그 짤막한 순간. 잠시 산소 호흡기를 입에 가져다 대고서 부족한 산소를 채우고 있던 태준은 이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글러브를 챙겨 들었다.
그렇게 마운드 위로 오르는 중, 이태준의 뇌리엔 이런 생각이 떠올랐으니.
‘생각보다 버틸 만한데?’
이태준의 체력은 쿠어스 필드에서도 나약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제법 할만하다고 느꼈다.
***
생각보다 버틸 만하다는 그 생각은 단순한 허풍이 아니었다. 정말로 할만했고 투구 수가 쌓여감에도 이태준의 투구는 여전히 굳건했다.
딱-!!!
“아웃!”
1회보다 2회에 더 좋은 모습을 보였고, 3회에는 2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체력이 떨어지기는커녕 쿠어스 필드의 낯선 기류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이태준의 투구는 오히려 안정감을 되찾았다.
투수와 타자의 승부는 길어질수록 타자에게 유리하다는 진리는 오늘 이태준 앞에서 또 한 번 철저하게 부정당했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2회까지 세 개의 사사구를 헌납하며 약간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태준은 이후 3회와 4회, 5회, 6회까지 철벽과도 같은 투구를 선보였다.
「이번에도 삼진! 삼진입니다! 이태준이 6회에도 이태준의 투구는 여전히 안정감이 넘쳐 흐릅니다! 연속 범타 처리! 이것으로 열세 타자째 연속 범타에 성공하는 이태준입니다!」
이태준의 적응 속도는 말 그대로 차원이 달랐다.
비록 타 경기장에서 던질 때만큼의 정교함과 무브먼트가 나오진 않았지만, 본 실력의 거의 90%는 회복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투구가 이어졌고, 쿠어스 필드에서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일단 맞힐 수만 있다면 좋은 타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로키스의 타자들은 이태준의 투구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여간 쉽지 않았다.
오늘 이태준은 공격적인 투구를 감행하되 최대한 뜬공이 나오는 확률을 억제하고자 커터와 투심,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볼 배합에 많이 섞어서 던지고 있었다.
이는 쿠어스 필드에서 투수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정석적인 방식이기에 로키스의 타자들은 그런 투구 방식에 분명 익숙했고 그렇기에 그런 투구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타자들이었다.
하지만 다른 투수들보다 조금 더 휘어지는 구질, 더욱이 정교한 커맨드는 해답을 아는 로키스의 타자들에게 ‘사실 그건 해답이 아니야’라고 일갈하듯 잡아 나갔다.
“돌겠네. 공이 생각보다 더 가라앉는 느낌이야.”
“후, 그런 데다가 제구는 경기 초반보다 훨씬 더 정교해졌어. 젠장, 저 녀석은 대체 어떻게 된 녀석이 지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거야?”
낮은 공기의 밀도는 마그누스 현상을 저해하여 속구의 상승 무브먼트를 억제한다. 그것은 오히려 공이 더욱이 잘 가라앉는 효과를 불러일으켰고, 그것은 쿠어스 필드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이태준의 정교한 제구력을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
스트라이크 존의 보더 라인, 그것도 정말 노골적으로 그라운드 볼을 유도하는 듯한 코스로만 공을 던졌고, 자신들의 생각보다 조금씩 더 가라앉는 투심과 커터에 로키스의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허, 이 녀석은 정말이지. 야구 기계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 어떻게 여기서 이토록 빠르게 해답을 찾아낼 수 있는 거지?]그런 모습은 로건 라이트마저 당황하도록 만들었다.
타고난 적응력과 감각. 그리고 머릿속에서 어떻게 하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지 그 수를 떠올리는 연산 속도는 영특했다.
이태준이 잘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어?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투구.
쿠어스 필드는 더 이상 이태준에게 넘을 수 없는 태산이 아닌 끝내 정상을 함락당한 산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러한 투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