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56)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56화(156/210)
156화. 등정 (4)
9회 말.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수립하기 위한 마운드에 오르기 전, 이태준은 다짐의 일환으로써 포수인 리암 쿠퍼와 잠시간의 대화를 나눴다.
“태준. 심정은 어때.”
으레 그렇듯.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누진 않는다. 그저 투수의 안정을 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우선.
태준은 리암 쿠퍼의 질문에 잠시 눈을 감고서 관중석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이태준! 메츠에 와줘서 고마워!’
‘넌 우리들의 에이스야!’
‘아시아의 로건 라이트! 메츠의 오타니 쇼헤이!’
메츠의 홈 구장 시티 필드. 메츠 팬들의 이태준을 향한 열광 어린 응원. 마운드 위에 설 때도, 타석에 설 때도 그들은 늘 자신을 향한 강한 믿음과 응원을 보내줬다.
마치 눈앞에 선명히 펼쳐지는 듯한 광경. 태준은 그대로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토해내듯 내뱉었다.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는데. 좋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끝내줄 정도로요.”
그렇게 숨을 토해낸 태준의 입가엔 꽤 선명한 미소가 그어져 있었다. 긴장이 아예 안 된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긴장 위에 얹어진 설렘이라는 감정. 느낌이 썩 괜찮았다.
“이상하게 느낄 건 또 뭐야. 내가 널 알게 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너 은근히 속내가 투명한 녀석이라고. 잘하고 싶은 욕심도 은근히 강하고. 기회가 오면 그 욕심이 더 강해져. 부담감까지 집어삼킬 정도로.”
그런 이태준의 반응에 리암 쿠퍼도 슬며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흐,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시니 괜히 쑥스럽네요.”
“지금은 할 이야기도 마땅찮아서. 그냥 평소에 생각했던 거나 이야기하는 거지.”
직접 ‘노히트 노런’이나 ‘기록’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진 않는다. 그것은 불문율이니까.
즉, 지금 태준이 꺼낸 말은 리암 쿠퍼에겐 의외의 말이었다.
“그러면, 리암은 어때요?”
“뭐가.”
“투수가 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을 때. 포수 심정은 어떤가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 리암 쿠퍼는 태준의 눈치를 슬쩍 살핀 뒤 호탕하게 웃었다.
“크흐흐, 하하하! 하, 진짜, 내 평생 너 같은 녀석은 처음 본다.”
그리고는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긴장되지. 긴장이 어떻게 안 될 수가 있나. 내가 리드 한 번 잘못하면 혹여 기록이 깨질 수도 있을 노릇인데.”
리암 쿠퍼는 원체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그렇기에 리암 쿠퍼를 거쳐 간 수많은 투수가 그를 향한 맹신에 가까운 믿음을 보이고 또 지지한다.
지금도 그러했다. 이태준은 리암 쿠퍼의 리드에 의심을 보이지 않았고, 고개를 가로젓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저 리암 쿠퍼가 공부를 많이 하고 수 싸움이 탁월한 학구파 포수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최선의 볼 배합을 구성하기 위해, 마운드 위의 투수가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해왔고, 또 지속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포수의 역할에 유념하고 있었다.
예컨대 리암 쿠퍼가 태준에게 건네준 말의 저의는 ‘기록이 깨져도 내 탓이라 생각하고 마음껏 던져라!’라는 의중이 드리워 있었을 테니까.
“아웃!”
그 무렵 메츠의 9회 초 공격이 삼자범퇴로 끝났다. 대개 투수들의 기록이 걸린 게임 앞의 이닝에선 대량 득점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 아마 타석에서 온 집중을 쏟아야만 하는 타자들도 자신도 모르는 새 투수의 기록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그렇게 메츠의 마지막 공격이 빠르게 종료됐고, 이제 모두가 기다리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태준이다···!’
‘정말로 쿠어스 필드 노히트 노런을 성공하는 건가···!’
9회 말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
9회 말, 덴버의 주인. 콜로라도 로키스 더그아웃의 분위기엔 싸늘함이 감돌고 있었다.
“흠···.”
“하아···.”
이따금 침음성이 들려올 뿐, 그 누구도 말 한마디 제대로 내뱉지 않고 있었다. 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으니까.
다른 야구장도 아닌 쿠어스 필드. 내로라하는 에이스 투수들조차 평범한 투수로 전락시키는 투수들의 지옥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한 채 게임을 내주는 치욕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으니까.
“플레이 볼!”
주심의 오늘 경기의 정규 이닝, 그 마지막 이닝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과 함께 로키스의 타자들은 최후의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그 집중력이 향하는 곳은 오직 한 곳. 마운드였다.
‘보통의 투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여기가 쿠어스 필드라는 생각도 버린다.’
이 순간, 로키스의 타자들은 마음속의 모든 오만을 떨쳐낸다. 그리고 이태준이 과연 무슨 공을 던질까? 와 같은 생각도 마음 한편에 고이 접어둔다.
상식적이지 않은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상식적인 승부를 펼칠 수는 없을 노릇.
치욕적인 기록이 당도하려는 그 순간만큼은 로키스의 타자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승부에 임했다. 몸쪽, 바깥쪽, 높은 코스, 낮은 코스. 어디로 들어오든 상관없다. 그냥 눈에 보이면,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타격한다.
당장엔 그것 이외의 다른 방법은 떠올리지 않는다.
그런 타자에게 가장 확실한 구질은 무엇인가. 리암 쿠퍼는 사인을 보냈고, 뒤이어 이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리암 쿠퍼가 미트를 가져다 댄 곳으로 공을 흩뿌린다.
슈우우우웅-!!!
태준의 손끝을 떠나 강하게 뻗어 나아가는 그 공은 로키스 타자들이 반응을 보이지 아니할 수 없는 공.
‘한복판···!’
스트라이크 존의 한가운데. 어떤 공이든 눈에 보이는 대로 타격하고자 했던 로키스의 타자. 3번 타자, 드와이트 존스.
쿠어스 필드의 비호를 받아 투고 타저의 기류가 만연한 메이저리그에서 2040시즌 0.311의 타율, 35개의 홈런을 때려낸 강타자.
특히 쿠어스 필드에서만 0.357의 타율과 2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로키스 팬들 사이에서 ‘덴버의 지배자’로 통하는 타자.
오만은 내려놓았지만, 자신감만은 여전했다. 그런 타자였기에 초구부터 한복판에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힘껏 잡아당겼다.
부우우웅-!!!
자신의 타격 존 안팎에 제대로 파고드는 공. 이는 복잡한 사고를 통해 이뤄지는 스윙이 아닌 오로지 감각과 본능에 맡긴 채 일으키는 스윙.
‘덴버의 지배자’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스윙. 타고난 감각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으로 꼽히는 드와이트 존스의 스윙은 그 순간 가장 적절한 타이밍과 호쾌한 배트 스피드, 최적의 발사 각도를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타격이 이뤄지려는 그 찰나의 순간. 드와이트 존스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드디어 걸렸다···!’
이태준의 구속은 빠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드와이트 존스도 평균을 한참 웃도는 타자, 특히 쿠어스 필드에서의 드와이트 존스는 정상급의 타자. 강속구에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 타자였다.
지금 태준이 던지는 공의 궤적. 쭉 뻗어 오는듯한 듯한 그 궤적은 분명히 강속구. 그리고 지금의 스윙은 속구의 궤적에 정확히 일치시킨 스윙.
타격이 이뤄지기도 전에 드와이트 존스가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한 건 전혀 이상한 생각이 아니었다.
딱-!!!
그렇기에 공과 방망이가 한 점에서 만나는 그 순간.
‘··· 어?’
경쾌하게 울리는 느낌이 아닌 공의 윗부분을 애매하게 타격하여 얄팍한 타격음이 울리는 그 순간. 드와이트 존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타구는 투수 앞 정면. 이태준은 그 공을 독침을 수거하듯 낚아챈 뒤 1루로 여유롭게 송구했다.
“아웃!”
그렇게 쌓인 9회 말의 첫 번째 아웃 카운트.
드와이트 존스의 감각이 너무도 날카로웠기에. 그의 심리가 메츠 배터리에게 너무도 투명하게 읽혔기에 잡을 수 있었던 아웃 카운트.
‘방금 그게··· 커터였다고···?’
자신감 넘치게 복판으로 찔러넣은 초구는 다름 아닌 컷패스트볼.
[98.0mile/h]무려 시속 98마일의 컷패스트볼이었다.
***
1회부터 8회까지. 이태준도 사람인지라 체력의 관리가 타 구장에 비해서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구속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당장 8회 말에 포심패스트볼을 총 3번 던졌고.
각각 97마일과 95마일, 그리고 97마일이었다. 1회 때 100마일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던 것을 생각하면 분명하게 줄어들었던 구속.
그러한 모습은 분명 로키스 타자들의 눈에도 보였다.
【<기적의 1이닝 (Active)> : 한 이닝을 체력의 소모 없이 100% 컨디션으로 던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스템의 메시지는 이태준과 그의 뒤편에 있는 두 명의 유령에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태준의 체력은 다시금 1회 때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컷패스트볼의 구속은 직전 이닝에서의 포심패스트볼보다 빨랐다.
자신에게 놓인 상황과 상대하는 타자의 성향, 심리, 실력. 그 모든 것을 활용한 초구였던 것.
하지만 그것은 아무나 던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흐, 대놓고 복판 공을 요구한 리암도 리암이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던져주는 이 녀석도 진짜 어떻게 된 녀석인지···. 가끔은 귀신은 내가 아니라 이태준, 저 녀석이 아닌가 싶을 정도야.]다른 기록도 아닌 쿠어스 필드에서의 노히트 노런이 걸린 순간이다. 그런 상황에 로키스 최강의 타자를 상대로 복판으로 향하는 공을 던진다? 이건 말 그대로 미친 짓이었다.
당최 심장이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싶은 한 수. 로건 라이트마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방금 같은 공은 나도 저 드와이트 존스라는 녀석과 비슷한 결과를 냈을 거야. 이런 상황에 저런 공을 예상할 수 있는 타자는 단언컨대 없을 테니까.]이는 테드 윌리엄스도 마찬가지였다. 대개 복판으로 향하는 공은 실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은 엄연히 고도의 심계를 바탕으로 이뤄진 묘수였으니까.
게다가 방금의 투구는 다음 타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갑자기 늘어난 구속, 복판으로 몰린 공. 타자들은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 이태준은 지금 지친 상황에 있는 힘을 다해서 공을 던지는구나. 그렇기에 제구가 흔들리는구나’라고.
그것마저 메츠 배터리의 노림수였다.
이태준의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자연스레 그들의 뇌리에 입력되고 타격 매뉴얼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존 안팎으로 들어오려는 공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려 하고 타격 타이밍도 더 앞쪽으로 배치하게 된다.
딱-!!!
「밑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타격합니다! 하지만 타구는 힘없이 굴러갑니다. 1루수 카를로스 페레즈! 공을 잡아 직접 1루를 밟습니다! 아웃 투 아웃! 9회 말의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뿐입니다!」
로키스의 타자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매뉴얼을 황급히 수정하기엔 남은 아웃 카운트는 너무도 적었다.
딱-!!!
「높게 솟은 타구! 이번에도 멀리 뻗지 못합니다! 2루수 제이크 데이비스! 위치를 포착한 뒤 자신이 잡겠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타구에서 눈을 떼지 않는 2루수.
고개를 푹 숙인 채 1루를 향해 힘없는 뜀박질을 시작한 타자.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웃!”
노히트 노런이 코앞까지 다가온 그 순간만큼은 수비수들의 집중력 또한 절정일지니. 제이크 데이비스는 공을 안정감 있게 잡아낸 뒤 그대로 이태준을 향해 소리쳤다.
“헤이! FUCKING LEE! 해냈어! 해냈다고! 노히트 노런 게임!”
노히트 노런이 수립되었다고.
심지어 다른 야구장도 아닌 투수들의 지옥 쿠어스 필드에서!
이태준은 쿠어스 필드 역사상 두 번째 노히트 노런을 이룩해냈고.
“오늘도 한 건 해냈어! 에이스!”
“어메이징 메츠! 어메이징 리! 호우!!!”
일제히 마운드 위로 모여드는 메츠의 동료들과 함께 그 순간을 만끽했다.
모든 투수를 공포에 떨게 하는 쿠어스 필드 원정.
그 원정의 주인공은 단연 이태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