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62)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59화(162/210)
159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2)
2월.
이태준이 본격적으로 뉴욕 메츠의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할 즈음. 아직 본격적인 정규 시즌이 개막되기 이전.
이태준의 전신 팀, 부산 원더스는 모기업 LT 그룹의 지원을 받아 범세계적 OTT 스트리밍 플랫폼 넷클릭스에 여섯 편에 걸친 팀 다큐멘터리가 게시되었다.
제목은 ‘미라클 원더스’. 주체는 부산 원더스였지만, 주인공은 이태준이었다. 외곽에서는 뉴욕 메츠로 진출하여 승승장구하려는 이태준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조금은 뒤따랐지만, 국내 야구의 팬 대부분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일단 야구가 없는 2월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고,
인기에 편승하든 말든 주인공이 이태준이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특유의 밀착 취재를 통해서 드러난 이태준의 일상은 팬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ㄴ이야··· 진짜 인간 승리네 인간 승리.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살 수가 있냐 ㅋㅋㅋ
ㄴ술, 담배는 막론하고 탄산에 커피, 밀가루, 설탕은 입에도 안 댄다는데 절제력 무엇? 난 10억을 준대도 저렇게는 못 살 거 같음;
ㄴ훈련량도 압도적이라더라 ㅋㅋㅋ… 언젠간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선수였던 거지
ㄴ지나가는 헬스 트레이너인데요. 몸 그냥 미쳤어요 ㅋㅋ 관리 정말 꾸준히 하는 게 아니라면 절대로 만들 수 없는 몸입니다 ㄷㄷ···.
이태준의 부단하고 금욕적인 자기 관리는 그와 함께 뛰어 본 선수라면 모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수준.
마치 타 종목의 슈퍼스타. 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이태준의 정신력과 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던 것.
ㄴ나는 그 루틴을 발전 없이 2년간 2군에서 박혀 지내던 드래곤스 시절부터 철저히 지켜왔다는 게 소름임;
ㄴ사람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은 대가 없는 노력이라는데··· 그걸 4년 넘게 버티고 있었다는 거니까
ㄴ그건 진짜 아무나 못 한다···. 4년 동안 맨땅에 헤딩 박은 정신력이야말로 이태준이 지닌 최고의 재능이 아닐까 싶을 정도.
그리스 신화에는 시시포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43세의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호 알베르 카뮈는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집필하며 ‘신들은 무용하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가혹한 형벌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남긴 적 있었다.
원더스의 입단하기 이전. 이태준의 일생은 가파른 절벽에서 거대한 돌덩이를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시시포스를 상상하게 했다. 힘을 빼는 순간 돌덩이에 깔려 죽게 되지만, 그렇다고 안간힘을 써 돌덩이를 정상까지 밀어낸다 한들 다시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게 되는 삶.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무가치한 노동. 잔혹한 굴레를.
하지만 이태준은 그러거나 말거나 그 짧지 않은 세월, 계속해서 돌덩이를 굴렸고, 끝끝내 정상에 도달시켰다.
미련하지 않다는 걸 증명할 방법은 목표를 이뤄 성과로 증명하는 것뿐이라고.
그리고 이태준은 그간의 모든 과정이 미련함이 아닌 끈기였음을 무엇보다 확실한 방식으로 증명했다.
“다른 이유를 생각할 것 없이. 절 미련한 사람이 아닌 끈기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건 절 믿고 응원해준 팬들. 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이태준은 그마저도 팬들의 덕으로 돌렸지만, 사람들은 진짜 이유를 안다.
그래서 그런 걸까. 그런 겸손은 오히려 이태준을 더욱이 빛나게 만드는 조명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이태준의 마음가짐과 행보는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당한 울림이 되어주었고, 처음 넷클릭스에 게시되었을 때 국내 야구 관련 커뮤니티는 이태준을 향한 이야기로 뜨거웠었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었다.
이윽고 약 3달가량 흐른 지금. 그 다큐멘터리 영상은 미국의 야구 팬들에게도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했고.
오타니 쇼헤이라는 선수의 일화가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 알려지며 생겨났던 파급력 그 이상의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ㄴ걸어온 발자취 자체가 드라마던데?
ㄴ이태준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어! 🙂
ㄴ일전에 올리버 포스터가 말했던 ‘이태준은 팀을 바꿀 선수’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내포되었었는지 더 이해가 되는 기분이야.
ㄴ이태준은 아마 오래도록 좋은 선수로 남아 있을 것 같아. 부디 메이저리그의 코비 브라이언트. 아니 마이클 조던과 같은 선수가 되어줘 모두의 귀감이 되어주길! 😀
***
메이저리그의 페넌트 레이스는 마라톤과 같다. 길고 긴 시즌을 완주하기 위해 체력을 안배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준이 비시즌이 끝난 뒤 그간 꾸준히 진행해온 강도 높은 훈련량을 조절하기 시작한 이유였다.
물론 절대적인 훈련량이 줄었을 뿐,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지금의 태준은 팀으로부터 받는 수입이 과거와 비교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덕분에 자금의 활용에는 여유가 넘쳤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래 검소하게 사는 데 워낙에 익숙해져 있었고 원체 야구 이외의 것에 크게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던 터라 야구와 관련된 것 이외의 지출은 거의 없었다.
이태준의 관심은 지금보다 야구를 더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최대한 오래도록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그뿐이었다.
그가 개인 트레이너와 전문 영양사를 고용하여 최적의 루틴을 형성하는 데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였다.
심지어는 개인적으로 혈액 검사까지 실시하면서 본인의 몸에 적합한 궁합의 식단을 조성했고, 이를 아주 꾸준히 지켜왔다.
그러한 모습들은 당연히 다른 동료 선수들의 눈에도 보이기 마련. 특히 이태준과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에겐 영향을 제법 크게 미치고 있었다.
현재 뉴욕 메츠의 3선발 벤자민 마카키스와 주로 5번 타자로 경기에 나서는 카를로스 페레즈가 가장 대표적인 선수들이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아무래도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과 조금 더 공감을 이루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무리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고 한들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단순히 플러시보(위약 효과)인지 모르겠는데. 뭔가 좀 덜 지치는 느낌이 들어. 도움이 됐긴 됐나 봐. 앞으로 나도 식단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아.”
그중 한 명인 벤자민 마카키스도 이태준과 마찬가지로 영양사를 고용하고 체내 성분을 검사한 뒤 식단을 구성했다.
“무슨 한 달도 안 됐는데 그렇게까지 호들갑이야? 변하려면 한참 남았다 한참.”
물론 인간의 신체라는 것이 루틴의 변동을 준다고 해서 삽시간 내 극적인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수많은 헬스 트레이너들이 지속성을 강조하는 이유였고, 팔뚝의 두께가 웬만한 사람들의 허벅지 두께와 비슷한 카를로스 페레즈가 벤자민 마카키스의 말을 지적한 이유였다.
“기분 탓이라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변화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은 거 아니겠어? 덕분에 최근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말이지.”
물론 야구는 멘탈의 스포츠라는 말이 있듯 알게 모르게 신체의 변화 못지않게 생각의 변화 또한 중요하다.
괜히 팀들이 정신과 의사를 고용하면서까지 선수들의 멘탈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씩 신체에 변화를 주면서 동시에 긍정적인 생각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경기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것도 그래. 나는 하루라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면 그날 잠을 못 자. 근육이 빠질까 영 불안하거든. 그러니까. 마카키스 너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지금보다 더 고되게 할 필요가 있어. 리 주니어만 봐도 느껴지잖아. 야구 선수에게 넘치는 근육은 생명과도 같다고.”
“맞는 말이야. 투수건 타자건 가용(可用)할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어야 하거든.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주는 건 식단을 관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야.”
“후, 그렇겠지. 안 그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았어. 비시즌 중에만 몸을 만들어 놓기엔 확실히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어.”
또한, 아직 전성기에 접어들지 않은 어린 선수들은 방향성이 바뀌어 가는 것만으로도 추후의 경기력이 크게 요동치곤 한다.
“그러고 보니. 마카키스. 너 양키스에서 왔었잖아.”
“그렇지?”
“혹시 양키스에 대해서 뭐 해줄 말 있어?”
“솔직히. 내가 뛰고 있었을 때도 양키스는 그렇게까지 강팀은 아니었는데···.”
즉, 경험이 부족하고 어린 선수들은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해두는 건 꽤 중요한 일. 태준은 그것을 제법 중요시했다.
그런 대화로부터 무언가 얻어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수확인 셈이니.
“아! 확실히 그런 느낌은 있었던 것 같아.”
태준은 동료 선수들에게 언제나 귀를 열어두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만한 팀이었어.”
“··· 응?”
그게 무슨 말이 되었든 말이다.
***
뉴욕 양키스.
근 몇 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진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뉴욕 양키스는 뉴욕 양키스. 여전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이었고 야구게를 넘어 전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손꼽히는 팀이다.
그런 그들의 찬란한 역사는 길게 말할 것 없이 하나의 커리어로 증명이 가능했다.
‘월드 시리즈 우승 29회’
다른 구단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우승 횟수. 메이저리그에서 월드 시리즈 우승이 두 번째로 많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우승 횟수가 12회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실로 엄청난 수치였다.
게다가 메이저리그에서 독보적인 인지도를 거느리는 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벌어다 들이는 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쓰는 팀.
그야말로 메이저리그의 상징과도 같은 팀!
뉴욕 양키스는 그런 팀이었다.
그런 양키스의 홈 구장, 양키 스타디움 앞에 선 테드 윌리엄스는 잠시 침음성을 흘렸다.
[흐, 여긴 올 때마다 재수 없는 느낌이 들어.]물론 테드 윌리엄스 눈앞에 세워져 있는 그 웅장한 야구장은 그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에 세워진 야구장은 아니었다.
테드 윌리엄스가 한창 현역으로 뛰던 시절엔 양키 스타디움은 옆편의 헤리티지 필드라 불리는 간이 야구장 위에 세워진 양키 스타디움. 이제는 ‘(구) 양키 스타디움’이라 불리는 야구장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양키 스타디움이건 지금의 양키 스타디움이건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저 뉴욕 양키스의 홈 구장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경기장은 다른 경기장에서는 쉬이 느껴볼 수 없을 장엄함이 자욱하게 드리워 있는 듯했으니까.
[과거에 이런 말이 있었지. 양키스가 매번 우승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베이브 루스의 존재 덕분에? 애송이 미키 맨틀의 등장 덕분에? 틀렸어. 바로 빌어먹을 핀 스트라이프의 유니폼이 상대 팀의 기세를 꺾어버리는 것이 그 이유라고. 확실히 그랬어. 내가 뛰던 시절의 양키스는 말 그대로 최강이었으니까. 애석하게도 레드삭스는 번번이 양키스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고.]테드 윌리엄스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의 뉴욕 양키스는 말 그대로 ‘악의 제국’이었다.
테드 윌리엄스가 현역으로 뛰는 동안 무려 11번의 월드 시리즈를 제패할 정도로 막강한 팀이었으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어. 그들은 이길 줄 아는 녀석들이었지. 그렇기에 건방이 아주 하늘을 찌르는 녀석들이기도 했고.] [그렇지. 양키스에서 뛰는 녀석들은 알게 모르게 팀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이 엄청나게 강해. 다저스 녀석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지.]그런 팀에서 뛰는 선수들은 과거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얼마 전까지 양키스에서 뛰었던 벤자민 마카키스가 말했고, 양키스를 수없이 상대해왔던 테드 윌리엄스와 로건 라이트가 말했던 것처럼.
[그래서, 양키스를 꺾어버리는 것만큼이나 짜릿한 일은 또 없었지. 다른 팀을 꺾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쾌감이 있었어.] [아, 그건 동감.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녀석들의 표정을 구겨버리는 건 끝내주는 일이었지.]뉴욕 양키스는 그런 팀이었기에 꺾었을 때의 쾌감은 더욱이 강렬했다.
심지어 뉴욕 양키스는 이태준의 소속 팀 뉴욕 메츠를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경향이 있는 팀이었다.
“뉴욕 양키스라···.”
그런 상황 속, 이태준의 심정은 어떠했는가.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과 경기를 치른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야구장 양키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중압감?
뉴욕 양키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그런 감정은 일절 섞이지 않았다.
“저도 양키스와의 경기는 꽤 재밌는 경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선수들의 자부심도 강하고. 메츠와의 신경전도 거세고.”
그 또한, 승부사였으니.
양키 스타디움 앞에 선 이태준은 조금도 긴장한 듯한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감은 넘쳤다.
“한 번 제대로 일깨워주죠. 2041시즌 뉴욕의 주인은 메츠라는 사실을.”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를 앞둔 이태준의 눈빛은 어느새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야수의 눈빛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