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63)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63화(163/210)
163화. 나는 놈 위에 더 높게 나는 놈 (1)
조세프 매키니. 26살의 어린 나이에 거의 3000만 달러에 준하는 연봉을 포수. 심지어 앞으로 남은 계약 기간도 거의 10년가량. 흔히 말하는 ‘젊을 때 성공한’ 케이스였다.
그 또한 뉴욕 메츠의 올리버 포스터와 마찬가지로 한 번도 야구를 못했던 적이 없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당시 올리버 포스터만큼의 아우라를 뿜어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또한 비슷한 연령대 선수 중 최고였으며, 특히 포수 중에서는 더욱이 도드라지는 선수였다.
뉴욕 양키스에 입단 당시 무려 9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금을 받아냈던 것이 어린 시절 조세프 매키니의 가치를 증명했다.
어린 시절부터 모두가 자신을 추앙했고, 동료 선수들은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봤으며, 코치와 감독은 조세프 매키니가 팀을 떠나지 않도록 극진하게 아꼈다.
그러한 귀빈 대접은 양키스에 입단한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뉴욕 양키스는 조세프 매키니를 스러져가는 양키스의 명예를 다시 드높여줄 선수로 여겼고, 그가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시절에도 양키스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과한 믿음과 지원은 분명 조세프 매키니를 더욱 빠르게 성장시켰다. 20살의 어린 나이에 루키 리그를 완전히 박살을 내버린 그는 이후 A, HA, AA 등 마이너리그를 빠르게 거쳐 올라갔다. AAA에 처음 올라섰을 때 처음으로 잠깐의 부침을 겪긴 했지만, 양키스의 믿음은 굳건했고 고작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이름을 올려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차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26살이 된 지금까지. 조세프 매키니는 매해 성장했고, 이제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중 한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기 이전인 어린 시절부터 너무 극진한 대접만을 받고 자라온 탓이었을까.
아니면 타고난 본성 자체가 그릇된 탓이었을까.
애석하게도 조세프 매키니의 성장 과정에는 ‘겸손’과 ‘배려’가 결손 되어있었다.
조세프 매키니가 투수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일관해온 건 생각보다 오랜 이야기였다. 하지만 조세프 매키니가 지닌 재능에 군침을 삼키던 코치와 감독 그 누구도 조세프 매키니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았다.
그렇게 성장해왔고, 그 사이엔 꽤 많은 투수와의 갈등이 빚어졌지만, 코치와 감독, 그리고 팀은 언제나 조세프 매키니의 편이었다.
철저한 실력 지상주의가 그 이유였다.
언제나 자신이 최고였고, 본인의 생각이 옳았다. 그렇게 자라왔으니, 그래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왔음에도 성과가 좋았으니 구태여 태도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런 조세프 매키니였기에 이번 이태준과의 대결은 한없이 불편했다.
‘생각하는 게 너무 훤히 들여다보여서.’
시리즈의 첫 경기, 첫 타석. 이태준이 느닷없이 툭 하고 던진 한마디의 말은 날카로운 편린이 되어 여전히 그의 뇌리 안팎을 이리저리 헤집고 있었다.
이후 내어준 4개의 도루, 거듭된 출루, 그 끝에 때려낸 홈런까지.
이태준이 두 경기 동안 보여온 성과는 그 편린의 서슬을 더욱 날카롭게 벼려냈다.
“생각하는 게 훤히 들여다보인다고? 허, 건방진 애송이 녀석.”
다만 그런 일시적인 충격으로 흔들리기엔 조세프 매키니가 그간 쌓아 올린 자신감의 벽은 드높고 견고했다.
“네 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여긴 메이저리그다. 결국, 미끄러지는 순간이 올 거다.”
못했던 적보다 잘했던 적이 더 많고,
진 경험보다 이긴 경험이 훨씬 더 많다.
“그 순간은 내일 경기가 될 거고.”
잠깐의 부침을 겪는다 한들 자신감만큼은 꺾이지 않는다.
행동과 마음가짐은 곧 그 사람을 정의한다는 말이 있듯 조세프 매키니는 그런 선수였다.
***
뉴욕 더비.
양키스와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
몸을 풀면서 구질의 위력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 불펜 투구가 막 종료될 즈음, 리암 쿠퍼는 말했다.
“선수는 언제나 자존심을 경계할 줄 알아야 해.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서 완전히 버리는 것도 때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자존심만큼이나 사람을 좀먹는 감정은 없거든.”
선수에게 자존심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그러니 언제나 자존심을 경계하고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물론, 그건 어디까지 극단적인 경우의 예시고, 적당한 자존심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적당한 자존심은 곧 자신감으로 귀결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제대로 자존심의 조절이 안 되는 순간 그건 오만함으로 변질되고 말지. 자신감과 오만함의 차이는 자존심의 무게 추가 얼마나 무겁게 달려있느냐의 차이거든.”
오만은 선수에게 있어서 대개 치명적인 극약이 된다. 그것은 메타 인지 능력을 철저히 붕괴시키며 선수의 분별력을 쉬이 흐리곤 하니까.
가령 그런 것이다. 상대하는 타자가 속구를 노리는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 속에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대뜸 속구를 꽂아 넣다가 통타를 내어준 뒤 뒤늦게 후회하는 것. 이는 자신감과 오만함 사이에서 줄타기를 실패한 대가다.
“언제든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해. 내 공이 타자에게 공략당할 수 있다는 것을. 또 내 판단이 틀린 판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떠한 상황이든 내가 옳다는 생각만을 관철하는 건 미련한 짓이니까.”
오만함에 갇혀 사고를 확장하지 못한다면 최고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사고를 더 넓게 확장하여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자존심이라는 변덕스럽기 이를 데 없는 감정을 적당히 갈무리하고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라.
“태준. 뭔 말인지 알지?”
“물론이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전 지금도 제 방식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안 합니다.”
“그야, 네가 경기에 임하는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지.”
그런 의미에서 이태준은 리암 쿠퍼가 추구하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선수였다.
그러한 사실은 그간 수많은 투수와 호흡을 맞춰봤고 대화를 나눠봤기에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너와 호흡을 맞출 땐 나도 심적으로 꽤 편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를 하는지를 너만큼 알아서 잘 읽어주던 투수는 여태 없었거든.”
“저도 리암과 호흡을 맞출 때가 확실히 편합니다. 제가 원하는 볼 배합을 최적의 순간에 끄집어주는 듯한 느낌을 여러 번 받았었거든요.”
이태준은 분명 계속해서 이겨오고 있다.
9경기 9승 무패.
0.36의 평균 자책점.
하지만, 그 과정 안팎에서도 승리에 취하지 않고 계속해서 뒤를 돌아본다.
찬란했던 시기 앞에 드리운 길고 길었던 그림자의 시간은 이태준의 마음속에 자연스레 겸허라는 이름의 뿌리를 내렸다.
그러한 면모는 포수인 리암 쿠퍼의 눈에도 아주 명확하게 비쳤다. 어느새 리암 쿠퍼의 입가는 선명한 초승달 모양의 호를 그리고 있었다.
“아, 그래도 이 말은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이태준은 어깨에 힘을 좀 실어줘도 절대로 오만의 덫에 빠지지 않을 선수라는 사실을 느꼈기에.
“내가 지금껏 봐 온 네 투구 중. 오늘이 단연 최고라는 걸.”
리암 쿠퍼는 마음 놓고 태준에게 적당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그런 격려에 태준의 눈은 살짝 확대되었다가 이내 제 크기로 돌아왔다.
***
리암 쿠퍼의 눈썰미는 상당히 예리하다. 타고난 감각 자체가 첨예한 데다가 수많은 투수의 공을 꽤 오래도록 받아온 경험이 합쳐진 덕택이었다.
“딱히 구속이 빨라진 건 없을 텐데, 리암이 그렇게 말해준 걸 보면 차이가 확실히 있긴 한가 보네요.”
【<라이징 패스트볼 [Passive]> : 속구 계열 구종의 구위가 상승합니다.】
직전의 경기를 통해 얻은 투수 스킬, <라이징 패스트볼>. 그것은 속구 계열의 구질의 구위. 즉, 공에 감기는 회전수와 무브먼트를 소폭 강화해주는 스킬. 사실 공을 던지는 투수의 입장에서는 변화가 그리 크게 와닿지 않았다.
“리암은 굳이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적어도 경기 시작을 앞둔 상황에서만큼은.”
하지만, 리암 쿠퍼는 구태여 빈말을 하지 않는 동료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한마디 말은 태준에게 분명 자신감을 더해주었다.
[리암 쿠퍼는 감이 상당히 좋은 포수야. 던지는 투수보다 변화를 빠르고 확실하게 느껴주는 녀석이었으니까. 그런 녀석이 이제 경험까지 쌓였으니 말 다 했지 뭐. 아무튼, 그 녀석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거면 진짜로 좋아진 거야. 충분히 믿어도 좋을 거야.]이윽고 로건 라이트는 그 확신에 무게를 더해주었다.
그들의 말마따나, 또한 그간 시스템을 통해 얻은 보상들을 생각해본다면 구위는 정말로 상승했을 것이며, 앞으로 타자들은 이태준을 상대하는 것이 더욱이 까다로워졌을 터.
“흐흐, 빨리 던져보고 싶네요. 어서 경기가 시작되었으면 싶을 정도로.”
컨디션도 최고조에 날씨까지 쾌적했다. 마운드 위에서 최고의 투구를 펼칠 최적의 환경.
어서 빨리 그 공을 양키스 타자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경기 개시!”
심판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콜과 함께 이태준의 양키 스타디움에서의 투수 데뷔 경기가 시작되었다.
***
1차전과 2차전. 양키스의 투수들을 무너뜨린 그 선봉장은 단연 이태준이었다. 두 경기에 합쳐 무려 일곱 번의 출루에 성공한 이태준은 오늘 경기, 처음으로 1번 타자로 출전했다.
1번 타자. 이태준
2번 타자. 올리버 포스터
3번 타자. 하비에르 카스티요
그리고 그 뒤에는 곧바로 올리버 포스터가 붙었다.
‘양키스의 공략은 조세프 매키니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역할을 가장 제대로 이행해줄 수 있는 타자는 이태준.’
이는 아주 노골적인 목적이 드러난 라인 업.
팀 내에서 가장 주루 플레이가 뛰어난 이태준의 타선을 한 칸 앞당긴 것은 명백히 양키스의 배터리를 흔들어놓기 위함이었다.
“······.”
그런 메츠 벤치의 노골적인 목적은 당연히 조세프 매키니의 눈에도 아주 선명히 보였다. 마음속에 얽힌 불편함은 더욱이 그 범위를 넓혀갔다.
퍼어어엉-!!!
“볼!!!”
그러거나 말거나. 이태준은 마치 기계처럼 움직였다. 코드로 입력된 임무만을 위해 움직이는 기계.
퍼어어엉-!!!
“볼!!! 베이스 온 볼스!!!”
첫 타석부터 9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 그것으로 이태준은 리드 오프의 역할도 언제든지 수행 가능한 타자임을 증명했다.
「9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는 이태준! 1번 타자의 역할도 무리 없이 수행하는 이태준이었습니다!」
「아, 이거··· 양키스에게는 아직 시리즈 첫 경기, 이태준의 4도루가 눈에 아른거릴 텐데요. 예컨대 1루로 나가 있는 이태준 선수가 무진장 신경 쓰일 겁니다.」
그리고 이태준의 장기만은 출루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증명되온 아주 명백한 사실.
촤아아악-!!!
“세이프!!!”
배터리의 강한 견제를 뚫어내고서 태준은 오늘도 1회부터 도루를 또 하나 적립했다. 시즌 22호 도루.
무사 2루.
그 정도면 리드 오프의 역할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어지는 두 명의 타자는 올리버 포스터와 하비에르 카스티요였으니까.
따아악-!!!
후속 타자는 성공적으로 이태준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1회 말> 뉴욕 메츠 1 : 0 뉴욕 양키스]경기 시작과 동시에 무너진 0의 균형. 선발 투수, OOO의 투구 수는 이태준의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어느덧 22구였다.
그리고 1회 말.
“좋았어! 이태준이다! 이태준이 올라왔다!”
이태준이 마운드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메츠의 관중석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
양키 스타디움은 다른 구장에 비해 홈런이 더 많이 나오는 타자 친화형 야구장이다. 물론 쿠어스 필드만큼은 아니지만, 투수가 공을 던지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야구장.
게다가 양키스의 타선은 거포 일색의 타선.
1번 타자 프레디 올슨부터 지난 시즌 26개의 홈런을 때려낸 타자.
20홈런을 넘게 때려낸 타자가 무려 여섯 명이나 버티고 있는, 절대로 만만치 않은 타선이었다.
거기에 양키 스타디움 특유의 장엄한 분위기는 그곳의 마운드에 처음 오르는 투수에게 알게 모르게 중압감을 느끼게 했으니.
여러모로 쉽게 볼 수 없는 상황. 이태준은 타자와의 승부를 절대로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타선의 거의 모든 타자가 홈런 타자. 뜬공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것이 관건.’
적당한 긴장감이 서린다. 그것으로 마음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꽉 조여 맨다. 이윽고 집중력을 오롯이 타자와의 승부에 쏟아낸다.
‘내 구위와 커맨드를 믿는다.’
그렇게 이태준은 걸리면 펜스 너머로 날아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우웃!!!”
그렇게 두 타자를 연달아 삼진.
그로인해 양키 스타디움에 깔린 장엄한 분위기는 조금씩 차갑게 식어 갔다.
하지만, 그런 양키스에겐 믿을 수 있는 카드가 있었으니.
「아마 이 승부를 기다린 사람이 많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바로 조세프 매키니와 이태준의 맞대결! 조세프 매키니는 과연 이태준을 상대로 분위기를 바꿔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승부에서 확인하실 수 있겠습니다!」
조세프 매키니.
양키스의 주전 포수이자 3번 타자. 현 양키스 최강의 타자.
그 타자가 들어섰다.
‘다른 타자는 몰라도 조세프 매키니만큼은 잡아내야 한다. 반드시.’
그 순간만큼은 이태준의 눈빛도 달라졌다.
조세프 매키니와의 승부는 오늘 경기의 최대 분수령 중 하나였을 테니.
숨 막힐 정도로 짙게 드리우는 전운.
뉴욕 메츠의 에이스 투수와
뉴욕 양키스 최강의 타자.
두 선수의 승부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