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64)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64화(164/210)
164화. 나는 놈 위에 더 높게 나는 놈 (2)
누구든 성장세를 이어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물론 타고 난 감각, 천부적인 능력으로 그것을 쉬이 극복하며 넘어서는 이들도 존재한다.
세간은 그런 이들을 천재라고 부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인간의 대부분은 그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벽이 부서질 때까지 머리를 맨땅에 헤딩하듯 들이받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범재로 태어난 이들의 숙명이다.
그리고 이태준은 그 숙명을 받아들였던 사내였다.
이태준은 짧지 않은 세월 범재로 지내왔다. 아니, 범재라는 말조차 사치처럼 여겨질 정도. 둔재. 미련하기 짝이 없는 둔재에 가까운 사내였다.
마치 어딘가 고장이라도 난 듯 삐걱거렸고, 찰나의 순간에 승패가 당락 되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상 그 조금의 어긋남은 필시 패배로 이어지곤 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줄곧, 프로에 데뷔한 이후로도 4시즌 반가량.
결단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인간의 정신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꺾이고 마모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끝내 무너지고 마는 것이 인간의 정신력이다.
그리고 실패는 인간의 정신력을 가장 무너뜨리는 수단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실패를 미련함이 아닌 숭고한 도전으로 여겨주는 낭만적인 말이다.
하지만 실패가 반복되다 보면 그런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성공이라는 것이 아득하기만 한 것처럼 여겨지고 평범한 것조차 질투가 느껴지는 그 순간만큼은 ‘포기’라는 단어가 세상 그 어떤 유혹보다 달콤하게 느껴진다.
이태준에게 놓였던 그림자의 시간. KBO 1군은커녕 2군에서조차 빛을 보지 못했던 시절.
야구를 무진장 잘했던 아버지와 무진장 잘하는 동생의 존재라는 거대한 광휘는 그의 그림자를 더욱이 짙은 어둠 속으로 흘려보냈다.
‘너는 왜 아버지처럼 못하냐.’
‘너는 왜 동생처럼 못하냐.’
‘한심한 둔재 장남···.’
‘그냥 포기해. 이쯤 했으면 됐잖아?’
‘안 되는 걸 계속 붙들고 있는 건 의지가 강한 게 아니라 그냥 미련한 거야.’
그 사이사이에는 사람들의 비난도, 포기를 종용하는 말도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이를 꽉 물고 버텼다.
실패자로 기억될지언정 포기자로 남고 싶지 않았다.
남들의 인정이 뒤따르지 않을지언정 자신만큼은 자신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버텨온 세월.
드디어 그 둔재의 신체에는 재능이 깃들었다.
그의 발을 묶던 족쇄가 풀어 헤쳐지고 등 뒤로 돋구친 날개는 더없이 웅장했다.
긴 그림자의 시간 동안 쌓아 올린 경험과 일깨워진 재능이 어우러져 폭발하듯 비상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이태준이다.
가히 광폭적이라 말할 수 있는 성장세와 행보.
둔재에서 천재가 된 그 사내는 보편적인 천재들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저력을 갖추게 되었다.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아아! 이번에 헛스윙! 이태준이 순식간에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빼앗아 냅니다!」
「조세프 매키니. 어찌 된 일일까요? 타이밍이 계속 늦습니다. 이건 지금 힘에서 밀리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무력으로는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 조세프 매키니일 텐데요. 이태준에게는 그 위용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겪어온 시련의 무게. 그 차이는 아주 단편적인 승부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마치 자신이 바다의 왕이라 생각했던 백상아리가 범고래를 맞닥뜨린 것처럼.
조세프 매키니는 분명 힘 싸움에서 밀리고 있었다.
‘구속과 구위가··· 상정했던 것 이상이다···!’
이태준의 속구는 이제 엄연히 강속구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최고 100마일까지도 기록됐고, 평균적으로 98마일 정도로 형성된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괴물들이 한 데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이태준의 속구는 빠른 축에 속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193cm에 달하는 긴 신장에 유연함까지 고루 갖춘 이태준의 역동적인 투구 폼은 긴 딜리버리를 이룩했고, 릴리스 포인트는 메이저리그 모든 투수를 통틀어서 홈 플레이트에 가장 가깝게 형성되어 있었다.
즉, 체공 거리 자체가 짧다는 것. 그렇기에 전광판을 통해 확인되는 구속보다 체감 속도는 훨씬 더 빠르다.
거기에 공에 감기는 RPM(분당 회전수)도 리그 수위(首位)급인 데다가 수직 무브먼트도 강하게 형성된다.
하물며 제구력은 가히 독보적인 경지였다.
천하의 조세프 매키니마저 등줄기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게 정도로.
그리고 지금, 조세프 매키니의 감정의 변화는 메츠 배터리의 시야에 포착됐다. 리암 쿠퍼도 이태준도 그것을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리암 쿠퍼는 그 즉시 사인을 보냈고, 이태준도 입꼬리를 희미하게 끌어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조세프 매키니는 2스트라이크 이후 타격 존을 좁히는 타자. 승부욕도 강하고 다혈질일 것 같지만, 조세프 매키니는 타석에서 침착함이 더욱이 돋보이는 타자. 긴장될수록 자신의 매뉴얼을 더욱이 확고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어떠한 타격 방식을 취하는 타자인지. 그리고 타석에서 어떠한 자세로 임하는 타자인지를 명확하게 분석한다. 그것으로 상대를 어떻게 사냥해야 하는지를 빠르게 파악한다.
‘승패의 열쇠는 보더 라인을 공략할 수 있느냐 없느냐.’
물론, 강한 상대인 만큼 공략 방법도 쉽지 않다.
애초에 공략 방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조세프 매키니가 3할 타율에 4할 출루율, 38개의 홈런을 때려낸 것.
하지만 조세프 매키니는 절대로 천애의 요새가 아니다. 열 번 타석에 선다면 여섯 번의 아웃을 헌납하는 타자. 애초에 야구의 신이 속세에 강림한 것이 아니고서야 열 번의 타석에서 모두 성과를 내는 타자는 없다.
즉, 완벽한 투구 앞에서 완벽함을 유지하는 타자는 없다.
퍼어어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우우우웃!!!”
바로 지금처럼.
「조세프 매키니 제자리에서 꼼짝 못 하며 삼진! 이태준의 커브가 바깥쪽 낮은 코스의 보더 라인을 아주 절묘하게 걸치며 들어갔습니다!」
「저런 공은 못 치죠. 혹여 건드려봐야 좋은 타구가 나올 리가 만무합니다. 차라리 안 건드리는 게 더 나은 판단이었을 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죠.]
자신의 타격 존을 좁힌 상황에서 다른 구질도 아니고 현존하는 구질 중 가장 큼지막한 궤적을 지닌 커브 볼이 보더 라인을 걸쳐 들어가는 것은 말 그대로 빈틈을 꿰뚫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정도였다고···.’
속구도 대처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닌데 오프 스피드마저 이런 궤적과 이런 제구로 들어와 버리니··· 조세프 매키니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어느새 그의 마음속 이태준을 향한 시선엔 높다란 벽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백상아리와 범고래의 싸움.
단순 무력의 차이에서도 쉽지 않았을 그 싸움이 지력의 범주로 치달아 갔을 때 승산은 밑을 향해 한없이 고꾸라진다.
지금 조세프 매키니가 느끼는 감정은 그러한 감정.
양키스의 드높은 자긍심이 한껏 서린 양키 스타디움에서.
다른 팀도 아닌 같은 연고지를 쓰는 라이벌 팀 뉴욕 메츠에게 스윕 시리즈를 내어주는 수모는 반드시 막아야 했던 오늘의 경기.
조세프 매키니의 낯빛엔 그림자가 어둑하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흠씬 두들겨 맞기 전까지는.’
언젠가 굉장히 유명한 복서가 남겼던 그 말이 떠오르는 경기 양상이었다. 양키스에게도 나름의 계획 정도는 있었다.
문제는 상대가 상식을 넘어선 투수였기에 얄팍한 계획은 쉬이 무너져내린다는 것.
딱-!!!
「이번에도 타구는 높이 솟아오릅니다! 하지만 멀리 뻗지 못합니다! 유격수 바스티안 로메로! 낙구 지점을 포착한 뒤 여유롭게 잡아냅니다! 아웃! 1회에 이어 이번에도 삼자 범퇴! 이닝을 빠르게 종료하는 이태준! 경기는 3회로 넘어가겠습니다!」
이태준은 그런 상대였다. 마운드 서 있을 때는 가히 천애의 요새였으며,
따아아악-!!!
「이번에도 타구는 우중간을 깔끔하게 갈라냅니다! 장타 코스! 1루에 있던 주자는 2루 넘어 3루! 3루를 넘어! 홈으로!!! 들어옵니다! 또 한 번의 득점! 메츠가 2점 차로 달아납니다! 그 사이 타자 주자는 2루까지! 메츠의 활로를 계속해서 뚫어주는 건 오늘도 이태준입니다!」
타석에서는 적재적소에서 기어코 활로를 뚫어내는 용맹한 선봉장이었다.
「저 타자를 누가 과연 직전 이닝에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던 투수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이지 경이로운 경기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이름 드높은 오타니 쇼헤이도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 뉴욕 양키스는 단 한 사람. 이태준에게 철저하게 가로막히고 있습니다!」
가히 단신으로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스윕 시리즈를 앞둔 양키스 벤치에 드리운 암운은 점점 더 그 색이 짙어져만 갈 뿐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이태준이 이번에는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 지으면서 1회, 2회에 이어 4회까지 삼자 범퇴! 열두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합니다!」
「도저히 흔들리는 기색이 없습니다. 구속, 구위, 커맨드. 무엇 하나 흔들리는 게 없어요.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인공 지능이 타자를 잡아내기 위한 최적의 공을 던지는 것만 같습니다.」
4이닝 무실점 7K 무피안타 무사사구.
투구 수 39구.
내용도 결과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했다.
[<4회 초> 뉴욕 메츠 3 : 0 뉴욕 양키스]반면에 점점 더 벌어질 뿐인 점수 차.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았다. 정말로 심상치 않았다. 이대로 가면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
빠드득-!
서서히 감돌기 시작하는 무력감. 삼진을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조세프 매키니는 이를 빠득 갈았다.
그러고는 메츠 관중들의 환영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태준을 지긋이 응시했다.
‘가만히 관망하고 있으면 무조건 진다. 그렇다면···.’
메츠의 중심은 여전히 이태준이다. 그 중심을 꺾어야만 한다. 조세프 매키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경기는 5회 말.
양키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은 상태였다.
스코어는 3 대 0. 여전히 메츠가 3점 앞서 나가고 있었으며, 이태준은 5회에도 삼자 범퇴 이닝. 오늘 뉴욕 양키스는 이태준에게 단 한 명도 출루를 성공하지 못했다. 분위기는 완전히 메츠 쪽으로 넘어간 상태였으며,
“이태준! 이태준이다!”
“좋아! 이태준! 이번에도 한 방 부탁해!”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이태준이 타석 위로 올라섰을 때 메츠의 관중석은 또 한 번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번 뉴욕 더비에서의 주인공은 단연 이태준이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한 경기 4도루, 쐐기를 박는 3점 홈런, 합쳐서 일곱 번의 출루를 성공시키는 등 팀의 승리를 이끌었으며,
오늘 경기에서도 투수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모습, 그리고 타석에서도 두 타석을 나와 1타점 2득점. 오늘 메츠가 기록한 모든 점수에 관여했다.
만약 오늘 경기, 메츠가 승리를 거둔다면 수훈 선수는 이미 떼어 놓은 당상과 다름이 없는 선수가 타석에 올라왔기에 메츠의 관중들은 1사 1루. 평범한 상황이었음에도 격한 환영과 기대를 그라운드 위로 흘려보냈다.
「이태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메츠 관중석의 분위기가 요동치는 것은 이곳 중계석까지도 아주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하하, 그렇습니다. 그만큼 이태준 선수가 메츠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봐야겠죠. 반면에 양키스의 선수들과 관중석의 분위기는 사뭇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지금 타석에 선 타자는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거든요.」
그 순간, 양키스의 선발 투수 러셀 클레이는 조세프 매키니의 사인을 받고는 난처한 표정을 슬며시 흘리더니 이내 옅은 한숨과 함께 표정을 굳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러셀 클레이의 손을 떠난 그 공은···
‘······!’
이태준의 머리 위로 솟구쳤고, 이태준이 고개를 숙이며 피하자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갔다. 피하긴 피했지만··· 방금 공은 의도가 다분하게 느껴졌다. 이태준은 헛웃음을 흘린 뒤 이렇게 읊조렸다.
“하, 씨발···.”
물론 조세프 매키니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를 것이다. 그야 일부러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말했으니까.
하지만, 전 세계 존재하는 모든 욕설이 그러하듯 뉘앙스와 악센트만으로도 그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조세프 매키니도 되레 강하게 나갔다.
“뭐? 이봐, 너!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사람 머리로 공을 던져놓고 이런 태도를 일관하는 것은. 엉덩이나 등 쪽으로 날아왔다면 백번 양보해서 이해해줄 수 있었겠지만. 머리 쪽은 명백하게 선을 넘은 행동.
“매키니. 네 자긍심은 고작 그 정도 가치였나?”
이태준도 그 순간만큼은 참지 않았다. 어느새 관자놀이에 새겨진 십자 혈관이 비죽하고 튀어나오는 듯했다.
“뭐 인마? 너 뭐라고 그랬어?”
이윽고 조세프 매키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태준을 향해 눈을 부릅뜨며 외려 성을 내던 그 순간.
“비겁한 양키스 녀석들아! 얘들아 뭐하냐!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냐!”
메츠 더그아웃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일제히 그라운드 위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