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65)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65화(165/210)
165화. 나는 놈 위에 더 높게 나는 놈 (3)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그라운드는 어느새 양키스와 메츠의 선수들이 한데 얽히고설킨 상황. 특히 몇몇 선수가 앞으로 나서서 더욱이 열을 올렸다.
“저 새끼! 저거 분명 일부러 맞추려 한 거야! 매키니! 너는 동업자 정신도 없냐?”
그중 한 사람은 벤자민 마카키스. 이틀 전 선발 투수로 나섰기에 오늘 경기 로스터에도 이름이 빠져 있었으며, 심지어 더그아웃이 아닌 불펜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던 그는 굳이 그라운드 위로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됐지만, 그럼에도 뒤늦게 벤치 클리어링에 합류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자, 리, 너는 잠깐 빠져 있자. 네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혹여 페널티라도 받으면 큰일 나니까.”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하자마자 신속히 달려온 리암 쿠퍼는 이태준을 뒤편으로 옮겼다. 그렇게 이태준은 벤치 클리어링에서 잠시 빠지게 됐고, 나머진 동료들의 몫.
“이 자식들아! 너희들은 기본적인 매너라는 걸 지킬 생각조차 없는 거야? 양키스의 자긍심은 이제 뭣도 없는 거야?”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과거보다 벤치 클리어링 상황을 가급적이면 줄이자는 경향이었겠지만,
선발 투수를 향한 빈볼은 야구계의 수많은 불문율 중 최상위권으로 금기시되는 사항.
심지어 그 대상은 에이스 투수였다.
만약 이태준이 민첩하게 피하지 않았더라면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상황.
당연하게도 메츠의 벤치는 이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았다.
코치, 감독도 선수들과 함께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그라운드 위로 뛰쳐나왔다.
“당신들 미쳤어? 지금 이게 제정신으로 할 짓이야?”
그 사이 메츠의 감독 이찬열은 정말 이례적인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이 짐승 같은 새끼들! 천하의 쌍놈 새끼들!”
나이가 조금 있기야 하지만, 선수 출신이었던 터라 체급 하나만큼은 여타 메이저리거에 꿀릴 것이 전혀 없는 이찬열은 벤치 클리어링의 중심에 서서 그들은 온전히 알아듣기 어려운 언어를 뇌까렸다.
이 또한, 메이저리그의 팬들에겐 다소 색다른 장면이었다.
[<5회 말> 뉴욕 메츠 3 : 0 뉴욕 양키스]ㄴ오, 세상에··· 이찬열이 저렇게까지 불같이 화내는 모습은 처음 봐
ㄴ에이스 투수가 타석에서 머리로 향하는 빈볼을 맞을 뻔했는데 가만히 좌시하는 감독이 머저리인 거 아냐? 이번 건 양키스가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었어!
ㄴ게다가 이태준은 이찬열의 아들이잖아? 분노가 들끓는 건 당연한 반응이야.
ㄴ허, 고고한 양키스도 이제 옛말이네! 양키스는 최악의 수를 던졌어!
ㄴ아무리 불문율이 흘러간 문화라지만 기본적으로 지킬 건 지켜야 하는 거 아냐? 지금 양키스는 기본을 지키지 못했어.
동시에 이찬열의 분노를 긍정했고 기본을 지키지 않고서 최악의 수를 던진 양키스를 향한 야유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
벤치 클리어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어가는 시점. 심판은 상황을 중재했고,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당장 경기 내적으로의 징계는 최소화하고자 했다.
그렇게 이 게임에서 두 명의 인물만이 이탈하게 됐다.
먼저 상대 팀의 선발 투수에게 빈볼을 던진 양키스의 선발 투수 러셀 클레이는 즉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예컨대 추후의 징계 또한 뒤따를 예정이었을 것.
동시에 격앙된 모습을 보인 이찬열 감독도 퇴장 명령을 받았다. 방금의 분노는 애초에 퇴장을 불사하며 표출했던 것이기에 이찬열은 심판의 신호에 별다른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오늘 경기. 반드시 이겨라. 반드시 저 거만한 녀석들의 콧대를 짓밟아라.”
그렇게 메츠 선수단에게 승리를 종용한 뒤 벤치를 떠나갔다.
그런 상황 속, 이태준과 조세프 매키니는 각각 타석과 홈 플레이트. 본인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
고의성이 지극히 다분한 빈볼.
다행히 피하기야 했지만 분명 위험한 상황이었다.
예컨대 절정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자신의 기세를 꺾고자 하는 이유였을 것이다.
‘······.’
그러한 저열한 의도가 선명하게 느껴졌기에 이태준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표정은 한없이 침착했고, 그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면 오히려 차분함이 찾아온다고. 딱 그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오··· 내가 태준이의 야구를 관찰한 것도 꽤 오랜 이야기인데 이렇게까지 분노에 찬 모습은 또 처음이네.]그런 태준의 모습 또한 제법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그간의 이태준이 야구를 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제보다 더 나아지고자 하는 향상심이었지 누군가를 향한 적개심과 호승심이 아니었으니까.
그러한 감정이 차오르는 것은 드래곤스에서 방출된 후. 그간 자신을 향한 무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드래곤스 2군 선수들과의 맞대결에 이후 처음이었다.
심지어 그때보다 분노의 감정은 더욱이 드세게 들끓어 오르는 듯했다.
그런 태준의 다소 이례적인 면모에 두 스승, 로건 라이트와 테드 윌리엄스는 그다지 걱정을 두지 않았다.
[이런 경험도 나쁘지 않지. 누군가를 향한 호승심만큼 강한 원동력이 또 없거든. 내 선수 시절도 늘 그랬지. 날 물 먹이려는 기자들과 내가 망하길 바라는 안티 팬들이 보는 앞에 서면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거든. 뭐···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치기 어린 혈기였긴 하지만 분명 도움이 됐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그리고 태준이는 아직 창창할 때니까. 어느 정도 호승심을 갖는 것도 썩 괜찮은 경험이 될 거야.] [동의하는 말이야. 호승심은 꽤 중요한 감정이지. 애초에 야구의 본질은 투수와 타자의 싸움이니까. 상대 투수를 꺾어버리고 싶은 마음, 상대 타자를 꺾어버리고 싶은 마음. 꽤 중요하지. 물론, 테드 너처럼 언론과 일부러 척을 지면서 싸우는 건 네 말마따나 너무 치기 어린 행동이고.] [흐흐, 그건 맞지.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그들도 유령이 되기 전 한때 그라운드 위를 호령했던 야구 선수들. 차가운 분노, 호승심이라는 감정이 야구에 제법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또한, 자신들이 봐온 이태준이라는 선수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 두 스승의 예상은 아주 정확하게 적중했다.
따아아악-!!!
이태준은 고작 위협구 따위에 위축될 풋내기가 아니었다.
차갑게 식은 머리는 오히려 사고의 흐름을 더욱이 첨예하게 벼려냈고, 전신의 힘을 가용한 스윙은 투수의 공을 추적하는 데 있어 오차를 허락하지 않았다.
호쾌한 풀 스윙 이후 전신이 완벽히 돌아간 이태준은 왼쪽 무릎을 굽혔다. 그리고는 타구를 바라봤다.
「2-2의 볼카운트 5구째 오른쪽 담장! 하늘 높이! 이 타구는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양키 스타디움을 빠져나갑니다! 홈런! 호옴런! 이태준의 장외 홈런! 이태준의 장외 홈런이 지금 이 순간! 터져 나옵니다!」
「살짝 몰리는 공을 마치 노리고 있었다는 듯이 힘껏 잡아당겼고, 타구 속도와 타구의 비거리는 가히 파괴적이었습니다. 이태준 선수 본연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그런 홈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위협구, 일련의 벤치 클리어링. 잠시간의 소동 이후 터져 나온 끝내주는 장외 홈런.
이후 타석에서 방망이를 치켜세운 뒤 잠시 타구를 감상하던 이태준은 타구가 장외로 넘어간 것을 확인하자마자 얼굴에 흡족한 미소를 씨익 그려 넣더니 이내 방망이를 호쾌하게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3루 측 관중석을 향해 검지를 척! 하고 치켜들었다.
“GO! 리! GO! 리! GO! 리! GO! 리!”
이에 메츠의 관중석은 들썩였고,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함성으로 자신들의 영웅을 맞이했다.
[<5회 말> 뉴욕 메츠 5 : 0 뉴욕 양키스]그 순간만큼은 점수 차이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방금의 끝내주는 홈런을 때려낸 장본인이 이태준이라는 사실.
아무런 과실 없이 빈볼을 맞을 뻔한 자신들의 에이스 투수가 때려낸 장외 홈런이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순간.
ㄴ이게 이태준이지! 하하! 내 여태 야구를 30년 넘게 봤지만, 지금처럼 짜릿한 홈런은 처음인 것 같아!
ㄴ아주 쓰레기 같은 빈볼 이후에 보란 듯이 때려내는 장외 홈런··· 이태준은 역시 낭만을 아는 선수다!
ㄴ이런 모습을 거듭해서 보여주는데 우리가 어떻게 이태준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XD
저마다의 사정으로 양키 스타디움을 찾아오지 못해 실시간 중계를 통해 이태준의 홈런을 지켜본 메츠의 팬들도 온라인 세상의 힘을 빌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또한, 뉴욕으로부터 이역만리 떨어진, 이태준의 고국에서도 기쁨의 목소리를 드높였으니.
ㄴ캬~~~! 정의구현 미쳤고요! 이태준 판사님 미국 가서도 열일하시네~ ㅋㅋㅋ
ㄴ다시는 갓태준에게 기어오르지 말지어다···.
ㄴ이태준은 신이고 신이 곧 이태준이다···!
ㄴ신 : 네? 이태준이 야구의 신이라고요? 제가 하늘의 이태준인데요?
ㄴ리얼 ㅋㅋ
모두를 환희에 취하게 만드는 통쾌한 장외 홈런.
조금씩 조금씩 양키 스타디움의 장엄함은 이태준 앞에서 무너져 내려가고 있었다.
***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동물이다.
따라서 감정을 이성으로 얼마나 잘 다스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인간사 모든 일에 상당히 중요한 능력이다.
그리고 이태준은 그 능력을 타고났고, 부단히 갈고 닦은 선수였다.
보복구 뒤에 터져 나오는 장외 홈런. 보는 이들도 흥분의 도가니로 이끈 짜릿한 홈런일 텐데 그 홈런을 때려낸 장본인은 어쨌겠는가?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듯 터져 나와 다소 격앙된 상태로 젖어 들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도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태준은 그런 상황에서도 감성이 이성을 앞지르지 않았다.
타석에서는 오로지 배터리의 심리를 읽어내 투수의 공을 공략할 생각에 집중하고,
마찬가지로 마운드 위에서는 타자의 심리와 매뉴얼을 빠르게 분석한 뒤 그것을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투구를 도출하고 던지기 위한 과정에 집중으로 오롯이 쏟아낸다.
지금도 그러했다. 아주 짜릿한 홈런을 때려낸 직후의 이닝. 아직 그라운드 위에 들끓는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시점.
이태준의 표정은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고, 싸늘한 것을 넘어서 창백함이 느껴질 정도로 차가웠다.
도저히 직전 이닝에서 그런 홈런을 때려낸 타자라는 생각이 들지 못할 만큼이나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그러한 면모는 양키스의 타자들에게도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까지 이성적이고 냉철할 수 있는가?
지금 저 모습이 애써 연기하는 것이 아닌 본연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저런 존재를 과연 인간이라 규정할 수 있겠는가?
‘젠장, 심장이 어떻게 된 녀석인 거야? 정말로 기계를 상대하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
그렇기에 양키스 선수들은 생각했다. 저 모습은 진짜가 아니다. 지금 이태준은 애써 흥분을 갈무리하고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다. 저런 건 진짜일 리가 없다··· 라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태준이 마운드에서 힘껏 흩뿌리는 공은 그것이 연기가 아닌 진짜임을 증명하는 그 무엇보다 명명백백한 증거였으니.
슈우우우웅-!!!
퍼어어엉-!!!
“스투우우라이크!!!”
제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보더 라인에 정교하게 걸쳐 들어가는 이태준의 투구는 양키스의 타자들로부터 짙은 탄식을 잡아다 끌어냈다.
따악-!!!
“아웃!!!”
그런 상황 속, 타자들이 도출할 수 있는 결과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 플레이 타구.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혹은 삼진.
두 가지뿐이었다.
5회에 이어서 6회에도 이어지는 삼자 범퇴 이닝. 어느덧 열여덟 타자를 연달아 범타를 잡아냈다.
그리고 7회 말. 이제는 슬슬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 어떻게 해서든 저항을 해야만 했던 상황.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런 순간이 찾아왔음에도 이태준의 이성은 변함없이 강고했다.
게다가 구속, 구위, 제구, 변화구의 무브먼트 등등. 무엇 하나 1회 때와 차이가 없는 듯했다.
「이태준이 7회에 들어서자마자 연속 삼진으로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2개를 쌓아 올립니다! 어느덧 13탈삼진! 오늘도 이태준은 투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자! 그리고, 오늘 경기 어쩌면 양키스에겐 수모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를 승부가 펼쳐집니다. 조세프 매키니가 오늘 경기 세 번째 타석에 오릅니다.」
「앞선 타석에서는 각각 3구 삼진과 내야 팝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었는데요. 과연 조세프 매키니는 세 번째 타석에서만큼은 다른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그 행방은 예컨대 이 승부에서 마침표를 찍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 속, 타석에 들어서는 이는 조세프 매키니.
그는 고개를 여전히 빳빳이 세운 채 자세를 다잡았다.
‘매키니···.’
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일순 태준의 눈빛에 일렁이던 불꽃은 조금 더 선명해졌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끓어오르는 호승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하지만 태준은 그 호승심을 애써 갈무리하지 않았다.
거만한 조세프 매키니를 최후의 최후까지 압도해내기 위한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서.
이윽고 리암 쿠퍼의 신호와 함께 태준은 수중에 넣고서 굴리던 로진백을 마운드 위로 툭 떨어뜨린 뒤 자세를 다잡았다.
예컨대 지금 던지는 공은 분명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선이리라.
“흐읍-!!!”
그런 마음으로 짧은 외마디 기합과 공을 흩뿌렸고,
슈우우우우웅-!!!
바람을 맹렬하게 찢어내는 그 공은.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투우라이크!!!”
그대로 조세프 매키니의 방망이를 헛돌린 채 리암 쿠퍼의 미트 속으로 꽂혀 들어갔다.
승부의 시작을 알리는 초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