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66)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66화(166/210)
166화. 나는 놈 위에 더 높게 나는 놈 (4)
야구판에서 벤치의 리더, 감독의 퇴장은 꽤 흔한 일이다.
주된 이유라 한다면, 잘못된 심판의 판정 혹은 상대 팀의 동료 의식을 잃어버린 듯한 과격한 플레이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다가 당하는 퇴장이 있다.
물론 그 목적은 자팀 선수가 주눅 들거나 위축될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선수단에게 고양감을 심어주기 위함.
방금의 이찬열이 그러했다. 경기장에서 퇴장을 당한 직후 퇴근하지 않고 감독실에 남아있던 이찬열은 그곳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운드 안팎에서는 쫓겨났다고 한들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으니까.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혹여 피어날지 모를 변수를 대비하고 있었다.
“허허, 이찬열 감독님이 그렇게까지 열을 올리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뉴욕 메츠의 단장, 윌리엄 파커도 함께하고 있었다. 시티 필드의 단장실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그는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하고서 이찬열 감독이 심판으로부터 퇴장을 조치 받은 그 즉시 양키 스타디움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애초에 양키 스타디움에서 시티 필드까지의 거리는 고작 11km.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고척 스카이돔까지의 거리보다 가까운 거리였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으며, 윌리엄 파커 단장은 원체 뉴욕 더비가 있을 때 양키 스타디움을 자주 찾던 단장이기도 했다.
“흐흐, 그야, 그 상황에서 필요한 행동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화가 나기도 했고.”
그런 상황 속, 감독 이찬열과 단장 윌리엄 파커는 잠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난 순간을 되짚었다.
“아마 메츠의 감독 자리에 누구를 앉히든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불문율이라는 게 옛 문화라지만, 상대의 위험한 플레이에 에이스 투수가 다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크게 성을 냈을 겁니다.”
“하지만 감독이 직접 선두에 나서서 몸싸움에 참여하는 경우는 많이 없죠.”
“하하, 그런가요. 그렇다면, 반은 진심이었고 반은 의도했던 바로 쳐 두죠.”
이찬열 감독은 자애롭다고 말할 것까지는 없지만, 비교적 선수들을 크게 다그치고 흥분하는 유형의 인물은 아니었다. 심판에게 항의할 때도 나름 신사적인 태도를 일관하던 인물. 직접적인 분노의 표출보다 부당함을 겪은 선수를 따로 불러 대회를 통해 격려를 전달하는 유형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방금의 벤치 클리어링에서는 분명 평소와 다른 면모를 보였다. 다소 격앙된 상태로 양키스의 벤치를 향해 부당함을 외쳤다. 이후 퇴장 명령을 받고서 메츠 관중들의 응원과 함께 경기장 밖으로 나서려는 순간까지도 양키스의 선수들과 벤치를 향해 큰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이찬열의 말마따나 진심으로 화가 났기에 그런 것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의도와 계산이 내포된 분노였다.
“태준이의 각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었거든요. 거기에 감독이기 이전의 아버지가 보이는 분노는 분명 큰 자극제가 될 수 있었겠죠.”
방금의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던 것은 양키스의 배터리가 이태준을 향해 빈볼성의 투구를 던진 것이 그 이유였다.
예컨대 이대로 무력하게 쓰러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양키스 배터리의 발악이었으리라.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이태준의 붕괴. 메츠의 중심인 그를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승산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일 터.
그렇기에 그들의 의도를 완벽하게 타파하기 위해선 이태준의 활약은 더욱이 필요했다.
“태준이는 욕심이 상상 이상으로 강한 녀석이에요. 세상에 지기 싫어하는 야구 선수가 어딨겠냐만 간절함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해야 할까요? 타고나길 그렇게 태어났고. 또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가르쳐 왔고. 또 그런 환경에 놓여 있었거든요.”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이찬열 감독은 그 누구보다 이태준이라는 선수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감독. 어떠한 행동을 취했을 때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아마 방금 같은 상황은 태준이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을 상황이겠지만, 제법 강한 자극이 됐을 겁니다. 그리고 느꼈을 거예요. 상대가 자신을 많이 경계하고 있다는 걸. 저는 감독으로서 그 자극을 더 강하게 줄 필요성을 느꼈던 거고요.”
이태준은 타고나길 승부사로 태어났다. 적절한 자극은 그를 위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이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것이 이찬열이 보는 자신의 첫째아들 이태준.
“이태준 선수에 대한 믿음이 상당히 강하시네요.”
“그럴 수밖에 없죠. 태준이를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아마 다 같은 반응일 겁니다.”
오랜 시련을 딛고 끝끝내 정상 위로 올라선 이태준을 향한 믿음은 굳건했다.
“아마 태준이는 어떤 시련이 와도 이겨낼 거고 끊임없이 성장할 겁니다. 그런 선수를 감독으로서 만날 수 있게 된 건 크나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곁에서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에 단장, 윌리엄 파커에게 은연하게 바람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 제대로 폭등 중인 이태준의 가치. 예컨대 이태준은 메이저리그 모든 팀의 관심을 받고 있었을 터.
“흐흐, 아쉽게도 그건 확답은 못 드리겠네요. 워낙에 비싼 몸인지라.”
애석하게도 윌리엄 파커는 이태준의 잔류를 확정 지을 수 없었다. 지금도 이태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으니까.
“하하하, 그런가요? 그거 아쉽게 됐군요.”
다만 그것은 아버지로서 기쁜 일이었기에, 이찬열은 윌리엄 파커 단장의 애매한 대답에도 호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뭐, 그래도 적어도 올 한해는 태준이와 함께할 수 있으니···. 덕분에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윽고 흐뭇한 시선으로 화면 속 아들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많은 시련이 겹쳤고, 그럴 때마다 아버지로서 해주지 못한 게 너무도 많았지만, 끝내 이겨낸 아들.
참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그렇기에 믿음의 불씨는 더욱이 거세게 타오른다.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그리고 그 선수는 지금, 믿음에 부응해 나아가고 있었다.
***
아무리 고고함을 자랑하는 건물일지라도 기둥, 혹은 구심점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건물 자체가 무너지고 만다.
그것은 야구와 같은 팀 스포츠에 빗댈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여느 팀이던 구심점 역할을 이행하는 에이스는 존재한다.
뉴욕 메츠에서는 이태준이 그 역할을 이행하고 있었고,
뉴욕 양키스는 조세프 매키니가 그러한 역할을 이행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둘은 본능적으로 느낀다. 팀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선 본인이 게임을 주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조세프 매키니는 판을 뒤집기 위해 무리수를 던졌고,
이태준은 그 무리수에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판을 지켰고, 승기를 더욱이 단단히 굳혔다.
지금이 그러한 순간이었다.
「스트라이크! 연속 헛스윙! 이태준 선수가 볼 카운트를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빠르게 잡아냅니다! 이제 볼 카운트 노볼 투스트라이크! 이태준이 조세프 매키니와의 세 번째 승부에서까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합니다!」
「이 승부가 세 번째 승부이기도 하고, 이닝도 어느 정도 쌓여가는 시점이기에 어떻게 보면 타자 쪽으로 타자에게 유리할 수도 있는 승부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역시 이태준은 예외의 선수인 듯싶습니다. 그 조세프 매키니를 여전히 구위로 압도하는 모습입니다!」
포지션은 제하고 타격 실력으로만 놓고 봐도 아메리칸 리그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안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타자, 조세프 매키니.
특히 양키 스타디움에서는 0.331의 타율과 23개의 홈런을 때려냈을 정도로 극강의 면모를 보여주던 타자.
그리고 지금, 그런 타자가 철저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심리전에서도.
체급 싸움에서도.
이태준은 시종일관 한 수 위의 모습으로 승부를 주도해 나아갔으며,
이제 그 승부의 끝에 도달했다.
조세프 매키니가 놓인 곳은 절벽의 끝자락.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상황.
바꿔서 말하면, 이태준 측에서 충분히 여유를 갖고서 승부에 임할 수 있던 상황.
하지만,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이태준은 승부를 이 이상으로 늦출 생각이 없었다.
슈우우우우웅-!!!
이태준의 손끝을 떠나간 공은 별다른 포물선 없이 리암 쿠퍼가 미트를 가져다 댄 곳으로 쭉 뻗어 나가는 궤적을 그린다. 그것은 분명 속구의 궤적. 거기에 코스는 몸쪽 깊은 코스. 스트라이크 존 안팎.
이태준의 제구를 생각한다면, 방망이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공.
볼 카운트는 투스트라이크까지 내몰린 상황. 조세프 매키니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게다가 좌완 투수인 이태준이 던진 공의 궤적은 우타자인 조세프 매키니의 시야로 확인할 때 그의 타격 존 안팎으로 들어온 공이었다.
부우우웅-!!!
그렇기에 고민은 없었다. 주자 없는 2아웃의 상황. 상대 투수가 이태준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여기서 단타는 의미가 없다. 무조건 장타를 노려야만 하는 상황. 조세프 매키니도 이태준의 투구에 맞춰 방망이를 크고 강하게 회전시킨다. 풀스윙.
아무리 이태준의 구위라 할지라도 그 스윙에 직격당한다면 결과를 알 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스윙이라 한들 의미가 없다.
퍼어어엉-!!!
이태준의 위닝샷은 세 번째 승부에서까지 조세프 매키니의 스윙이 지녀야 할 의미를 말끔하게 지워버렸다.
스트라이크 존 안팎을 향해 강하게 맹진하던 그 공은 조세프 매키니의 방망이를 뚫어내고서 그대로 리암 쿠퍼의 미트 속으로 쑤셔 박혔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결과는 3구 삼진.
조세프 매키니는 결국 세 번째 승부에서까지 이태준을 넘어설 수 없었다.
[101.1mile/h]그 순간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은 무려 101.1마일. 약 ‘162.5km/h’.
이태준은 이번에도 힘 대 힘 싸움에서 조세프 매키니를 꺾어버렸던 것.
「삼진! 3구 삼진! 조세프 매키니는 오늘 이태준 앞에 너무도 무력했습니다! 오늘 경기 열네 번째 삼진! 7이닝째 투구를 이어갑니다! 이제 이태준에게 남은 이닝은 단 두 이닝, 여섯 개의 아웃 카운트뿐입니다!」
7이닝 무실점 14탈삼진
무피안타 무사사구
투구 수 70구
그야말로 완벽한 성적표를 유지한 채 이태준은 7회 말의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지금 메츠의 불펜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한산했다.
8회와 9회.
그것은 오롯이 이태준이 감당해야 할 이닝이었기 때문이었다.
***
메이저리그의 수많은 불문율 중 하나. 그것은 선수가 이룩해가는 기록을 굳이 입 밖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미국의 해설 위원들은 굳이 이태준의 기록을 언급하지 않았고,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문화는 다르다. 기록에 대한 언급을 쉬쉬해야 한다는 불문율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기록을 앞둔 상황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앞장서서 언급했으니.
[이태준, 7회까지 퍼펙트!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퍼펙트게임 달성하나?] [이태준, 9년 만의 메이저리그 퍼펙트게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기자들은 5~6회 즈음부터 매 이닝이 종료될 때마다 이태준이 퍼펙트게임에 도전하고 있음을 알리는 기사를 작성하여 온라인 세상 위로 퍼뜨렸고.
ㄴ속보) 이태준 7회까지 퍼펙트! 이제 남은 이닝 2이닝!!!
ㄴ야야 설레발 떨지마; 아직 2이닝 남았음;
ㄴ너 아직 이태준 경기 덜 봤구나···? 이태준은 한다면 한다!
ㄴ슈퍼 코리안 이태준! 아시아인 최초 메이저리그 퍼펙트게임 드가자~~~~!!!!
국내 야구와 관련된 커뮤니티와 SNS는 모두 이태준의 퍼펙트게임에 관한 이야기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뻗어 나가고 있던 상황.
그런 상황이었기에 이태준이 던지는 공 하나하나의 그들은 크게 일희일비했다.
따아악-!!!
ㄴ아! 안 돼 씨발! 아!
ㄴ어후, 다행이다! 파울이다! 파울!
ㄴ야, 눈치 없이 공 건드는 거 뭔데 ㅡㅡ 빨딱빨딱 삼진당해주고 들어가라!
혹여 파울 타구라도 만들어지는 순간, 그들은 비명을 지르다시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한 뜨겁게 달궈진 팬들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최고의 묘약은 역시.
부우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우우웃!!!”
삼진이었다.
ㄴ캬! 이거거든~~!!! 갓태준 삼진 나이스다!!!
ㄴ제엔장~! 믿고 있었다구!!!
ㄴ남은 아웃 카운트도 속전속결로 아웃 드가자~~~!!!
8회 말.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낸 이태준의 행보는 여전히 거침이 없었으니.
따악-!!!
“아웃!!!”
따아악-!!!
“아우웃!!!”
남은 2개의 아웃 카운트도 빠르게 범타로 묶어버리며, 이제 경기는 9회로 넘어갔으니.
이태준의 메이저리그 첫 퍼펙트게임.
남은 아웃 카운트는 이제 3개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