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68)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68화(168/210)
168화. 빠름의 미학 (1)
양키 스타디움의 단장실. 그곳에서 한 중년의 사내가 경기를 지켜보며 한 손으로는 팔짱을 끼고 한 손으로는 턱을 스윽 쓸어내렸다.
뉴욕 양키스의 현 단장, 데미안 라일리였다.
“이태준···.”
양키스의 단장으로 부임하게 된 지도 어느덧 3년 정도가 흐른 그는 이번 스토브 리그에서 이태준에게 가장 먼저 접근했던 단장이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더욱이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던 뉴욕 메츠가 이태준을 낚아챈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그리고 이태준을 놓친 대가가 지금 양키 스타디움 위로 펼쳐지고 있었다.
스윕 시리즈. 그리고 퍼펙트게임. 2041 시즌의 첫 뉴욕 더비는 이태준 한 사람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혔다. 농락당했다는 표현도 썩 어울리는 듯했다.
“우리의 제안은 분명 메츠의 제안에 밀릴 것이 없었다. 첫 제안은 3500만 달러였지만, 더 높게 부르면 액수를 맞춰줄 생각도 있었고, 원한다면 언제든 장기 계약으로 전환해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었다.”
분명 양키스는 성의를 다했다. KBO보다 명확히 우위의 레벨이라 평가되는 NPB에서 몇 년간 패왕으로 군림해온 키사라기 유타가 받아낸 계약 그 이상의 규모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LA 다저스건 보스턴 레드삭스건 뉴욕 메츠건 ‘돈’이 걸린 싸움에서만큼은 언제든지 자신 있었고, 그 각오 또한 확실히 다졌던 뉴욕 양키스였다.
“하나, 이태준의 선택은 결국, 우리가 아닌 메츠.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 계약은 일사천리였었다지.”
하지만, 본격적인 돈 싸움이 벌어지기도 전에 이태준은 뉴욕 메츠와 계약을 끝마쳤다.
“결국, 모든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이태준의 궁극적인 돈이 아니었다는 뜻.”
그 말은 즉, 이태준은 메이저리그를 넘어서 프로 스포츠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인 자본주의의 논리로 지배할 수 없는 선수라는 것.
거기까지 사고가 이어졌다면, 이태준을 영입하기 위해선 돈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을 터.
“여기서 양키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양키스의 단장, 데미안 라일리의 테이블 위엔 두 선수의 스카우팅 리포트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현 양키스의 주전 포수, 조세프 매키니. 타격 능력과 잠재력만 놓고 본다면 단언컨대 메이저리그의 모든 포수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선수.
현재 양키스와 11년 3억 2천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이어져 있는 선수. 변수만 없다면 그는 분명 양키스의 전설이 될 사내. 이제 막 일출의 초읽기를 앞둔 태양과도 같은 선수였다.
그런 조세프 매키니의 스카우팅 리포트 옆에 놓인 또 하나의 스카우팅 리포트. 그 자료에 상기된 선수 또한 조세프 매키니와 같은 포수.
바로 현 메츠의 주전 포수이자 메츠에서 영구 결번을 받는 것이 사실상 확정되었다시피 한 포수. 타격은 확실히 예전 같지 못하다. 냉정히 말해서 리그 평균을 한참 밑도는 수준, 포수로 범주를 한정시켜도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수비력도 과거보다 분명 떨어졌다.
도루 저지율과 수비율은 여전히 리그 상위권이라지만, 전성기 시절의 리암 쿠퍼를 생각하면 분명 초라한 수치. 심지어 꾸준한 우하향을 그리는 중이었다.
조세프 매키니가 떠오르는 태양이었다면, 리암 쿠퍼는 분명 지는 태양이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런 두 포수의 가치는 비교할 이유가 없다. 같은 저울에 올려놓는 건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데미안 라일리는 두 포수를 같은 저울 위에 올려 두었다.
“이태준을 영입할 수 있다면···. 조세프 매키니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겠지. 물론, 그만한 돈도 필요할 테고.”
다른 이유는 없었다. 리암 쿠퍼는 이태준을 포섭하기 위한 카드. 그것만으로도 리암 쿠퍼는 조세프 매키니와 같은 저울 위에 올라놓을 명분이 충분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 정도로 데미안 라일리는 다음 시즌 이태준에게 양키스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히는 데 진심이었으니.
이태준을 품을 수 있다면, 그 무엇도 내어줄 수 있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는지···’ 라는 격언에 따라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수치의 금액을 안겨줄 수도 있다.
양키스의 단장 데미안 라일리는 지금 이태준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예컨대 자신을 포함한 빅 마켓 팀의 단장이라면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내년 FA 시장은 이태준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터가 될 것 같군.”
영입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사활을 걸어야만 하는 선수.
이태준은 어느새 그런 선수가 되어 있었다.
***
사람들은 말한다. ‘퍼펙트게임’이라는 기록은 한 선수가 실력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기록이 아니라고.
기본적인 실력 위에 당일 최고의 컨디션이 필요하고 상대 팀의 실수와 수비수들의 도움, 그리고 천운이 겹쳐져야만 비로소 닿을 수 있을, 말 그대로 신이 내린 기록이라고.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양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태준의 퍼펙트게임은 달랐다.
[이태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퍼펙트게임 달성!] [퍼펙트게임과 ‘18K’ 이 또한 퍼펙트게임 최다 탈삼진 신기록!] [이태준, 양키 스타디움에 악몽을 새기다!]9이닝 무실점 무피안타 무사사구.
27개의 아웃 카운트 중 무려 18개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투구 수는 고작 89구.
‘압도했다’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것을 넘어 부족하게 느껴지는 투구 내용은 이태준의 퍼펙트게임이 그저 신이 하사한 선물이 아님을 느끼게 했다.
ㄴ오늘 양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퍼펙트게임은 신이 하사한 것이 아니라 이태준이 신에게서 강제로 빼앗아낸 듯한 느낌이 드는 퍼펙트게임이었어!
ㄴ만약 야구의 신이 존재한다면 그 또한 크게 당황해하고 있을 거야. ‘대체 이 녀석은 뭐야···?’라고 읊조리면서 말이지! XD
ㄴ신마저 당황하게 만드는 이태준··· 당신은 도대체···?
인간인 주제에 신의 영역에 도달한 사나이.
신의 영역에 도달한 것으로도 모자라 신에게서 기록을 찬탈해낸 사나이.
신마저 당황하게 만드는 사나이···!
그것이···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비치는 이태준이라는 선수였다.
그런 이태준이 경기가 끝난 뒤 진행했던 인터뷰는 또 하나의 거대한 폭풍이 되어 야구계를 휩쓸고 있었다.
‘메츠에게 대적하는 선수, 그리고 저에게 대적하는 선수. 누구든 좋습니다. 전부 다 이기겠습니다.’
그간 적절히 마음속 깊은 곳에 갈무리해온 강한 승부욕, 그리고 호승심을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가감 없이 드러냈던 순간.
사람들은 그것을 오만이라 비판하지 않았다.
오히려 10경기에 나와 84이닝을 던지는 동안 0.32의 믿을 수 없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라면,
톰 시버와 로건 라이트마저 넘어서 12연속 타자 탈삼진을 기록하고 창단 이래 140년간 한 번도 퍼펙트게임을 내준 적 없는 양키스를 상대로 기어코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투수라면,
응당 가져야만 하는,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못해 범람해야 할 자신감이라 여겼다.
ㄴ과연, 누가 이태준을 막을 수 있을까?
ㄴ글쎄··· 제임스 도노반도 졌고 제이든 킹도 졌고 이제는 조세프 매키니까지 박살이 나버렸으니··· 이젠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ㄴ그리고 그들도 이제 알고 있을 거야. 자신들이 도전자의 입장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전부 다 이기겠다’라고 말한 이태준이 챔피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태준은 더 이상 먼 타향에서 건너온 도전자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도전을 걸어오는 자들을 하나하나 짓밟아주기 위해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챔피언이었다.
전 세계 각지 최고의 선수들만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메이저리그라는 무대.
그 무대의 챔피언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그런 자리에 올랐음에도. 이태준은 지금도 발전을 멈추지 않는 중이었다.
***
로건 라이트는 말한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고점을 높이는 과정 이전에 저점을 높이는 과정이 반드시 우선 되어야 한다고.
[사람의 컨디션이라는 건 언제나 365일 100%일 수가 없거든. 어떤 날은 숨 쉬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쌩쌩 돌아가고 아드레날린이 온몸을 뒤덮듯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반면, 어떤 날은 아침부터 무력감이 느껴져서 평소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해야 하는 날도 있지. 그렇기에 선수는 늘 자신의 고점보다 저점을 신경 쓸 수 있어야 해. 컨디션이 최악인 날에도 경기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지.]본디 사람의 컨디션은 매일 같을 수가 없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최악인 날도 존재한다.
정말 이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제구가 엉망이고 변화구가 원하는 만큼 휘어지지 않는 날도 있다. 운이 없다면, 그런 날이 등판일과 겹치는 상황도 있다.
물론, 선수라면 그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도 실력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인간의 의지력과 정신력이라는 것은 본질이 배터리와 비슷하여 보통의 사람들보다 효율이 탁월하고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들 무한한 것이 아니다.
비단 로건 라이트뿐만 아니라 그렉 매덕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같은 대투수들도 1년에 최소 한두 번 이상은 욕을 들어먹곤 했다. 쟤 오늘 대체 왜 저러냐고.
그러한 이유로 로건 라이트는 ‘높은 저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컨디션이 최악인 날에도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약한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은 정말 정말 중요해. 만약 자신에 약한 부분이 남아 있다면, 컨디션이 안 좋은 날 그 부분이 엄청 부각 되기 마련이거든.]그런 높은 저점을 만들기 위해선 본인의 약한 부분을 최대한 지워낼 수 있어야 했다. 구속이든 제구력이든 변화구의 무브먼트든 뭐든 간에. 약점이 있다면 그것을 메꿔야 했다.
【너클 커브가 강화됩니다!】【<너클 커브 Lv.11>】
이는 약점을 메꾸기 위한 과정이었으니.
승리 이후의 정산. 그것도 그냥 승리가 아닌 퍼펙트게임으로 거둔 승리 이후의 정산. 그 시작은 구종 강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습득 구종: <슬라이더 Lv.12> <체인지업 Lv.12> <커브 Lv.11> <너클 커브 Lv.11> <컷패스트볼> Lv.13>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 Lv.11> <투심패스트볼 Lv.11> <커브(정준) 숙련도 100%> <너클볼(필 니크로) 숙련도 100%> <업슛 커브(김병훈 숙련도 100%>】
그것으로 태준이 보유한 모든 구종의 레벨은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굳이 하나의 구종에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고 균형적인 성장을 이뤘다. 만약 타 구종에 비해 낮은 레벨의 구종이 있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그 구종의 약점이 부각 되는 일을 최대한 막아낼 수 있었을 터.
즉, 저점을 높였다. 이윽고 태준은 쭉 나열된 본인의 변화구 현황을 살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러면 이제 본론으로···.”
저점을 높이는 과정을 끝냈다면, 그다음은 고점을 높인다. 이는 아주 정석적인 성장 방식.
지켜보는 로건 라이트나 테드 윌리엄스도 굳이 훈수를 둘 필요를 느끼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태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또 하나의 특전.
【
】
지난 쿠어스 필드에서의 노히트 노런을 통해 얻어낸 것과 같은 보상,
.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텍스쳐와 ‘S랭크’라는 범상치 않은 접두사는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후우.”
태준은 한 차례 심호흡과 함께 그 보상 위로 손을 뻗었다. 이윽고 시스템 메시지 위에 눈부신 광채가 번뜩였고.
【<메테오 볼>을 획득했습니다!】
나타난 결과물. 그 순간 태준은 환호성을 내지르지 않았다. 그 보상이 기대했던 것보다 초라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메테오 볼>에 의하여 속구계열 구종의 구속이 대폭 증진합니다!】
【※ <메테오 볼>을 통해 증진된 구속은 <구속 증진>의 3배에 달합니다.】
“허어···.”
오히려 터무니없을 정도로 드높은 가치에 말문이 막혔던 것뿐이었다. 구속은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얻어낼 수 있다는 말이 있듯, 하나만 얻어낼 수 있어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구속 증진>을 동시에 3개나 얻어낸 셈이었으니···.
꿀꺽-
마른 침을 삼킨 태준은 한동안 그 보상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