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6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69화(169/210)
169화. 빠름의 미학 (2)
미라클 원더스.
이태준을 중심에 세워 제작됐던 부산 원더스의 팀 다큐멘터리. 부산 원더스가 모기업 LT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과 세계 최대 규모의 OTT 스트리밍 플랫폼, 넷클릭스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만큼 퀄리티가 제법 높아 사람들에게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다는 평가를 끌어낸 바 있었다.
거기에 이태준 본인의 뜨거운 활약상은 ‘미라클 원더스’가 야구의 본토, 미국에서까지 인기를 얻어낸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어느덧 정규 시즌의 3분의 1가량이 지난 지금. 미라클 원더스는 지금 넷클릭스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전 세계 순위 1위에 안착해 있었다.
[‘미라클 원더스’ 넷클릭스 다큐멘터리 글로벌 랭킹 1위 등극!] [세계로 뻗어 나가는 K-컨텐츠! 이번에는 다큐다!]애국심이라는 것은 좀처럼 부인하기 어려운 도덕적 가치다. 물론 방법과 방향, 척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이견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애국심 자체가 부정되는 경우는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한 울타리 안팎에 묶여 있다는 것. 그것은 자국민에게 있어서 하나의 거대한 자긍심이 될 수 있기에,
이제 대한민국에서 ‘이태준’이라는 이름은 야구계에 국한된 것이 아닌 범국가적인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으며,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SNS에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다소 농담의 성향이 더 강한 그 말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대한민국의 여러 대중문화 나날이 부흥하면서 이제는 ‘대한민국을 빛낸 명예의 전당’과 같은 느낌으로 인식되고 있는 그 말을.
‘두 유 노 태준 리?’
이제 한국 사람 중, 특히 유행, 시대적 흐름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더욱이 이태준의 이름을 모를 수 없다.
다큐멘터리 ‘미라클 원더스’의 마지막 장면을 수차례 되감아 보고 있던 긴 흑발을 늘어뜨린, 청초한 외모의 여성.
‘······.’
부산 원더스의 모기업, LT 그룹의 부회장 신진섭의 딸, 신아진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먼 타향, 미국 뉴욕으로 유학 생활한 이후로 그녀는 별다른 취미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SNS에 딱히 흥미가 있던 것도 아니고, 혹여 LT 그룹에 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삶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사치도 최대한 절제하며 살고 있었다.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20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던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뉴욕의 20평 아파트에서 갓 20대에 접어든 학생이 아무런 무리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꽤 풍족하게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었겠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떠올려 본다면 사치스럽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진다.
당장 지금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도 더 열악한 곳에서 살 수 있었지만, 아버지 신진섭의 거부로 살게 된 곳이니까.
이유인즉슨, 그녀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본인의 손으로 일궈낸 것이 하나도 없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그저, 남들보다 훨씬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기에. 남들은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재벌가에서 태어났기에. 운이 좋게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것뿐.
하지만, 그런 고민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영애의 사치에 지나지 않았을 터.
고독(孤獨).
고독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쾌활한 척하며 살아오고 있지만, 그녀는 속내로 고독을 삼켜왔다. 별다른 취미가 없던 이유도 SNS를 통해 타인과 소통을 나누고 자신을 과시하는 일에 흥미가 없던 이유 역시 이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은 꽤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학업과 관련된 것이 아닌 취미의 영역에 가까운 것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계기는 우연이었다.
방학 때 가족의 얼굴이나 보자는 이유로 잠시 고국으로 돌아왔을 무렵, 아버지 신진섭이 보고 있던 원더스의 경기. 그 경기에서 볼 수 있었던 건 한 사내의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
심판의 오심을 뚫고서 기어코 대기록을 수립한 한 사내의 퍼포먼스를 말이다.
이후 아버지 신진섭의 그 사내, 이태준을 향한 제법 긴 예찬이 있었고, 이후 따로 알아본 바에 의해 그 긴 예찬이 마냥 부풀려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 그 사내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관심은 소위 말하는 팬심으로 발전했다.
어느새 그녀의 적적한 방엔 이태준의 등 번호가 새겨진 메츠의 유니폼이 걸려 있었으며, 그 이외에도 메츠가 이태준과 관련한 상품만 냈다 하면 뭐든지 사들였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미국 생활 이후 최초의 사치라고 봐도 무방했다.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또한, 모처럼 쉬는 날이라면 꼭 놓치지 않고 챙겨보는 것도 생겼다.
“경기할 시간이구나.”
그것은 바로 뉴욕 메츠의 경기. 이태준이 나오는 경기였다. 그녀는 몇 번째 재생하는 건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 다큐멘터리를 끄고서 경기 채널을 틀었다.
역시 야구는 생중계로 보는 것이 제맛···! 이라는 생각과 함께.
***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하고, 끝내 게임에서까지 승리하고 나면 선수단 사이에 이어진 유대감은 더욱 깊어지곤 한다.
“멱살까지 드잡이질한 것 치고 세 경기 정지면 꽤 싸게 먹힌 거라고 봐야지.”
양키 스타디움에서 벤치 클리어링 사태가 발발하고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발 빠르게 징계를 발표했다.
주먹질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선두에 서서 상대의 멱살까지 잡고서 몸싸움을 펼쳤던 벤자민 마카키스는 세 경기 출전 정지.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베테랑이자 주장으로서 벤치 클리어링 중재에 더욱이 적극적이었던 제이크 데이비스는 두 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다.
그리고 감독인 이찬열도 두 경기 출전 정지.
메츠에서는 총 세 명의 인원이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메츠의 선수단은 대체로 이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일단, 리 주니어를 지키기도 했고, 양키스 측 처벌 수위가 제법 강했으니까. 사무국이 우리 쪽 사정을 꽤 많이 봐준 거지.”
먼저 이태준의 징계는 없었다. 순간적인 위협구를 피한 뒤 포수, 조세프 매키니와 약간의 선전이 오가긴 했지만, 직접적인 원인이 되진 않았다는 사무국의 판단하에 징계 조치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양키스의 입장은 달랐다. 이번 벤치 클리어링 사태의 발발 원인은 너무도 자명했다.
양키스의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빈볼. 심지어 공은 머리 쪽으로 향했다. 만약 이태준이 피하지 않았더라면 끔찍한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던 상황. 메이저리그 차세대 슈퍼스타가 불의의 부상으로 꺾일 수도 있었던 상황.
메이저리그의 전반적인 부흥이 가장 1순위의 목적이었던 사무국은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빈볼을 직접 던진 투수, 헨리 로이어와 빈볼을 지시한 포수 조세프 매키니에게 각각 8경기와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라는 다소 이례적인 중징계를 내렸다.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 되는 벤치 클리어링 난투극, 과거 호세 바티스타의 턱에 있는 힘껏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은 루그네드 오도어가 8경기 징계에 그쳤던 것을 생각한다면, 벤치 클리어링 사태에서 별다른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그 두 선수가 받은 징계는 예상했던 것보다 징계의 수위가 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후 양키스는 사무국의 징계에 항소를 올리긴 했지만, 메이저리그의 전반적인 여론은 싸늘했다.
[품위마저 잃어버린 악의 제국 양키스] [메이저리그 명문의 부끄러운 초상. 양키스는 자중해야]양키스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이 담긴 기사들도 우후죽순 쏟아졌고.
-창피한 줄 알아라! 양키스! 그날 너희들이 어긴 불문율은 최악의 불문율이었으니까!
-이태준이 피해서 이 정도에 그친 줄 알아야지. 억울하다고 항소하는 꼴이 참 가당찮기 그지없다!
-우우-! 양키스! 내 너희들을 다시는 명문이라 부르지 않으리라!
비단 메츠의 팬에 국한되지 않은,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양키스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메츠도 그런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무국의 징계에 군말 없이 수긍했던 것.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수록 여론은 자신들의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징계가 발표되었음에도 메츠의 분위기는 좋았고, 외려 징계 이전보다 결집력이 더욱이 끈끈해진 듯한 느낌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리 주니어는 먼저 들어간 거야?”
그런 상황 속, 주장 제이크 데이비스는 이태준을 찾았다.
“걘 웨이트 트레이닝만 잠깐 하고 훈련 일찍 마치잖아요. 체력 관리가 우선이라고.”
“하긴 뭐, 부족한 것도 없이 잘하고 있는데 굳이 훈련으로 힘 뺄 건 없지. 근데 리는 꼭 와줬으면 하는 자리가 있어서.”
다만 태준은 체력 관리를 위해 조금 이른 시각에 퇴근하는 선수, 제이크 데이비스는 내심 아쉬움을 삼키며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일인데요?”
“리암이 그러더라고. 이번에 고생한 몇몇 모아서 맛있는 거나 사주면서 이야기나 좀 하고 싶다고.”
“아, 그런 거라면 아마 연락하면 응할 거에요. 리는 따로 뭐 어디 가거나 하진 않거든요. 쉬어도 집에서 쉴 겁니다.”
“오, 그러면 다행이고. 아, 그래. 너한텐 말해도 되겠다.”
이윽고 벤자민 마카키스의 어깨에 손은 얹고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슬슬 리 주니어의 마음을 붙잡아 줘야 할 때가 온 것 같거든.”
***
시티 필드. 뉴욕 메츠의 홈 구장.
그곳은 지금 근 수십 년 중 최고의 부흥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오늘도 그러했다. 별다른 기념일도 아니었고, 무언가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도 아니었다. 여타 리그에서는 특별한 날이 될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저 1년에 300일 가까이 찾아오는 평일의 하루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메츠의 팬들에게 있어서 그날은 특별함을 가질 수 있었다.
“후우, 오늘도 관중 거의 꽉 들어찼다면서?”
그래서 그런 걸까? 오늘의 시티 필드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43000석에 달하는 광활한 관중석. 그 관중석이 거의 꽉 찼을 정도로.
“매진이라더라.”
“와, 대단하긴 하네. 주말보다 훨씬 안 팔리는 평일일 텐데도 저 넓은 관중석이 다 팔려나가다니.”
매일 같이 찾아오는 평범한 하루. 시티 필드에서 치러질 뿐인 평범한 경기.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이태준’이라는 이름이 새겨지는 순간 메츠의 팬들에겐 이로 말하기 힘든 특별함을 지니게 된다.
“이야, 아무리 메츠가 요즘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외야까지 꽉꽉 들어찰 줄은 몰랐는데. 이태준의 관중 동원력은 진짜 장난 없긴 하구나.”
“이태준은 일단 보는 맛이 있잖아. 그렇잖아? 나는 이태준처럼 야구 하는 사람을 평생 본 적이 없었다고? 그 천하의 오타니 쇼헤이도 그 정도는 못 됐으니까.”
“못 미쳐도 한참 못 미치지 오타니 쇼헤이는.”
비교 대상이 없었다. 예컨대 지금부터 부상으로 경기를 전부 불참한다고 해도 이태준의 퍼포먼스를 잊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장 관중들로 꽉 들어찬 시티 필드가 이태준이 어떤 선수인지를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대목.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메이저리그의 관계자들. 적지 않은 수의 전력 분석원과 스카우트들, 심지어 반대편 서부 지구의 관계자들까지 시티 필드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멀리까지 오셨네요. 마틴. 에인절스도 이태준에게 관심을 보이나 보죠?”
“말도 마. 단장이 기록할 수 있는 건 전부 기록하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니까?”
“하하하, 저희랑 사정이 다르지 않네요. 저희 단장님도 이태준의 투구를 하나부터 열까지 여러 각도로 찍어두라고 하셨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태준은 지금은 메츠 소속의 선수이지만 명백히 단년 계약에 묶인 선수. 즉, 내년부터는 자신들의 유니폼을 입힐 수 있는 선수였다.
“쉽지 않겠다고는 생각했는데, 후···. 각오를 더 단단히 해야겠어.”
“여기서 더 비싸지는 일이 있으면 정말 힘들어질 것 같은데.”
“후, 이미 6억 달러, 7억 달러 이야기도 나오는 판국에 여기서 더 비싸지려면··· 대체 무슨 능력을 보여줘야 해? 설마 스위칭이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
“그것도 아니라면 구속이라도 더 끌어올리던가.”
“이미 1회부터 9회까지 계속 100마일을 꽂을 수 있는 투수가 구속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한다면··· 어으, 상상만 해도 손에 식은땀이 흐르는데?”
비단 LA 에인절스의 스카우트뿐만 아니라 다저스, 자이언츠, 컵스, 양키스, 레드삭스 등등 메이저리그의 내로라하는 팀들의 스카우트들이 전원 집결해 있었다.
“아마 이 자리 와 있는 모두가 같은 긴장감에 휩싸이게 될 정도로 말이지.”
또한,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들은 아무래도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다 보니 서로 안면이 익숙한 사이. 각 팀의 스카우트들은 서로를 향한 경계심을 높였고, 그 사이에는 은근한 적막감이 감돌았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사이.
플레이볼-!!!
구심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우렁찬 콜.
우아아아아-!!!
이윽고 팬들의 함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