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70)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70화(170/210)
170화. 빠름의 미학 (3)
경기 시작 전의 야구장은 늘 분주하다.
마치 시끌벅적한 시장에라도 온 것만 같은 분위기가 야구장의 곳곳을 빈틈없이 메꾸기 시작한다.
다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고요함을 간직한 곳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선발 투수의 임무를 맡은 이들의 주변.
적어도 그곳만큼은 어수선한 분위기로부터 멀어져 있곤 하다.
지금도 별반 다를 건 없었다.
다른 선수들은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그라운드 밖으로 나서 있었으며, 선발 투수로 준비 중인 태준에게 이렇다 할 접근을 해오는 이 또한 없었다.
투수 대기실에서 마지막으로 전력 분석 자료를 훑어보고 있던 태준의 주변은 제법 적적했다.
“와우, 그거 아직도 보고 있던 거야?”
그러던 중, 한 선수가 투수 대기실 앞을 지나가다가 아는 체를 하며 들어왔다. 이틀 전에 선발로 등판했던 터라 오늘 경기 라인 업에 이름이 빠져 있었던 투수, 벤자민 마카키스였다.
“그냥 루틴 같은 거지 뭐. 마지막으로 한번 훑고 가는 게 기억에도 잘 남으니까.”
“오··· 그런 건가?”
“지금이야 뭐, 리암에게 볼 배합을 맡기고 있기야 하지만, 리암도 그런 말을 했었잖아? 자고로 선수라면 공부와 연구는 은퇴할 때까지 꾸준히 해야 하는 거라고. 게다가 난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됐잖아? 남들이 보는 것보다 더 자주 봐 둬야지.”
“··· 그래, 맞네. 너 하는 거 보면 이따금 네가 아직 1년 차라는 사실을 잊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같기도 했고 포지션도 같은 선발 투수인 데다가 얼마 전 양키 스타디움에서 발발했던 벤치 클리어링 사태 이후 그 투수와는 더욱이 친숙해진 감이 있었다.
“흐흐, 그나저나 난 며칠 전에 네가 했던 말을 기억해. 오늘 기대 많이 하고 있다고?”
그리고 두 명 모두 투수이니만큼 자주 나누는 이야기는 투구에 관한 이야기.
“마침 리암도 그러던데? 그날 네가 한 말이 그저 허언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오늘 네 불펜 투구로 미뤄 보면···.”
마침 벤자민 마카키스는 이태준과 리암 쿠퍼로부터 무언가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오늘 리 주니어. 네 최고 구속 한 번 기대해봐도 좋을 거라고.”
그것은 이태준의 구속에 관한 이야기였다.
***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리암.”
시티 필드, 태준은 포수 리암 쿠퍼에게 인사한 뒤 마운드로 돌아갔다.
이윽고 타자가 심판에게 인사를 건넨 뒤 타석에 섰고, 그 사이 공은 이태준에게 돌아갔다.
이후 태준은 로진백을 적절히 손안에 굴린 뒤 떨어뜨렸고.
“플레이 볼!”
그가 피처 플레이트를 밟자 그 순간 심판은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거의 동시에 울려 퍼지는 관중들의 함성.
이후 리암 쿠퍼의 신호를 받아든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리암. 내 마음을 너무도 잘 안다.’
그러고는 은근한 미소를 얼굴에 그려 넣었다. 경기의 초구. 리암 쿠퍼는 태준이 어떠한 구종을 던지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꿰뚫었다.
이제 그 갈증을 해소할 차례였다.
타아앗-!!!
다리를 강하게 박차는 태준의 역동적인 와인드업 동작.
이윽고 유연하게 쭉 뻗어 나아가는 스트라이드와 함께 있는 힘껏 초구를 던졌다.
“흐읍-!!!”
들려오는 짧은 기합 소리. 공은 어느새 태준의 손끝을 떠나갔고.
슈우우우우웅-!!!
바람이 찢겨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공은 순식간에 공간을 꿰뚫어낸다. 그리고 리암 쿠퍼가 미트를 가져다 댄 곳에 정확하게 꽂혀 들어갔다.
퍼어어어엉-!!!
관중들로 꽉 들어찬 시티 필드를 가득 메우는 굉음. 마치 한바탕 폭발이라도 이는 듯한 굉음이 그 순간 그라운드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 적막을 깬 것은 심판의 판정.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존을 아주 선명하게 뚫고 지나간 공.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방금 포심 뭐야? 구위 진짜 미쳤는데?”
“전광판 봐봐? 구속 어떻게 찍혔어?”
소란이 일기 시작하는 관중석.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쏠렸다.
시티 필드의 트래킹 시스템은 여러 전문가로부터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되는 호크 아이.
즉, 전광판을 통해 기록된 구속은 오차가 거의 없는 아주 정확한 구속.
“······?”
관중석은 또 한 차례의 침묵이 일었다.
그만큼 전광판에 기록된 수치는 가히 믿을 수 없는 수치라 할 수 있었다.
[105.0mile/h]“백 백오 마일···?”
105마일.
방금 기록된 구속은 무려 105마일이었다.
***
100마일.
그것은 한때 신의 축복을 받은 이들만이 도달할 수 있을 영역이라 여겨졌다.
통산 324승과 5714개의 통산 탈삼진을 기록한 놀란 라이언이 메이저리그 최초로 100마일을 경신하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좌완 파이어 볼러라 일컬어지는 랜디 존슨이 102마일을 던질 때만 하더라도 100마일이라는 구속은 정말 선택받은 선수들 몇 명만이 던질 수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발전을 이룩했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쟁은 강속구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100마일 부근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100마일을 훌쩍 넘기는 구속. 105.8마일(170km/h)이 기록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조던 힉스, 마이클 코펙, 루크 리틀, 헌터 그린, 벤 조이스 등등. 100마일을 훌쩍 넘어선 103마일, 104마일 이상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투수들이 빠른 공을 던지길 원하고, 세간은 더 빠른 공을 열광하고, 수많은 체육 역학 전문가들은 그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
이른바 빠른 공, 더 빠른 공, 그보다 더 빠른 공의 시대의 개막이었다.
즉,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야구계에서 빠른 구속이 갖는 가치는 단언컨대 단 한 번도 퇴색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시티 필드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105마일이라고?”
“뭐야? 전광판 고장이라도 난 거야?”
“그럴 리가 없다는 거 알잖아?”
“와, 그러면 정말로 105마일을 던진 거야?”
“최고다!”
비단 일반인 관중들뿐만 아니라 스카우트를 비롯한 관계자 석의 인물들도 입을 떡 벌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중에서 가장 놀란 사람은 역시···
“What the Fuck···?”
이태준을 상대해야 하는 타자들이었다.
방금 공을 타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선두 타자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100마일의 속구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여간 녹록한 것이 아닐 텐데··· 아니 100마일까지 갈 필요도 없다. 까놓고 말해서 이태준의 속구는 구속이 90마일만 나와줘도 까다로울 것이다.
그런데··· 그런 투수가 105마일의 속구를 던진다? 제기랄! 이건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도 같은 재앙!
“하, 저게 말이 되냐?”
“어떻게 구속이 계속 오를 수 있는 거야?”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대기 타석의 타자들도 마찬가지로 탄식을 삼키는 중이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였다.
퍼어어어엉-!!!
“스트라이크!!!”
이태준의 투구는 자비 없이 이어졌다.
그 무자비한 구속에는 높은 분당 회전수와 수직 무브먼트, 정교한 로케이션까지 더 해지며 타자를 제 손안에 넣어 놓고 압박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티 필드의 모든 시선은 이태준. 그에게로 집중됐다.
***
100마일 이상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과거만큼 희귀하지 않다.
그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금은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AAA만 가도 100마일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간혹 모습을 보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100마일 이상의 속구를 던질 수 있는 ‘선발 투수’는 이야기가 다르다.
메이저리그의 최고 구속 순위를 나열하면 1위부터 20위까지의 기록 중 대부분이 모두 짧게 1~2이닝 정도, 15구에서 30구가량의 투구 수만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오는 불펜 투수들의 기록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선발 투수는 기본적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기에 완급 조절이 필수불가결이다.
게다가 강속구는 기본적으로 신체에 더욱이 과한 부하를 일으키곤 하기에 공을 많이 던져야 하는 선발 투수보다 불펜 투수가 던지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
그렇기에 100마일을 던질 줄 아는 투수가 범람하는 시대에도 선발 투수의 구속만큼은 여전히 100마일을 넘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했듯, 이따금 규격 외의 존재들이 나타나곤 한다.
‘토르’ 노아 신더가드, ‘디그로미네이터’ 제이콥 디그롬, ‘재팬 몬스터’ 사사키 로키가 그러했듯이.
그리고 지금의 이태준이 그러했듯이.
퍼어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태준이 마운드에 선 순간 그라운드 위로 심판의 우렁찬 삼진 콜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기록지를 살펴보던 LA 다저스의 스카우트, 마틴 오언은 이내 헛웃음을 지었다.
“3회까지 삼진이 8개···.”
단순히 구속만 빨라진 것이 아니었다. 구속이 급증했음에도 투구 밸런스와 메커니즘은 기이할 정도로 멀쩡했다. 이는 기록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던바.
‘속구의 평균 구속은 103마일. 초구로 꽂은 속구는 105마일. 꾸준히 기록되는 구속은 그저 우연이나 트래킹 시스템의 오작동이 아니었다는 증거. 그럼에도 제구력은 여전히 정교하다. 평균 103마일의 속구가 보더 라인에 걸친다? 타자는 타격할 수 없는 게 마땅하다.’
그새 시선은 또 한 번 노트북의 화면 속 기록지를 향해 있었다.
복판에 몰리는 공 하나 없이 보더 라인 부근으로 탄착군이 촘촘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정말 구속만 빨라졌다는 건가···.’
비단 속구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구사하는 구질 전부가 위력적인 투수. 오늘 뉴욕 메츠를 상대해야 하는 타자, 같은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의 마이애미 말린스 타자들은 이태준이 던지는 공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빠른 공을 필두로 내세운 공격적인 투구는 말린스 타자들을 가을바람 앞의 낙엽처럼 휩쓸어 갔다.
‘미치겠군.’
개막전 당시의 투구 때만 하더라도 이미 믿을 수 없을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태준은 그런 레벨이었음에도 눈부신 발전 속도를 이어갔다. 그런 흐름이 이어질수록 이태준이라는 투수가 지니는 매력에 더욱이 매료되어갔다.
‘5억 달러? 무조건 그 이상이야. 6억, 7억···. 어쩌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얼마를 주던 데려올 가치가 있는 선수야. 분명’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틴 오언은 더욱이 이태준이라는 선수를 다저스로 데려오고 싶어졌다.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반드시.
***
이태준이 <메테오 볼>을 처음 얻고 그것으로 구속을 올려 공을 포수의 미트로 꽂아 넣은 순간 가장 놀랐던 사람은 다름 아닌 로건 라이트였다.
[··· 대체 어디까지 오를 수 있다는 거야···?]그는 세상 그 어떤 누구보다, 심지어 메츠의 감독이자 아버지인 이찬열보다도 이태준이라는 선수가 지닌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이였다.
사후 꽤 오랜 기간 찾아 헤맨 원석 중 가장 고결하고 값진 원석. 머지않은 미래에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리라는, 반드시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그림이 아주 선명하게 그려지는 원석이 바로 이태준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마저도 이태준의 전부를 통찰한 건 아닌 모양인 듯했다.
[이 시스템은···. 분명 플레이어의 한계점에 도달하면 그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태준에 가호를 내리는 시스템. 그것은 이태준에게 불가능한 미래를 선사하는 것이 아닌 이태준이라는 선수가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 더 빠르게 데려다주는 수단일 뿐이었다.
이태준의 성장 한계치에 도달하는 그 즉시 시스템은 그 이상의 성장을 불허한다. 하지만 시스템은 여전히 이태준의 성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
즉, 1회에 꽂아 넣은 105.7마일의 포심패스트볼. 그것은 이태준의 한계점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이 절대로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거기까지 사고가 도달했을 때, 로건 라이트는 그 이상의 할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 호랑이 새끼인 줄 알고 거둬들였더니 알고 보니까 용의 새끼라는 것이 밝혀진 듯한 느낌.
퍼어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 이번에도 삼진입니다! 이태준의 삼진 행진은 4회에도 이어집니다! 어느덧 10개째 삼진! 믿을 수 없는 페이스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 용의 새끼는 어느덧 성체가 되어 웅장한 날개를 펄럭이며 비상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로건 라이트의 입에선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 이젠 나도 모르겠다. 도대체 저 녀석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가.]이태준이라는 선수의 한계. 그것은 천하의 로건 라이트마저 통찰할 수 없는 안개 너머.
미지의 영역으로 뻗어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