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71)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71화(171/210)
171화. 빠름의 미학 (4)
‘170km/h’.
그 구속이 처음 경신되었던 순간. 메이저리그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는 마치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도달한 역사적인 순간과 같은 일이었다.
‘쿠바산 미사일’ 아롤디스 채프먼. 그가 다소 부족한 누적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던 것은 170km/h의 강속구라는 지평을 새로이 열어젖혔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논란은 따라왔지만, 그가 한 시대, ‘강속구 시대’를 풍미한 투수였음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160km/h도 빠르다는 게 확 체감되는데 170km/h? 그건 마치 공이 포수의 미트 속으로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지.”
170km/h.
106마일.
그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은 좌완 파이어볼러, 아롤디스 채프먼을 상징하는 숫자였다.
그리고 지금 한 사내가 그 근처까지 도달했다.
105마일. 무려 169km/h.
커브, 체인지업 등 온갖 오프 스피드와 너클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터, 투심 등등 까다로운 구질들. 심지어는 필 니크로의 너클볼까지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투수.
그런 투수가 던지는 105마일은 상대해야 하는 타자들이 느끼기에 다른 강속구 투수들이 던지는 그것보다 훨씬 더 까다로웠다.
그것이 이태준이 잡아낼 수 있는 아웃 카운트의 3분의 2 이상을 잡아낼 수 있었던 이유. 오늘 이태준은 포심패스트볼을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위닝샷으로써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6이닝 무실점 2피안타 13탈삼진.
그 결과, 오늘 태준은 미친 듯한 탈삼진 페이스를 선보였다. 80마일 부근으로 형성되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 속 대뜸 꽂히는 평균 103마일의 속구는 말린스 타자들의 방망이를 연달아 헛돌렸다.
“헤이, 리 주니어. 컨디션은 어때? 괜찮아?”
그렇게 6회까지의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태준에게 리암 쿠퍼가 다가왔다. 아직 불안정한 낌새는 없었고 마찬가지로 밸런스와 메커니즘은 훌륭했다. 구속도 계속 나와주고 있었다. 다만, 급격한 구속의 증진은 분명 이례적인 일. 포수인 리암 쿠퍼는 주기로 이태준의 상태를 점검했다.
“문제없습니다. 걱정하실 건 없어요.”
“네가 괜찮다면 정말로 괜찮은 거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가 느껴지면 바로 코치님께 말씀드리고.”
“하하, 알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정말로 멀쩡하거든요.”
“그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훅하고 가버리는 놈들을 한 둘 봤어야지. 그러니 너도 괜찮을 것 같을 때도 관리 잘해 놓으라고. 나 은퇴하기 전까진 수술대 오르는 거 용납 못 한다?”
“오, 그러면 저 수술대 오르는 일 없으면 리암도 은퇴 안 하시는 건가요?”
“크하하! 이런, 아쉽지만, 은퇴 시기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잖냐. 팬과 단장이 정해주는 건지라. 적어도 팬들 입에서 눈앞에서 당장 꺼지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뛸 생각이야.”
염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긴 했지만, 이태준의 공을 직접 받아 보고 있었기에, 또 받아 봤기에 알 수 있었다. 그의 컨디션이 지금 최고조에 달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 이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계획 같은 건 있어?”
그러한 이유로 이 이상의 염려는 대강 갈무리하고 남은 이닝, 어떤 투구를 펼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먼저 기록에 관한 이야기. 탈삼진 페이스는 메이저리그의 한 경기 9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인 20탈삼진도 가시권에 놓여 있었다. 만약 지금부터 삼진만을 위한 볼 배합을 형성한다면 충분히 기록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1회부터 6회까지는 강속구 위주의 볼 배합을 형성했다. 타자 일순이 두 바퀴 이상을 돌았기에 아무리 구위가 강력하다고 한들 눈에 익기 마련. 이곳은 메이저리그이기에. 당장 4회까지 퍼펙트를 이어갔지만, 5회에 한 번 6회에 한 번씩 피안타를 헌납했다. 특히 6회에 내어준 안타는 장타. 투 스트라이크 이후 102마일의 속구가 공략당한 장타였다.
“글쎄요. 딱히 계획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건 없을 듯한데.”
하지만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태준은 덤덤했다. 하물며 아무런 생각도 없어 뵐 정도였다. 그 이유는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됐다.
“지금은 그냥 평소처럼 원래 잘하던 것 위주로 하면 될 것 같아요.”
구태여 과욕을 부릴 이유는 없다. 지금은 그냥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야구를 한다. 리암 쿠퍼는 어렵지 않게 태중의 의중을 파악했다.
“그래, 늘 하던 대로. 그거면 된 거지?”
이태준의 늘 하던 대로.
빼어난 구위와 강력하고 다채로운 구질을 보더 라인에 까다롭게 로케이션하여 타자를 압박하는 야구.
“네, 그거면 됐습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아웃 카운트를 늘린다. 그것 이외의 다른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렇게 태준은 7회에도 마운드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
말린스와의 경기도 어느덧 8회까지 이어졌다. 말린스도 오늘 경기는 1선발 투수를 꺼내든 만큼 경기는 투수전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딱-!
“아웃!”
그렇게 메츠의 8회 말 공격도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말린스의 데이빗 로저스가 8회 말을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스코어는 여전히 3 대 0을 유지한 채로 게임은 9회로 넘어갑니다.」
「3점 차의 스코어. 세이브 여건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역시 이태준 선수가 올라오는 것 같죠?」
「불펜의 움직임이 따로 없는 것을 보니 이태준 선수가 올라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태준은 9회에도 마운드를 올랐다. 직전 이닝까지의 투구 수는 88구. 충분했다. 그런 태준의 등장에 시티 필드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째서 아직도 이태준인 거야?”
“하, 망했네. 오늘 경기도 졌네.”
“아직 기회는 남았잖아? 아무리 이태준이라고 해도 투구 수가 쌓일 만큼 쌓였어.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오, 불쌍한 친구. 꿈에서 깨어날 때가 왔어. 이태준의 평균자책점이 몇 점인 줄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글쎄? 다른 팀 선수 기록은 자세하게는 몰라서. 0점대인 건 알아.”
“0점대는 0점대지. 그런데 그냥 0점대가 아니라는 게 문제지. 당장 오늘 경기도 8회까지 실점이 없었으니까···. 오, 방금 0.29가 되었어.”
“··· 평균자책점이 0.29라고···? 그 정도였어?”
“젠장, 내가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태준이 등판하는 날 경기장을 찾아온 건지!”
말린스 팬들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마무리 투수인 라이언 켈리가 등판해주는 것이 더 나을 지경. 라이언 켈리도 이번 시즌 1.77의 평균자책점, 14개의 세이브를 쌓는 동안 한 번의 블론 세이브도 기록한 적 없는 빼어난 중간 계투였겠지만, 이태준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이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메츠의 팬들은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이태준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한 메츠의 마운드는 그 어느 때보다 든든했으니 말이다.
「이태준 선수가 오늘도 완봉승을 위해 마운드를 오릅니다. 이제 이태준 선수가 9회에 오르는 건 별 대단한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하하,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군요. 오늘 경기 전까지 이태준 선수의 평균 이닝은 8.4이닝이었거든요? 10번의 등판 중 총 6번이 완봉승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까지 완봉승을 기록한다면···. 이제 일곱 번째 완봉승이 기록될 수 있겠죠.」
「정말 믿을 수가 없는 퍼포먼스입니다.」
등판 경기의 절반 이상이 완봉승인 투수. 관리 야구가 미덕이 되고 불펜 야구가 정도가 된 시대에 불현듯 나타난 유아독존의 이닝 이터.
경기 당 평균 이닝이 7이닝만 기록되어도 정상급의 이닝 이터로 분류될 터인데 이태준은 그런 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마저 독보적으로 낮은 수준. 당장 지금 평균자책점에 네 번을 곱셈하여도 2위보다 낮았다.
지금 태준의 성적은 가히 역대급이라는 말로밖에 표현되지 않았다.
「그런 이태준의 마지막 이닝! 선두 타자는 3번 타자 더글러스 케네디입니다. 지난 시즌 43홈런을 때려내며 일약 말린스 최고의 타자로 오른 선수죠?」
「신장 198cm. 체중 125kg(편의상 cm, kg으로 표기)의 거구답게 타석이 아주 꽉 들어차게 느껴집니다.」
그런 태준을 기다리는 9회 초 말린스의 첫 타자는 더글러스 케네디. 메이저리그에 본격적으로 입성하게 된 것은 올해로 4년 차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43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이번 시즌도 시즌의 3분의 1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14개를 때려내며 홈런 페이스를 더욱이 끌어올린 타자. 비록 타율은 0.249로 조금 낮긴 하지만 말 그대로 걸리면 넘어가는 타자.
방망이를 위협적으로 돌려대며 타석에 들어선 그에게만큼은 웬만한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펼치는 것을 기피 했다.
「이태준 선수, 와인드업! 그대로 초구를 던집니다!」
상대는 그런 타자였다. 심지어 투구 수도 어느덧 89개째. 웬만한 경우라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존 안팎을 찌르는 공을 던지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이태준은 그 웬만한 투수가 아니었다. 언제든지 속전속결의 승부를 펼치는 투수였고, 그러한 정보가 더글러스 케네디의 뇌리에도 입력되어 있었다.
슈우우우웅-!!!
이윽고 태준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비행했다.
거의 동시에 거구 더글러스 케네디의 방망이도 매섭게 회전했다.
부우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높게 들어가는 공을 그대로 타격했다.
딱-!
「타격합니다!」
다만 타격음은 그다지 경쾌하지 않았다. 그대로 높게 솟구치며 홈플레이트 뒤편의 관중석 그물을 강타했다.
“파울!!!”
「살벌하게 돌려봤지만, 살짝 빗맞습니다. 그나저나 더글러스 케네디 선수, 꽤 공격적인데요? 초구부터 풀스윙을 잡아 돌렸습니다.」
「아는 거죠. 이태준 선수는 인플레이 타구를 잘 내주지 않는 선수니, 이왕 맞출 때 큰 타구를 만드는 것이 더 나으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태준은 거의 정타를 내어주지 않는 투수이며, 동시에 리그에서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투수였다.
[104.2mile/h]당장 전광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던 직전 투구의 구속 역시 9회에 올라온 선발 투수가 던진 것이 맞는 건가? 싶은 불합리함이 느껴지는 투구였다.
그런 상황 속, 태준의 시선은 여전히 타자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배드 볼 히터답게 웬만한 유인구에는 따라 나온다. 게다가 네 번째 승부여서 그런지. 어느 정도 구속에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
초구의 목적은 대개 타자의 심리와 세워놓은 전략을 확인하기 위함. 태준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그 또한 더글러스 케네디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유인구성의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고, 케네디는 여지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예컨대 케네디는 지금 나쁜 공에 웬만하면 방망이를 돌릴 거야. 직전 타석의 두 번의 삼진 정도로 기가 꺾일 타자도 아닐뿐더러 원래 그렇게 해오던 타자였으니까. 게다가 몰리면 언제든 담장 너머로 공이 날아갈 수도 있다.’
이태준은 토끼를 사냥할 때도 고성능의 저격 총을 절대로 손에서 놓지 않는 사냥꾼이다. 하물며 상대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맹수라면 집중력을 더욱이 끌어 올리고 동시에 긴장감을 유지한다.
‘어설프게 던지는 순간 게임 오버. 한 구 한 구 온 집중을 쏟아야만 한다.’
【<기적의 1이닝 (Active)>이 발동 중입니다.】
【이번 이닝을 체력의 소모 없이 100% 컨디션으로 던질 수 있습니다.】
체력으로는 1회 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정신력까지 100%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리암 쿠퍼에게 볼 배합을 대부분 일임하며 그 부담을 줄이긴 했지만, 태준은 공 하나하나에 온 집중을 쏟는 유형의 투수.
긴 이닝을 소화하며 수많은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선발 투수의 특성상 1회와 9회에 같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결단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핑계는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리기 마련. 이번 이닝을 이해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태준의 뇌리에는 잡념이 서서히 지워져 간다.
그 순간 주위의 풍경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보이는 건 더글러스 케네디와 리암 쿠퍼의 미트. 오직 둘 뿐이었다.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 4구째 승부! 공을 건네받은 이태준 선수가 곧바로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침착하게 볼 카운트를 쌓아 올린 뒤 선택한 위닝샷이 최선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끌어다 모은다. 다리를 힘껏 키킹하고서 스트라이드를 뻗어 집중된 힘을 앞으로 이동시킨다.
이윽고 왼팔을 돌리며 어깨를 열고 상체를 회전시킨다.
모든 일련의 동작은 정교하고 부드럽게, 또 역동적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손끝에 모든 힘을 폭발하듯 쏟아 넣는다.
슈우우우웅-!!!
그 순간 엄청난 회전력이 담긴 공은 단숨에 미트와의 거리를 좁혔고,
부우웅-!!!
더글러스 케네디는 이번에도 방망이를 강하게 회전시켰다. 3점 차로 뒤진 마지막 공격. 투 스트라이크의 볼 카운트.
그에게도 물러설 곳은 없었으니까.
언제든지 정타만 맞힐 수 있다면 공을 담장 너머로 날려 보낼 자신이 있는 그였지만, 방망이를 회전시키는 그 찰나의 순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 Fuck···!’
공은 방망이보다 살짝 높은 코스로 뻗어 나갔고, 심지어 타이밍도 늦었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얼굴이 굳어가는 순간.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주심의 힘찬 제스처, 우렁찬 신호. 결과는 삼진이었으며.
[105.1mile/h]구속은 105마일.
이태준은 9회, 마지막 이닝에서도 기어코 그 구속을 기록하고야 말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지금 시티 필드 위에서 펼쳐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