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76)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76화(176/210)
176화. 무엇이든 뚫는 창 vs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패 (4)
176화. 무엇이든 뚫는 창 vs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패 (4)
7월의 햇살로 가득 뒤덮인 펜웨이 파크.
메츠와 레드삭스 간의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
그 마지막 경기가 펼쳐지려는 그곳은 만원 관중이 자아내는 열기로 이미 절정의 여름과 다름없는 장관이 되어 있었다.
이미 1승과 1패씩 서로 주고받은 상황에 이뤄지는 경기였기에 그 열기는 더욱이 뜨거웠다.
그런 상황 속, 차분함을 간직한 채 마운드 위로 오르던 이가 있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18이닝 동안 대거 17점! 이닝 당 거의 1점씩 뽑아낸 메츠의 강타선 앞에 레드삭스의 에이스 투수 러셀 로마노 선수가 올라섰습니다.」
러셀 로마노.
15경기에 나와 98이닝, 2.39의 평균자책점과 11승 2패를 기록 중인 레드삭스의 에이스 투수.
메이저리그의 팬들에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제임스 도노반과 텍사스 레인저스의 매튜 설리번과 더불어 아메리칸 리그의 3대 선발 투수로 종종 손꼽히는 투수인 그는 지금 펜웨이 파크의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 나도 야구 잘하는데···.’
이유인즉슨··· 언론의 조명, 그리고 관중과 대중의 시선이 너무 두 선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
다른 보통의 투수들과 달리 러셀 로마노는 무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훨씬 더 익숙한 투수였다.
물론, 같은 팀에 네이선 피터스라는 괴물 타자가 함께하고 있었기에 조명이 분산되는 경우는 잦았지만, 적어도 마운드 위에 오르는 순간, 한 시즌의 못해도 20경기가량은 러셀 로마노, 그가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그러지 않았다. 3루 측, 메츠의 관중들은 이태준을 보고 있고, 레드삭스의 관중들은 네이선 피터스를 보고 있다.
SNS나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오로지 그 둘에 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예컨대 해설 위원들도 이태준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으리라.
「이번에 올스타 투표 보셨습니까? 이태준 선수가 내셔널리그 투수 부문에서는 무려 90%가 넘어가는 득표율이 기록되면서 사실상 몰표 수준의 표를 받고 있었다는 거.」
「흐흐, 그건 모를 수가 없죠. 게다가 지명 타자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는데요 1차 투표에서만 무려 350만 표를 받아 내셔널리그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 최다 득표를 받아낸 바 있습니다. 일찌감치 올스타 자리를 예약해뒀다고 봐도 무방한 득표율이었죠.」
「그렇습니다!」
보지 않아도 비디오다.
사실 이해는 한다. 메이저리그도 결국 프로 스포츠. 큰 범주로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뷰어쉽을 높일 수 있을 슈퍼스타를 향한 조명을 집중시키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다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명백하게 구분해야 하는 일이다.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잖아?’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메이저리그의 사정이지 굳이 선수인 자신이 이해해줘야 할 부분은 아니었으니까.
거기까지 사고가 이어졌을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이태준, 저 건방진 자식을 쳐부순다. 짓뭉갠다. 그리고 내가 그 위에 올라선다!’
프로 스포츠는 악독할 정도로 승자만을 기억해주고 예찬하는 구조.
특히 1 대 1의 승부가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야구에서의 승자는 더욱이 그러했다.
결국, 자신이 이태준을 끝내주게 꺾어버릴 수 있다고 한다면··· 빼앗아올 수 있다! 대중의 주목을! 조명을!
그런 상황 속, 시작되는 1회 초, 메츠의 선두 타자가 들어서는 순간, 펜웨이 파크에 감돌던 전운의 무게는 한층 더 무거워지는 듯했으니.
「오늘 경기 메츠의 1번 타자! 이태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태준. 러셀 로마노가 반드시 꺾고자 하는 투지를 불태우는 그 대상이 타석에 들어섰다.
***
‘러셀 로마노. 구사하는 다섯 가지의 구종을 완벽하게 제구할 줄 아는 투수.’
이태준은 타석에 선 뒤 늘 해온 대로 상대하게 되는 투수를 분석했다.
‘다소 승부를 피하려는 기교파 투수의 이미지가 박혀있지만, 러셀 로마노는 여건만 갖춰진다면 노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도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들어 오는 투수니까.’
러셀 로마노는 절대로 만만히 여길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그것은 그의 성적이 증명한다.
3년 연속으로 아메리칸 리그 사이 영 상 투표 3위 안팎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투수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이런 투수는 구질의 타이밍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굳이 욕심을 낼 이유는 없어.’
쫓기지 않되 놓치지 않는다.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야말로 러셀 로마노와의 승부의 정수.
딱-!
딱-!
딱-!
이태준이 지금 경기장 안팎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은 조금만 엇나가는 순간 추락할 수 있을 아슬아슬한 줄 위에서의 곡예였다.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를 재단하기 위해 던진 볼 2개 이후로 러셀 로마노는 빠르게 2개의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쌓을 수 있었지만, 이태준은 쉬이 물러나 주지 않았다.
5구부터 8구까지 모든 투구를 파울 타구로 걷어내며 러셀 로마노와의 승부를 길게 끌고 갔다.
그러다가도···
슈우우웅-!!!
퍼어엉-!!!
“볼!”
스트라이크 존 밑으로 살짝 빠지는 체인지업. 던지는 투수의 입장에서 ‘이 정도면 무조건 걸려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유인구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태준의 방망이는 나오는 듯하다가 정확히 멈춰섰다.
아쉬운 마음에 포수는 1루심에게 타자의 방망이가 돌았는지를 재차 확인했지만, 판정이 번복되는 일은 없었다.
「허허, 이거 참. 계속 파울 타구를 만들어내다가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빠지는 공에 방망이를 거둬들이는 것. 정말 쉽지 않거든요? 웬만한 타자들의 방망이는 방금과 같은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돌아갔을 겁니다. 지금 러셀 로마노 선수의 표정을 봐도 짙은 아쉬움이 묻어 나오고 있고요.」
반드시 이기고자 하는 상대와의 풀 카운트, 무려 10구까지 가는 접전.
게다가 1회 초의 선두 타자에게 이런 상황까지 내몰린 건 분명 좋지 못한 신호였다.
“오오-! 역시 이태준인가? 로마노 상대로도 아주 끈질기잖아?”
“아무리 로마노라도 이태준을 쉽게 잡아내지는 못하는군!”
게다가 관중석에 자리 잡은 메츠의 팬들까지 눈을 빛내는 상황.
그 순간 러셀 로마노의 이마에는 십자 핏줄이 비죽하고 튀어나왔다.
아마 지금과 같은 상황이 제법 불편할 터였다. 실상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을 테니.
부우웅-!!!
웨이팅 서클에서 방망이를 매섭게 휘두르고 있는 올리버 포스터를 시작으로 하비에르 카스티요, 카를로스 페레즈, 제이크 데이비스로 이어지는 강타선.
그들 앞에 리그 도루 1위의 주자를 1루에 안착시키는 건 아무리 러셀 로마노라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공은 웬만하면 스트라이크 존 안팎으로 집어넣어야 했다.
다만 장타가 나오는 것만큼은 막기 위해 코스는 스트라이크 존의 바깥쪽 보더 라인을 노린다.
슈우우웅-!!!
그리고 러셀 로마노의 제구력은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최정상급. 시속 93마일의 컷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적절히 꽂혀 들어갔다.
따아악-!!!
문제는 이태준의 배트 컨트롤도 리그 최정상급이었다는 것.
스트라이크 존 안팎으로 들어왔다는 것 자체로 이미 이태준의 타격 존 안팎에 들어왔다는 것.
태준은 그 공을 감각적으로 밀어쳤고, 타구는 3루수의 키를 여유롭게 넘겨 버릴 수 있었다.
「타구가 좌측 라인 안쪽에 절묘하게 떨어집니다! 페어! 절묘한 코스로 떨어지는 페어 볼! 그리고 이태준은 전력 질주를 시작합니다! 1루 지나! 2루! 2루에서 미끄러지듯 안착합니다! 세이프! 이태준이 오늘도 리드 오프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며 포문을 열어젖힙니다!」
선두 타자 2루타. 러셀 로마노는 절대로 내어주고 싶지 않은 안타를 내어준 뒤 마운드 위에서 침을 딱 뱉었다.
무사 2루에 발 빠른 주자. 타선은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 1위 팀의 상위 타선.
아무리 러셀 로마노라고 한들 실점을 내어주지 않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비에르 카스티요 타구가 외야로 뻗어 나갑니다! 좌익수 뒷걸음질 치며 그 공을 잡아냅니다! 그리고 이태준의 태그 업! 공은 홈으로 던지지 못합니다! 메츠의 고급 야구! 1회부터 선취 득점에 성공하는 뉴욕 메츠입니다!」
그렇게 우려했던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이태준이 상대 선발 투수이기에 절대로 내어줘선 안 됐을 실점. 그것을 1회부터 내어주고 말았다.
***
언제나 그렇다.
게임의 흐름은 어느 쪽이 먼저 기세를 붙들 수 있느냐가 정말로 중요했다.
“알다시피 이태준은 가진 구위도 강력한 투수지만, 기본적으로 수 싸움에 강점이 있는 투수야. 거기에 포수는 리암 쿠퍼. 아주 영리한 영감쟁이가 홈 플레이트를 지키고 있지. 그런 상대에게 수 싸움을 거는 건 자충수에 불과해. 절대 무언가를 노리지 마.”
이에 레드삭스의 라파엘 디버스 감독은 타자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안 그래도 타격하기 어려운 공을 던지는 투수인데 괜히 어려운 길로 빠지지 말고 오는 공에 손이 가는 대로 타격하는 쪽이 더 나을 거야. 이태준은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더 강해지는 투수니까.”
그간 수많은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이 이태준 앞에서 그럴싸한 계획을 세운 채 타석에 들어섰지만, 이내 그 계획은 곧 바스스 무너져 내린 채 이도 저도 아닌 스윙을 하다가 당하기 일쑤였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직접적인 맞상대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라파엘 디버스 감독은 이태준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했다.
“물론 말이 쉽겠다만, 안타깝게도 그것보다 나은 방도는 없을 테니까.”
메츠의 포수, 리암 쿠퍼가 수 싸움에 능한 포수라는 사실은 메이저리그의 모두가 아는 사실. 또한, 이태준은 그런 리암 쿠퍼와 호흡을 맞춘 지 고작 몇 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최적의 호흡을 선보여왔다.
게다가 이태준은 구사하는 구질 하나하나가 강력하고 다채로우며 포수가 원하는 곳 그대로 던져줄 수 있는 투수였기에 빼어난 수 싸움 능력은 위력을 배가시켰다.
그런 상황 속, 레드삭스의 타자들은 이태준에게 심리전을 요구하지 않았다. 라파엘 디버스 감독의 지시에 따라 생각을 비우고 이태준이 던지는 공을 감각으로 쫓고자 했다.
딱-!
그런 그들도 메이저리그의 타자들. 그것도 아메리칸 리그 동부 지구 1위 팀의 타자들이었기에. 이태준이 마운드 위에서 흩뿌리는 공에 그저 무력하게 방망이를 헛돌리는 일은 없었다.
다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부우웅-!!!
퍼어엉-!!!
이태준을 상대로 지금의 레드삭스와 같은 매뉴얼로 승부를 보는 팀이 그간 없었겠는가? 분명 있었고, 이태준은 그런 타자들을 전부 이겨온 투수였다. 오늘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선두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끌어내는 그 순간, 이태준이 펜웨이 파크에 도래했음을 가장 확실하게 알렸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어지는 두 번째 타자를 상대할 때에도 보더 라인에 걸치며 꽂히는 커브볼로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아내며 루킹 삼진.
정말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광경.
ㄴ하하! 역시 레드삭스 타자들도 이태준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걸?
ㄴ폭군의 폭정은 계속된다!!!
그 누구도 이태준의 목 끝에 칼을 들이밀 수 없었다. 칼이 근처에 도달하기도 전에 철저하게 가로막혔다.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데 이태준이 던진 공은 고작 여덟 개.
속전속결의 승부는 펜웨이 파크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졌다.
그런 상황 속, 네이선 피터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아마 많은 분이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바로 네이선 피터스와 이태준의 맞대결! 어떤 공이든 전부 담장 밖으로 넘겨버릴 것만 같은 타자 네이선 피터스! 그리고 어떤 타자든 완벽하게 파훼할 수 있는 두뇌와 구위를 가진 투수, 이태준의 맞대결이 바야흐로 시작됩니다!」
메이저리그 최강의 투수와 최고의 타자 간의 맞대결.
귀추가 주목되는 그 승부가 지금 막 펼쳐지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