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7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79화(179/210)
179화. 무엇이든 뚫는 창 vs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패 (7)
179화. 무엇이든 뚫는 창 vs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패 (7)
메이저리그는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을 언제나 사랑한다.
메이저리그의 오랜 역사에 세워진 숱한 기념비들이 역사를 더욱이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 메이저리그 팬들이 기뻐하고 환호하는 이유.
-속보! 속보! 메츠 이태준 6이닝 15탈삼진째!
ㄴ6이닝 15K? 오 세상에···! 대체 그건 무슨 삼진 페이스야?
ㄴ정말로 기록 경신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ㄴGO LEE! 가보자고! 어메이징 리!
마운드 위의 이태준이 스트라이크 존에 자신의 공을 통과시키고 타자의 방망이를 헛돌릴 때마다 관중석은 들썩였고, 온라인 세상 속에서 야구를 지켜보는 이들 역시 덩달아 들썩였다.
이태준은 지금 펜웨이 파크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이제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빛이 있다면 그 뒤로는 그림자가 뒤따른다. 화려한 조명이 이태준을 끝내주게 감싸주는 동안 그 반대편엔 먹구름이라도 드리운 듯 낯빛들이 어둑어둑했다.
“후우···.”
한숨은 거듭해서 새어 나왔고, 표정은 마치 돌처럼 굳어 있었다. 패배 이상의 쓰라림이 어느새 벤치를 한가득 뒤엎었다.
그런 상황 속, 7회 말의 선두 타자는 네이선 피터스. 현 레드삭스의 자긍심이자 구심점. 레드삭스가 그리는 기적은 언제나 피터스의 방망이로부터 시작되곤 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타석으로 걸어 올라가는 피터스의 등 뒤로 레드삭스 벤치 모두의 염원이 바람을 타고서 불어오는 듯했다.
‘6이닝 15탈삼진.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태준은 최고의 투수고. 오늘 그가 던지는 공 역시 최고의 공이야. 그리고 그간의 이태준이 보인 모습을 보더라도 이닝이 거듭된다고 한들 공의 위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
네이선 피터스의 등줄기로 스르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간 수많은 투수의 결점을 파훼해온 네이선 피터스의 눈에 이태준은 완전무결의 투수. 애석하게도 빈틈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레드삭스의 팬들 또한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네이선 피터스가 해결해주길 바라는 레드삭스의 팬들은 타석으로 향하는 네이선 피터스를 격려했다.
“피터스! 범타로 물러나도 좋아! 너의 힘을 보여줘!”
“우리는 피터스! 너를 끝까지 응원할 거야!”
레드삭스 관중석으로부터 드문드문 들려오는 팬들의 응원. 그것은 네이선 피터스에게 제법 힘이 될 수 있었다. 옥죄여오던 부담감도 덕분에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만약 여기서 지더라도 기회는 반드시 온다.’
이태준은 이기기 어려운 상대다. 천하의 네이선 피터스마저 열 번 붙으면 한 번 이길 수 있을까? 싶게 될 정도로. 그렇기에 머릿속에 어느 정도 패배를 상정했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승부에 임했다.
그런 분위 속에 시작되는 7회 말. 선두 타자 네이선 피터스. 그는 이태준이 던진 바깥쪽 빠지는 슬라이더에 과감하게 방망이를 내질렀다.
따악-!!!
거대한 궤적을 그리며 존 바깥으로 확연하게 빠져나가는 92.1마일의 스위퍼. 강력한 횡적 무브먼트에 어느 정도 구속까지 가미된 마구.
웬만한 타자의 방망이가 방금의 스위퍼에 반응을 보였더라면 열에 아홉은 분명 헛돌아갔을 터였다.
하지만 네이선 피터스의 방망이는 그것을 어떻게든 추적했다.
비록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타구는 꽤 힘이 실렸고 그대로 1루 측 관중석을 향해 뻗어 나갔다.
「네이선 피터스의 날카로운 스윙! 타구는 비록 인플레이 되지 않았지만, 꽤 힘이 실린 파울 타구가 나왔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을 최소 공 2개 정도는 벗어난 것 같은데. 이야··· 저걸 건드리네요. 스위퍼를 던진 이태준도, 그 스위퍼를 어떻게든 건드린 네이선 피터스도. 모두 수준 높은 승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직전 두 번의 타석에서는 전부 삼진을 당했지만, 네이선 피터스는 네이선 피터스였다. 세 번째 승부에서는 쉽게 물러서주지 않았다.
따악-!!!
첫 타석에서 삼진을 내줬던 벌칸 체인지업도 걷어내 파울 타구를 만들었고.
따악-!!!
두 번째 타석에서 삼진을 내줬던 언더핸드 투구 폼에서의 업슛 커브마저 걷어내며 파울 타구.
이태준은 네이선 피터스와의 세 번째 승부에서 같은 구질을 한 번도 구사했던 적이 없었다. 6구까지 모두가 완벽하게 다른 구질이었고 당연히 실투도 없었다. 공 하나하나가 스트라이크 존의 보더 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공들뿐.
그런 공을 던지는 이태준도,
어떻게든 따라붙는 네이선 피터스도.
두 선수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라 일컬어지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경기력을 선사했다.
퍼어엉-!!!
“볼!”
이태준도 그 승부에서만큼은 쉽게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구째 던진 슬로 커브. 몸쪽 스트라이크 존을 제대로 훑으며 그대로 밑으로 훅 꺼지는 공에 네이선 피터스의 방망이는 나오려다 딱 멈춰섰다.
「이번에는 볼! 이태준 선수를 상대로 8구째 승부까지 이어가는 네이선 피터스! 오늘 경기 이태준 선수로부터 가장 많은 공을 던지게 만들어냅니다!」
포수의 미트를 파고드는 소리와 네이선 피터스가 공을 걷어내는 소리가 펜웨이 파크를 채워갔다.
이닝 당 평균 투구 수가 12구가 채 되지 않은 이태준이 아직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했음에도 8개의 공을 던지도록 만들었다.
“좋아! 피터스! 바로 그거야!”
“역시 피터스! 그냥 물러서지 마!”
그건 생각보다 투수의 입장, 특히 기록을 세워 가는 투수에게 있어서 제법 껄끄러운 일이기도 했다.
「6회까지 투구 수가 75구밖에 되지 않았던 이태준 선수의 투구 수는 어느덧 83구째. 이렇게 되면 오늘 경기 완투는 조금 힘들어질 수 있겠는데요?」
「그렇습니다. 그간 이태준 선수가 수많은 완투 경기를 던진 적 있었지만 사실 투구 수는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당장 이태준 선수의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한 경기에 가장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던 건 105구거든요? 그 투구 수까지 이제 22구밖에 안 남았습니다. 아웃 카운트는 아직 9개가 남아 있고요!」
사실 그 직전까지 이태준은 투구 수 관리를 적절히 잘 해내고 있었다. 6이닝 동안 75구는 이태준치고는 적은 수치는 아니었지만, 1이닝당 평균 투구 수를 14~15구 정도를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보면 아주 훌륭한 수치였으니까.
그 말은 즉, 네이선 피터스는 이대로 아웃으로 물러나더라도 할 것 다 했다는 이야기.
따악-!!!
그러한 이유로 네이선 피터스가 8구째 타격한 공이 우익수의 정면으로 향했을 때 그에게 아쉬움을 토해내는 이는 없었다.
“잘했다! 네이선! 그 정도면 충분해!”
“하하! 이 정도면 이태준도 개운하진 않을걸?”
그 말대로였다. 방금의 아웃에 개운한 느낌은 없었다. 거침없이 내달리던 이태준에게 제대로 훼방을 놓아 버린 셈이었으니까.
그것이 레드삭스 팬들이 눈빛을 빛내기 시작한 이유.
“아무리 이태준이라도 방금은 손상이 있었을 거야.”
“좋아! 이대로 이태준을 흔들어 보자고! 기록을 내주지 않으려면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 녀석을 지쳐 쓰러지게 하면 되는 거야!”
방금 네이선 피터스의 타격은 레드삭스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준 것만 같았다. 굳이 점수를 내려는 것보다 이태준을 상대로 최대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승부.
“후우-.”
하지만, 이태준도 그 이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그 또한 한숨 한 번에 방금의 울분은 털어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부우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네이선 피터스가 지나간 자리. 이태준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단단하고 첨예했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려는 공을 최대한 파울 타구로 걷어내려는 레드삭스의 타자들은 연달아 3구 삼진.
「삼진! 이태준의 연속 삼진! 7회 말도 삼자 범퇴! 특히 네이선 피터스 이후 연속 3구 삼진을 잡아내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이태준이었습니다!」
「허허, 쉽지 않네요. 정말이지 쉽게 갈 수 없습니다. 이제 7이닝 17탈삼진! 투구 수는 89구! 게임은 이제 8회로 넘어갑니다!」
잠시간 떠오르는 듯했던 희망. 그것은 덧없는 부나방의 날갯짓이었던가. 이태준은 너무도 손쉽게 흐름을 되찾아왔다. 이제 타이기록까지 남은 삼진은 3개. 남은 아웃 카운트는 6개였다.
ㄴ··· 젠장, 이게 말이 되는 거야?
ㄴ새삼 네이선 피터스가 어떤 타자였는지만 알고 가는 대목···.
ㄴ네이선 피터스가 했다고 해서 다른 타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
ㄴ폭군의 잔혹함은 대체 어디까지···.
***
스코어는 여전히 2 대 0.
러셀 로마노는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화력이 좋다고 평가되는 메츠의 타선을 상대로 7이닝 2실점 8K. 팀의 1선발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이행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뿐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2점 차는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점수 차였음에도 왠지 모르게 오늘의 경기는 승패가 뒷전으로 밀린 것만 같은 경기.
「떨어지는 커브 볼에 방망이 그대로 따라 나오면서 헛스윙! 이태준이 오늘의 경기 열아홉 번째 삼진을 잡아냅니다!」
해설위원은 노골적으로 기록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점수가 아닌 다른 숫자를 향해 있었다.
7.2이닝 무실점 19탈삼진.
투구 수 98구.
메이저리그의 한 경기 9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은 ‘20K’.
그 기록이 눈앞까지 다가왔으니.
딱-!!!
그래서 그런 걸까? 평소라면 환영했을 타구.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타구가 솟아오를 때 사람들은 환호 대신 비명을 질렀다.
“아! 안 돼! 그냥 놓쳐! 제발!”
굳이 메이저리거가 아니더라도 프로 선수라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공. 놓치는 것이 꼴사납게 보일 그런 타구. 사람들은 그 공을 고의로라도 놓쳐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메츠 선수들의 가장 최우선의 목표는 승리. 그것은 이태준도 마찬가지였을 터.
“아웃!”
타구는 그렇게 잡혔고 8이닝 무실점 19K. 투구 수 97구.
8회 말의 마지막 타자를 초구로 잡아내며 공 8개로 남은 아웃 카운트 3개를 잡아낸 제법 깔끔한 마무리였다.
그렇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이태준의 표정은 덤덤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감독과 코치와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평소의 경기였더라면 99구의 투구 수가 채워진 순간 클로저인 라이언 켈리에게 마운드를 내어줬을 테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의미했다.
이태준의 9회 등판을.
이태준은 기록으로 9회 등판에 대한 무언의 허가를 받아낸 셈이었다.
딱-!!!
“아웃!”
이윽고 9회 초, 메츠의 마지막 공격이 삼자 범퇴로 종료되고서, 이태준은 아무 말 없이 글러브를 챙겨 들고 마운드를 올랐다.
***
타다닥-!!!
9회 말이 시작됨과 동시에 기자들의 손가락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과 함께 무수히 많은 기사가 온라인 세상 바깥으로 퍼져나갔다.
[이태준, 9회 말 두 번째 아웃카운트는 삼진! 20K 달성!] [이태준, 8.2이닝에 한 경기 9이닝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 [이태준, 전설을 또 한 번 넘어서나?]기자들은 기본적으로 기록이 달성되기 직전부터 기사를 미리 작성해놓곤 한다. 이태준이 8회에 19개째 탈삼진을 기록한 시점, 그들은 20탈삼진이 기록되는 그 순간에 기사를 송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상태였으며, 이태준이 9회 말의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그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미리 작성해놓은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던 것.
그렇게 기사를 송출하는 중임에도 그들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시선은 처음부터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과연 남은 아웃 카운트에 삼진을 잡아낼 수 있을까?”
“페이스로는 충분하지. 이미 이태준은 이닝 당 2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냈으니까.”
“게다가 지친 기색도 없어. 오늘도 우리가 알던 이태준의 모습 그대로야.”
그런 상황 속, 이태준의 기록 달성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우리가 알던, 그동안 봐온 이태준이라면.
9회가 되면 완급 조절을 완전히 내려놓은 채 귀신같이 1회 때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이태준이라면 충분히 삼진을 잡아낼 수 있다고.
따악-!!!
그렇기에 파울 타구는 변수 아닌 변수였다. 파울 타구가 나오던 그 순간 분주히 움직이던 기자들의 손가락도 툭- 하고 멈춰섰다.
“아! 제발! 기사 미리 써 놨단 말이야!”
그간 메이저리그에 한 경기 9이닝 20탈삼진 기록은 총 네 명, 횟수는 다섯 번 기록됐다.
케리 우드, 랜디 존슨, 맥스 슈어저.
그리고 투수 버전 배리 본즈, 악마의 재능 로저 클레멘스가 두 번.
아직 아웃 카운트를 하나 남겨둔 상황 속, 이태준은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 법한 전설들과 나란히 섰고, 메이저리그의 수많은 기자가 이태준이 그 기록을 깨주길 바랐다. 비단 이태준의 기록이 특종 거리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 로저 클레멘스를 넘어설 수 있다면···.”
그저 한 경기 9이닝 20탈삼진의 기록 보유자 중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었기 때문. 배리 본즈와 더불어 메이저리그의 암흑기, 대 스테로이드 시절을 상징하는 선수가 기록의 보유자로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은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제법 불쾌한 일이었으니까.
그때였다.
퍼어어엉-!!!
수많은 이의 바람이 닿았던 것일까? 이태준의 포심패스트볼은 그대로 포수의 미트에 강하게 꽂혀 들었고.
“뭐, 뭐야?”
“오, 젠장! 이건 대체!”
동시에 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수많은 사람이 경악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