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8)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8화(18/210)
018화. 어제를 넘어 내일로 (6)
사람들은 말한다. 재능은 주머니 속 송곳과도 같아서, 언제 어디서든 결국 튀어나오기 마련이라고. 민찬수는 지금 태준을 보면서 그 말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회 말, 드래곤스의 상위 타선을 KKK. 세 타자 모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던진 공의 개수는 고작 11구. 낭비되는 공은 거의 없었다.
가까이서 보면서 확신의 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다. 이태준은 빼어난 잠재력을 지닌 투수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확신에 무게감을 제대로 실었던 회심의 1구.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가장자리를 절묘하게 벗어나던 슬라이더. 그 슬라이더에 문민호의 방망이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지금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져 있었다.
“진 코치님이 오늘 경기서 놀랄 게 있을 거라 말씀하셨는데··· 이런 슬라이더를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정교한 제구, 까다로운 스터프를 십분 활용한 과감한 몸쪽 승부. 거기에 더해지는 완성도 높은 슬라이더.
“체인지업만 조심하면 될 줄 알았겠건만 머리 좀 아파지겠네. 특히 좌타자들은 인 코스 아웃 코스로 아주 죽어나겠어.”
오늘 이태준은 분명 계산 밖에 서 있는 투수였다.
“어으, 게다가 4번부터 6번이 싹 다 좌타자네. 김기철 감독님. 얕봐도 너무 얕보셨나 봐.”
그리고 드래곤스는 지금 틀린 계산에 대한 대가를 철저히 치르고 있었다.
민찬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상동에 나타난 비밀병기. 5경기 연속 쾌투 행진!]화면 위로 살짝 비치는 헤드 라인. 내용은 아직 작성하고 있었다.
***
왁자지껄한 원더스의 더그아웃. 정확히 그 맞은편. 드래곤스의 더그아웃에는 씁쓸한 고요가 감돌았다. 김기철 감독의 낯빛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리고 타자들의 표정 또한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당했던 수모. 그저 우연인 줄만 알았다. 상식적으로 구속은 느린 주제에 공격적이기만 한 투수, 신경 써야 할 구종이 체인지업 하나뿐인 신인 투수의 공을 자신들이 공략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서우철, 문민호. 지금 드래곤스 2군의 타자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두 타자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그리고 2회 말 드래곤스의 공격. 배치된 좌타자들은 오늘 이태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정신 안 차리냐? 뭐 하는 거야. 한심한 자식들아!”
그 상황 속에 참다못한 김기철 감독은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은 물론 그라운드 위의 모든 선수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로 질타했다.
그런 분위기 속 선수들의 표정은 더욱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니, 씨발 내가 못 치고 싶어서 못 쳤어? 예상도 못 했던 슬라이더가 들어오는 데 그걸 어떻게 치라고?’
‘우리라고 안 답답하겠냐고. 저런 똥볼을 못 치고 있는데!’
지난 경기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일진 참 더럽게 사납다고. 이태준이 던지는 그 지저분한 공 앞에서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다고.
특히 나름대로 타격에 자신이 있었던 두 타자, 서우철과 문민호가 더욱 그러했다.
그들은 각각 태준을 두 번씩 만났고, 모든 승부는 3구 삼진으로 귀결됐다. 치욕적이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패배를 그저 우연, 불운으로 치부해왔던 대가는 오롯이 본인들의 책임.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었다. 그게 프로니까.
***
오늘 경기 태준에게 허락됐던 투구 수는 20구에서 30구가량. 분명 많은 투구 수는 아니었다. 어쩌면 1이닝 만에 전부 던질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태준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딱-!
경쾌한 타격음 후 마치 로켓처럼 높게 솟구치는 공.
“씨발!”
욕지거리를 신랄하게 뱉어대며 헬멧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타자를 보며 태준은 입꼬리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아웃!
자신 직접 잡겠다고 신호를 보낸 송정근의 미트 속으로 공이 들어간 것으로 이닝 종료. 그것으로 드래곤스의 3회 말 공격까지 끝이 났다.
최종 성적 3이닝 무실점 5K 29구.
무피안타 무사사구.
결과에 군더더기 따위는 없었다.
내용을 따져 보면 더욱이 무결했다.
1회에는 포심과 체인지업 위주로 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를 로케이션해서 정교하게 승부를 펼쳤다면,
2회에는 집요한 바깥쪽 슬라이더 승부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강제로 끄집어냈고,
이어지는 마지막 이닝인 3회, 칠 테면 쳐 봐! 하는 느낌으로 높은 코스의 포심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에 욱여넣으며 범타를 끌어냈다.
【경험치 + 20】
【축하합니다! 첫 3이닝 투구를 기록하셨습니다!】
【추가 경험치 + 30】
첫 3이닝 투구.
그 공적에 따른 결과가 눈앞으로 나타났을 때 태준은 구태여 희열을 감추지 않았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확인된 그 순간, 마운드 위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자축했다.
[3이닝 퍼펙트라···. 오늘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는데?]“상대가 드래곤스 2군 타자들이라 가능했던 거죠.”
그리고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성과 앞에 스스로 만족을 두면 더 큰 보상을 거머쥘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투수가 너니까 되는 거였지. 너는 내가 그간 봐온 투수 중 심리전 능력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니까.]“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타인의 인정까지 거부하지 않는다. 그것만큼은 온전히 받아들인다.
[그래서 기분이 어때?]“네?”
[방금 넌 너를 버렸던 팀을 상대로 첫 번째 복수를 끝마쳤어. 오늘 너는 승자였고. 저들은 패자가 됐어.]승자의 환희가 있다면 패자의 비애도 있는 법. 그토록 무시해왔던 이태준이라는 투수에게 연거푸 당했던 처참한 패배. 드래곤스 타자들의 안색은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조금의 파이팅도 느껴지지 않았다.
[인지 부조화가 뒤늦게 깨져버린, 아둔한 패자에게 어울리는 꼴이지. 안 그래?]상대는 오랜 기간 자신을 핍박했던 팀. 솔직히 통쾌하지 않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태준은 패자의 말로로부터 시선을 거둬들였다.
“네, 이걸로 끝난 겁니다.”
승자의 도취에 매몰되지 않는다. 지금은 나아갈 길에 시선을 고정해야 할 때니까.
“이제 저들에게 남은 미련은 없습니다.”
어스름한 과거는 여기서 전부 털어낸다. 이제 드래곤스는 태준에게 KBO에 소속된 팀 중 하나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갖지 않는다.
[축하한다. 넌 지금 한 걸음 더 나아간 거야.]로건 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는 아주 흡족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마이! 마이!”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은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비행했고, 3루수는 자신이 잡겠다는 신호를 보낸 뒤 자리를 잡았다.
퍽-!
이윽고 타구는 3루수의 글러브로 안착했다.
“아웃!”
9회 말, 드래곤스의 마지막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스코어 3 대 10, 오늘 경기에서 원더스는 드래곤스를 제법 큰 점수 차이로 이길 수 있었다.
“좋았어! 오늘은 진짜 다 잘했다!”
“하하! 드래곤스 놈들 별거 없네!”
그리고 그 순간 3루 쪽 더그아웃의 선수들, 원더스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승리를 만끽했다. 그렇게 원더스가 승리를 기뻐하는 한편, 패배한 드래곤스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새끼들이 빠져서는. 투수조 타자조 전부 집합해!”
오늘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떨어진 김기철 감독의 불호령과 함께 터덜터덜, 힘없이 장비를 챙기는 드래곤스의 선수들. 패배에 대한 대가를 뼈저리게 치르고 있었다.
다른 한편, 3회 말, 일찍이 자신의 역할을 끝마쳤던 태준은 라커룸을 찾아온 민찬수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태준아, 너도 이분 알지? 스포츠 내일, 민찬수 기자님.”
장민영 코치의 소개와 함께 민찬수는 지갑을 꺼내 자신의 명함을 건네줬다.
“직접 뵙는 건 처음이네요 이태준 선수. 민찬수입니다. 그리고 오늘 투구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태준은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건넨 명함을 받아들고서 악수했다.
“어우, 손에 굳은살이 엄청 단단히 배겨있네요. 정말 열심히 하셨나 봐요.”
“해야 하니까 했던 것뿐입니다.”
태준의 대답에 만족을 느꼈던 민찬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태준도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언질을 툭 꺼냈다.
“혹시 물어보실 거 있으시면 물어보셔도 됩니다. 최대한 극진히 답변해보겠습니다.”
태준의 꽤 적극적인 스탠스에 의외라는 듯 민찬수의 동공이 살짝 확대됐다.
“허허, 이렇게 우호적으로 나와주시니 제가 다 감사하네요. 마치 이태준 선수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거든. 혹시 그러면 잠깐만 인터뷰 좀 따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태준이 건넨 기회를 꽉 붙들었다.
“그럼요. 그러면 여기는 좀 그렇고 휴게실 가서 이야기 좀 할까요?”
바라는 바였다. 민찬수의 영향력이라면 자신이 이름을 조금 더 널리 알리는 데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을 터였으니. 상부상조. 지금 태준과 민찬수가 그리는 그림의 형태는 같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면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그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
“사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민찬수 기자가 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절 보고 있었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태준은 오늘 이천 야구장에 민찬수가 방문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민찬수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있음 또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꽤 유명한 기자인가 봐?]“아, 오늘 전까지 직접 만났던 적은 없었는데요. 나름 유명한 기자거든요. 아마 선수 중에서 모르는 사람 없을걸요? 그리고 너튜브 구독자 수도 제법 됐던 걸로 기억하고요. 그리고 선수 친화적인 분이고요.”
민찬수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던 기자. 다른 자격도 없는 기자들과는 달리 민찬수는 부정적인 이슈로 어그로를 끄는 일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상이 제법 괜찮은 기자였다.
그리고 민찬수처럼 명망 있는 기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렸을 때, 그때를 기회로써 여겼었다.
[뭐, 그런 기자 한 명쯤 친하게 지내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사실 선수의 이미지를 만드는 건 선수보다 기자의 역할이 더 클 테니까.]또한, 민찬수라면, 이태준이라는 투수를 제법 보기 좋게 포장해줄 수 있는 기자일 것이라는 믿음 또한 있었다.
“그것도 있었죠. 그리고 또, 민찬수 기자님이랑 친해질 이유가 하나 더 있었고요.”
그리고 마지막 이유.
“그 기자님, 저희 아버지 엄청 팬이거든요. 요즘도 종종 아버지 관련해서 좋은 기사 계속 써주고 있을걸요.”
민찬수 기자는 자신의 아버지 이찬열의 팬이며 아버지의 행보에 여전히 큰 관심을 보이는 기자라는 것. 그런 기자라면 믿고 자신의 기사를 맡길 수 있지 않을까 했던 생각.
[방출 선수의 반란··· 상동에 숨겨둔 비밀병기가 깨어난다.]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포털 사이트 스포츠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신을 다룬 기사가 올라왔고, 그 기사에는 최근 활약상, 코칭 스태프들의 좋은 평가, 그리고 인터뷰에서 했던 다짐들 전부 언급되어 있었으며
ㄴ민찬수가 이렇게까지 좋게 이야기하는 선수 오랜만인 거 같은데?
ㄴ최근 2군 성적 6.1이닝 무실점 11K? 엄청 좋았네!
ㄴ드디어 좌완 무덤 원더스에 희망 생기냐?
ㄴ안 그래도 요즘 좌완 투수 없어서 죽을 맛이었는데··· 기대 좀 해봐도 되나?
팬들의 반응도 슬슬 따라오기 시작했다.
ㄴ또 또 원더스 놈들 병 도졌지 ㅋㅋㅋ 행복 회로 그만 돌려랔ㅋㅋㅋ
ㄴ야 직구 평속이 135라는데 이게 1군 와서 되겠냐? ㅋㅋㅋ 그냥 2군이라 먹히는 거지
ㄴ그냥 이찬열 아들이고 이명준 형이니까 조명되는 거 아님?
ㄴ뭐? 이태준이 이명준 형이었음? 동생 아님?
물론 아직 1군에서 증명된 것도 없고 너무 느린 구속 때문에 비판적인 반응도 따라왔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긍정적이든 비판적이든 이로 인해 생겨난 팬들의 관심 전부가.
“인지도를 빨리 올려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태준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었으니까.
그것으로 조금 더 앞으로.
어제를 넘어 내일로.
나아 갈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