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87)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87화(187/210)
187화.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7)
187화.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7)
5이닝 무실점.
올스타전에서 투수 이태준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경기의 종료까지는 앞으로 4이닝이 더 남은 상황.
하지만 그 누구도 이태준이 5이닝을 소화한 데에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았다.
“우와-! 올스타전에서 5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존재할 줄이야!”
“4회까지 24구로 막은 투수가 5회는 단 10구 만에 KKK! 올스타 타자들을 상대로 이런 정신 나간 퍼포먼스가 가능한 선수는 세상에 이태준 단 한 사람뿐일 거야!”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쳤으니까.
당장 아메리칸리그의 올스타 투수로 선정된 제임스 도노반은 2이닝 1실점만을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가기도 했으니.
이후로 아메리칸리그의 투수는 4명이 더 마운드로 올라 타자들을 상대하는 동안 내셔널리그의 마운드를 지킨 투수는 단 한 사람이었다.
“흐흐, 이거 참. 오늘 나 나올 수는 있을지 모르겠네.”
물론, 그것은 달리 말하면 다른 내셔널리그 투수의 기회들까지 전부 이태준이 빨아들인 셈. 이태준을 제외한 내셔널리그의 올스타 투수는 총 8명. 즉, 그 8명은 이태준이 거쳐 가고서 남은 4이닝, 총 12개의 아웃 카운트만을 소화해야 했다.
“젠장, 평생에 원 포인트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었는데 오늘 아주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겠어.”
산술적으로 8명을 전부 경기에 등판시키기 위해서는 한 명 당 1.5개의 아웃 카운트만을 잡고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을 테니.
줄곧 선발 투수로 뛰어오던 투수에게 그 경험은 다소 익숙하진 않을 경험일 터였다.
다만 거기에 불만을 토로할 마음 따위는 피어나지 않았다.
“이태준은 오늘 너무도 끝내주는 투구를 펼쳤어.”
“제길,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우리가 아쉽다고 이야기하기엔 이태준은 오늘 너무도 빛났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이태준은 오늘 ‘올스타’의 의의를 완벽하게 드러냈기에.
저마다 내로라하는 광채를 뿜어내는 별들 사이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었으니까.
내셔널리그 투수들은 그저 고개를 주억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할 일은 남은 4이닝 동안 승리를 지켜서 이태준의 MVP를 보전하는 일이 될 거야.”
“맞아.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야지.”
만약 오늘 경기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이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이태준의 올스타 MVP 수상은 기정사실화였다.
물론 남은 타석을 전부 홈런으로 장식하는 타자가 나온다면 어느 정도의 경합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참작하더라도 이태준이 가장 강력한 후보라는 것만큼은 변함이 없을 터였다.
올스타전에서 5이닝 투구.
이건 오랜 기간 전례가 없는 성과였으니까 말이다.
***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제임스 도노반 말고도 아메리칸리그의 선수 이태준과의 재대결을 벼르고 있던 선수는 한 사람 더 있었다.
연평균 수령액 2300만 달러. 메이저리그의 모든 불펜 투수를 통틀어 압도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 대니얼 웨스트우드였다.
전반기가 종료되던 시점, 32이닝 0.84의 평균자책점, 21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단 한 번의 블론 세이브와 피홈런을 기록한 적 없는 투수.
‘특급 마무리’라는 칭호가 대단히 어울리는 투수였다.
메이저리그의 역사에도 2년 연속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전례는 드물다 못해 찾아보는 것조차 녹록지 않다는 걸 생각한다면 대니얼 웨스트우드의 위상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이태준은 그런 대니얼 웨스트우드의 심장에 아물지 않는 자상을 남긴 적이 있었다.
시기와 이유는 제임스 도노반과 같았다.
아니, 어쩌면 제임스 도노반보다 더욱이 강한 호승심을 키우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같은 해 3월에 치러진 2041시즌의 WBC. 결승에서 맞붙은 대한민국과 미국.
그리고 결과는 언더독의 반란.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리라는 수많은 전문가와 도박사의 예상을 뒤엎고서 대한민국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입 안팎으로 쓴맛이 감돌곤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그날 대한민국에 1 대 0 패배. 아쉬운 패배를 삼켜야 했다.
또한, 그 1점은 다른 이닝도 아닌 9회에 발생했다. 바로 대니얼 웨스트우드. 자신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을 순간에.
그리고 그에게서 점수를 빼앗아낸 장본인이 바로 이태준이었다.
7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이태준은 자신의 장기인 하이 패스트볼을 밀어쳐 안타를 만들었고, 그대로 2루에 있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젠장, 떠올릴 때마다 불쾌함이 치솟는군.’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이기는 것에 훨씬 더 익숙한 투수다. 그러다 보니 패배는 영 익숙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 올스타전은 그에게는 복수의 기회였다. 감독에게도 이미 이야기를 전했다.
굳이 9회가 아니어도 된다고. 이태준이 타석에 섰을 때 자신을 마운드 위로 올려달라고.
그리고 그 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8회 초.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
투수 이태준은 5회까지가 끝이었지만, 타자 이태준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역할을 아주 착실하게 이행 해왔다.
따아아악-!!!
「이태준의 호쾌한 풀스윙! 힘이 실린 타구는 우측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 나갑니다! 따라가던 우익수는 멈춰 서고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호옴런! 이태준의 점수를 벌리는 2점 홈런! 그리고 올스타전 두 번째 홈런이 터져 나옵니다!」
「하하, 오늘 경기 이태준 선수는 MVP는 자신의 것이라고 포효하는 것만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수로는 5이닝 무실점, 그리고 타자로도 네 타석에 나와 때려낸 2개의 안타가 모두 홈런! 투타에서 완벽한 모습입니다!」
투수로는 35구라는 적은 한계 투구 수로 5이닝을 던진 그 투수는 타석에서는 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투수와 타자를 따로 분리해서 보더라도 강력한 MVP 후보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것을 한 선수가 해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이 승리를 거뒀을 때 MVP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견은 생길 수 없었을 것.
[ 내셔널리그 올스타팀 6 : 1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ㄴ하하!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가 완전히 이태준의 놀이터로 전락해버렸는걸?
ㄴ이미 이태준은 올스타 MVP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을 거의 다 새겨 넣었어. LEE TAE JOO까지. N도 거의 절반 정도는 그려 넣었고 🙂
ㄴ여기서 내셔널리그가 승리만 거둬준다면 이태준의 MVP는 확정이니까
ㄴ나는 내셔널리그의 투수들을 믿어. 그들 중에서는 뜬금없이 5점이나 내어줄 머저리는 없을 거야!
ㄴ가자 내셔널리그! 이번만큼은 재수 없는 아메리칸리그 녀석들의 콧대를 으스러뜨려주는 거야!
여기까지 온 이상 이태준의 올스타전 MVP 등극까지 남은 것은 승리뿐이었다.
그리고 내셔널리그의 올스타 투수들은 이태준의 승리를 지켜주기 위해 최선의 투구를 선보이고자 했으니.
퍼어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8회 말, 5점 차의 리드. 내셔널리그의 일곱 번째 투수로 나선 투수는 라이언 켈리.
이태준과 같은 팀, 뉴욕 메츠의 마무리 투수였다.
「스윙 삼진! 뉴욕 메츠의 클로저, 라이언 켈리의 커터가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라이언 켈리의 전반기 성적은 35.2이닝 1.77의 평균자책점.
그 기간 동안 24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를 통틀어 세이브 1위에 오른 투수였다.
대니얼 웨스트우드 정도를 제외한다면 리그에서 그보다 우위 레벨이라 평가되는 불펜 투수는 없을 정도로 라이언 켈리 또한 자타공인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의 클로저였다.
하지만, 그는 이태준과 같은 팀의 동료였음에도 그에게 좀처럼 도움을 주지 못했었다.
이태준은 늘 9회까지 공을 던지고서 마운드를 내려오는 투수였으니까.
좀처럼 자신에게 세이브 기회를 양보하지 않는 투수였으니까.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래서 그런 걸까? 오늘 라이언 켈리의 커터는 유독 첨예한 듯했다.
95마일을 넘나드는 빠른 구속의 컷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의 보더 라인을 절묘하게 꿰뚫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것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 KKK!
라이언 켈리는 세 타자 의무 상대 규정에 따라 본인에게 할당된 세 번의 기회를 전부 아웃으로 잡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FUCK YEAAAAH-!!!”
우렁찬 포효와 함께.
그런 그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서 가장 먼저 아는 체를 했던 인물은 이태준이었다.
“이봐, 리 주니어! 드디어 내가 네 승리를 지킬 수 있게 됐어!”
본인의 역할을 다한 투수의 표정엔 상쾌함이 묻어나왔다.
***
9회 초, 내셔널리그의 마지막 공격. 리드를 늘릴 수 있을 마지막 기회였다.
그리고 이태준은 그 이닝의 두 번째 타석에 대기하고 있었다.
4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 2득점.
이미 본인의 역할은 다 끝냈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직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는 타자가 있기도 하고 만약 교체되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오늘은 올스타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태준이 교체되어 내려가려는 기미는 없었다.
9회 초가 시작되자마자 이태준은 웨이팅 서클에서 방망이를 돌려보며 타이밍을 잡아보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마운드 위에서 공을 힘차게 흩뿌리는 투수가 현 시점 메이저리그 최강의 클로저 대니얼 웨스트우드였기 때문이었다.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9회가 되자마자 마운드 위로 올라섰고,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 측 불펜은 비어 있었다.
그리고 이미 여덟 명의 투수가 공을 던진 후. 즉, 9회는 오롯이 대니얼 웨스트우드의 몫이었다.
그런 대니얼 웨스트우드와 이태준의 맞대결은 사람들이 수많은 이들이 성사되길 원하는 맞대결 중 하나.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의 감독은 그 맞대결을 구태여 허물어트리지 않았다.
‘대니얼 웨스트우드라··· 다저스의 제이든 킹과 비슷하면서 조금 더 횡적인 움직임이 강조되는 공을 던진다.’
그렇게 기회를 보장받은 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태준은 대니얼 웨스트우드에 관한 정보를 다시금 톺아봤다.
‘큰 차이는 없겠지만 속구의 구속도 조금 더 빠르다. 제이든 킹은 선발 투수고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마무리 투수기에 만들어지는 차이.’
묵직하면서 빠르기도 더럽게 빠른 포심패스트볼,
수준급의 컷패스트볼.
횡적인 움직임이 괴랄하다고까지 여겨지는 슬라이더.
제이든 킹과 유사했지만, 단 1이닝만을 던지는 불펜 투수의 특성상, 제이든 킹보다 구속과 구위 면에서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있었다.
다른 무대도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두 시즌 연속 0점대 평균자책점에 도전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부우우웅-!!!
퍼어어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를 증명하듯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9회 초의 선두 타자를 어렵지 않게 삼진으로 솎아냈다.
[103.3mile/h]이윽고 전광판을 통해 확인된 대니얼 웨스트우드의 구속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특유의 디셉션이 들어간 로우 쓰리쿼터의 투구 폼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가 몸쪽으로 꽂히는 건 그를 상대해야 하는 좌타자들에겐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선두 타자를 4구 만에 삼진! 까다로운 타자 브라이언 올슨을 속구로 밀어붙여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좌타자들이기 보기엔 정말 등 뒤에서 날아오는 듯한 착각이 일 겁니다. 게다가 그런 공이 103마일. 예컨대 저 공이 몸쪽으로 붙는다면 좌타자들은 트라우마를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빠른 공이 몸쪽으로 붙는 순간 타자는 움찔할 수밖에 없다.
“후, 웨스트우드. 저 녀석은 만날 때마다 골치가 아프다니까.”
그렇게 삼진을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브라이언 올슨은 타석으로 들어서려는 이태준과 마주쳤다.
“리, 아무리 너라도 조심해야 할 거야. 오늘 웨스트우드의 컨디션은 엄청나게 좋은 것 같으니까. 특히 몸쪽 제구가 예사롭지 않아.”
“네, 참고하도록 할게요.”
이윽고 브라이언 올슨으로부터 가벼운 조언을 건네받은 태준은 타석에 들어섰다.
그의 말마따나 오늘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전광판에 기록된 103.3마일이라는 구속은 그의 컨디션이 최고조라는 방증이기도 했다.
‘거기에 날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
그리고 대니얼 웨스트우드로부터 제임스 도노반에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건네 받을 수 있었다.
멀어서 자세히 들여다보이는 건 아니었겠지만, 지금 대니얼 웨스트우드의 푸른 눈동자에는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으니까.
그런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자세를 다잡고는 태준이 볼 수 있도록 그립을 쥔 손을 드러냈다.
「오! 이것은! 이태준이 1회 때 선보인 예고 속구! 대니얼 웨스트우드가 이태준에게 직구를 던지겠다고 제스처를 취합니다!」
「하하하! 그렇죠! 이게 올스타전이죠! 만약 지더라도 아메리칸리그도 이대로 끝낼 수 없는 거거든요. 대니얼 웨스트우드가 여기서 이태준을 속구 승부로 꺾어줄 수만 있다면, 자존심이 상했을 아메리칸리그의 팬들에게 심심한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 모습을 보며 태준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를 느꼈다. 대니얼 웨스트우드의 도발을 확인한 태준의 입꼬리는 살짝 말아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는 방망이를 치켜세웠다. 방망이의 끝이 향하는 곳은 우측 담장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이태준도 여기서 물러서지 않습니다! 그의 방망이가 가리키는 곳은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의 담장 밖! 이태준은 여기서 홈런을 예고합니다!」
대니얼 웨스트우드의 예고 속구에 이태준은 예고 홈런으로 맞받아쳤다.
지켜보는 이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전율이 돋게 하는 순간!
그 순간 그라운드 위로 짙은 전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그 전운의 또 다른 이름은 낭만이었다.
승부는 그런 기류 속에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