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88)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88화(188/210)
188화.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8)
188화.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8)
야구계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 있다.
‘그 투수가 던지는 공은 알아도 못 치는 공이야.’
야구를 하다 보면 종종 어떤 구질을 던질지 파악이 되더라도 도저히 타격할 엄두가 나지 않는 공을 던지는 투수를 만나는 순간이 있다고.
그리고 대개 그런 이야기를 듣는 투수는 구속과 구위가 뛰어난 투수들이다.
가령 그런 것이다. 과거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했던 한 투수는 전성기 시절 별다른 변화구를 던지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서 구사하는 구종은 가장 기본적인 구종인 포심패스트볼을 비롯하여 컷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뿐이었다. 그 이외에 다른 구종은 던지지 않았다. 단조로워도 너무 단조로웠다.
심지어 구질 구사의 비중을 보면 그 단조로움은 배가된다.
어떤 시즌은 투심패스트볼과 포심패스트볼을 구사한 합산 비율이 7%가 되지 않는 반면에 컷패스트볼의 비중은 무려 93%였던 적이 있을 정도.
즉,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알고 있다. 자신과의 승부에서 그 투수는 반드시 컷패스트볼을 던지리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다른 변화구에 대한 사고는 완전히 배격하고 오롯이 컷패스트볼을 공략하는 데 온 집중을 쏟아 넣을 수 있다.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그 타이밍을 빼앗아내는 것’. 오랜 기간 야구계에 통용되온 진리를 받들어 본인의 타격 타이밍을 그 투수가 구사하는 컷패스트볼에 일치시킨다.
하지만 인간사 모든 일이 그렇듯, 진리와 거리를 두는 듯한 존재.
소위 말하는 ‘규격 외의 존재’들이 있다.
타자로부터 굳이 타이밍을 빼앗을 필요 없이 강력한 구위와 구속, 무브먼트로 타자의 수많은 방망이를 빗겨 가고,
심지어는 빠-각! 소리가 나도록 쪼개버려 트라우마를 안겨줄 능력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일류가 될 수 있을 테니.
어떤 이들에겐 원 피치 투수라고 불릴 정도로 평생에 컷패스트볼을 연마했고 볼 배합의 80~90% 이상을 그것만을 던졌지만,
그 투수는 메이저리그 통산 652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역대 메이저리그의 클로저 GOAT 자리에 올라섰고,
메이저리거 최초의 명예의 전당 만장일치 입성자가 되었다.
그 투수의 이름은 마리아노 리베라.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한 번 쯤 들어봤을 이름을 역사에 새겨 넣을 수 있었다.
다시 돌아와서 2041시즌의 올스타 경기도 서서히 끝자락에 도달한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하늘은 서서히 주황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어가고, 구름 또한 그 색감에 따라 부드럽게 물들어간다. 어느덧 일몰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는 금발의 장발을 휘날리는 장신 투수, 대니얼 웨스트우드가 서 있었다.
물론 아직 마리아노 리베라라는 투수에 비할 바는 못되겠지만, 대니얼 웨스트우드 또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아야만 한다는 진리로부터 멀찍이 벗어나 있는 투수였다.
알아도 못 치는 공.
거의 사이드암에 가까운 로우 쓰리쿼터 투구 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 103마일의 포심패스트볼.
그 구질 역시 알아도 못 치는 공이라 할 수 있었다.
긴 신장과 긴 팔을 활용해서 만들어낸 정교한 디셉션.
좌타자의 시선에서 등 뒤에서 날아오는 그 공이 몸쪽 코스를 제대로 찔러 들어올 때 제대로 된 대처가 가능한 타자의 수는 손에 꼽는다.
설령 그 구질이 포심패스트볼이라는 걸 예측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터.
직구를 기다리는 타자에게 직구를 던져 삼진을 잡아내는 짜릿한 경험.
그것은 대니얼 웨스트우드가 남겨온 발자취에 자욱이 배겨 있다.
동시에 대니얼 웨스트우드가 이태준을 상대로 포부 넘치게 예고 직구를 선언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세상은 열려 있고, 어떤 방향으로 흐르든 내키는 대로 흘러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간 걸어온 길은 순탄했고, 눈앞에 보이는 둔덕들도 그리 높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가 마운드 위에서 던지는 공, 그리고 그가 거둬들여 온 수많은 승리는 한편으로는 광오하게 여겨지는 면모에 근거를 더해주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쉽게 넘어설 수 있을 것만 같은 언덕도 직접 오르기 시작하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듯이.’
하지만, 그 감정은 언제나 갈무리할 수 있어야 하는 감정.
승리와 우월감에 도취해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선수를 잘못 재단하는 것만큼 미련하고 위험한 것은 없을 테니.
‘무조건 직구.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여기서 변화구를 던질 투수가 아니다. 오로지 직구. 그것 이외로는 예상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다리지 않는다.’
태준은 지금 이 순간에 상대하는 투수의 스탠스, 심리를 분석하여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을 도출한다.
이는 다가올 기회를 놓치지 않고 꽉 붙들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초구는 반드시 몸쪽 포심패스트볼···!’
이윽고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투구 준비 자세에 들어갔다.
오른 다리를 강하게 박차 올린다. 무릎이 얼굴 근처까지 올라올 정도로 높게!
그런 대니얼 웨스트우드의 몸은 타자를 향해 활처럼 움직였고, 동시에 왼팔이 낮은 사선으로 깔린다.
슈우우우웅-!!!
공은 바람을 절단하는 듯한 맹렬한 소리와 함께 타자의 몸쪽을 향해 비행했다.
부우우우웅-!!!
그것에 맞춰서 이태준의 방망이도 돌아간다.
어퍼 스윙.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퍼 스윙으로 시작하여 레벨 스윙으로 이어지는 듯한 타법.
일명 골프 스윙이라고도 불리는 그 스윙은 아래에서 위로 움직이는 궤적을 그린다.
그리고 그 궤적은 공의 궤적과 정확히 일치했다.
따아아아악-!!!
소리가 났다.
경쾌한 것을 넘어 호쾌함까지 느껴지는 타격음이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의 다이아몬드 위로 비산했다.
타구는 인간은 절대로 던질 수 없는 속도로 우측 담장을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총알 같은 타구가 외야 필드를 가로지릅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리킨 담장을! 담장을! 넘어갑니다! 홈런! 호옴런! 이태준의 스윙이 대니얼 웨스트우드의 초구를 압도해냈습니다!」
「이태준의 예고 홈런이 적중하는 순간! 이것으로 이태준은 올스타 경기 세 번째 홈런을 장식하게 됐습니다!」
끝나지 않은 홈런 더비.
이태준은 최후의 최후까지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었다.
[ 내셔널리그 올스타팀 7 : 1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ㄴ하! 건방진 웨스트우드 녀석 꼴 좀 보라지! 예고 직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줄 알아?
ㄴ상대를 봐 가면서 했어야지! XD 상대는 이태준이라고! 내셔널리그 홈런 1위! 2041시즌 홈런 더비 우승자!
ㄴ방금 웨스트우드가 던진 공은 살벌할 정도로 위력적이었어. 구속은 102.8마일이었고 커맨드도 아주 훌륭했지. 이태준은 그런 공을 기어코 걷어 올린 거야···. 젠장, 난 내가 대체 뭘 본 건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
ㄴ오, 친구. 굳이 어렵게 이해할 필요 없어. 그냥 타자가 이태준이었잖아? 그 정도면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
***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형세. 내셔널리그 올스타팀의 마지막 투수로 대기 중인 투수는 현 시점 내셔널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이자 얼마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현재 시카고 컵스의 마무리 투수, 저스틴 블랙이었다.
이번 시즌 성적은 31이닝, 1.45의 평균자책점. 16개의 세이브. 0.87의 낮은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률).
그런 투수가 마운드 위로 올랐고, 초구를 뿜어내는 순간.
[104.5mile/h]모두의 경악을 끌어낼 수 있을 법한 구속이 전광판을 통해 드러났다.
「초구부터 104.5마일! 6점 차로 앞서는 이 게임의 승리를 위한 화려한 피날레가 시작됐습니다.」
「역시 저스틴 블랙입니다. 공 하나하나가 마치 미사일 쏘는 듯한 느낌이 이는 것만 같습니다.」
이태준의 3개의 홈런에 힘입어 6점 차까지 벌어졌던 스코어.
최소 6점은 내야만 했던 그 상황 속에 꽂히는 104마일의 포심패스트볼은 무자비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퍼어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런 무지막지한 강속구를 앞세워 선두 타자를 삼진을 잡아내는 순간.
사람들은 기이할 정도로 그 광경에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것은 저스틴 블랙이 던지는 공들이 밋밋하게 느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예컨대 저스틴 블랙의 공을 밋밋하다고 말하는 머저리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오, 젠장, 이태준의 예고 홈런은 정말이지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전율 돋는 순간이었어!”
“난 그것도 그거지만 고작 34개의 투구 수로 5이닝을 던졌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어. 심지어 상대는 어중이떠중이도 아닌 아메리칸리그의 올스타 타자들이었다고!”
“심지어 구사한 구종도 오로지 속구 계열의 구종이었지. 솔직히 타자가 일순한 뒤로는 변화구를 조금씩 섞을 줄 알았는데 절대로 그러지 않더라니까?”
“흐흐,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세웠으면 홈런 3개를 때려낸 건 언급조차 되지 않는 거야?”
다만 사람들은 이미 놀랄 만큼 다 놀라버렸다.
마치 아주 뛰어난 마술사가 모자 안에서 수많은 비둘기를 끄집어내는 묘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하필 그 전에 무대 위에 있던 사람이 마술사가 아닌 진짜 마법사였고.
그 마법사가 인간이 할 수 없을 묘기를 한껏 펼쳐낸 뒤 무대를 내려간 것과 유사한 상황.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렇게 올스타전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순간.
「삼진! 스윙 삼진! 저스틴 블랙이 9회 말, 아메리칸리그의 마지막 기회를 삼자범퇴로 잠가버리면서 경기 종료! 이것으로 2041시즌 올스타전의 승자는 내셔널리그! 내셔널리그의 올스타팀이 7 대 1로 승리를 거둬냅니다!」
「온갖 볼거리가 터져 나왔던 야구인의 축제! 메이저리그의 올스타전은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잠시 후 저희는 시상식 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팀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 위로 모여들었다.
이태준도 그 선수들 사이에 섞여들었다.
“리! 리! 리! 리! 리!”
그런 이태준의 모습이 관중들의 눈에 비치자 관중석에서는 이태준을 향한 우렁찬 연호를 시작했다.
“MVP! MVP! MVP! MVP! MVP!”
뒤이어 이태준이 기꺼이 받아야만 하는 칭호를 목 놓아 부르짖었다.
이태준은 그런 관중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아마도 오늘 이 순간은 이태준에게 있어서 평생에 길이 남을 행복한 기억이리라.
관중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던 태준의 얼굴에는 어느새 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올스타전의 MVP.
누구의 것인지 구태여 확인해 볼 필요도 없었다.
[이태준, 올스타전 MVP 등극!] [첫 올스타 참가에 홈런 더비 + MVP 독식한 이태준, “응원해준 팬들과 좋은 기운 나누겠다”] [5이닝 무실점 + 3홈런. 믿을 수 없는 하루 보낸 ‘어메이징 리’!]이태준은 별들이 모인 전쟁 가운데서 가장 고고히 빛나는 별이 되었고.
후반기를 앞두고서 사람들의 입으로부터 이태준의 이름은 거듭해서 회자 되고 있었다.
사실 올스타전이 종료되는 시점은 메이저리그의 트레이드 마감 시한과 겹치기에 사람들은 과연 어느 선수가 어느 팀으로 옮겨 가게 될지에 관심을 갖곤 한다.
특히 뉴욕 메츠를 비롯하여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등 메이저리그의 내로라하는 빅 마켓 팀들이 주도하는, 소위 ‘빅 딜’은 현시점에 가장 뜨거운 감자여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흥미로운 주제를 차치하고 오로지 이태준에 관한 이야기만으로 꽃을 피웠다.
ㄴ젠장, 이태준이 후반기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너무 기대돼!
ㄴ나는 믿어! 전반기에 보여준 모습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ㄴ12연속 타자 탈삼진, 노히트노런, 퍼펙트게임, 9이닝 21K, 홈런 더비 우승, 올스타 MVP 등극! 그다음은 이제 뭐지?
그리고 기자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이태준의 이름이 담긴 기사라면 반드시 트래픽이 높게 잡히기 때문에 이태준에 관한 이야기라면 뭐든 기사로 작성했고,
[레드삭스, 이태준 영입 위해 네이선 피터스까지 내주나?] [다저스, 이태준 영입 위해 샐러리캡 비우기 들어간다!] [이태준 양키스행 이야기 솔솔] [이태준의 행선지는 어디? 빅 마켓들이 움직인다!]심지어는 SNS의 팬이 지나가는 말 정도로 남긴 글이 출처일 정도의 밑도 끝도 없는 찌라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태준, 이 기자는 네가 레드삭스로 간다는 것 같은데?]테드 윌리엄스는 그런 기사들을 훑어보며 끅끅대며 웃었다.
[흐흐, 레드삭스도 가고 양키스도 가고 다저스도 가고 자이언츠도 가고. 태준이 너 대체 몸이 몇 개냐? 아주 온갖 곳을 다 돌아다녔네.]“그러게요. 옮긴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소문이라는 게 그렇고 기자 녀석들이 하는 짓이라는 게 그렇지. 그 녀석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 온 족속들이니까.]그런 기자들의 행보는 테드 윌리엄스와 같은 인물에겐 너무도 익숙한 일.
[특히, 스토브리그나 지금과 같은 트레이드 마감 시간은 유독 심해지지. 근데 뭐 어떻게 할 거야? 기자들도 먹고는 살아야지. 모든 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거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기자들도 똑같은 거지. 좋은 기자들도 있으면 뭔 말 같지도 않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있기 마련이니까.] [문제는 이상한 놈들이 너무 많다는 거지.] [그것도 그래. 그런데 뭐 어떡할 거야. 그냥 익숙해져야지. 별수 있나? 다 테드 너처럼 눈치 안 보고 들이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특히 전 세계 야구인의 시선을 감당해야 하는 메이저리거라면 익숙해져야 하는 일.
[흠, 뭐 아무튼.]이윽고 로건 라이트는 헛기침과 함께 화두를 돌렸다.
[아직 시즌 안 끝난 거 알지? 이제 절반 온 거야.]그 말에 태준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시즌은 길다. 올스타전이 끝났다고 한들 이제 딱 절반 정도 진행한 셈.
“아직 절반도 안 왔죠.”
포스트 시즌까지 염두에 둔다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말인즉슨···.”
안심은 없다.
동시에 만족은 없다.
“아직 보여줄 기회가 많이 남았다는 뜻이죠.”
그 말과 태준은 어딘가 비릿함이 감도는 미소를 흘렸다.
태준은 절대 지금 이 위치에 만족할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보여줄 게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