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9화(19/210)
019화. 최종 관문 (1)
드래곤스와의 경기 이후 태준의 위상과 입지는 다시금 바뀔 수 있었다.
상대 팀 측에서도 슬슬 이태준이라는 선수를 경계하기 시작했고. 감독 윤원호를 비롯한 원더스 내 코칭 스태프는 태준을 슬슬 1군급 선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의 회의 자리에는 1군 스카우트 팀장, 성재윤도 함께하고 있었다.
“정말 기대했던 거 이상이네요.”
성재윤 팀장은 팀장이기 이전에 현역 시절 110승을 거둔 레전드 투수.
“포심, 체인지업, 슬라이더. 이제 기본적인 구질은 다 갖췄네. 이렇게 단시간 내에 여기까지 오를 수 있을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그는 최근 이태준이 보인 눈부신 발전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민영 코치 말이 맞았네. 내가 잘못 봤어. 이태준 얘 보통내기가 아니었어.”
자신이 이태준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었음을. 물론 그건 절대로 잘못된 게 아니었다. 그저 이태준이 보이는 성장의 속도가 기이할 정도로 빠른 것뿐.
그간 이태준이 2군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 특히 드래곤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신인 투수가 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장담컨대 구속만 조금 느릴 뿐이지. 이태준보다 포심 구위 좋은 놈 없습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요.”
“허, 그 정도로요?”
“수치만 봐도 태준이 포심 수직 무브먼트는 35cm. 리그 최상위권 수준입니다. 거기에 간간이 기존보다 15cm 정도 낮춘 포심도 던질 줄 아니. 얘는 자리 나는 대로 바로 1군 올려도 될 겁니다.”
그것이 스카우트 팀장 성재윤의 달라진 평가.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코칭 스태프가 그 말에 동조한다는 듯 저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선수 운용은 제 관할이 아니라 가타부타 이야기 꺼내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거기서 성재윤은 한 걸음 더 나아 갔다.
“이태준 마지막으로 한번 제대로 점검해보는 거 어떻습니까? 과연 1군 레벨 타자를 상대로도 자신의 투구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이태준이 과연 1군에서 얼마나 먹힐 수 있을지를 가늠하고자 합당한 상대와 붙이자는 것.
“상무 야구단, 유예강이랑 맞붙여보는 거 어떻습니까?”
그 대상은 상무 야구단 소속 선수 유예강. 지난 시즌 1군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던 실력 있는 타자. 그의 이름이 언급됐을 때 장민영 또한 거들었다.
“네, 저도 성 팀장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태준이 이제 1군 올라갈 일만 남았어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이태준이 1군에서 먹히는 투수라는 걸 제대로 피력하는 겁니다. 유예강이라면 적당한 상대일 거예요.”
만약 이태준이 상무 야구단의 유예강을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1군에서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뜻할 테니.
그들의 의견에 잠시 고민하던 윤원호는 이내 곧 고개를 주억였다.
“그렇게 해보죠. 지금 1군에도 이태준 같은 투수가 필요할 테니. 괜찮겠네요.”
그것으로 결정될 수 있었다. 이태준의 퓨처스 리그에서의 마지막 시험 무대가.
***
상무 야구단은 병역 면제 특혜를 받지 못한 프로 선수들이 입단해서 뛰는 팀. 그러다 보니 2군에 있을 실력이 아니어도 나이가 차서 입단하게 되는 경우도 여럿 있다.
그런 이유로 상무 야구단에는 1군에서 이미 확고히 주전을 꿰찬 선수가 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금 상무 야구단이 딱 그러했다. 전력은 1군의 하위 팀과 맞먹는 수준이었으며,
현시점 남부 리그에서 독보적인 1위. 무려 7할이 넘는 높은 승률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예강’. 그 타자가 있었다.
그는 올해로 7년 차 되는 창원 라이더스 출신의 호타준족형 외야수로 지난 시즌 1군에서 무려 0.320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올해 퓨처스 리그에서 50경기 정도 나서 4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등 애초에 2군 레벨로 묶을 수가 없는 타자였다.
“하, 우리 지금 저 타자를 이겨야 한다는 거지?”
그런 그가 훈련을 위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퓨처스 리그의 투수들은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유예강.”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태준 역시 그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 타자와 직접 맞붙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음, 그렇게 잘하는 녀석이야?]“쉽게 말해 여기 있을 녀석이 아니죠. 타격만 놓고 보면 국가 대표 레벨일 테니까요. 당장 지난 시즌에 1군에서 타율 6위였어요.”
[그래? 근데 그런 녀석이 왜 여기 있어?]“그··· 럴 이유가 있어서요. 한국의 야구 선수라면 어쩔 수 없는 이유.”
절망적인 수비 실력만 아니었다면 당장에 국가 대표로 선발되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타자. 게다가 바로 직전 시리즈인 창원 2군 팀과의 경기에서 무려 13타수 9안타를 기록하는 등 타격감까지 절정에 올라 서 있었던 타자.
겉모습은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까까머리였지만 스윙만큼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훈련을 위해 휘두르는 것일 뿐임에도 다른 2군의 타자들과 수준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오, 배럴의 이동이 굉장히 좋은데? 힘 싣는 타이밍도 좋아 보이고. 네 말대로 여기 있을 놈이 아니네. 태준. 이번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그리고 로건 라이트도 그의 훈련하는 모습을 스윽 살피더니 제법 좋은 평가를 내렸다.
“그간 쉬운 상대 없었습니다. 다 어려웠고 전부 이겨 왔습니다.”
하지만 태준은 유예강을 의식하고 있을 뿐 절대로 겁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유예강까지 잡아낼 수 있다면.”
외려 기대하고 있었다.
“그날이 바로 제가 1군으로 가게 되는 날일 겁니다.”
그를 잡아내고서 1군으로 향하게 될 미래를.
태준이 유예강을 바라보는 눈빛은 피식자가 아닌 사냥꾼의 그것.
오늘도 긴장은 없었다.
늘 그러했듯이.
***
기본적으로 상무 야구단은 원더스 2군보다 전력이 강한 팀이었다. 특히 타격 쪽에서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였다.
따아악-!!!
“하이고, 또 갈랐네.”
“이거 게임이 안 되네···. 그래도 상무는 상무다.”
오늘 경기 상무 야구단의 타자들은 원더스의 투수들을 마치 복날의 개처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마운드에 올라서는 투수들 모두 실점을 헌납했고, 그들의 낯빛은 급속도로 어두워져 갔다.
그리고 상무 야구단 타자의 중심을 지키고 있던 유예강 역시.
따아악-!!!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오늘 경기 세 타석에 출전하여 3타수 3안타 2루타 1개 홈런 1개. 투수와의 모든 승부를 단 3구 안에 끝을 맺어버렸다.
“히야, 안 되네. 안 돼. 쟤는 못 이긴다.”
“그냥 볼넷으로 거르던가 할걸.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괜히 승부를 걸어 가지곤. 쯧.”
그렇게 유예강과의 승부에서 패배하고 돌아온 투수들은 모두 같은 말을 뇌까렸다. 지금 자신들이 상대해야 하는 저 타자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상대라고.
그렇게 유예강의 맹타에 힘입어 경기가 7회 즈음 접어들 시점. 스코어는 원더스 2 대 상무 야구단 10. 점수 차이는 벌어질 대로 벌어져 있었다.
태준은 그즈음부터 불펜에 나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최근 등판했던 경기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 그 이유를 미뤄 짐작해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7회 말에 유예강이 나온다. 아마 날 그와 붙여보려는 거겠지.’
최근에 자신의 1군 진입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컸다. 최근에 거둔 성적은 계속 2군에 두기에는 너무도 좋았을 테니까. 하지만 1군 측에서는 몇 가지 의심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너무도 부족한 경험, 그리고 너무도 느린 직구의 구속 때문에.
하지만 만약 내가 유예강을 이길 수 있다고 한다면 그런 의심들은 대거 지워낼 수 있을 테니. 이번 상무 야구단과의 시리즈에서 자신이 유예강과 맞붙을 순간이 오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감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진행되리라는 것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바로 등판할 수 있도록 불펜에서 몸을 어느 정도 달군 시점. 진민우 코치가 다가와서 했던 말.
“태준아. 오늘 너는 유예강만 상대하고 바로 내려간다. 그리고 내일이나 모래 즈음 한 번 더 그렇게 등판하게 될 거니까 미리 알아두고 있어.”
진민우 코치가 꺼낸 말의 저의. 그것은 너무도 투명했다.
[너한테 이번 상무 야구단과의 시리즈가 마지막 시험이네. 쟤넨 지금 제대로 확인해보고 싶은 거야. 네가 진짜 1군 레벨의 타자를 상대로도 과연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나니 다시금 실감 될 수 있었다. 정말로 1군이 머지않았다는 느낌이.
“오늘은 반드시 잘해야겠네요.”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 태준이 지니는 마음가짐.
“원더스 투수 교체! 이태준!”
그리고 신호가 찾아왔고 불펜의 문이 열렸다.
그렇게 마운드 위로 걸어 올라갔다.
마지막 관문을 넘기 위하여.
***
7회 말, 상무 야구단의 공격. 1아웃 주자 2루. 그 상황에서 타석에 올라서는 타자는 유예강. 지금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상무 야구단 최강의 타자였다.
그리고 유예강이 타석에 들어설 때 상무 야구단의 더그아웃에서는 그가 패배할 것이라 여기는 이는 없었다.
“야! 예강아! 살살해라! 살살! 여기 퓨처스 리그다!”
“무슨 소리야? 프로끼리 봐주는 게 어딨어! 유예강! 이번에도 장타 날리자!”
동료 모두의 강한 신뢰를 받는 타자. 고교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후 1라운드로 입단하여 프로 판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온 타자. 유예강은 그런 타자였다. 그리고 그 타자는 지금 마운드 위의 투수, 이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태준. 이명준의 형.’
최근 이태준의 퍼포먼스가 빼어나다는 것은 그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드래곤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투구는 그에게도 꽤 인상적인 기억이었다.
‘제구력도 뛰어나고, 수 싸움에 능하다. 그리고 구사하는 구종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두 구종 모두 만만치 않다.’
유예강은 이태준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 비치는 이태준은 2군의 레벨이 아닌 1군의 레벨. 자신이 불과 작년까지 상대해왔던 투수들과 같은 레벨로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이 승부에서 더 우월한 존재는 이태준이 아닌 유예강, 바로 자신이라고.
‘제구와 변화구는 까다로울 수 있겠지만, 그뿐이다. 직구의 평균 구속은 고작 135. 느려. 내가 대처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이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간 1군에서 시속 150km가 넘는 포심도 곧잘 쳐온 자신이 135의 직구에 당할 리가 없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심리는 단순했다.
먼저 직구를 노린다.
변화구는 반사 신경으로 대처한다.
이태준이 던지는 구속이라면 반사 신경으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테니.
유예강은 배트를 꽈악 잡았다. 그리고 투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
타격감이 바짝 날이 선 지금, 이태준이 어떤 공을 던지든 타격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때 이태준이 공을 던졌다.
‘하이 패스트볼!’
구종은 스트라이크 존 높은 코스로 향하는 포심패스트볼.
유예강은 세차게 회전하며 비행하는 공에 시선을 집중시키며 앞발을 내디뎠다.
부웅-!
이윽고 마치 토네이도가 일 듯 방망이가 호쾌하게 돌아갔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마운드까지 생생하게 닿을 정도로 거센 어퍼 스윙.
하지만 그뿐이었다.
퍼어억-!
들려오는 소리는 경쾌한 타격음이 아닌 미트에 공이 찰지게 박히는 소리.
“··· 어?”
태준이 던진 포심패스트볼은 그대로 자신의 방망이를 뚫고 지나갔다. 그리고서 스피드 건에 측정된 구속을 확인했다.
[134.7Km/h]‘1, 134Km···?’
이윽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는.
‘뭘 놀래고 그래. 이제 시작인데.’
너무도 여유로운 표정의 이태준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