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92)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92화(192/210)
192화. AMAZING LEE (4)
192화. AMAZING LEE (4)
번트.
타자가 방망이를 가로로 잡아 투수가 던지는 공을 툭 건드려 인 필드에 떨어뜨리는 기술.
주로 아웃 카운트에 여유가 있고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자신의 아웃 카운트를 희생하여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활용하는 기술.
그리고 이따금 발이 빠른 타자들은 지금과 같이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번트를 대서 수비수들 사이에 공을 느리게 굴린 다음 출루를 도모하는 이른바 기습 번트를 시도하는 타자들도 있다.
지금 이 순간 케이든 갓윈이 그런 것처럼.
사실 지금과 같은 주자가 없는 2아웃 상황에서 번트는 나오는 일은 극히 드물다.
게다가 이태준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그런 투수의 공에 제대로 된 기습 번트를 시도하기란 쉽지 않은 일. 예상 밖의 플레이였을 터였다.
「이태준 선수의 빠른 움직임! 투구와 거의 동시에 튀어나와 케이든 갓윈의 번트 타구를 잡아냅니다!」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이태준은 마치 기습 번트를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팔로스루 동작을 최대한 간결하게 끊고서 곧바로 홈 플레이트 방향으로 내달렸고, 그것으로 자칫 3루 방향으로 흘러갈 뻔한 번트 타구를 미연에 낚아챌 수 있었다.
케이든 갓윈이 아직 절반도 채 내달리지 않은 시점. 1루수 카를로스 페레즈는 기다렸다는 듯 1루에서 이태준을 공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웃!!!”
이어지는 깔끔하고 신속한 송구. 뉴욕 메츠는 너무도 순조롭게 기습 번트 출루를 차단할 수 있었다.
「이태준 선수의 발 빠른 대처! 이건 거의 기습 번트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역시 메츠의 배터리에게는 괜한 수는 먹히지 않는 건가요? 말린스의 6회 말 공격은 더블 플레이와 초구 번트 아웃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려버렸습니다.」
그렇게 1루를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한 채 물러서는 케이든 갓윈의 표정에는 허탈감이 적적하게 묻어나왔다.
‘··· 제길, 완전히 읽혔어··· 만약 주자가 있었다면 영락없는 더블 플레이가 나왔을 거야···.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기습 번트. 말 그대로 기습적으로 건 번트였다. 그런데 이태준이 보인 움직임은 마치 자신이 번트를 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대체 자신이 어떤 단서를 흘린 것인가? 애석하게 케이든 갓윈은 인지하지 못한 채로 더그아웃으로 퇴장해야 했다.
그런 케이든 갓윈의 뒷모습을 보며 태준은 생각했다.
‘케이든 갓윈은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아마 지금과 같은 답답한 순간에 본인이 어떤 방식으로든 활로를 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겠지. 그런 플레이가 몸에 배어있는 선수니까.’
상대하는 선수의 심계를 분석하는 건 이태준의 특기 중 하나.
그는 언제나 그랬듯, 상대 선수가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를 빠르게 분석하고 간파했다.
‘게다가 언제든지 즉흥적인 변주를 줄 수 있는 선수. 기습 번트는 애초부터 염두에 둬야만 했다.’
그렇기에 기습 번트에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기민한 대처를 보일 수 있었다.
상대의 플레이를 따라가려는 선수와 상대의 모든 플레이를 계산하는 선수.
승패는 그 차이로부터 갈렸다.
[ 뉴욕 메츠 2 : 0 마이애미 말린스]ㄴ어디서 수작질이야? 그런 게 이태준에게 통할 거라 믿은 거야? 정말로?
ㄴ이름이 크리스 맥라렌? 상대는 언제나 네 머리 위에 있다는 걸 자각할 필요가 있겠어. 친구 🙂
ㄴ괜히 이태준 투구 수만 줄여준 셈이지~
ㄴ60이닝 연속 무실점까지 이제 남은 이닝은 단 3이닝!
ㄴ이태준이라면 무조건 막아줄 수 있다!
***
경기가 어느덧 6회까지 진행된 시점.
이태준의 성적은 6이닝 동안 4개의 피안타를 내어주긴 했지만, 병살타 3개를 유도하며 단 한 번도 주자가 2루 이상에 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외야로 벗어나는 타구조차 없었다.
이태준이 경기를 자신의 손아귀 안팎에 두고서 굴리고 있었다는 방증.
오늘 마이애미 말린스 타자들은 이태준의 투구에 제대로 묶여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이태준의 경기 내용에 염려를 표했다.
ㄴ실점은 안 내주고 있다만··· 오늘 이태준 좀 무리해서 던지는 것 같지 않아?
ㄴ내 말이 그 말임. 솔직히 말린스 타자들이 말려준 거지 오늘은 평소보다 확실히 맞아 나가고 있긴 함
ㄴ커터 확실히 좋긴 한데··· 저거만 던지는 건 많이 위험해 보이는데···.
먼저 경기의 내용부터 평소와 달랐으니까.
이태준이 이렇게까지 하나의 구종에 매몰되어 공을 던지는 경우는 그간 이태준의 투구를 지켜봤던 이들에게 꽤 낯선 광경.
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이태준 탈삼진이 겨우 3개인 것도 문제 아님?
ㄴ당장 지난 경기에서 두 자릿수 탈삼진은 기본으로 깔던 선수가 6이닝 3탈삼진은 너무 적긴 해···
ㄴ다른 것보다 삼진 줄어든 게 문제임 ㅇㅇ
무엇보다도 지난 경기 등판들과 달리 오늘 이태준이 잡아낸 삼진은 이닝 당 0.5개. 평균에서 거의 3분의 1가량이 줄어들어 있었다. 그것이 팬들이 염려를 표했던 이유.
“부장님. 오늘 이태준 선수 평소랑 많이 다른 것 같지 않아요···?”
이태준의 60이닝 연속 무실점 대기록 달성을 취재하기 위해 민찬수와 함께 이역만리 미국으로 날아온 후배 기자 또한 팬들이 보인 것과 비슷한 염려를 표했다.
“뭐··· 다르기야 하지···.”
이에 민찬수도 말꼬리를 흐렸다. 게다가 미간도 살짝 찌푸린 채 시선을 경기장으로 집중시킨 상태였다.
“부디 미국까지 온 게 헛걸음만 안 됐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런 민찬수의 앞에서 후배 기자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민찬수의 인상은 더욱이 팍 구겨졌다.
“후우···.”
그러고는 짧은 한숨을 삼켰다. 어느새 손에 쥔 에너지 드링크 캔도 내려놓았다.
“너도 기자 생활한 지 한 3년 정도 됐지?”
어조도 적적히 가라앉아 있었다.
“헙, 네, 네! 한 달 있으면 딱 3년 차 채워집니다···!”
그런 민찬수의 말에 후배 기자는 헛숨을 삼켰다. 어딘가 심각해 보이는 표정, 낮게 가라앉은 어투. 민찬수의 심기가 불편할 때 나오는 동작들이었다.
후배 기자의 예상으로는 아마 이태준이 보이는 의외의 부진 탓이었으리라.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아, 이제 곧 3년 차 된다는 녀석이 아직도 그렇게 아마추어 티를 내면 어째? 아직도 경기를 제대로 볼 줄 모르면 어쩌자는 거냐고? 응?”
“··· 네?”
그런데 민찬수의 불만은 이태준이 아닌 후배 기자, 즉, 자신을 향해 있었다.
“너 지금 이태준이 주자를 2루 이상 내보낸 적 없는 것 정도는 알고 있냐?”
“네, 네! 알고 있었습니다!”
“어휴. 그건 알고 있으면서 이걸 눈치를 못 챘다고? 나무는 잘 봐놓고 숲을 못 보네.”
자고로 기자라면 일반적인 팬이라면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볼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 후배 기자라는 녀석은 몇몇 팬들은 통찰할 수 있을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었으니.
한숨이 픽 하고 새어 나올 수밖에.
“이거 봐봐.”
그러고는 이마를 짚던 손으로 노트북 화면 위의 기록을 가리켰다.
6이닝 무실점
4피안타
3탈삼진
오늘 이태준이 거둬들인 성적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완봉승, 그리고 60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기까지 남은 이닝은 3이닝. 이태준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탈삼진은 조금 적긴 해도 충분히 훌륭한 성적이었다.
“어?”
그때였다. 후배 기자의 눈에도 이태준이 오늘 경기에서 챙기고 있던 독특한 기록이 띄었다.
“투, 투구 수가··· 40구···?”
그것은 바로 극한까지 아끼고 아껴진 투구 수였다.
***
언젠가 로건 라이트는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로건 라이트가 생각하기에 투수가 한 경기에 이뤄냈던 기록 중 가장 명예로운 기록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길지 않았지만, 그 어떤 투수와 비교해도 꿀릴 것이 전혀 없을 전성기를 보낸 투수였다.
그런 로건 라이트가 여기기에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해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기록은 27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동안 단 한 번의 출루조차 허용하지 않아야만 거둘 수 있는 기록, 퍼펙트게임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공식적으로 스물일곱 번밖에 기록된 적 없는 그 기록은 그저 달성하는 것만으로도 후세에 길이길이 언급될 수 있는 기록이다.
게다가 점진적으로 선발 투수들의 투구 수와 이닝이 줄어드는 경향 속, 안 그래도 낮았던 달성 빈도은 확연하게 줄어들어 당장 2012년 이후로 약 30년간 네 번밖에 기록된 적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역시 9이닝 20+탈삼진 기록. 인플레이 타구를 생성하는 것과 달리 탈삼진은 상대하는 타자로부터 실점의 리스크를 완벽하게 지워버릴 수 있는, 그야말로 투수의 완벽한 승리. 그런 승리를 한 경기에 20번 이상 기록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연히 그 횟수는 많지 않다. 메이저리그의 오랜 역사 속에 채 10번도 되지 않을 정도. 퍼펙트게임의 약 4분의 1 정도밖에 기록되지 못한 기록이다.
그런 기록들이기에 사람들은 당연히 로건 라이트의 입으로부터 퍼펙트게임과 9이닝 2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이 언급되리라 추측했다.
하지만, 로건 라이트는 그런 세간의 예상과 다소 엇나간 답변을 돌려줬다.
“물론 많은 분이 예상하시는 퍼펙트게임이건 9이닝 20탈삼진 기록은 정말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두 기록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결국 팀의 승리고.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가장 적은 실점으로 많은 이닝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줄 아는 게 중요할 테니까요.”
로건 라이트 자신은 퍼펙트게임이나 9이닝 20+탈삼진과 같은 기록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투수로서 거둘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기록은 9이닝 완투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퍼펙트게임이건 노히트 노런이건 결국 완투승의 범주 안에 놓인 하나의 기록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수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본인의 역할은 결국 팀이 승리를 거두게 만드는 것. 그런 취지에서 ‘완투승’은 가장 완벽한 기록이라고.
“그러한 이유로 제가 생각하는 가장 명예로운 기록은 최대한 적은 투구 수로 9이닝을 틀어막은 기록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기록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전 언제나 그 기록만큼은 마음속에 담아두고 그것을 목표 삼아 공을 던졌습니다.”
최소한의 투구 수로 9이닝을 던져 승리를 거머쥐는 것. 그것이야말로 에이스 투수가 추구해야 할 최선의 승리라고.
“존경하는 선배인 그렉 매덕스 선수의 9이닝 76구 완투승을 넘어서 73구 완봉승을 거둔 그 순간이. 지금까지 제 투수 인생에 있어서 가장 명예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제구의 마술사라 불리며 메이저리그의 암흑기, 대 스테로이드 시절, 랜디 존슨과 함께 청정한 대투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투수. 그렉 매덕스.
그 투수는 1997년.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 필드에서 9이닝 76구 완투승이라는 믿을 수 없는 대기록을 세워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약 세 번의 강산이 뒤바뀐 후인 2036년. 뉴욕 메츠의 로건 라이트는 메츠의 홈 구장 시티 필드에서 9이닝 73구 완봉승을 기록하며 그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었다.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 1위 기록인 찰스 헨리 바렛의 기록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조금 더 줄일 필요가 있겠지만, 로건 라이트는 그렉 매덕스의 기록을 넘어선 순간을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5년가량이 더 흐른 지금. 2041시즌.
로건 라이트와 같은 팀의 유니폼을 입은 아시아의 투수가 마이애미 말린스의 론디포 파크에서 그 위대한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6이닝 무실점 4피안타 3탈삼진.
그 내용만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었겠지만, 따라오는 투구 수가 고작 40구였다는 사실은 그 행보를 비범하게 만들어주었다.
따악-!!!
그리고 그 투수는 7회에서도 이전의 이닝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6-4-3! 더블 플레이! 이태준이 오늘 경기 네 번째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면서 이닝 종료! 7회 말 말린스의 공격도 다 세 타자만을 상대하며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그 이닝에서도 피안타를 하나 내어주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어지는 타자에게 곧바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이 경기의 네 번째 더블 플레이를 끌어냈던 것.
“아니 또 더블 플레이야?”
“이것들이 단체로 정신병이라도 걸렸나··· 대체 뭐하는 거야?”
“운이 없어도 너무 없네!”
“이래서 점수 뽑겠어?”
말린스의 팬들은 그 네 번째 더블 플레이에 절망했다.
흔히 사람들이 한 경기에 더블 플레이가 세 번 이상 나오면 그 게임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 말하는데 아직 2이닝이나 남은 시점에서 벌써 네 번이나 기록됐으니.
속에서 천불이 끓어오르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어느덧 58이닝 연속 무실점. 이제 LA 다저스, 오렐 허샤이저가 남긴 기록을 넘어서기까지 단 2이닝이 남은 상황.
“그래도 타격이 안 되는 건 아니니까 어떻게든 1점은 뽑아낼 수 있을 거야···!”
“그래! Fucking! 아직 안 끝났어! 말린스! 포기하지 마!”
그렇기에 사람들 대부분이 이태준의 60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 달성 여부에 초점을 맞춘 채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어······.”
“흠······.”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그 기록 밑에 숨어 있는 진짜 대기록. 그 기록의 진위를 눈치챈 이들은 그저 침음을 흘릴 뿐이었으니.
“7회에도··· 공을 5개밖에 안 던졌어요···.”
이태준이 7회까지 마운드를 실점 없이 막아내는 동안 소모한 투구 수는 고작 49구.
최소 투구 수 기록을 깨부수는 여정은 순항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기는 그렇게 끝자락으로 치달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