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95)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95화(195/210)
195화. AMAZING LEE (7)
195화. AMAZING LEE (7)
마이애미 말린스의 홈 구장, 론디포 파크. 지금 그곳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3루 측의 원정 관중석. 그곳에 자리 잡은 팬들은 세상이 떠나가라 괴성을 토해내고 있었으며,
“이건 인정이지. 어쩔 수 없네.”
“이태준이 너무 잘했어.”
1루 측, 말린스 관중석의 팬들 또한 눈앞에 놓인 끔찍한 현실 앞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현실 앞에 허망한 눈동자를 띄워 보내기엔 이태준의 투구는 경이로웠고 그가 세운 업적은 위대했으니까.
「이태준 선수가 결국 도달하고야 말았습니다! 1944년에 세워진 찰스 헨리 바렛의 대기록을! 9이닝 58구 완봉승 기록을 57구로 경신! 이태준은 또 하나의 전설을 작성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988년에 세워진 오렐 허샤이저의 대기록! 59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도 이 이닝으로 깨어집니다!」
그렉 매덕스의 9이닝 76구 완투승도. 로건 라이트의 9이닝 73구 완봉승도 하나같이 불세출의 업적으로서 인정을 받는다. 그런데 그 기록들을 아득히 뛰어넘어 기어코 찰스 헨리 바렛의 기록마저 넘어섰다.
사이 영의 통산 511승, 놀란 라이언의 통산 5714탈삼진, 리키 헨더슨의 통산 1406도루만큼이나 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 관측되던 그 기록이 기어코 깨져버리고 말았으니까.
60이닝 연속 무실점도 엄청난 기록이었음에도 그 기록에 관한 언급이 후 순위로 밀릴 정도의 대단한 기록!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대단한 기록이야.”
“지긴 했지만, 말린스의 타자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어. 그거면 된 거야···.”
그러한 이유로 말린스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도 3루 측 관중들만큼은 아니지만, 위대한 기록의 수립 앞에 기립하여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기꺼이 축하를 건넸다.
민찬수 기자는 그런 관중들 사이에 섞여 아주 흐뭇한 미소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 역시 오길 잘했어.”
60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 달성을 보기 위해 찾아온 미국. 이태준은 언제나 그래왔듯 기대했던 것 이상의 퍼포먼스를 사람들 앞에서 선보였다.
그것은 꽤 오래 봐온 면모였을 텐데도 영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 정도로 이태준이 남긴 인상은 더없이 강렬했다.
“이번도 파장이 보통은 아니겠네.”
그리고 예측했다. 오늘 이태준에게 비추어질, 끝내주게 번쩍일 조명을.
“연락해도 받아줄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흐흐.”
흐뭇한 미소를 입꼬리에 걸어 놓은 채로 말이다.
***
마이애미 말린스의 홈 구장, 론디포 파크. 이태준에게 좋은 기억만 남아 있던 경기장. 지금 그 경기장에서 두 개의 대기록이 수립되었다.
60이닝 연속 무실점과 57구 9이닝 완봉승.
하나만 수립되더라도 영원토록 회자 될 두 기록이 동시에 터져 나온 셈이니 이태준의 앞으로 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것은 아주 당연한 현상이었다.
“대체 뭐부터 물어봐야 하지?”
“후, 기자 생활하면서 이렇게까지 설렌 적은 처음인 것 같아!”
마치 신을 눈앞에서 영접하는 것을 기다리는 신도와 같이. 이태준을 기다리는 기자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런 기자들 사이로 이태준이 드디어 모습을 비췄다.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되어버린 사내.
그 사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카메라의 셔터가 뿜어내는 빛무리가 은하수를 이루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오늘도 많이 모여주셨네요. 자주 뵌 분들도 계시고. 또 멀리서 오신 분도 계시네요. 반갑습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그런 상황이 너무도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60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달성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자랑스러운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저 혼자 만들어낸 기록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최고의 볼 배합을 구상해주는 리암 쿠퍼, 제가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최고의 수비를 선사하는 동료 선수가 함께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기록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태준은 기자들의 질문 세례 앞에서도 즉각 즉각 답변했다.
가령 오늘 가장 신경 쓰고 있던 상대는 누구인지. 또 기록을 신경 쓰고 있었는지. 노림수가 있었는지 등등의 질문들.
그럴 때마다 이태준은 겸손함을 담은 답변을 돌려줬다. 그런 태준의 모습에는 어딘지 모를 여유로움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그렇게 상황이 무르익어갈 때쯤.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이태준의 눈동자도 살짝 커졌다. 예상치 못한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으니까.
‘민찬수 기자님···?’
민찬수 기자였다.
별다른 아는 체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먼 타향에서 만나는 고국의 지인은 언제 봐도 반가움이 먼저 찾아왔다.
그런 민찬수도 지금 이 자리는 이태준의 지인이 아닌 한 명의 기자로 찾아온 것. 그는 유창한 영어로 이태준에게 질문을 던졌다.
“먼저 최소 투구 완봉승 기록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두 인물의 영어로 된 문답이 시작됐다.
“그러면, 질문하겠습니다. 오늘 이태준 선수는 총 57개의 공을 던졌고. 그중 무려 54개의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으로 향했습니다. 굉장히 공격적인 볼 배합을 보여주셨는데. 혹시 기록을 노린 볼 배합이었나요?”
“기록을 노린 건 아니지만, 투구 수의 낭비를 줄일 목적은 있었습니다. 방금도 말씀드렸다시피 오늘 컷패스트볼이 꽤 잘 먹힌다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네, 답변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오늘과 같은 볼 배합을 가져간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면.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그 질문이 나왔을 때, 순간 좌중들 사이로 침묵이 감돌았다. 오늘 이태준이 볼 배합을 수정한 궁극적인 목적. 모두 설마 하고 있던 그것이 맞다면···. 예컨대 기록을 달성했던 순간 못지 않은 파장이 불어올 것만 같았기에.
그런 기자들의 속내와 관계없이 이태준은 차분한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다른 이유 없습니다. 체력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고. 그것으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말을 꺼낸 태준의 얼굴엔 웃음기는 지워져 있었다.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말이 농담으로 꺼낸 듯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을 터.
‘뭐, 뭐라고? 더 많은 이닝···? 이미 한 경기에 9이닝을 던졌잖아? 그보다 많은 이닝이라는 건···?’
‘허 참··· 이 무슨 믿을 수 없는···.’
이미 이태준은 연장으로 게임이 흘러가지 않는 한, 한 경기에 투수가 가장 많이 던질 수 있는 9이닝을 던졌고. 계속해서 던져오고 있었다.
그런 투수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 다른 걸 생각할 수는 없었다.
“답변 감사합니다.”
민찬수의 질문은 거기까지였다.
이 이상으로 구체적인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그것이 야구 기자로서 선수와 팀에게 보일 수 있는 예의였으니까.
물론, 이태준의 대답은 그 정도로도 충분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메츠의 경기를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윽고 태준도 한 차례 주변을 스윽 살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인터뷰 자리를 떠나가는 순간까지도 카메라의 셔터와 기자의 손가락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
위대한 기록이 무려 2개나 수립된 그 날.
당연히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그 경기에 관한 이야기로 밤새도록 꽃을 피웠다.
ㄴ오늘 이태준의 커터는 마리아노 리베라의 그것 이상이었어! 구속은 언급할 가치도 없고 무브먼트와 제구까지 전부!
ㄴ말린스 타자들의 스윙을 아주 미세한 차이로 빗겨가는 커터는 마치 마법과도 같았어!
ㄴ내 평생에 본 커터 중 가장 완벽한 커터였고 아마 그것보다 완벽한 커터는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아!
ㄴ단 한 순간. 이태준의 등판 경기를 제외하고 말이지! XD
1944년, 찰스 헨리 바렛의 58구 완봉승. 사실 그 기록에 관해서는 온갖 잡음이 따라오고 있었다.
일단 1944년이 공식적으로 투구 수를 집계하기 이전의 기록인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로는 찰스 헨리 바렛이 그렇게까지 뛰어난 투수가 아니었다는 점. 당장 기록을 세워낸 1944년엔 9승 16패로 애매한 성적을 기록했었다.
‘바렛의 친정팀인 신시내티의 선수들이 그를 친구처럼 생각하고 방심하다 기록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와 같은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태준의 57구 완봉승 기록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중계를 통해 입증된 진실이었으며,
넘어서 이태준은 2041시즌 최고의 투수, 이닝 당 평균 투구 수 또한 독보적으로 적은 투수였다.
즉, 이태준의 기록은 우연이나 운이 아닌 오롯이 실력으로 만들어낸 기록이었다는 것.
그것은 그 날의 투구 내용만 보더라도 알 수 있던 바였다.
ㄴ특히 마지막에 케이든 갓윈을 상대로 던진 위닝샷은 이태준의 폼이 절정이라는 증거였지.
ㄴ특히 X튜브에 누가 그 위닝샷을 두고 분석 영상 올렸던데 진짜 그건 당할 수밖에 없겠더라···.
컷패스트볼이 절륜한 활용 말고도 언급되는 것은 이태준의 57번째 투구.
케이든 갓윈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워 게임을 닫아낸 위닝샷이었다.
ㄴ아, 나도 그거 봤어. 진짜 보면 볼수록 소름이 다 돋더라··· 어떻게 속구의 구속 편차를 10마일 이상씩 만들어낼 수 있는 거지?
ㄴ94마일이 기록됐는데 난 무슨 새로운 체인지업이라도 되는 줄 알았어. 하지만, 공을 쥔 그립은 명백한 포심패스트볼이었어!
케이든 갓윈은 루킹 삼진을 당한 그 순간 전광판을 보며 헛웃음을 내지었다.
떨어지는 낙폭 없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오는 궤적. 그 공이 포심패스트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94.2mile/h]또한, 그 공이 초구로 보여준 포심패스트볼보다 10마일 이상 느린 포심패스트볼이었다는 사실은 혀를 내두르도록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같은 구종의 구속 편차를 주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기술이다.
대개 투수의 구속이라는 건 그 선수가 어느 정도 성장을 마친 이후에는 고정되기 마련이다.
즉, 100마일을 던져본 투수는 자신의 모든 투구가 100마일이라는 구속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그리고 그 공을 던지기 위해 가장 적합한 투구 폼을 찾고, 그것으로 메커니즘을 고정한다.
그런 폼에 적응되고 나면 100마일보다 느린 속구를 던지는 걸 어색하게 느낀다.
그런 어색함은 곧잘 밸런스의 붕괴를 일으키곤 한다.
하지만 이태준은 조금의 흔들림 없이 평소의 구속보다 10마일 이상 느린 속구를 꽂아 넣었다.
커맨드도 완벽했다. 마치 자로 잰 듯 공은 스트라이크 존 보더 라인에 걸치며 들어갔다.
심지어 팔의 스윙도 의도적으로 늦췄다. 타자가 타이밍을 도저히 잡아낼 수 없도록.
그렇게 타이밍을 빼앗긴 케이든 갓윈은 방망이를 꺼낼 수 없었다.
오프 스피드과 비슷한 역할을 이행했음에도 그 공은 일직선으로 뻗는 94마일. 약 151km/h. 타이밍을 한 번 놓쳐버린 이상 그런 공에 후속 대처를 하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으니까.
ㄴ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그 타이밍을 빼앗는 거라고 했던가? 이태준은 그 진리를 증명했어!
ㄴ케이든 갓윈은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상대가 상식을 박살 내는 괴물이었을 뿐이지···
ㄴ아마도 그 위닝샷은 베이브 루스나 테드 윌리엄스가 환생해서 타석에 서 있었더라도 대응이 안 됐을 거야.
그렇게 이태준은 57구 완봉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겼고. 그것으로 60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사이 영 상 레이스와 MVP 레이스에서 2위와 아득히 차이를 벌린 이태준은 이제 그들은 볼 수도 없을 위치까지 내달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ㄴ그나저나··· 이태준 인터뷰 봤지?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했던 거.
ㄴ당연히 봤지··· 이미 투타를 겸업하면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져놓고는 더 던지겠다고 하다니···
ㄴ그저 압도적이라는 말밖엔···.
그런 이태준이 더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고 선언한 것은 2위와의 거리를 더욱이 벌리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았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태준은 본인이 내건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리라는 선수라고.
[이태준, ‘다음 등판은 하루 앞당길 수 있다.’]이태준. 그의 전력 질주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