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19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199화(199/210)
199화. 높은 곳, 더 높은 곳, 그보다 더 높은 곳 (4)
199화. 높은 곳, 더 높은 곳, 그보다 더 높은 곳 (4)
지금 LA 다저스에 제이든 킹이 있다면, 과거 메이저리그에는 랜디 존슨이라는 투수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비둘기 사냥꾼(?)으로 익히 알려진 2m 장신의 투수.
커리어 통산 4135.1이닝을 던지며, 303승과 4875탈삼진을 기록.
메이저리그 역사상 40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유일하게 이닝 당 삼진 비율이 10.5를 넘긴 선수.
즉, 메이저리그에서 좌완 파이어볼러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투수였다.
2m 8cm에 육박하는 천부적인 신체 조건을 통해 형성하는 정신 나간 딜리버리와 익스텐션. 그것은 최고 102마일까지 기록되는 무지막지한 포심패스트볼에 대한 타자들의 체감 속도를 더 빠르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예컨대 다른 구질 없이 그런 괴물 같은 포심패스트볼만 던지더라도 랜디 존슨은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수준급 투수가 되었으리라 숱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들은 흔히 언급한다. 그런 랜디 존슨이 메이저리그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포심패스트볼만이 그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슬라이더.
메이저리그의 전 역사를 통틀어 최고라 칭송받는 그 슬라이더.
그것이 있었기에 랜디 존슨은 한 시대를 호령한 역사상 최강의 좌완 투수 중 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었다고.
강속구 + 슬라이더의 투 피치 투수. 랜디 존슨은 최고 102마일까지 기록되는 포심패스트볼과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릴리스 포인트가 형성되는 90마일 이상의 슬라이더. 이따금 스플리터를 섞어 던지기야 했지만, 그 빈도가 극도로 낮았다.
즉, 사람들은 랜디 존슨이 포심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둘 중 하나의 구종을 던지리라는 것을 알고 승부에 들어갔다.
촉이 좋은 선수는 릴리스 포인트가 채 형성도 되기 전에 어떤 구종이 들어오게 될지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촉이 좋은 선수들조차 랜디 존슨에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없었다.
랜디 존슨은 그런 투수였다.
슬라이더가 들어올 것을 예측하더라도 쉽게 타격할 수 없는 공을 던지는 투수.
지금의 이태준이 그러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타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시작하는 공포. 알아도 칠 수 없을 공.
그런데 무슨 공을 던질지도 알 수 없다.
그냥 사람 미치게 만드는 거다.
부우우웅-!!!
퍼어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비록 15cm나 되는 신장의 차이 때문에 랜디 존슨만큼의 익스텐션은 형성할 수 없을지라도 랜디 존슨보다 더 빠르고 무브먼트가 더 강하게 걸리는 포심패스트볼.
“아니, 뭔 슬라이더가 저렇게 들어와? 이게 말이 돼?”
상식을 붕괴시켜버리는 듯한 궤적을 그리는 최고, 95마일의 슬라이더. 그것은 타자에게 불공평함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휘어지는 궤적이 이게 맞나 싶을 정도야··· 살면서 본 슬라이더 중 가장 위력적인 슬라이더였어···”
“문제는 그렇게 휘어지면서 구속은 95마일이 기록된다는 거지.”
“오··· 신이시여! 세상에 맙소사!”
다른 투수들의 커터보다도 빠르면서 다른 투수들의 슬라이더보다 더 날카롭고 뚜렷하게 휘어지는 슬라이더는 이건 뭐··· 알아도 칠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 젠장··· 여기서 스위퍼까지 얹는다고···?”
“게다가 스위퍼도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아.”
“대체 신경 쓸 게 몇 가지인 거야?”
횡 슬라이더의 일종인 스위퍼. 그 구종마저 LV.30의 슬라이더의 가호를 받아 과거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무브먼트를 그려내고 있었다.
원래도 받아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던 스위퍼였는데··· 구속과 구위가 제대로 붙게 되며 도저히 칠 엄두조차 나지 않게 만들었다.
“그 망할 커터에 저런 슬라이더를 섞는 건 진짜 반칙 아니야?”
“젠장, 저런 정신 나간 공을 던지는 투수는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퇴출해야 해!”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무브먼트와 속도의 척도가 다를 뿐. 구질 자체는 비슷한 구종들. 그렇기에 LV.30의 커터와 슬라이더가 일으키는 시너지는 타자가 느끼는 불합리함을 걷잡을 수 없이 커지도록 만들었다.
마치 양옆에 청룡 언월도와 장팔사모를 손에 쥔 두 명의 만인지적(萬人之敵)을 둔 것과 같은 이치.
애석하게도 그런 이태준을 상대로 카디널스의 타자들이 이렇다 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부우우웅-!!!
퍼어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예측이 완전히 불가능한 수준으로 휘어지는 구질에 꼴사납게 방망이를 헛돌린 뒤 주심으로부터 우렁찬 삼진 콜을 받아내는 것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이태준의 삼진 쇼! 3회 초 카디널스의 공격마저 삼자 범퇴!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이태준입니다! 더블 헤더 등판은 그에게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3이닝 8탈삼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 팀을 상대로도 폭군의 엄포는 멈추지 않습니다!」
3이닝 퍼펙트 8탈삼진.
오늘 시티 필드 위의 이태준은 폭군 그 자체였다.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0 : 0 뉴욕 메츠]ㄴ더블 헤더라서 조금 힘들 수 있다고 말한 야알못 다 어디로 숨었냐???
ㄴ그건 진짜 이태준 경기를 덜 봤으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지~ 리얼 ㅋㅋ
ㄴ이태준이 어떤 투수냐··· 그거 다 말하려면 한세월 걸린다 ㅋㅋㅋ 그냥 보고 스스로 느끼는 수밖에.
ㄴ어차피 한 경기면 느껴지지 ㅋㅋㅋ 진짜 공 던지는 게 다른 투수랑은 몇 차원이 다른 투수인데.
ㄴ그냥 이 새끼는 야구를 잘함 ㅋㅋㅋ
ㄴ···? 새끼···? 마! 갓태준 선생님이 네 친구고?
ㄴ갓태준도 부족함. 갓갓갓이라고 불러야. 그것 이외는 신성 모독이다!!!
***
1950년. LA 다저스의 단장 알 캄파니스는 선수를 재단하는 기준으로 60-80의 평가 기준을 도입하였다.
이후 그것을 근간으로 평균을 50, 표준 편차를 10 정도로 잡아 최저점을 20, 그리고 최고점을 80으로 잡는 지표가 탄생하였다.
그것이 현재 메이저리그의 모든 스카우트와 전력 분석가들이 활용하는 20-80 스케일이다.
대개 50을 리그 평균으로 잡고.
60은 평균을 넘는 우수한 재능,
70은 리그에서도 극소수로 꼽힐 수 있는 빼어난 재능,
그리고 80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되곤 한다.
비단 구속만 빠르다고 해서 높게 잡히는 것이 아니다.
선수로 예시로 들자면, 오타니 쇼헤이의 포심패스트볼은 꽤 많은 스카우트에게 60 정도로 평가되곤 했다.
즉, 전문가들이 재단하는 20-80 스케일에서 능력치가 60~70 사이로만 형성되더라도 메이저리그 내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갖췄다는 뜻.
그런 20-80 스케일에서 카디널스의 선발 투수이자 2040시즌의 내셔널리그 사이 영 위너, 프랭크 브라이언트는 놀라운 지표를 가진 선수였다.
흔히, 육각형 선수, 원석형 선수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이렇다 할 약점 없이 모든 능력치가 고르게 좋은 선수를 일컫는 표현이다.
그리고 프랭크 브라이언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육각형을 만들어낸 선수였다.
포심패스트볼 75/80
투심패스트볼 70/80
컷패스트볼 80/80
슬라이더 80/80
커브 70/80
써클 체인지업 80/80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 70/80
커맨드(컨트롤) 80/80
스태미너 80/80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능력치가 시대를 대표하는 재능으로 평가되었다.
마치 미, 양, 가 하나 없이. 심지어 우도 없이 오롯이 ‘수’만이 도열한 특급 우등생의 성적표와 같은 느낌.
구사가 가능한 거의 모든 구질이 하나하나가 전부 위력적이며 그 모든 것들을 스트라이크 존 보더 라인에 언제든지 로케이션이 가능한 투수.
심지어 스태미너까지 훌륭하여 100구 이상의 공을 던지고 풀 타임을 소화하더라도 컨디션 난조를 겪는다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프랭크 브라이언트는 2040시즌의 사이 영 위너다운 아주 빼어난 투구를 선보이고 있었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낮은 코스 보더 라인에 정확히 꽂혀 드는 써클 체인지업. 그것은 하비에르 카스티요와 같은 수준급의 타자들조차 휘두를 엄두조차 나지 않게 하는 투구.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프랭크 브라이언트는 메츠의 타자를 상대로 그런 공들을 계속해서 던져대며 본인의 위용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삼진! 삼진입니다! 프랭크 브라이언트가 3회 말, 다저스의 공격을 삼자 범퇴! 경기는 4회로 넘어가겠습니다!」
「역시 프랭크 브라이언트! 구사하는 구종 하나하나가 훌륭하고 컨트롤은 가히 완벽에 가깝습니다. 3이닝 무실점 6탈삼진! 투구 수는 고작 35구! 리그 최강의 타선 중 하나인 메츠의 타선을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프랭크 브라이언트입니다!」
3이닝 무실점 퍼펙트 6탈삼진.
약점이 없는 투수, 프랭크 브라이언트는 메츠에게 파고들 틈 따위 허락하지 않고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그렇게 3회까지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걸린 시간은 고작 35분가량.
리그를 호령하는 절대적 에이스 투수 간의 맞대결은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
에이스 투수와 에이스 투수의 맞대결은 언제나 적은 득점으로 승패가 나뉠 수밖에 없다.
하물며 평균자책점 2점을 넘지 않는 리그 1위와 2위의 맞대결은 더욱이 그러했다.
그리고 에이스 투수들은 그러한 사실에 익숙해진다.
메이저리그의 팀들은 모두 5선발 로테이션으로 운영하기에 에이스 투수들은 주로 에이스 투수들과 맞대결을 이루게 되며 그 경기는 대개 점수가 쉬이 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난 내 할 것만 하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는 에이스 투수는 없다.
에이스 투수의 자리는 누군가를 상대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큰 것을 넘어서 패배를 상정할 줄 모르는 자들만이 앉을 수 있는 그런 자리였으니까.
그렇기에 에이스 투수들은 투수전의 양상으로 흘러갈 때 어떻게든 기세를 잡아내기 위해 자신이 선사할 수 있는 최선을 선보이곤 한다.
그것은 보다 날카롭게 다듬어진 투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여 기세를 가져오기 위함.
마운드 위를 오르는 두 투수는 그런 투구를 선보이고 있었다.
퍼어어엉-!!!
이태준, 그가 던지는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히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미트를 터뜨려버리는 듯한 굉음이 시티 필드 안팎으로 울려 퍼졌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 소리에 응답하듯, 주심은 곧바로 야구장의 모두가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큼지막한 아웃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오늘 시티 필드를 찾아온 이들의 시선은 그런 주심의 제스처에 향해 있지 않았다.
“와, 또 106마일!”
“이게 대체 몇 번째야?!”
관중들의 시선이 꽂힌 곳은 바로 전광판. 그 위에 새겨진 숫자였으니.
“화끈하네. 화끈해. 오늘은 완급 조절을 아예 내려놓은 것 같은데?”
“처음부터 상대를 잡아먹겠다는 생각으로 달려들고 있어.”
“그런데 그게 먹혀든다는 거지. 그것도 엄청나게 잘.”
오늘 이태준이 선보이는 투구는 이미 보여준 것이 많은 이태준에게서도 특히 더 훌륭함이 느껴지는 투구.
카디널스의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나가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이치일 뿐이었다.
“그냥··· 레벨이 달라 레벨이. 메이저리거가 어디 루키 리그에서 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태준을 분석하기 위해 찾아온 스카우트들은 이태준이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감탄사를 내뱉었고, 일부는 허탈한 웃음까지 지었다.
“솔직히 난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
그러고는 손에 쥔 스카우팅 리포트를 힘없이 흔들었다.
“안 그래? 넬슨?”
그 스카우팅 리포트에 적힌 이름은 이태준. 그런 이태준의 20-80 스케일과 함께 큼지막한 정다각형이 그려져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갈하게 그려진 정다각형이.
수상할 정도로 각이 많이 진 정다각형이.
“맞지. 이건 아무 소용도 없어.”
그러자 넬슨이라 불린 사내 역시 헛웃음을 지으며 답하길.
“이태준을 어떻게 20-80 스케일 안팎으로 묶을 수 있겠어? 그냥 규격 외야 규격 외. 80은 무슨 100, 120을 적어도 부족한 게 느껴지지 않는 규격 외!”
이태준은 기존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재단할 수 없을 규격 외의 야구 선수. 메이저리그의 모든 스카우트가 바라보는 이태준이라는 선수는 그런 선수였다.
그리고 아무도 그 사실에 반박의 말을 남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