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2)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2화(2/210)
002화. 야구 명가의 둔재 (2)
웨이버가 공시된 선수는 KBO의 모든 팀과 계약을 맺을 기회를 얻게 되지만, 기간은 고작 일주일. 그 일주일이 지나면 이번 시즌은 프로팀에 입단할 수 없으며 반강제적으로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만 한다.
그리고 서울 드래곤스 출신 3명의 선수가 웨이버가 공시된 지도 어느덧 사흘째. 여전히 어느 곳에서도 연락은 없었다. 딱히 쓰라리진 않았다.
‘예상 못 할 건 아니었으니까.’
무려 5년을 별다른 발전도 없이 1군도 아닌 2군에서조차 2할도 채 안 되는 타율을 기록한 타자에게 관심을 보일 팀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선수로서의 기로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는 선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선수,
어떻게든 조금의 눈독이라도 받아보기 위해 이 악물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선수랍시고 가산점을 더해주는 경우 따위는 없었다.
실력,
그리고 잠재력.
그들이 선수를 판단하는 기준은 오로지 그것뿐.
그리고 나는 모든 부문에서 불합격 점을 받은 선수였다.
‘익숙한 일이지.’
야구를 시작한 이래로 수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감당해야 했다.
이찬열의 아들이면서, 또 이명준의 형이면서 너는 왜 그렇게 할 수 없느냐고.
때때로 나와 오래 알고 지낸 이들은 포기를 종용해오곤 했다.
너 정도 노력하는 놈이 다른 걸 했으면 무조건 성공했을 거라고. 그러니까 안 되는 야구는 지금에라도 접고 다른 길 알아보라고.
하지만 나는 그들의 비웃음에도, 포기를 종용하는 말에도 반박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의 말마따나 야구를 포기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포기···? 그게 쉬웠으면 진즉에 했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게 야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집안의 명예를 위해’와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냥··· 그냥 내가 야구를 좋아하니까. 야구를 정말이지 미친놈처럼 사랑하니까. 단지 그뿐. 그것이 드래곤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후로도 나 스스로에게 포기를 고할 수 없는 이유였다. 절벽 끝에서 끝내 밀려 떨어졌더라면, 다시 올라가면 된다. 처음부터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따악-!!!
따악-!!!
절벽 위의 절경을 언젠간 내 발밑으로 두고자 하는 마음.
드래곤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후로도 훈련은 멈출 수 없었다.
어차피 내 위치는 밑바닥.
까마득한 후배에게 무시나 당하다가 끝내 팀에서 쫓겨나는 신세.
더 잃을 것도 없다.
유명 브랜드의 슬로건처럼 Just do it. 그냥 해야 한다.
사실 그것 이외에 내게 허락된 다른 방도는 없다.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훈련은 저녁노을이 질 때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슬슬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쯤.
지이이잉-
별안간 휴대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닐 거 알았지만 혹여 다른 팀으로부터 연락이라도 왔을까 두근두근하는 마음에 확인해본 액정 위의 번호는.
“··· 아.”
212 *** ****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가 아닌 먼 타향, 이곳으로부터 약 11000Km가량 떨어져 있는 도시. 뉴욕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KBO에서도 외면받는 내게 양키스와 메츠에서 연락을 줄 일은 없을 터. 발신인이 누구인지를 구태여 확인해 볼 이유는 없었다. 그 사람은 한국에서 야구를 업으로 삼는 이라면, 혹은 꿈꾸는 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동경의 대상이었을 남자.
“네, 아버지.”
이찬열. 바로 내 아버지일 테니까.
아버지는 동생 명준이까지 프로에 입성한 이후 지도자 연수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코치 생활을 시작했었다. 루키 리그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메이저리그의 한 팀, 뉴욕 메츠의 타격 코치. 한국 선수로서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이뤘던 아버지는 지도자로서도 성공 가도에 있었다. 핏줄로 이어졌다는 것 말고는 닮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나는 감히 쳐다도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 태준아. 훈련은 끝났니?
“네, 방금 끝났어요.”
-그래. 오늘 고생 많았다. 몸은 좀 괜찮고?
“네, 괜찮아요. 너무 걱정 않으셔도 돼요.”
-···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다름이 아니고 혹시 지금 따로 계획이 있거나 그런 거 있니?
“4일 내로 연락 없으면 그냥 독립 리그부터 천천히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아, 그러면 너 이태휘라고 알지? 지금 위너스 2군 타격 코치로 있는 걔.
“··· 네.”
-태휘한테 듣기로 평소에 너 괜찮게 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아마 내일 즈음 연락 갈 거야. 테스트 한번 보자고.
순간 울컥함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모든 야구인의 동경을 받는 아버지가 한심한 자식새끼 때문에 후배에게 고개를 숙이고 청탁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이 현실이 너무도 싫었다.
“괜찮습니다. 아버지.”
비록 처지는 밑바닥이지만, 아버지가 내민 손은 도저히 붙들 수가 없었다. 야구를 못하는 자식일 수는 있어도, 한심한 자식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리고 드래곤스 2군에서조차 제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그보다 더 강팀인 위너스로 간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태준아. 굳이 돌아서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런 약한 말을 구태여 입에 담을 이유는 없었다.
아버지 앞에서 이 이상으로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 그래 봐야 약한 놈은 약한 척을 하지 않아도 약한 놈이겠지만···
“··· 정말 괜찮습니다. 지금은 경기를 좀 더 뛰고 싶습니다.”
그게 지금의 내가 지킬 수 있는, 알량하기 이를 데 없는 유일한 자존심.
-··· 그래, 알았다.
아버지는 자식의 완강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너무 힘들 것 같으면 언제든 연락해라.
“네,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말과 함께 수화기를 내렸다.
“후우···”
이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드래곤스로부터 방출되기 직전까지 겪어야 했던 모든 순간이 마치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했다. 이번만큼은 조금 쓰라린 느낌이 든다.
“한숨만 푹푹 내쉰다고 바뀌는 건 없지. 그냥 참고 버티는 수밖엔.”
다만 상처 위의 굳은살이 너무도 견고히 배겨 있던 탓에 그 이상의 쓰라림은 없다. 아니, 없어야만 한다. 지금의 내겐 통증 앞에 멈춰 설 자격 같은 건 없을 테니까. 그렇게 양손으로 두 뺨을 한 대 세게 치며 정신을 다잡았다. 이후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지이이잉-
그때 또다시 울리는 휴대폰. 이번에도 아버지인가? 하는 마음에 수신인을 확인했다.
%&^$*^&%$
“··· 뭔데 이건?”
그런데 눈앞에 보이던 건. 난생처음 보는. 아니, 이런 양식도 되는 거였나? 싶은 괴이한 번호. 장난 전화인 듯싶어 수신 거절 버튼을 눌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하지만 아무리 끊고 끊고 끊어도 그 기이한 번호의 연락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쯤 되니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명백한 장난 전화라고.
“아이 씨. 적당히 해야지. 뭐하자는 거야?”
평소였더라면 그냥 무시했을 테지만 상황이 상황이라서 그랬던 걸까? 그냥 전원을 꺼버릴까 하다가 다소 신경질적인 어투로 전화를 받았다. 순간 관자놀이의 혈관도 살짝 도드라졌다.
“누구냐?”
전화를 받자마자 따지듯 물었다. 그런데 휴대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음성.
-플레이어 ‘이태준’ 시스템 적합성 통과. 더 베이스 볼 매니저가 연동됩니다.
정확하면서 차분한 음성. 기계음이었다.
“···? 이게 다 무슨 소리··· 윽···!”
낯선 기계음이 전해준 말을 듣게 된 그 순간. 갑작스레 찾아든 어지럼증.
시야는 일순 무채색으로 번지는 듯했고 마치 돌이 던져진 호수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이건 대체···?”
별안간 찾아든 기묘한 어지럼증이 잦아들던 그때.
가쁜 숨을 고르며 시선을 위로 올렸고,
【알림】
【이 The Baseball Manage에 연동되었습니다.】
【The Baseball Manage의 특전이 제공됩니다.】
그 앞으로는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홀로그램 창이 형태를 띤 채 부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을 사람이 지금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
***
이런 투수가 있었다.
고작 178cm밖에 되지 않는 왜소한 체격 조건,
평균 구속 140Km/h도 채 되지 않는 느린 직구를 던졌던 투수.
어쩌면 ‘재능’이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런 투수.
하지만 그 투수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천재’였고.
그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수식어였다.
‘구속은 조금 느릴지라도. 그 이외의 모든 것을 가졌던 투수. 기술의 영역에서만큼은 매덕스, 글래빈, 그레인키 그 이상. 가히 독보적인 선수였으니까.’
하지만 그 투수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2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숨을 거뒀기에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로건 라이트’
그 MLB 역사상 최고의 기교파 투수는 지금 유령이 되어서 눈앞에 서 있었다.
시스템이라 불리는 기이하기 짝이 없는 기연과 함께.
“그러니까··· 당신이 죽고서 10년간 찾아 헤맨 사람이 저라고요?”
[아, 그렇다니까. 속고만 살았어?]수많은 야구 선수의 귀감. 로건 라이트.
나 역시 어린 시절의 그의 투구를 지켜봤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비록 포지션은 다르지만,
늘 동경해왔고,
닮고 싶었던 선수였다.
아버지만큼이나.
그런 그가 숨을 거둔 이후로 줄곧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이어받을 수 있을 재능을 지닌 선수를 찾아 헤맸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대상이 KBO에서 1군은커녕 2군에서조차 이렇다 할 성과를 드러내지 못했던 이태준. 바로 나라는 건데··· 당연히 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가 유령이 되어 나타났다는 것부터 믿을 수 없는 광경이겠지만···
[그동안 내가 가진 재능을 전수해주기 위해서 많은 녀석들을 봐왔어. 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녀석들을. 그렇게 거르고 걸러서 찾아낸 원석이 바로 너라고.]“그, 그러니까요. 그게 이해가 안 된다고요. 저는 재능이랑은 거리가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 있는···”
[보기 안 좋으니까. 그 뭣 같은 자조는 그쯤하고. 것보다 ‘쇼 유어 MLB’ 이 게임. 너도 해봤지?]“쇼 유어 MLB··· 아! 네. 중학생 때 조금···”
[그러면 스탯 볼 줄 알겠네. 더 베이스 볼 매니저인지 뭔지 하는 이 홀로그램 창. 그 게임 기반으로 만들어진 거니까.]본인을 로건 라이트라 주장하던 유령은 손가락으로 옆에 둥둥 떠 있던 홀로그램 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쇼 유어 MLB.
MLB를 주제로 다루는 게임 중에서는 단연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게임으로 세이버메트릭스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선수들의 스탯을 상당히 정확하게 매기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리고 게임 내 선수의 스탯은 세분화하기 이전에 Overall(현 실력)과 Peak(성장 기대치) 두 가지 스탯으로 대략적인 가늠이 가능했는데 Overall(현 실력)은 단어의 뜻 그대로 현재 선수가 펼칠 수 있을 퍼포먼스의 한계치를 의미했고 Peak(성장 기대치)은 선수의 신체 조건에 따른 성장의 최대치, 즉 잠재력을 의미했다.
그러다 보니 전성기에 접어드는 선수들은 Overall과 Peak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지만, 유망주 선수들은 차이가 상당히 컸다.
하지만 아무리 큰 차이가 난다 할지라도 약 40 정도 선에서 끊기기 마련.
【Player : 이태준(Lee Tae Joon)】
【신장 : 194cm】
【체중 : 105kg】
【나이 : 25】
【Overall(현 실력) : 25】
【Peak(성장 기대치) : 100】
25과 100. 나의 Overall과 Peak의 차이는 75. 로건 라이트는 그 수치를 확인하자마자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
[25에 100? 이야··· 너 진짜 여러 의미로 대단한 놈이었구나?]MLB의 평균적인 선수들은 약 70에서 80.
마이너리그 중 AAA에서 전전하는 선수가 대략 60에서 70.
가장 낮은 수준의 루키 리그의 선수들도 40에서 50 정도의 Overall을 지닐 터인데 태준의 Overall은 고작 25.
[너는 뭔 놈의 프로 선수가 무슨 아직도 고교 리그 수준에 갇혀 있던 거냐?]미국의 경우에서는 고교 리그 선수의 수준에 그치는 수준. 그것이 지금의 내가 펼칠 수 있을 경기력의 한계치였다.
“···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낮게 잡힌 게 아닐까요···?”
[그건 네 스스로가 제일 잘 알겠지. 안 그래?]“······”
아. 이제 사람이 아니라 유령한테도 맞아야 하나? 순간 서글픔이 밀려 들어왔지만, 별달리 반박의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자, 근데 네 눈으로도 보이지? 이 말도 안 되는 Peak 수치. 이제 판단이 설라나?]하지만 Overall 옆에 떡 하니 적혀 있던 Peak 100. 저 수치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수치인지는 쇼 유어 MLB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을 터.
[그 마이크 트라웃의 Peak가 제일 높았을 때가 90 언저리. 테드 윌리엄스며 타이 콥이며 페드로 마르티네스며 랜디 존슨이며 다 95 밑이었잖아? 아, 그래. 주사기 꽂은 배리 본즈가 96이었고 베이브 루스가 97. 그 이상으로 높게 잡힌 경우는 여태껏 없었고.]Overall과 Peak 수치는 그 시대의 리그 수준을 반영하여 책정됐기 때문에 수많은 전설적인 선수들의 스탯을 제법 변별력 있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 태준의 Peak, 성장의 한계치는 MLB의 기라성과도 같은 선수들의 그것을 넘어서 있었다. 두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
그렇게까지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만약 내게 재능이 있었더라면 응당 결실을 얻어야만 하지 않았을까?
그 의문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에 표정을 굳힌 채로 홀로그램 창을 의심의 눈초리로 응시했다. 하지만 상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정말로 제게도 재능이 있었다는 겁니까? 정말로··· 야구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까?”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으리라는 기회. 그 하나로 모든 의문은 덮어낼 수 있었으니까.
[난 이런 데 농담이나 던지는 악취미는 없어.]애당초 의지만큼은 꺾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로건 라이트라는 이름의 초호화 동아줄. 그것을 꽉 붙잡았다.
“네, 그러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 모습에 로건 라이트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다 된 것 같고. 그러면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 어차피 거절은 처음부터 거절이었으니까!]그때였다.
“아윽-!”
또 한 번 찾아든 어지럼증.
【로건 라이트의 능력치 전수가 시작됩니다! 대상자 : 】
【동기화 중······11%】
눈앞으로는 또다시 알 수 없는 문구가 적힌 홀로그램 창이 불현듯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