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207)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207화(207/210)
207화. 야! 이게 맞아? (1)
207화. 야! 이게 맞아? (1)
LA 다저스가 다른 투수도 아니고 대니얼 웨스트우드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는 건 벼랑 끝에 몰린 이의 처절한 부르짖음과도 같았다.
조금만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야! 가기 전에 나도 한 대만 때려보자 이 개자식아···!”
메이저리그의 한 시즌은 길고 고되다.
당장 페넌트 레이스만 하더라도 무려 162경기를 치러야 하고 LA 다저스와 같은 서부 지구에 있는 팀들은 이동 거리도 길다.
무려 1년에 42000마일, km로 환산하면 무려 67500km.
서울과 부산을 편도로 무려 180번가량을 오가는 거리를 1년 동안 이동한다.
그런 고된 혈투 끝에 간신히 도달해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그런데 같이 온 팀이 “어 왔냐? 오느라 수고했다. 이제 내려가라.”라고 말하며 흠씬 두들겨 패버린 뒤 벼랑 끝으로 밀어버리려 하니···.
LA 다저스의 입장에서도 갈 때 가더라도 어떻게든 한 방 먹인 다음 가고 싶은 것은 당연한 심리였을 터.
4연승을 거둘 수 있어야만 그다음 단계인 월드 시리즈로 들어갈 수 있는 LA 다저스가 4차전부터 마무리 투수를 선발 투수로 내세우는 등 총력전을 예고한 이유에 다른 원인을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 천하의 LA 다저스가 이렇게까지 내려놓을 줄이야.”
“시리즈 4 대 0으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 거지.”
월드시리즈에 가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4차전만큼은 우리가 가져가겠다.
LA 다저스는 벼랑 끝에서 결사 항전의 의지를 엿보였다.
[그때가 생각나네. 아마 15년 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아.]그런 LA 다저스의 기행에 가까운 투수 운영을 보면서 로건 라이트는 잠시 감상에 젖어 들었다.
[물론, 그땐 다저스가 아니라 파드리스였지. 솔직히 좀 놀라긴 했었어. 와일드카드 3위밖에 하지 못했던 파드리스가 카디널스와 필리스를 전부 이기고 올라올 거라곤 예상하기 힘들었거든.]약 15년 전의 플레이오프. 그 당시에도 뉴욕 메츠는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내며 일찍이 디비전 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놓았고, 이후 LA 다저스를 3 대 1로 꺾어버리며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치러지는 내셔널리그의 한 갈래 나눠진 플레이오프. 거기서 많은 사람이 예측하지 못한 이변이 터져 나오고 있었으니.
[그때의 파드리스는 아무리 좋게 표현하려 해도. 강팀이라 보기 조금 어려웠어. 시즌 중에 지구 최하위까지도 한 번 내려간 적 있을 정도로 여건이 좋지만은 않았으니까 말이지.]그해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냉정히 말해서 강팀보다는 약팀에 가까운 팀이었다.
만약 와일드카드 경쟁 팀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에이스 투수, 스펜서 스트라이더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하며 휘청이지 않았더라면 파드리스는 플레이오프 진출마저 불투명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와일드카드 4위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고작 1게임 차로 기적적으로 플레이 오프 티켓을 거머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처음 맞닥뜨리는 상대는 중부지구 1위를 달성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페이롤의 차이도 컸고, 전력상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언제든지 월드시리즈에 도전하더라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었을 카디널스와 플레이오프에 진출 성공만으로도 의의를 둘 수 있던 파드리스와의 맞대결에 많은 사람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승리를 낙관했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도박사의 예측도 거의 7.5 대 2.5. 파드리스의 상황은 더없이 열악했다.
[그런데··· 달랐어. 확실히 달랐어. 그때의 파드리스는 정말 앞뒤 안 보고 달려드는 이리 떼처럼 느껴질 정도였어.]하지만 그런 파드리스는 강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겁 없이 달려들었다. 매 경기를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전력을 쏟아 넣었다.
시리즈 1차전부터 1선발 투수와 2선발 투수를 동시에 투입하는 등 후일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달려들었다.
[투수들을 정말 마구잡이식으로 운영했어. 그래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당연히 온갖 전문가들이 나서서 날 선 비판을 했었지. 그런데··· 되더라고. 절대 질 것 같지 않았던 카디널스가···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지.]카디널스와 파드리스의 대결은 마치 사자와 이리의 대결과도 같았다. 기본적인 체급부터 시작해서 뿜어내는 아우라마저 다른 두 포식자의 대결.
그리고 그 대결의 승자는 이리였다.
그렇게 카디널스를 꺾어낸 파드리스의 맹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직 굶주림이 채워지지 않은 이리 떼는 그다음 먹이를 노렸고, 그렇게 자이언츠를 꺾고 올라온 필리스, 풍채가 어마어마한 호랑이마저 숨통을 끊어놓았다.
그렇게 필리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도달했고,
로건 라이트가 뛰고 있던 뉴욕 메츠와 맞붙을 기회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어떻게 파드리스가 저런 막장 운영으로 강팀들을 꺾고서 올라왔던 걸까. 붙기 전만 하더라도 우리끼리 의견이 꽤 분분히 나뉘었지. 물론, 주류 의견은 단순하게 운이 좋았다. 카디널스와 필리스가 방심했다. 정도였지 그런데··· 직접 맞붙게 되니까. 파드리스가 어떻게 그 모든 팀을 꺾고서 올라왔던 건지 이해가 단박에 되더라고.]과연 플레이오프 진출 팀 중 단연 최약체로 분류됐던 파드리스가 어떻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올라올 수 있던 걸까.
로건 라이트가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그때의 파드리스는··· 져도 됐던 거야.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시작된 그 순간부터. 처음부터 그런 마음가짐으로 달려들었던 거지.]파드리스는 완전한 언더독의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그러니 100%로는 모자랐던 거지. 150%, 아니 200%를 내기 위해 한 경기 한 경기에 자신들이 쏟아 넣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넣었고. 그렇게 강팀들을 이겨왔던 거야.]그렇게 은근하게 후일을 도모하려는 강팀들을 하나하나 꺾고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 파드리스의 투쟁심은 당대 최강의 투수, 로건 라이트에게도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야, 로건.]그때였다.
[그런데··· 파드리스는 그때 메츠에게··· 4 대 0으로 짓밟히고 탈락한 거 아녔냐?]테드 윌리엄스가 로건 라이트의 말에 의문을 품은 시점은.
그 반박에 로건 라이트는 그저 싱겁게 웃었다.
[앞선 플레이오프에서 파드리스가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봐 왔잖아.]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우리도 똑같이 하면 그만이었지. 어차피 체급은 우리가 더 높았으니까.]눈빛에 독기를 넘어선 광기를 서린 채 달려드는 이리 떼. 그들을 막아서기 위해서는 똑같이 독기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이독제독(以毒制毒).
파드리스의 파격적인 운영에 맞춰 메츠 또한 파격적인 운영을 감행했고, 그렇게 파드리스를 4 대 0으로 잠재우며 월드시리즈로 진출할 수 있었다.
“이독제독이라···.”
로건 라이트의 말을 가만히 경청하던 태준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언제나 좋은 말 감사해요. 로건.”
아무리 강자의 위치에 있더라도 깨달아야 한다. 본인들도 한 번의 방심으로 발을 헛디딜 수 있다는 사실을. 발을 헛디디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는 현실을.
“덕분에 머릿속이 조금 더 깨끗해진 느낌이 드네요.”
후일은 앞서서 상정하는 것이 아닌 가서 생각하는 것.
“모쪼록, 4차전도 잘 치러보겠습니다.”
태준은 그 사고와 함께 잡념은 갈무리했다.
***
10월.
슬슬 여름의 기운이 가시기 시작할 무렵. 만연해진 가을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썩 기분이 괜찮았다.
그런 기류 속의 다저 스타디움. 어쩌면 다저스의 2041시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
다저 스타디움이 만원 관중으로 꽉 들어찬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른다.
「오늘 경기 다저스의 선발 투수로 예고된 선수는 마무리 투수인 대니얼 웨스트우드입니다. 궁지에 몰린 다저스 측에서 굉장히 파격적인 투수 운용을 들고서 나타났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저스의 허벨 감독의 말에 의하면, 오늘 4차전은 모든 투수가 전부 투입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다저스는 이번 4차전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칠 의지를 엿보이고 있습니다.」
1년. 그 고된 일정을 다분히 달려온 다저스가 2041시즌의 최후가 될 수 있을 전장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전력으로 임하리라 선언한 셈이니.
다저스 팬들은 그것을 가만히 관망하지 않았다.
“좋아! 다저스! 이대로 물러서지 말자고!”
“오늘 죽어보는 거야! 아주 그냥 죽어보자고!”
다저스의 관중석을 가득 메운 다저스 팬들은 선수들 못지않은 광기를 그라운드 너머까지 뿜어댔다.
“FUCKING! 가자! 다저스!”
심지어는 거친 소리까지 토해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사나운 투견과도 같았다.
경기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오늘 경기, 다저스의 선발 투수로 나선 대니얼 웨스트우드.
1~2이닝을 막는 데 있어서 메이저리그에서 따라올 자가 이태준 단 한 사람밖에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간결하고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
퍼어어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 투수가 1회부터 전력투구를 시작했다. 완급 조절 따위는 애초에 배격되어 있었다.
「스윙! 삼진! 까다로운 타자 하비에르 카스티요를 4구 만에 삼진을 잡아내는 대니얼 웨스트우드! 삼진을 잡아낸 뒤 마운드 위에서 포효합니다!」
“으아악-!!!”
마치 괴성에 가까운 포효. 팀에 합류한 지는 고작 2달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기꺼이 다저스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웨스트우드! 웨스트우드! 웨스트우드!”
이에 다저스의 관중들도 포효했다. 10월의 가을바람은 다저스 선수와 팬들이 자아내는 열기 앞에 사그라들었고, 그라운드는 지금 열광의 도가니. 마치 거대한 캠프파이어라도 놓인 듯 뜨거운 화염이 일렁이고 있었다.
자칫 약한 마음을 먹었다간 압도될 수도 있을 분위기였다.
“허우, 쉽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럴 수 없을 거 같은데?”
대니얼 웨스트우드는 제이든 킹과 메커니즘이 상당 부분 유사한 투수.
하비에르 카스티요는 그런 대니얼 웨스트우드에게 무력하게 삼진을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왔고, 이내 한탄했다.
“얼마나 더 던지려는 건지 모르겠는데. 웨스트우드는 지금 전심전력이야. 9회에 만났을 때와 같은 공을 던지고 있어.”
대니얼 웨스트우드의 2041시즌 평균자책점은 ‘0.98’.
나름 A+급 레벨로 분류되는 메츠의 마무리 투수, 라이언 켈리가 기록한 평균자책점의 거의 절반 수준.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의 모든 마무리 투수 중 가장 평균자책점이 낮은 투수였다.
얼마나 많은 이닝을 던지게 될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대니얼 웨스트우드가 버텨주고 있는 한 아무리 메츠의 타선이라도 점수를 뽑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오늘 경기 메츠의 선발 투수는 랜던 싱클레어.
3.81의 평균자책점과 11승 7패를 기록한 4선발 투수였다.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의 평균자책점 비교는 가혹할 수는 있어도 웨스트우드가 기록한 그것의 거의 4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오늘 경기는 정말 어려울 수도 있겠어.”
거기에 다저스의 불펜에는 제이든 킹을 비롯하여 다저스가 꺼낼 수 있는 최선의 카드들이 전부 대기하고 있었으니··· 게임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게 따라올 수 있을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따아아아악-!!!
열기로 뒤덮인 다저 스타디움에 별안간 뇌성이 번뜩였다.
그것으로 차가운 적막이 끼얹어졌고.
“허어···.”
다소 암울한 미래를 그리던 하비에르 카스티요의 벌어진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이뤄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