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21)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21화(21/210)
021화. 격세지감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특히 상무 야구단의 유예강을 두 번 연속으로 잡아냈을 때 곧 이름이 불리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상무 야구단과의 경기가 종료된 직후 감독실로 불려와 듣게 된 첫 마디.
“둘 다 그간 수고 많았다. 이야기 다 끝났으니까. 내일 바로 사직으로 건너가면 될 거야.”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회는 남달랐다. 예상했었음에도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했다.
“힘들게 올라간 거 바로 내려오면 억울하겠네.”
“많이 억울할 겁니다.”
“하하하, 그래. 이왕 올라간 거. 웬만하면 내려오지 말고.”
‘프로’라는 명찰을 달고서 경기에 임한 지도 어느덧 4시즌하고도 반 시즌 조금 더 넘었다.
절대로 짧지 않은 시간, 1군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그 기회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이후로도 원더스 2군의 여러 사람에게 축하를 받을 수 있었다.
“축하한다 태준아. 내 너 결국엔 잘 될 줄 알았다니까? 가서도 잘 하고.”
“감사합니다. 장 코치님.”
특히 장민영 코치는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되는 듯 기뻐했고, 떠나기 전까지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새삼 좋은 사람들과 야구를 하고 있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야구는 팀 스포츠야. 믿을 수 있는 동료, 그리고 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더 좋은 성과가 나오기 마련이지.]야구는 팀 스포츠, 믿을 수 있는 동료의 중요성. 로건 라이트는 그것을 늘 강조했다.
태준 역시 그 어떤 이견을 남기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피부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백번 동의합니다.”
성공한 선수가 되고자 하는 마음 내면에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좋은 선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동행하는 길.
“저도 동료들에게 더욱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해야겠죠.”
그 길 위를 걷고자 했고,
[서두를 거 없어. 잘하고 있으니까.]제대로, 그리고 느리지 않게 나아가고 있었다.
***
내일이면 1군 선수.
설레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태준도 사람이기에 들뜨기는 매한가지. 그리고 지금은 그 들뜨는 감정을 살며시 갈무리했다.
“갈 땐 가더라도. 할 건 해야겠지.”
내일 바로 부산으로 이동해야 했던 터라 오늘은 단체 훈련으로부터 면제였다. 하지만 훈련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단체 훈련이 줄어든 만큼 개인 훈련을 늘렸으니까.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뛰고,
평소보다 세트를 늘였다.
“와, 독한 놈. 뭔 마라토너야? 어째 지치질 않아.”
그리고 오늘 함께 단체 훈련 면제를 받았던 송정근은 함께 러닝머신을 타던 중 먼저 지쳐서 나가떨어졌었고, 뒤편에서 혀를 내둘렀다.
‘늘 나 정도면 열심히 하는 축이라 생각했는데, 태준이 하는 거 보면 그 생각이 쏙 들어가네.’
이후 속으로 이런 생각을 삼켰다.
‘1군 들어가기 전에 전력 분석 자료 좀 봐둬야 해서 좀 일찍 들어가려 했었는데, 그럴 수가 없겠네.’
이윽고 러닝머신에 올라타고서 속력을 높였다. 조금 지쳐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반짝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그윽하게 지켜보던 로건 라이트는 이렇게 읊조렸다.
[이거 보라고, 잘 하고 있다니까.]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수. 태준은 조용히 그런 선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후 평소보다 긴 훈련이 슬슬 끝자락에 다다를 즈음. 단체 훈련을 막 끝내고 체력 단련실을 찾아온 한 선수가 다가왔다.
“저, 선배님···. 혹시 잠깐 시간 괜찮을까요?”
“아, 하진이구나. 어, 안 될 거 없지? 왜?”
유하진이었다.
원더스에서 가장 빠른 직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
그런 직구를 가졌음에도 유약한 멘탈 탓에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던 투수.
“그···.”
그런 유하진이라면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을까.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음, 혹시 내가 먼저 맞춰봐도 될까?”
“저··· 그··· 네?”
그걸 제 입으로 직접 말하는 건 조금 민망한 일이긴 했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내가 던지는 그 느린 공들에 타자들은 왜 속절없이 당할까. 그거 물어보고 싶었던 거 아냐?”
“···!”
정확하게 꿰뚫었다. 유하진은 괜히 자신의 이마를 더듬었다.
“··· 네, 맞습니다. 그동안 선배님 투구를 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던 건지 생각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라면 제대로 물어볼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아서.
[이야··· 이제 너한테 조언을 구하는 놈도 다 나오네. 사람 일은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니까?]옆에 있던 남들보다 야구를 조금 많이 잘했던 유령은 이 상황을 몹시도 흥미로워했다. 또 궁금해했다. 과연 이태준이 여기서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지를.
“글쎄, 나도 4년 동안 실패만 해왔던지라. 해줄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조언. 말은 쉽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애초에 자신의 문제점을 누군가의 조언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누가 난관을 겪겠는가?
그러다 보니 해줄 수 있는 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답은 결국 내 공에 대한 자신감에 달린 건데. 너무 진부한 이야기지?”
아마 그건 유하진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 하하하, 그렇네요.”
하지만 모든 일이 으레 그렇듯이, 해답은 진부함에서 멀리 벗어나 있지 않다.
적어도 태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전부야. 그리고 자신감이라는 건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고.”
자신감이라는 것은 어쩌면 천부적인 재능에 조금 더 가까운 개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내막에는 분명 후천적인 영역 또한 자리하고 있을 터.
“너는 네가 상대하는 타자의 성향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
“네? 아, 네! 대략적으로는···.”
“그러면 내가 어제 상대한 유예강은 정확히 어떤 타자인지 대답할 수 있어?”
“······”
역으로 들어온 질문. 그 질문에 유하진은 우물쭈물할 뿐 이렇다 할 대답을 남길 수 없었다.
“유예강은 노림수보다는 감에 조금 더 치우친 배드 볼 히터, 동시에 어퍼 스윙 메커니즘을 지닌 타자. 그리고 구속이 느린 투수에게 성적이 특출나게 좋아지는 경향이 없는 타자. 이 세 가지 특성을 고려한다면, 내가 생각한 볼 배합이 먹힐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그게 내가 유예강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존 안에 직구 4개를 꽂을 수 있던 이유고.”
반면에 태준은 그 이유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그것이 태준이 타자와의 승부에서 보이는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말이 조금 길어졌는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신감이라는 건 내가 상대하는 타자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때 생겨난다는 거야. 잘 모르는 상대로 대뜸 공을 존 안으로 욱여넣는 건··· 그건 그냥 정신 나간 객기고.”
후천적인 부분이 잔재한다는 것은 곧 발전의 여지를 의미한다.
태준은 천부적 재능보다 후천적 개념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 그리고 유하진은 아직 그 지점으로 도약하지 못한 것뿐이라 생각했다.
“상대를 이해하라···. 자신감은 그렇게 생긴다···.”
유하진은 그 말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변화는 그것으로 시작되기 마련.
“그리고 네가 가진 무기들을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네?”
태준은 거기서 한 마디를 추가로 얹었다.
“다양한 구종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양날의 검이야. 이것저것 던질 수 있어 봐야 타자에게 까다로운 선택지를 던질 수준이 못 된다면 던지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거든.”
유하진이라는 투수는 어떤 투수인가.
평균 구속이 150Km/h를 쉬이 넘는 강속구를 197cm의 높은 신장에서 내리꽂을 수 있는 투수.
그 투수에게 최고의 무기가 무엇인지를 따질 필요는 없다.
“주객이 전도된 볼 배합은 오히려 타자의 심리를 보다 명쾌하게 만들어줄 때가 있어. 그러니 한 번 생각해봐. 지금 네가 어떤 공을 던져야 하고 어떤 볼 배합을 설계할 수 있을지를.”
“······”
어쩌면 아주 미세한 변화일 뿐이겠지만, 유하진의 뇌리에는 작은 바람이 서서히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자신을 어느 방향으로 인도해줄 수 있을지는 오로지 본인의 몫.
타인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는 있어도 운전사가 되어줄 수는 없으니까.
이윽고 유하진은 결연한 표정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태준이 있는 쪽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배님! 새겨 넣겠습니다!”
원체 가진 재능이 출중한 선수이니 나아가야 할 길에 발을 디딜 수만 있다면 된다.
유하진은 방금 그 길을 찾은 듯 보였다. 과연 그 길이 맞는 길인지는 아직 알 수 없겠지만, 지켜볼 가치는 충분했다. 그는 아직 24살의 어린 투수. 실패가 좌절로 귀결되기엔 가진 것이 아직 이른 투수였으니까.
“그리고 1군 진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태준 또한 나아가야 할 길이 여전히 머나먼 선수.
“그래, 고맙다.”
그렇게 1군으로 향했다.
아직 전반기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
“2군에 있을 동안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 사직 야구장에 짐을 풀고서 가장 먼저 당도한 곳은 감독실. 그곳에서 류남선 감독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일단은 그냥 하던 대로만 해봐. 당장에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기회는 제법 갈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신인 선수에게는 최소한의 기회를 부여하던 그간의 류남선 감독의 운용 방식을 생각해보면 없는 말은 아님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에 절대로 안주해서는 아니 될 일.
어느 정도의 기회는 보장해주겠지만 류남선 감독은 철저하게 실력주의를 표방하는 감독. 주어진 기회 안팎에서 그의 기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그 기회는 다른 이에게 넘어가 버릴 테니까.
“어떤 역할을 맡기던 기대하신 것 이상으로 부응해보겠습니다.”
그것이 선수로서, ‘프로’ 선수로서 지녀야 할 자세. 류남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의 눈매는 선글라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입꼬리는 위를 향해 살짝 호를 그리고 있었다.
“허허, 그래. 넌 아직 투수로서는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선수인 만큼 포지션을 고정해 놓기보다는 다양한 순간에 투입될 거야. 그리고 거기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네 역할이 결정될 거고.”
“네, 명심하겠습니다.”
원하는 포지션은 쟁취로서 얻어낸다. 1군 진출이라는 첫 목표를 넘어선 시점, 새로운 목표가 뚜렷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1군은 어떤 곳인가, 그리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 좋은가에 관한 것들. 류남선 감독은 제법 세세하게 짚어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긴 말.
“혹시, SNS 같은 데 관심 있니?”
SNS에 대한 경계. 이는 근거 없는 염려가 아니었다. 실제로 SNS에서, 특히 비공개 SNS 계정에서 선배, 코치, 팬들에 대한 뒷담화를 나누다 적발되는 등 사고를 치는 어린 선수들이 여럿 있었으니까.
“아뇨, 안 합니다. 관심도 없고.”
“그래, 처음부터 시작도 안 하는 게 제일 좋아. 앞으로도 쭉 관심 안 가지면 더 좋고.”
“네, 알겠습니다.”
다행히도 태준은 SNS에 관심이 조금도 없던 선수. 덕분에 류남선 감독도 시름을 덜 수 있었다.
“그래, 앞으로 잘 해봐. 난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기회를 줄 테니까. 염 코치님. 태준이 선수단에 바로 합류시켜주세요.”
그렇게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
합류한 선수단. 그곳에서 꽤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게 누구야? 벌써 올라온 거야?”
얼마 전까지 2군에서 함께 뛰고 있던 투수, 소상혁이었다.
“아, 상혁 선배. 잘 지내셨어요?”
“하하, 잘 지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한다.”
“네?”
“너도 알다시피 요즘 흐름이 영 안 좋잖냐? 솔직히 말하자면··· 분위기가 영 좋진 않지.”
그의 말마따나 원더스의 최근 성적은 좋지 못했다. 전반기의 끝을 앞두고 성적은 7위. 본초의 목표였던 가을 야구와 거리가 약간 멀어져 있었다.
“그래도 최대한 신경 쓰지 말고. 우리는 우리 할 것만 신경 쓰면 돼. 알지?”
“그래. 넌 다른 것보다 자리 잡는 게 우선이야.”
그때 또 한 명의 낯익은 투수, 정준이 아는 체하며 다가왔다. 2군에서 느껴봤듯, 정준은 지닌 명성에 비해 무게감을 잡지 않는 선수, 쉽게 말해 꼰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
“정준 선배님도 잘 지내셨습니까?”
“오랜만. 이라기엔 일찍 올라왔네? 적어도 후반기는 되어야 올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운으로 여기 오는 놈 없어. 다 인정받고 오는 거지.”
능글맞은 표정을 짓던 정준은 어깨동무를 하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건 그렇고. 약속한 건 잊지 않았지? 끝나고 시간 내보자.”
【등록된 튜터로부터 새로운 구종을 전수 받을 수 있습니다!】
【대상 ‘정준’으로부터 구종을 전수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