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22)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22화(22/210)
022화. 위기를 기회로 (1)
오늘도 활기가 격동하는 부산의 사직 야구장.
경기장 위로는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그냥 때려 쳐! 새끼들아!”
“느그가 프로가! 마! 느그가 사람 새끼가! 으이!”
“아으, 하는 짓 봐라! 우리 집 개도 너희들보다 잘 하겠다!”
그보다 더욱 뜨거운 만원 관중의 열기는 경기의 시작과 동시에 사직 야구장을 더욱이 달아오르도록 조성했다.
그 광경은 마치 지옥도를 연상케 했다.
나름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분명 상상을 넘어서 있었다.
“어우, 분위기 살벌하네요.”
원더스의 최근 흐름은 분명 좋지 않았다.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리그 5위를 기록하던 원더스는 주전 선수의 잦은 이탈로 성적이 뚝뚝 떨어지더니 1달 새 7위까지 추락했다.
관중들의 분노는 그 지점에서 기인했다.
“익숙해져야지. 앞으로도 계속 1군에서 던지고 싶으면.”
불펜에서 함께 대기하고 있던 소상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래도 잘만 하면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야. 쉽진 않겠지만.”
“하하하···.”
꽤 오래도록 야구를 해왔지만, 관중석이 가득 들어찬 야구장은 처음.
그 관중석에서 느껴지는 맹렬한 열기는 다소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 이 분위기지. 이래야 야구장에 왔다고 할 수 있지.]반면 그러한 분위기가 무던히 익숙했던 로건 라이트는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경기장을 살폈다.
[한국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팀이라더니 정말인가 보네.]명실상부 KBO 최고의 인기 팀, 동시에 가장 강성의 팬을 두고 있는 팀.
[마치 펜실베이니아에 온 느낌이랄까?]로건 라이트는 이역만리의 타향에서 친정 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래도 거기보다는 훨씬 여건이 낫지. 적어도 맥주병 던지는 관중은 없을 거 아냐.]‘그··· 여기는 술병은 반입부터 금지라서···.’
[그래, 얼마나 신사적이냐고.]‘하하하···.’
로건 라이트가 선수 시절에 뛰었던 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강성 팬덤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워낙에 거칠고, 다혈질에 홈 팀, 원정 팀 가리지 않고 야유를 퍼붓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경기장 안으로 온갖 선물 공세를 집어 던질 때도 있었다. 2016년 자신들의 프랜차이즈 스타에게 맥주병을 투척한 것은 꽤 유명한 일화.
오죽하면 필리스의 팬들을 훌리건의 합성어 ‘필리건’으로 부르겠는가.
로건 라이트가 부산의 야구 팬을 비교적 얌전하다고 여기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엄연히 로건 라이트가 특별한 경우. 웬만한 선수들은 관중이 자아내는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는 듯한 열기에 쉬이 영향을 받곤 했다.
“볼넷!”
오늘 경기 원더스의 선발 투수로 나섰던 강경원은 매 이닝마다 제구가 조금씩 흔들리며 주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있었다.
“저 새끼는 깔끔하게 막는 꼴이 없어! 또 쓸데없이 주자 쌓지!”
“그뿐이냐? 인터벌도 더럽게 길어서 보는 내내 답답하다!”
이내 1루 관중석으로부터 쏟아지는 야유의 파도. 강경원은 마치 외줄 타기라도 시작한 듯, 낯빛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마운드 위에서 모자를 벗고서 땀을 훔치는 빈도도 제법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긴장한 듯한 내색은 화면 너머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어우, 우리 경원이 어쩌면 좋냐. 또 땀 삐질삐질 쏟아내네.”
“쟨 홈만 오면 저래. 벌벌 떨고.”
불펜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은 흔들리는 강경원을 보며 저마다 염려를 표했다.
“어쩌겠습니까. 본인이 이겨내야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방도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원더스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라면, 그 정도 압박은 이겨낼 줄 알아야 했을 테니.
“그래도 경원이 정도면 나름 잘 극복해내는 축 아닙니까? 불안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이기는 해도.”
그런 점에 있어서 강경원이 팀의 주전 선발 투수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었던 이유.
“무너지지는 않으니까요.”
강경원은 오늘도 그 이유를 마운드 위에서 증명해내고 있었다.
붕-!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2명의 주자가 루상에 나가 있었던 5회 초.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 종료.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이번에도 위기를 스스로 틀어막는 강경원! 경기는 이제 6회로 넘어갑니다!」
「오늘 강경원 선수, 5회까지 10번의 출루를 허용했지만, 실점은 2점밖에 되지 않아요. 투수에겐 이런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요. 비록 과정은 위태로웠지만, 결과는 5이닝 2실점. 나쁘지 않았거든요!」
5이닝 동안 투구 수 104구, 피안타 4개, 볼넷 6개. 이닝 당 2명꼴로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내어준 실점은 단 2점. 강경원은 오늘도 선발 투수의 임무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5, 6이닝은 꼬박꼬박 먹어주니까. 계산은 선다는 거지.”
비록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진 못하더라도 크게 무너지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 그의 최대 강점. 즉, 계산이 서는 선수. 감독은 그런 선수를 더욱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고생했다. 이제 쉴 수 있도록.”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강경원은 류남선 감독의 격려에 이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윽고 출전 가능한 투수 현황을 곁눈질로 한 번 사악 훑은 뒤 류남선은 수화기를 들어 불펜 쪽에 연락을 취했다.
“양 코치. 박석한, 이태준 슬슬 준비시켜.”
스코어 4 대 2.
2점 차의 리드 상황.
이태준은 1군 등록 첫날부터 불펜 출격을 하달받을 수 있었다.
***
팀은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계산만 제대로 선다면 그 선수를 기용한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달랐다.
[오늘 자 강경원 근황]오늘도 꾸역투 적립
ㄴ진짜 5이닝 본색 미쳤냐 ㅋㅋㅋㅋㅋ
ㄴ이 새낀 그냥 하늘이 무너져도 5이닝은 막음 ㅋㅋㅋ
ㄴ단점 : 존나 되는 날도 5이닝만 막음;
[강경원 선발 투수 나오는 날 특징]보는 사람만 속 터져 죽음
ㄴ제발 스트라이크 좀 자신 있게 꽂아 넣어라;
ㄴ계속 유인구 유인구 유인구;
ㄴ게다가 인터벌도 뭣 같이 길어서 한 이닝 체감 시간 장난 없음;
ㄴ이 정도면 진짜 보는 사람 답답하라고 일부러 이러는 게 맞다···
팬들은 답답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주야장천 유인구로 살살 꿰어서 승부를 보는 투수보다 스트라이크를 팍팍 꽂아 넣을 수 있는 투수를 더욱이 선호한다.
ㄴ그냥 강경원 직구가 쓰레기라 그런 거야; 걔 포심 평균 구속 140은 나오냐?
ㄴ150Km 던졌어 봐라. 우리가 뜯어말려도 스트라이크 존에 공 팡팡 꽂아 넣을걸?
또한, 그것이 팬들이 강속구 투수에 매료되는 이유. 스트라이크 존에 강속구를 펑펑 꽂아 삼진을 뽑아내는 투수들은 보는 맛 자체가 또 다른 차원의 그것이었으니까.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집어넣어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
야구 팬들은 그런 투수를 흔히 스터프가 좋은 투수라고 일컫는다.
아쉽게도 원더스에 소속된 투수 대부분은 스터프가 좋지 못했다.
따악-!
「이번엔 좌중간! 좌중간을 꿰뚫는 큼지막한 타구! 선행 주자 홈까지! 득점 성공! 1점 따라붙는 수원 엔젤스! 타자 주자는 2루까지!」
「2아웃 이후 연속 안타 후 실점. 이거 뼈 아프겠는데요?」
강경원이 내려가고서 6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우완 불펜 박석한은 2루타를 연달아 내어주며 끝내 실점을 헌납했다.
팬들은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팍팍 꽂는 투수를 좋아하기는 한다.
물론 스트라이크 존에 넣다가 맞는 사람까진 좋아해 주지 않는다.
ㄴ미친 놈아! 그걸 또 쳐 맞냐?
ㄴ와 진짜; 하루라도 맘 편히 볼 날이 없어요;
ㄴ우중간, 좌중간 참 골고루 맞는다 ㅋㅋㅋ
야구장 밖에서 경기 중계를 보고 있는 팬들도
“야! 그만 쳐 맞아! 무슨 배팅볼 던져?”
“한 놈은 볼질! 한 놈은 배팅볼! 미치겠다 진짜!”
경기장 안팎, 관중들도 계속되는 답답한 투구 끝에 서서히 인내심의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TEAM 1 2 3 4 5 6 7 8 9 R
엔젤스 0 1 1 0 0 1 – – – 3
원더스 0 2 1 1 0 0 – – – 4
게다가 스코어는 3 대 4로 고작 한 점 차 리드하고 있던 상황. 어느덧 사직 야구장의 열기는 절정까지 치달아 있었다.
그 상황 속 7회 초, 엔젤스의 공격.
“원더스 투수 교체!”
원더스의 세 번째 투수가 모습을 드러낼 차례.
이윽고 한 명의 낯선 투수가 불펜의 문을 열고서 마운드 위로 걸어 올라갔다.
***
사람들은 말한다.
위기는 늘 우리의 곁을 도사리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예고도 없이 나타난다고.
지금 이 순간이 딱 그러했다.
오늘 경기는 1군에 등록되고서 처음 치르는 경기. 그리고 태준의 신분은 1군에서 한 번도 뛴 적 없는 엄연한 신인 투수.
대다수의 경우, 그런 투수는 승부처에 내보내지 않는다. 패전 처리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올라가는 것이 정석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경기에서의 역할은 패전 처리 담당이 아니었다.
“태준, 7회 초 두 타자 상대한다. 준비하고 있어.”
7회 초, 한 점 차 리드의 상황에서 좌타자 두 명을 상대로 막아내는 것.
즉, 승부처의 등판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이라···. 이건 나도 예상 못 한 상황인데?]분명 정석과는 다른 방식, 예기치 못한 위기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말이 있죠?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을지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제 신분을 단번에 끌어올릴 기회가 될지도 모르죠.’
자신에게 놓인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써 받아들였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마운드 위로 올라섰다.
***
7회 초, 전광판에 나타난 이름은 아직 팬들에게 너무도 낯선 이름 ‘이태준’.
관중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태준? 이태준이 누구더라?”
“이름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누구지?”
“아아, 걔잖아 걔! 민찬수가 기대된다고 했던 선수!”
“아 걔 이름이 이태준이었나?”
경기장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어딘가에서 한 번쯤 들어본 듯했던 이름.
하지만 그 의문은 당장 그들에게 있어서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런 씨발! 마! 돌남선! 니 돌았나? 1점 차에 신인 투수?”
“좌우 놀이에 단단히 쳐 돌았네. 단단히 쳐 돌았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투수가 접전의 상황 속에 등판한 것에 대한 분노. 그것은 자잘한 의문 따위 순식간에 덮어낼 수 있었다.
그 상황 속 엔젤스의 선두 타자로 나온 김상길은 마운드 위의 투수를 보며 누군가를 떠올렸다.
‘쟤가 이태준이야? 이야, 진짜 이명준이랑 닮긴 닮았네.’
이명준.
현시점 KBO 최강의 타자. 이명준을.
‘어려운 상대는 아니지.’
하지만 그와 겹쳐서 보진 않았다. 이명준과 달리 이태준은 그간 별 볼 일 없던 선수.
2군에서는 제법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겠지만, 이곳은 1군. 수준의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디셉션과 제구가 괜찮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제법 까다롭다지만, 140에 한참 못 미치는 포심 따위에 어떻게 질 수 있겠어?’
전력 분석팀에서 전달해준 이태준의 정보를 봐두긴 했다. 설마 나올 줄은 몰랐지만.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자신은 이태준에게 질 이유 따위 없다는 것.
그것은 꽤 상식적인 결론이기도 했다.
‘존 안에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휘두른다.’
언제든 타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시야에 와인드 업에 들어간 이태준의 모습이 잡혔다.
그 순간 방망이를 더욱이 세게 붙잡고 타격 자세를 취했다.
슈우우욱-!
투수는 공을 던졌고,
부웅-!
타자는 방망이를 휘둘렀다.
딱-!
그런 그 둘의 승부는 찰나에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