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24)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24화(24/210)
024화. 커브의 달인 (1)
정준이 포스팅 자격을 얻어 MLB로 진출하기까지 7시즌, 복귀 이후로 약 3시즌가량. 무려 10시즌을 호흡을 맞춰온 배터리, 원해솔.
그 10시즌 동안 받았던 정준의 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
그렇기에 누구보다 더욱이 명징하게 알 수 있었다. 정준이 구사하는 공의 위력을.
어쩌면 공을 직접 던지는 장본인보다도 더.
“하하하, 나보다? 이야··· 그 정도라고?”
오랜 파트너 원해솔의 의외의 호평. 정준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원해솔은 투수 보는 눈이 꽤 높은 편인 데다가 자신의 투수로서의 레벨을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아, 물론 그걸 제대로 던질 수 있다는 가정이 따라왔을 때. 근데. 그게 되겠냐?”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기준은 터무니없이 높았다.
“네 커브가 어떤 커브인데. 그 고고한 빅 리그 녀석들에게 인정받은 커브잖아? 그 커브를 배운다고 바로 구사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실제로도 네 커브 좀 배워보려 했던 놈들 중 비슷하게라도 던진 놈이 없었고.”
커브.
브레이킹 볼 중 가장 낙폭이 크고 구속이 가장 느린 구종.
그리고 연마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구종.
그리고 정준은 빅 리그,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경쟁을 이루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커브볼로 정평이 났던 투수였다.
“맞지 내 커브는 아무나 못 던져.”
그런 정준의 커브볼은 가르쳐준다고 해서 습득할 수 있는 구종이 아니었다.
타고난 감각, 재능이 요구될 테고,
그만한 노력과 인내가 뒷받침되어야 할 터.
그리고 원해솔은 지금까지 그런 투수를 본 적이 없었다. 더 냉정히 말하자면, 그 근처까지 온 투수도 없었다. 더 나아가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까지 생각했다.
이태준이 가능성이 보이는 투수인 건 맞지만, 그 너머로 보진 않았다. 그건 너무도 마땅한 귀결이었다.
“근데 태준이는 아무나가 아니더라고. 걔 슬라이더랑 체인지업 장착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렸다는 줄 알아?”
“··· 글쎄?”
이태준이 어떤 투수인지를 제대로 알기 전까지는.
“체인지업은 하루, 슬라이더는 일주일. 둘 다 책이랑 영상 보고 배웠다더라.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냐?”
“··· 뭐? 일, 일주일···?”
그 높은 완성도의 체인지업은 하루.
마찬가지의 완성도를 지닌 슬라이더는 일주일.
그 말에 원해솔은 말문이 턱하고 막히고 말았다.
이후 한동안 고장 난 인형처럼 그저 두 눈을 껌뻑일 뿐이었다.
***
현재 원더스의 최대 약점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원더스 팬들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우리 팀은 제대로 된 마무리 투수도 없고요, 좌완 투수도 매 시즌 부족해요. 타자 조는 늘 애매하고 언제 적 정준, 원해솔이 팀의 중심을 맡아주고 있어요, 물론 싹수 보이는 놈들이 몇 없고요.”
마무리 투수의 부재,
좌완 투수의 고질적인 기근,
평균을 쉬이 넘어서지 못하는 타격,
말로만 외치는 리빌딩,
이제 곧 은퇴를 앞둔 선수가 여전히 팀의 중심.
그것을 달리 말하자면.
“총체적 난국이죠. 이 병신 팀은 답이 없어요.”
총체적 난국. 지금 원더스에겐 이렇다 할 강점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치러진 경기는 그 단점들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중이었다.
애매하기 그지없는 선발 투수.
애매하게 점수를 뽑은 뒤 경기 내내 침묵하는 타자들.
「동점 주자 홈인! 그리고 역전 주자! 역전 주자까지! 들어옵니다! 홈인! 스코어 5 대 4! 수원 엔젤스가 9회 초 드라마를 써냅니다!」
그리고 장렬히 폭사하는 마무리 투수.
「아, 하위 타선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겁니다. 마무리 투수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죠. 류남선 감독의 고심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은 언제나의 원더스.
아직 전반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 원더스가 기록한 블론 세이브는 무려 15개였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 그로 인해 허용한 역전패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내가 이 꼴 보자고 경기장 왔냐? 하아···.”
“에휴, 그럴 줄 알았다. 니들이 그러면 그렇지.”
“이제 욕하기도 지친다. 지쳐!”
“이런 식으로 기대를 짓밟으면은, 마! 그때는 깡패가 되는 거야!”
팀의 마무리 투수가 끝내 역전을 내어준 순간, 원더스의 관중들은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물론, 9회 말이 남아 있기야 했지만, 아쉽게도 역전을 기대하는 팬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부우웅-!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원더스와는 달리 엔젤스는 확고한 마무리 투수가 버티고 서 있는 팀.
조창현
37이닝
평균자책점 1.22
20세이브를 쌓는 동안 기록한 블론 세이브, 단 0개.
현재 KBO 마무리 투수 계의 쌍두마차라 불리는 투수.
퍼어엉-!!!
“스트라이크!”
[154.5Km/h]묵직한 굉음을 자아내는 강속구.
부우웅-!
“스트라이크!”
[143.7Km/h]그 강력한 속구를 보좌하는 고속 슬라이더. 엔젤스의 조창현은 원더스의 팬들이 간절히 바라는 투수, 시원한 강속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펑펑 꽂아 넣을 수 있는 화끈한 마무리 투수였다.
원더스의 팬들은 응원 팀의 타자들이 조창현에게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나가는 장면을 부러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1루 측 관중석에 있던 모두가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하, 우리도 저런 마무리 투수 있었으면···!’
‘우리도 9회를 안심하면서 볼 수 있었으면···!’
팀의 승리를 완벽하게 수호해낼 수 있는 특급 마무리 투수의 강림.
그것은 원더스 팬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9회 초 대역전극! 수원 엔젤스 3연승 가도!] [조창현 지난 시즌에 이어 27연속 無 블론 세이브 이어가!] [5연패 수렁··· 원더스 무엇이 문제인가.]이룰 수 없는 꿈이기도 했다.
ㄴ약속의 8회 믿음의 9회? 지랄의 8회 씨발의 9회겠지;
ㄴ언제 역전당하느냐는 그저 시기의 차이일 뿐.
ㄴ참 원더스다운 패배였다 ㅋㅋㅋㅋ
ㄴ이 팀은 그냥 안 되는 팀임 ㅋ 해체가 답이다 ㅋㅋㅋ
ㄴ마무리 못 키울 거면 용병으로 채워 넣기라고 하자 ㅋㅋ;
ㄴ그러면 선발은? 이 팀 정준 빼면 믿을 수 있는 선발은 있고?
ㄴ시작부터 지고 들어가기 vs 팽팽하게 가다가 마지막에 지기
ㄴ씨발… 난죽택 ㅠ
***
9회에 당한 역전패, 그리고 5연패. 사직 야구장의 밤은 오늘도 바람이 싸늘했다.
퇴근길의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도망치듯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팬들은 그런 선수들을 좁혀진 눈매로 흘겨봤다.
그 냉랭한 분위기 속에,
‘분위기 한 번 살벌하네요.’
오늘은 이태준도 함께하고 있었다.
물론 오늘은 패배의 지분이 없었기 때문에 팬들로부터 환영은 못 받을지언정 차가운 시선 바깥에 설 수 있었다.
[그야 당연한 거지. 저 사람들 모두 이 경기를 3시간 넘게 봤을 텐데 그런 경기를 9회에 역전당했으니 화가 뻗칠 수밖에.]세상에 응원 팀이 패배하는 걸 반기는 팬들은 없다.
아무리 욕하고 야유를 퍼부어도 그들은 늘 원더스가 제일이기를 바라고 원더스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그 누구보다 잘하기를 바라는 사람들.
팬들이란 그런 사람들이다.
팬이 있기에 선수가 존재한다.
진부한 말이지만, 선수라면 그 말을 가슴에 새겨 넣어야 한다.
“저, 저기 이, 이태준 선수···?”
방금 사직 야구장을 나서 숙소로 향하던 중 만나게 된, 원더스의 유니폼을 입은 한 아이.
물론 그 아이의 유니폼에는 다른 선수의 이름이 적혀있었지만, 시선은 분명을 이태준, 자신을 향해 있었으며, 그의 여린 손에는 원더스의 로고가 새겨진 야구공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사, 사인해주세요!”
그리고 외쳤다. 그 순간 태준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사, 사인? 혹시··· 나 말하는 거니?”
“네! 이태준 선수 오늘 투구 너무 멋졌어요! 사인해주세요!”
천진난만한 미소와 함께 건네는 야구공.
그때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내가 뛰어 왔다.
“준기야! 선수들 집 갈 때 그러는 거 아니랬지!”
그 순간이었다.
“이름이 준기예요?”
“네?”
태준은 어느새 쭈그려 앉아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준기야 지금 내가 지금 펜이 없어서 그런데. 같이 사진 찍는 걸로 괜찮을까”
“네? 아! 네! 좋아요!”
그리고 아이의 아버지 쪽으로 시선을 돌려 한 번 더 물었다.
“그래도 될까요?”
“네? 어우, 그럼요. 피곤하실 텐데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아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오늘 경기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러면 사진 부탁드리겠습니다.”
짧은 촬영이 끝난 뒤 준기라는 이름의 아이는 떠나가며 이렇게 말했다.
“고마워요!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게요!”
아주 짧게 지나간 만남. 태준에게 그 만남은 강한 울림을 줄 수 있었다.
‘게임도 졌고, 고작 1경기에, 고작 1이닝이었는데···.’
오늘 경기는 패배했다. 경기력은 실망스러웠고, 그 경기에 자신이 한 것이라고는 고작 9이닝 중 1이닝 만을 막은 것뿐이었다. 냉정히 말해서 경기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팬은 자신을 기억했고,
또 응원한다.
[그래, 팬들은 그런 사람들이야.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네가 잘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그러게요.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네요.’
선수는 팬을 위해 야구를 한다.
아버지가 어렸을 적부터 지겹도록 강조했던 그 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감상에 젖어있을 때쯤. 휴대폰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이, 태준! 지금 어디야? 약속 잊은 거 아니지?”
정준이었다.
“데리러 갈까?”
“아닙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여기 투구 연습실. 그러면 바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팬들을 더욱이 기쁘게 해주려면, 지금보다 더 야구를 잘 해야만 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10시가량. 늦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투구 연습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튜터 : 정준】
그 길은 지금보다 더욱이 야구를 잘 하기 위한 과정이었으니까.
***
조명이 환하게 켜진 사직 야구장의 투구 연습장. 그곳에서 정준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어두고 있었다. 목적은 태준에게 자신의 구종을 한 번 가르쳐 주기 위함.
‘정준’이라는 이름값을 빌려 코칭 스태프에게도 어느 정도 허락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공을 제대로 봐주기 위해 포수 원해솔도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다.
원해솔 또한 정준의 말을 듣고 이태준이라는 투수에 가는 관심이 더욱 짙어졌기 때문이었다.
“어이, 해쏠. 내기 하나 할래?”
“내기?”
“이태준이 내 커브를 던질 수 있을까? 없을까?”
“··· 글쎄 그건 직접 봐야 알 것 같은데.”
원래라면 절대로 못 던질 것이라 단언할 수 있었겠지만, 조금 전 이태준의 경이로운 수준의 구종 습득 능력에 대해 전해 들었기 때문에 확답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범주를 좁힌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뭐야 그 애매한 대답은, 에이 재미없는 놈. 그러면, 오케이. 태준이가 내 커브. 일주일에 배울 수 있을까. 없을까.”
“··· 일주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 너 방금 안 된다 한 거지? 오케이. 내기 성립! 이긴 쪽이 소원 들어주기로.”
커브는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익히는 데까지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요구되는 구종. 평범한 커브도 습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정준의 커브를 일주일.
그건 아무리 이태준이 구종을 익히는 감각이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
“허, 그러던가.”
원해솔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기다리셨습니까? 어, 원해솔 선배님···? 선배님도 계셨습니까?”
그쯤 태준도 투구 연습실에 도착했다.
“공 받아줄 놈 필요하잖아? 마침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눈치여서 같이 기다리고 있었지.”
그 말에 정준은 피식하고 웃으며 답했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한다고···? 내가?”
“아니었어? 그러면 시간도 늦었겠다. 그냥 집에 들어갈래?”
“··· 나도 궁금하니까 남은 거지. 다른 이유 없어.”
“진짜?”
“··· 허튼소리 그만하고 시범 보여줄 준비나 해. 얘 기다린다.”
“흐흐, 그래.”
신인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두 노장 선수의 대화에서는 어딘가 막역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를 조금 더 나눈 뒤 정준에게서 그립과 던지는 폼에 대해서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선배님 공 던져도 괜찮은 거 맞아요? 이틀 뒤에 선발 등판이신데.”
“에이, 불펜 투구 가지고 뭘. 괜찮아. 그러니까. 잘 보고 한 번 익혀봐.”
심지어 직접 시범까지 보여줄 정도로 가르치는 데 정성을 보였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조금씩 조금씩.
【튜터 ‘정준’의 커브를 전수 받습니다!】
【동기화…..37%】
태준의 왼팔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준의 커브를 습득하였습니다!】
이윽고 그 과정이 전부 끝났을 무렵. 태준은 두 눈을 감고서 스며든 기연을 느꼈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저, 혹시, 한 번 던져봐도 될까요?”
“··· 뭐라고?”
그 순간 두 노장 선수의 시선이 태준에게로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