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26)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26화(26/210)
026화. 믿음 (1)
야구 팬들은 2군, 퓨처스 리그의 경기까지는 굳이 챙겨보지 않는다.
기껏해야 유망주 선수들의 기록 정도를 훑어보는 게 전부일 텐데, 그런 팬들마저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정우도 마찬가지였다. 이태준이라는 선수가 최근 퓨처스 리그에서 꽤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2군의 성적. 심지어 표본도 너무 적은 기록이었다.
‘퓨처스 리그에서 반짝 성적 거두는 선수가 한둘은 아니니까.’
1달짜리 반짝스타는 매년 나타난다. 하지만 그 둘 중 제대로 자리를 잡아내는 선수는 30%도 채 되지 않는다.
그 범위를 2군으로 좁힌다면 10% 이하로 떨어진다. 그래서 팬들은 2군 성적은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다만 두 경우에서 예외 취급을 받곤 한다.
타자의 경우는 홈런을 잘 때려낼 때,
투수의 경우는 속구의 구속이 빠를 때.
아쉽게도 태준은 그 두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았다.
‘하물며 구속까지 느린 선수였으니···.’
오히려 5년간의 볼품 없는 경력, 낮은 구속 때문에 제 실력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던지는 걸 보니··· 확실히 느껴진다. 이 성적은 결코 우연히 기록된 성적이 아니야.’
하지만 그것은 이태준의 야구를 유심히 관찰하지 않은 이들의 평가였을 뿐.
이태준이 오늘 1군 데뷔 경기에서 보여준 투구, 퓨처스 리그에서 상무 야구단의 유예강, 드래곤스 2군의 서우철을 비롯한 실력 있는 타자들을 상대로 선보인 투구까지.
그것들을 전부 봐 버린 이상, 도저히 이전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이 순간 최정우는 이태준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느린 구속으로 운 좋게 타자들을 이겨나간 투수가 아닌 고도의 타이밍 싸움을 전개할 수 있는 투수로.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을 미생으로.
최정우는 자신과 같은 원더스를 응원하는 이들이 이태준이라는 선수를 알게 하고자 원더스 팬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이태준 이 투수 진짜 괜찮더라 2군에서 유예강 상대로 압살했었음.]글을 등록하자마자 순식간에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ㄴ유예강? 그 창원 라이더스 유예강···?
ㄴ그거 그냥 운빨 아님?
ㄴ운빨이라기엔 이태준 2군에서 적잖이 나왔는데 한 번도 정타 내준 적 없음
ㄴㄹㅇ? 와 그러면 좀 이야기가 달라지겠는데?
ㄴ아무리 그래도 직구 평속 135는 좀 너무한 거 아님?
ㄴ145던지는 데 스트라이크 못 꽂는 쓰로워 VS 135 던져도 스트라이크 잡는 투수
ㄴ이건 닥후지 ㅋㅋ
ㄴ소신 발언) 원더스 좌완 조무사들보다 차라리 이태준이 나을 듯 ㅋㅋㅋ
ㄴ이건 맞지 ㅋㅋㅋ
마지막에 달린 댓글. 그 댓글이 원더스의 현주소라 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좌완 투수가 한 명도 없어서 외국인 투수를 좌완 투수로 채워왔으며,
이번 시즌 토종 좌완 투수의 WAR(승리 기여도)을 합산해봐야 1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원더스엔 이태준 같은 투수가 필요하다는 거지.’
그렇기에 구속만 느릴 뿐 그 외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정준이 겹쳐 보이는 좌완 투수.
이태준은 원더스에게 단비가 되어줄 수 있는 투수였다.
최정우가 살짝 떡밥을 흘린 것만으로도 원더스 팬 커뮤니티는 이태준에 관한 이야기로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야구 팬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화제를 하나 더 던졌다.
[이태준 팬 서비스도 진짜 좋더라]***
오전 9시 반.
태준이 슬슬 숙소를 나서 훈련장으로 출근할 채비를 마칠 시간이었다.
경기의 시작은 오후 6시 반. 지금으로부터 약 9시간 후였지만, 오전부터 미리 나와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진행하는 등 몸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은 몸에 배어 있는 루틴이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그리고 그 출근길에는 한 선수가 동행했다.
“나도 익숙해지려고. 이번만큼은 1군에 오래 있고 싶거든.”
2군에 있을 때 자신을 전담해준 포수이자,
현재는 1군의 룸메이트인 동료, 송정근이었다.
“그리고 같은 방 쓰는 선수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데 어떻게 쉬고 있겠냐. 나도 뭐라도 해야겠네 싶은 생각밖에 안 들지.”
송정근은 평소 자신 정도면 그래도 열심히 하는 선수지 하는 생각으로 살아왔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를 태준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고교 시절부터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던 선수가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빛을 발하는 순간.
같은 선수에게 이보다 강력한 자극제는 없었다.
이제는 5년 차에 접어들었던 만큼 송정근도 이를 더욱이 강하게 물고 야구장에 들어섰다.
시작은 가벼운 러닝부터. 이태준과 송정근은 함께 사직 야구장을 돌기 시작했다.
선수에게 체력은 모든 분야의 근간. 즉, 알파이자 오메가이니까.
‘이태준이랑, 그 옆은 송정근인가···?’
그리고 두 젊은 선수의 성실함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오전 11시 즈음 경기장에 출근한 류남선 감독의 눈에도 띌 수 있었다.
먼저 나서서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를 나쁘게 보는 감독은 없다.
그 선수가 만약 성과까지 내는 선수라면 더더욱.
‘잘 될 거면 저런 녀석들이 잘 되어야지. 좋네. 두 명 다 1군에서 뛸 준비가 확실히 되어 있어.’
철저한 실력주의의 성향 탓에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면 조금의 주저도 없이 내치지만, 한 번 믿음이 생긴 선수에게는 최대한 기회를 마련한다.
이태준에게는 데뷔 경기에 이어서 다시 한번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
경기가 시작하기 약 2시간 전, 원더스의 스타팅 라인업이 결정됐다.
그리고 한번 결정된 라인업은 주심에게 제출되는 순간 예기치 못한 부상이라도 생기는 게 아닌 이상 변경 혹은 철회가 불가하다.
즉, 이대로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이 99.9%라는 것.
“내, 내가 오늘 주전으로 나선다고?”
그리고 오늘 송정근은 주전 포수, 타순은 9번 타자로 낙점되었다.
“야, 태, 태준아 내가 스타팅이라는데···?”
프로 5년 차 선수지만, 여태 1군의 스타팅 멤버로 참여한 횟수는 손에 꼽았다. 당장 이번 시즌은 대타와 대수비로 몇 번 나선 게 전부.
송정근은 게시된 종이 라인업을 보고 헤벌쭉한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기존의 주전인 원해솔 선배 오른 발목이 지금 좋지 않은 것도 있고, 너 2군 성적 꽤 좋았잖아? 너한테도 기회 올 때가 됐지.”
그리고 라인업을 함께 보고 있던 34살의 백업 포수, 박재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응원할게.”
박재우는 멋쩍은 미소로 답한 송정근의 어깨를 툭툭 쳐준 후 불펜으로 향했다.
비슷한 시각, 태준도 투수 코치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다.
“태준아 연투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 2군에 있을 적도 몇 번 해봤는데, 문제 전혀 없었습니다.”
“오케이. 너 오늘도 불펜 대기할 거야. 어느 정도 마음 준비해두고 있어,”
바로 어제의 경기에서 1이닝을 소화하긴 했지만, 고작 4구. 투구 수도 적었고, 2군에서 연투, 그리고 3이닝 투구를 해봤던 경험이 있었기에 오늘 경기에서의 등판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아, 그리고 감독님 추가 전달 사항이 있어.”
그리고 또 하나의 전달 사항.
“오늘 경기부터 태준이 넌 필승조로 대기한다. 웬만하면 적은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 위주로 등판할 거야.”
바로 필승조로의 격상 소식. 이태준은 데뷔 첫 경기 만에 자신의 역할을 확고히 잡아낼 수 있었다.
“제가 필승조요?”
“그래. 네 어제 경기. 류 감독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다 좋게 봤거든. 특히, 우타자 장도혁이 잡아낼 때. 그때 다들 감탄했어. 아 얘 공 좀 던질 줄 아는 놈이구나 싶었지.”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붙든 것에 대한 보상.
“게다가 너 좌완이잖아? 기회가 더 갈 수밖에 없지. 우리 팀 좌완 없는 거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것에 대한 보상은 확실했다.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이태준은 오늘 경기, 평소보다 더 막중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
그날 등판이 예정된 선발 투수는 예민하다.
그 예민함이 심한 투수는 아침부터 계속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말도 잘 안 하고 웃지도 않으며, 더그아웃에 들어올 때마다 무서울 정도로 정신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준은 전혀 그런 낌새가 없는 투수였다.
쉬는 날이든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날이든 큰 차이가 없었다.
“정준 선수! 사인해주세요!”
오늘처럼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날, 정준은 관중석 앞에서 어린 팬들이 건네는 공에 전부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자고로 선수라면 저래야 해. 그 사인 몇 번 해주는 게 뭘 그리 힘든 일이라고 예민한 척. 난 그런 놈들은 프로로 안 쳐.]자신을 보기 위해 입장료를 내고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에게 팬 서비스를 보이는 것은 선수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 되는 덕목이라.
[우리가 받는 그 많은 돈은 다 팬들에게서 나오는 거야. 그런 팬들에게 좋은 팬서비스로 좋은 추억을 남겨주는 건 너무도 당연한 거고.]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늘 최고의 팬 서비스로 보답하는 선수. 로건 라이트는 그런 선수였다.
태준은 그 말에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는 정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뒤를 돌아본 정준과 눈이 마주쳤다.
“어이! 태준! 잠깐 이리로 와봐.”
그리고 태준의 이름을 부르며 손짓했다.
“네! 선배님. 부르셨습니까?”
그러고는 태준에게 어깨동무하며 이렇게 말했다.
“혹시 이태준, 이 선수는 아시나요?”
조금은 갑작스러웠던 소개. 팬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네! 어제 경기 너무 잘 봤어요!”
“그럼요! 기대 많이 하고 있어요!”
그들은 태준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정준에게 했던 것처럼 공과 펜을 건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도 명료했다.
“응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 보여주겠습니다!”
거기서 태준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조속히 펜과 공을 받아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보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두 전설적인 투수는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윽고 모든 사인이 끝난 뒤에 돌아온 정준은 팬들에게 다시 한번 그 투수를 각인시켰다.
“저 다음은 이 선수예요. 기대하셔도 절대 후회 없을 겁니다.”
***
평소엔 과격한 면모를 보이곤 했던 사직 야구장의 관중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야유가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캬! 이거지! 이게 투수지!”
“에이스는 역시 달라!”
오늘 원더스의 마운드를 지켜주는 투수,
그 투수가 바로 정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공의 낭비도 거의 없고 아주 깔끔하게. 이렇다 할 위기 없었다.
왜 자신이 여전히 원더스의 에이스 투수인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정준은 정준이에요.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 경기의 페이스가 정말 좋습니다. 특히 커맨드*가 정말 예술이에요.」
커맨드* : 투수가 자신의 공을 의도한 대로 움직여 제구하는 기술
「그렇습니다! 오늘 엔젤스 타자들이 저 커브에 제대로 대응을 못 하고 있습니다. 방금도 보시면 타이밍을 전혀 맞추질 못하잖아요.」
5이닝을 막아내는 동안 실점은 하나 없고 피안타 고작 2개를 내어준 것이 전부. 그리고 삼진은 7개였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투구 내용.
해설 위원들은 정준의 투구를 끊임없이 찬양했다.
「그러고 보니 송 위원님도 정준 선수 몇 번 상대해보시지 않으셨나요?」
「네, 몇 번 상대해봤죠.」
「저 커브볼. 상대할 때 어떤 느낌인가요?」
「이게 커브라는 게 딱 뜨는 순간 언제 쳐야 할지 타이밍이 보이는 구종이거든요? 근데 이제 정준 선수의 커브는 뜨는 순간 스핀이 굉장히 세게 들어가면서 빨리 떨어져요. 그래서 타이밍을 한 번 잃어버리면 놓칩니다. 못 쳐요. 그렇다고 느린 커브를 신경 쓰자니 그러면 또 다른 공들에 먹혀요. 정준 선수가 괜히 잘 던지는 게 아니에요.」
특히 정준의 커브에 조명을 비췄다.
「정준 선수의 커브는 그런 커브군요.」
「직접 타석에 서보면 아, 다르구나! 이 생각이 바로 느껴져요.」
「그러면 저 커브를 배울 수 있으면, 확실히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겠는데요?」
「그렇죠. 그런데 아무나 던질 수가 없죠. 가르쳐준다고 해서 던질 수 있는, 그런 공이 아니니까요.」
다른 투수의 커브와 달리 타이밍을 맞추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닌 정준의 커브.
하지만 구속이 기껏해야 120밖에 나오지 않는 커브의 타이밍을 신경 쓰는 순간 140의 직구는 공략 불가능한 공이 되어버린다.
그것이 정준이 그리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 정상급의 폼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정준은 그 커브의 힘으로 오늘 6이닝 무실점 8K 투구 수 85개. 좋은 성적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왔다.
“역시 정준! 우리 영원한 에이스!”
그렇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정준을 1루 관중석의 팬들은 열렬한 박수로 맞이했다.
스코어는 0 대 3. 정준의 호투에 힘입어 원더스가 3점 앞서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원더스의 진짜 적은 따로 있었으니.
「이번에도 볼넷! 주자 만루가 채워집니다!」
「아, 이러면 안 되죠! 에이스 투수가 나오는 날은 더 집중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정준이 내려간 뒤, 7회 초 원더스의 마운드.
2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후 내어준 2루타, 그리고 연속된 볼넷으로 주자 만루를 채우고 말았다.
「여기서 엔젤스 승부수를 띄웁니다! 대타 이서행!」
지금이 승부처라고 인식한 엔젤스의 더그아웃은 곧바로 대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서행.
0.279의 낮지 않은 타율, 그리고 빠른 발을 지닌 타자.
그리고 좌타자.
오늘 경기에서 최대의 승부처.
여기서 원더스의 더그아웃에서도 가만히 상황을 낙관하지 않고 곧바로 맞불을 놓았다.
“태준이 내.”
이태준.
그의 1군 무대 두 번째 등판은 만루에서의 등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