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28)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28화(28/210)
028화. 믿음 (3)
투수의 공을 가장 제대로 봐줄 수 있는 포지션은 포수.
그렇기에 투수는 자신의 공을 받아주는 포수와 자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태준은 팀으로부터 배려를 받을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전담 포수인 송정근과 숙소의 같은 방을 쓰게 됐다는 것.
“확실히 오프 스피드가 제대로 받쳐 주니까. 포심 맛이 살더라. 타자들이 타이밍을 못 맞춰.”
전담 포수이자 룸메이트인 송정근과 호흡을 맞출 때마다 숙소에서 그날의 투구에 대한 복기를 나누곤 했다.
“그리고 오늘 던진 커브. 확실히 있는 거 같아.”
그리고 오늘 복기의 화두는 바로 커브.
“보면, 공이 가장 높은 순간에 이서행 어깨가 움찔하잖아? 이건 커브를 노리고 있던 거지.”
“그렇겠지. 이서행은 나름 오프스피드에 대처가 좋은 타자니까. 공이 딱 떴을 때 커브인 걸 본능적으로 인지했을 거야.”
정준의 커브,
그리고 태준의 커브가 갖는 독별한 강점에 관한 이야기.
“그런데 두 번 다 움찔할 뿐 방망이를 꺼내지 못했어. 커브인 걸 알았지만 타이밍을 놓친 거겠지.”
다른 투수의 커브와는 다른 타이밍을 떨어지는 커브.
“커브 일루전. 제대로 들어가는 것 같아.”
‘커브 일루전’
실제로는 포물선을 그리며 비행하는 커브볼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갑자기 가속이 붙는 듯한 착시를 불어일으키는 착시 현상.
화면상으로 확인은 불가능하고,
공을 직접 받는 포수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겠지만,
상대하는 타자만이 뚜렷이 느끼는 착시 현상.
태준의 커브에는 그것이 있었다.
“원해솔 선배님이 말하길. 정준 선배님의 커브는 다른 투수들 커브랑 타이밍이 아예 달라서 맞추는 게 훨씬 까다롭다 하더라고.”
다른 커브보다 일찍 떨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방망이를 빨리 당기면 또 타이밍이 어긋난다.
그렇다고 그 괴상한 커브의 타이밍만 신경쓰다가는 다른 구종에 대처가 어려워진다.
즉, 진퇴양난.
그것이 정준과 이태준이 구사하는 커브의 진짜 위력이었다.
‘이 정도 위력을 고작 67%의 숙련도로 드러낼 수 있다니···. 새삼 정준 선배님이 어떤 투수인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커브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여지가 많이 남아있었다.
시스템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날이 거듭될수록 더욱이 커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구종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동료의 존재.
“그러면 커브 비율을 올려볼까?”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어쩌면 지금보다 조금 더 과감하게 몸쪽으로 꽂아도 괜찮을 지도?”
“오, 그래? 참고할게.”
자신의 볼 배합에 대해 긴밀한 대화를 나눠주며 자기 주장보다는 투수의 의견을 따라주는, 좋은 수비력을 갖춘 포수.
그런 포수가 전담으로 붙어준다는 것. 꽤 특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등판 때도 잘 부탁할게.”
“흐흐, 그래. 네가 잘해야 나한테도 기회가 많이 온다.”
물론 이는 송정근 또한 팀 내에서 받는 기대치가 작지 않았기에 붙여준 조합일 터.
송정근 역시 그 귀하다는 수비 좋은 젊은 포수 자원이었으니까.
팀으로부터 전폭적으로 받는 기대와 투자.
기분이 썩 괜찮았다.
***
한편 부산에 도착한 민찬수 기자. 그의 발길이 닿은 쪽은 사직이 아닌 상동이었다.
“네? 상동? 부장님, 이태준 보러 온 거 아니었어요?”
오늘 민찬수 기자의 부사수 역할로 따라온 신입 기자는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으로 목적지를 확인했다.
“재헌아. 기자는 자고로 선수랑 공생할 수 있어야 해. 지금 이태준 선수가 어떤 상황이지?”
“어···, 글쎄요? 1군에 막 올라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요?”
“그래. 기자가 대뜸 인터뷰하자고 들이밀면 선수가 좋아할까?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지금은 부담을 덜 주는 게 예의지.”
“아···.”
“뭐 그런 이유도 있고. 사실 이태준 선수는 인터뷰한지 얼마 안 됐잖아? 바로 또 인터뷰하기는 좀 그렇지. 잘못하다간 돈 받았냐 소리 나올 수도 있잖냐.”
그것이 민찬수의 기자로서의 소신.
사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왔다갔다 하기야 하지만, 그래도 어린 선수를 상대로 할 때만큼은 최대한 지키려고 했다.
그때 ‘재헌’이라고 불린 젊은 기자는 생각했다. ‘그러면 직접 올 필요가 없지 않나?’ 라고.
그리고 그 생각은 민찬수에게도 쉽게 읽혔다.
“이태준이 최근까지 있던 곳이 어딜까.”
“네?”
“너 방금 ‘아니 씨발 그럴 거면 여길 왜 직접 온 거지?’라고 생각한 거 아니었어?”
“네? 아, 아닙니다!”
“그래 씨발까진 안 넣었겠지.”
“그, 그것도 아닙니다.”
“됐어. 원래 네 나이 땐 속으로 상사 욕 좀 할 수 있는 거지. 나도 그랬는데 뭘.”
민찬수는 괜히 피식 웃었다.
“뭐 아무튼. 여기서도 취재할 건 많아. 아, 잠시만.”
그때 민찬수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그는 곧바로 수신 버튼을 눌렀다.
“아유, 윤 감독님 잘 지내셨어요? 저번에 인사 제대로 못 드리고 간 것 같은데.”
대상은 윤원호 원더스 2군 감독.
“아, 네 다름이 아니고요, 그 경기 시작 전에 취재 좀 하려는데 괜찮을까요?”
민찬수는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
비슷한 시각 사직 야구장.
포근한 아침의 햇살이 내리쬐는 그곳에서 이태준과 송정근은 오늘도 가장 일찍 출근하여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고, 베테랑 선수들도 하나둘씩 야구장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야, 오늘도 저 둘이 제일 일찍 출근했네?”
“그러게. 젊어서 그런가? 체력도 좋아.”
그리고 그 모습들은 다른 선배 선수들에게 꽤 좋은 인상으로 비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선배 선수가 스스럼없이 다가와 말했다.
“맞다. 태준아 이번에 인별에 올라온 거 봤냐?”
“네? 아뇨 저 SNS 안 해서.”
“아, 너 인별 안 하는구나 아, 그러면 몰랐겠네.”
“어떤 거요?”
“너 요 며칠간 되게 화제였어. 이거 때문에.”
그러고 선배 선수가 보여준 한 사진.
“어, 얘는···?”
그 사진은 얼마 전 자신과 ‘준기’라는 이름의 한 어린 팬이 함께 찍은 사진. 그 사진을 아이의 아버지가 커뮤니티에 올렸던 것이 화제가 됐던 것.
댓글에서도 자신을 향한 칭찬 일색뿐이었다.
“이 사람. 원더스 팬들 사이에서 꽤 유명했던 사람이더라고. 보니까 칼럼도 몇 개 썼었다는 거 같은데, 이번에 네 것도 올라왔더라.”
“오, 정말요?”
거기에 나름의 전문성을 지닌 팬이 자신을 분석해서 게시한 칼럼까지. 그 한 번의 팬 서비스는 태준에게 더욱이 큰 화답으로 돌아왔다.
[음, 이거였구나. 너 얼마 전에 인지도 경험치 개방됐던 이유.]그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로건 라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인지도 경험치 획득이 개방되는 거, 내 알기로 꽤 기준이 높았었거든? 근데 그게 금방 열리길래 한국 야구 인기가 이렇게까지 강한 건가? 싶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네.]얼마 전 새로이 개방됐던 인지도 경험치 획득의 개방.
매일 오후 11시마다 그날의 축적된 인지도에 따른 경험치를 얻게 되는 시스템으로 아직은 그리 큰 경험치를 벌어다 주진 못했지만, 경기 이외에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족했었다.
그런데 그 정체가 알고 봤더니 예상치도 않았던 팬의 선물이었던 것.
그 팬 덕택에 태준은 조금 더 조속히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됐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아주 낯설면서도 흔연한 감정이 북받치는 듯했다.
[물론 네가 이런 걸 바라고 했던 건 아니겠지만, 봐. 결국, 다 너한테 돌아오게 되어 있어. 그게 선수의 팬 사이의 공생이지.]팬은 선수를 응원하고,
선수는 팬을 기쁘게 한다.
그 명료한 진리가 왜 진리인지를 명징하게, 아주 명징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선수 이미지는 본인이 챙기는 거야. 너 술도 안 마시지?”
“네, 안 마셔요.”
“담배도 안 피우고?”
“네, 안 피우죠.”
“이야, 이거 봐 SNS도 안 해 술도 안 마셔 담배도 안 피워. 게다가 얼굴도 받쳐줘. 넌 진짜 야구만 잘하면 되는 놈이었네.”
선배 선수는 허허 웃으며 태준에게 어깨동무했다.
“야, 그러니 부탁 좀 하자.”
“네?”
“나 팔로워 좀 늘이게 사진 좀 같이 찍어주라.”
그때였다.
“아, 채건우 이 새끼. 또, 또 인별에 뭐 올리려고.”
그 선배보다도 한참 선배인 선수. 정준이 다가오며 실실 웃는 표정으로 호통치듯 말했다.
“아이, 지금 잠깐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태준이 그런 데 물들이지 마. 걔 진짜 야구밖에 모르는 놈인데.”
“그리 말씀하시면 서운합니다. 형님. 이것도 다 팬서비스 일환인 거 다 아시면서.”
“흐흐, 그래. 넌 내가 지켜보고 있어. 사고 치기만 해봐. 가만 안 둔다.”
“넵! 여기까지 올라온 거 아까워서 절대 안 칩니다!”
채건우.
원더스 팬들 사이에서 타자 중에서는 원해솔 다음으로 명망이 높은 선수.
통산 타율이 0.320이나 될 정도로 정교한 타격감을 자랑하는, 원더스 대표 타자였다.
다소 가벼운 이미지이긴 하지만, 자기 관리가 상당히 강건한 선수 중 한 사람.
당장 오늘 사직 야구장에서 이태준과 송정근 바로 다음으로 출근한 선수였으니까 말이다.
“그래, 뭐, 어련히 잘 하겠지. 그러면 적당히 쉬고 좀 더 고생해라.”
“아무렴요! 태준, 혹시 괜찮을까? 불편하면 말하고.”
“아뇨. 불편한 거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라도 팬들과 소통하는 것도 괜찮겠는데요?”
“그치? 이건 쓰는 사람 나름인 거지, 마냥 나쁜 게 절대 아닌데. 감독님도 그렇고 준이 형도 그렇고 옛날 사람들이 그래.”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쓰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른 것뿐이지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팬들과 소통의 창으로도 쓸 수 있는 것이 또 SNS니까.
물론 태준은 그럼에도 딱히 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지금처럼 다른 선수들의 SNS를 통해 얼굴 비치는 것 정도.
“흐흐, 고맙다. 형이 나중에 밥이나 한번 사줄게.”
“네, 거절은 않겠습니다.”
그 정도면 됐으니까.
***
팬들에게 선수가 보일 수 있는 최고의 팬 서비스는 무엇일까?
열심히 사인해주는 것?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줄 때 정성껏 포즈를 취하는 것?
물론 그것 역시 중요하다.
SNS를 통해 팬들과 자주 소통해주는 것?
··· 위험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선수가 보일 수 있는 최고의 팬 서비스.
그것은 바로 경기에서의 활약이었다.
따아악-!
「변화구 잡아당겼습니다! 우측 담장! 쭉쭉 뻗어갑니다! 채건우의 석점짜리 역전 포가 터집니다! 스코어 5 대 4! 원더스가 리드를 되찾습니다!」
「벌써 시즌 15호 홈런이죠? 페이스 정말 빠릅니다! 이 페이스라면 작년 시즌 기록한 자신의 최다 홈런 기록도 넘볼 수 있겠는데요?」
사직 야구장에서 꽤 멀리 떨어진 성남 야구장에서 터지는 채건우의 역전 쓰리런, 시즌 15호 홈런.
그 홈런 덕택에 3루 측 관중석의 팬들은 단체로 기립하여 환호했다.
“캬! 이거지! 채건우 나이스!”
“진짜 채건우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멋지다! 건우야! 브라보! 호우!”
시즌 타율 0.341 그리고 15개의 홈런. 현 원더스 최고의 타자에 대한 팬들의 화답.
홈플레이트를 밟고서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채건우는 관중석을 향해 소리쳤다.
“오빠 멋지나!!!”
이에 팬들도 다시금 외친다.
“오빠 멋지다!!!”
스타 플레이어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채건우를 보며 든 생각이었다.
“형님, 보셨슴까? 아 저 없으면 큰일 납니다.”
이윽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채건우는 정준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래 이 새끼야. 넌 진짜 다른 데 갈 생각 마라? 여기에 뼈 묻는 거야?”
“하하, 형님도 미국 갔다 왔는데 저는 안 됩니까?”
“똑딱이 받아줄 팀은 있고?”
“아, 형님! 저 지금 홈런 15갭니다! 이제 똑딱이 아니에요!”
“흐흐, 퍽이나. 갈 거면 30개는 너끈히 칠 수 있을 때 가. 그거 안 되면 네 수비로는 주전 힘들어.”
팀의 분위기라는 게 그렇다. 이길 수 있을 때 생기를 얻곤 한다.
최근에 이어지는 연패로 조금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이윽고 다시 활기를 되찾아갔다.
“이 분위기 그대로 가자! 이태준 파이팅!”
7회 말 터져 나온 채건우의 홈런으로 스코어 5 대 4.
1점 차의 리드 상황에 태준은 8회 초, 셋업맨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관중석에서도 이태준,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선수가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팬서비스는 경기의 활약.’
그리고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선수가 보일 수 있는 최선의 화답.
태준은 그것을 잊지 않았다.
「이태준 선수가 8회 초를 삼자 범퇴! 이번 이닝도 깔끔하게 막아냅니다!」
「최근의 흐름이 정말 좋죠? 세 게임 등판해서 3.1이닝 동안 삼진 5개. 그리고 주자의 출루를 한 번도 허용한 적 없습니다.」
「그동안 원더스 팬분들 토종 좌완 투수에 대한 갈증이 꽤 컸을 텐데요. 이태준 선수가 그 갈증을 얼마나 해소해 줄 수 있을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1점 차의 상황, 셋업맨으로 등판한 태준은 1이닝 무실점 삼자 범퇴로 이닝을 깔끔하게 끝마쳤다. 그렇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중, 팬들은 이태준을 향해 외쳤다.
“이태준 나이스! 멋있다!”
이에 태준은 멋쩍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과의 무언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순간. 기분이 썩 괜찮았다.
그리고 그 좋은 기분을 이어갈 무언가.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의 LV이 상승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10으로 올랐습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10 달성 특전이 주어집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태준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