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31)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31화(31/210)
031화. 구원자 (3)
창원 라이더스 파크에서 1군의 두 팀이 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곳으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진 서울 목동 야구장에서, 잠실 바이킹스 2군과 부산 원더스 2군의 낮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목동 야구장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신문사 <스포츠내일>의 본사 건물이 있었다.
“아유 장 코치님 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하하하, 아닙니다. 근처인데요.”
그리고 일전에 약조했던 대로 원더스의 2군 투수 코디네이터, 장민영이 그곳을 방문했다.
<스포츠내일>의 야구 부장 민찬수가 진행하는 너튜브 라이브 방송, ‘내일도 야구다’에 게스트로 참여하기 위함이었다.
“제가 이렇게 인터넷 방송해보는 건 처음이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에이, 잘하고 못하고가 어딨겠어요. 평소 인터뷰하는 때랑 다를 거 없습니다.”
‘내일도 야구다’는 구독자만 15만 명이 넘어갈 정도로 국내 야구계에서는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채널.
그리고 그 채널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야구인 초대석’은 생방송으로 진행하며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질문을 채팅창을 통해 건네받을 수 있었다.
“네, 오늘 아주 특별한 게스트를 모셔봤습니다! 원더스 팬이라면 절대로 모를 수가 없는 분이죠! 원더스의 금강불괴! 고무팔! 그리고 얼마 전 2군 투수 코디네이터로 부임하신 장민영! 코치님 모셔봤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장민영입니다.”
원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야구 관련 너튜브 라이브인지라 시청자 수가 적지 않은 편이었음에도 오늘 방송은 평소의 거의 2배 가까운 시청자가 몰려들었다.
그 이유로는 원더스의 팬들이 원채 많은 것도 있었겠지만,
[ 장민영 코치에게 직접 묻는다! 원더스에서 기대되는 투수는?]늘 투수난에 허덕이던 원더스 팬들에겐 클릭하지 않고선 도저히 못 배길 방송의 타이틀이 가장 큰 이유였다.
(uc**)- 장민영 안목이면 믿어도 되는 거 맞냐?
(to**)- 선수 시절부터 뜰 선수는 기막히게 알아보던 사람이다 믿어도 됨 ㄹㅇ
(in**)- 정보) 선수 때부터 장민영이 될 거라고 했던 놈은 거의 다 잘 됐었음
장민영의 빼어난 안목은 야구인들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었던 바. 원더스의 팬들은 장민영이 과연 어떤 투수들을 지목할 것인지에 대해 잔뜩 기대하는 듯한 채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올라오는 채팅 내역을 읽어보면··· ‘장민영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그 깐깐한 사람 눈에 들면 무조건 된다.’ 하하, 원더스 팬분들이 장 코치님에 대한 믿음이 꽤 두터운 것 같습니다. ”
“과찬입니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간 장민영 코치님이 신망을 잘 쌓은 결과겠죠.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인터뷰 시작해보겠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간단한 인터뷰 형식의 대화. 사전의 준비해둔 질문, 그리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을 그때그때 취합한 질문 등. 나름 너튜브 방송만 4년 째인 베테랑 방송인인만큼 인터뷰 방송은 매끄럽게 흘러갔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아마 오늘 라이브에 참여한 이들 모두가 궁금해했을 질문.
“자, 그러면 이 질문. 아까부터 이 질문이 채팅창에서도 계속 올라오고 있었는데요. 사실 원더스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안이죠? 혹시 지금 원더스에서 가장 기대되는 투수가 있다면 그 투수가 누굴지 말씀주실 수 있을까요?”
장민영이 보는, 원더스에서 가장 기대되는 투수.
(rg**)-이거 언제 물어보나 계속 기다렸다!
(ki**)-장민영의 픽은 과연 누구??? 두구두구-!
(dr**)-혹시 유하진 기대하고 있으면 접어라 ㅋㅋ 걔는 절대로 아니니까
(gp**)-원더스에 기대되는 투수? 그게 있어?
(ki**)- ‘아무도 없다’라고 답변하기 10초 전
(ss**)- 그럴… 리가 없다 ㅠㅠ
라이브 방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하는 채팅창. 장민영도 구태여 뜸을 들이지 않았다.
“네, 있죠. 제가 지금까지 많은 투수를 봐왔는데. 단언컨대 그런 투수는 처음이었습니다.”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선수에게는 낙관적인 말을 남기는 일이 없었던 장민영의 이례적인 것을 넘어선 파격적인 평가.
채팅창에 올라오는 메시지 속도가 더욱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와, 장민영 코치님이 이렇게까지 말씀주신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 기대를 정말 많이 하고 있나 봅니다.”
“비단 저뿐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그 투수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 사람이라면 아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여기 계신 민찬수 기자님도 같은 생각일 것 같은데.”
“하하하. 그렇죠. 아마 지금 머릿속으로 같은 선수를 떠올리고 있을 것 같네요.”
장민영이 떠올리는 선수, 그리고 민찬수가 떠올리는 선수.
“이태준. 기대해보셔도 좋을 겁니다. 기대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그 선수는 같은 선수였다.
(cc**)-이태준? 걔가 그 정도라고?
(ma**)-장민영 민찬수 인증 마크 떴냐?
(sl**)-아니 근데 아직 공 던진 지 아직 1달밖에 안 된 거 아님?
(ws**)-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저 둘 다 기대된다고 하는 거냐?
***
한편 창원 라이더스 파크.
전반기의 마지막 시리즈였던 만큼 인산인해였던 관중석.
아무리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도, 상대적으로 열세의 팀을 상대로 펼쳐지는 경기라 할지라도 원더스의 팬들은 결코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창원 라이더스 파크. 라이더스 대 원더스, 원더스 대 라이더스, 전반기 마지막 3연전 시리즈가 시작됩니다. 저는 중계를 맡은 캐스터 박철우. 제 옆에는 오늘 해설을 맡게 되신 정창범 해설위원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정창범입니다.」
「오늘도 정말 많은 팬분들이 이곳 창원 라이더스 파크를 찾아와주셨는데 라이더스, 그리고 원더스, 전통의 낙동강 더비인 만큼 오늘 거의 만원 관중이 채워졌다는 통계가 지금 막 저희 측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렇습니다. 낙동강 더비. 팬분들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서로 의식을 많이 하는 매치일 수밖에 없죠.」
「그렇다면 정창범 위원님은 혹시 어느 팀이 웃을 수 있을지 예상되는 바가 있으신가요?」
「사실 선발 투수만 보면 비슷합니다. 라이더스의 데이빗 피터슨, 그리고 원더스의 브랜든 미첼. 두 투수 모두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들이고 또 최근 기세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불펜 쪽에서 좀 큰 차이가 있었죠.」
「불펜 쪽 말씀이신가요?」
「네, 중심을 잡아주던 기존의 클로저 박주형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난 이후 계속 불안한 모습만 보였거든요. 아마 류남선 감독도 고민이 정말 많을 겁니다.」
7월 중순, 한여름인 만큼 내리쬐는 햇살은 오후 6시임에도 여전히 뜨거웠다.
그리고 그 뜨거운 햇살 아래 시작되는 경기.
“원더스! 이번엔 무조건 이겨라!”
“승리는 기본! 대승은 옵션! 그냥 가볍게 꺾어버려!”
그 뜨거운 햇살만큼이나 격렬했던 관중들의 함성.
그라운드 내 선수들의 신경전 또한 오늘만큼은 그 못지않게 뜨거웠으며.
경기 내용 또한 그러했다.
7회 초, 2 대 2. 동점 상황.
팽팽한 접전 속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타격음.
따아악-!
「말씀드리기 무섭게 채건우! 채건우의 타구가 쭉쭉 뻗어 나갑니다!」
채건우의 큼지막한 타구와 함께 들썩이기 시작하는 원더스의 더그아웃.
“넘어가! 제발 넘어가!”
한쪽은 간절함이 다른 한쪽은 아찔함이 뚜렷하게 갈렸다.
원더스의 감독, 류남선도 그 순간만큼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내밀어 타구가 향하는 곳을 바라볼 정도로 오늘 경기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상당했다.
그렇게 모두가 타구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그 순간.
‘역시 채건우 선배네요. 놓치지 않네요.’
태준은 그 타구를 마치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차분하게 관망하고 있었다.
‘지금 피터슨의 너클 커브는 브레이킹이 제대로 먹지 않는데도 끝까지 고집부린 건 패착. 다른 타자도 아니고 채건우 선배한테까지 그랬던 건 명백한 패착이죠.’
하지만 경기의 흐름만큼은 그 누구보다 제대로 꿰뚫어내고 있었다.
[결정구가 부족하면 저렇게 되는 거야. 힘이 떨어진 게 뻔한데도 같은 공을 던질 수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코스까지 너무 친절해. 이러면 맞아야지.]그리고 또 한 명의 인물, 야구의 귀신. 로건 라이트 또한 그 본질을 잡아냈다.
그리고 경기는 계속해서 진행됐다.
「우중간! 우중간을 완벽하게 꿰뚫는 초대형 타구! 타구는 워닝트랙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우익수 박찬수 그 공을 잡고 그대로 2루를 향해 강하게 송구합니다!」
타구의 속도도 빨랐고, 우익수 박찬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강견 외야수 중 한 사람. 그는 깔끔한 펜스 플레이와 동시에 2루로 재빨리 송구했다.
「채건우 2루! 2루로 과감하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그리고 판정은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2루타! 채건우가 7회 초 꺼져가던 공격의 불씨를 다시금 되살립니다!」
하지만 채건우의 발이 그의 송구보다 조금 더 빨랐다. 2루에 무사히 안착한 채건우는 그 자리에서 3루 측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불끈 내지르고서 포효했다.
“가보자! 원더스!”
“나이스! 건우 선배 나이스!”
그리고 열렬히 환호하는 3루, 원더스의 더그아웃.
그때였다. 라이더스의 2루수 문성우. 그가 스리슬쩍 공을 쥔 글러브를 채건우의 몸에 태그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채건우는 그의 얕은수에 조소를 흘리며 답했다.
“야, 형은 그런 거 안 통해 인마.”
이따금 나온다. 부주의한 습관 때문에 2루에 안착해놓고 자신도 모르게 발을 떼다가 아웃당하는 그런 선수가.
다행히도 채건우는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가끔 오버 텐션으로 경기에 임하긴 하지만 적어도 경기에 집중을 놓지 않는 선수였다.
덕분에 동점 상황, 7회 초, 2사 2루. 타자는 전 타석에 안타가 있는 4번 타자.
어쩌면 오늘 경기 최대의 분수령.
“라이더스 투수 교체!”
라이더스의 더그아웃에서 먼저 칼을 빼 들었다.
「라이더스 투수, 임동훈 선수가 올라옵니다!」
「셋업 맨 임동훈 선수를 조금 빠른 시기에 투입하는 라이더스. 승부처인 만큼 배성웅 감독의 빠른 판단이 돋보이는 순간입니다.」
셋업 맨.
주로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기 직전에 올라오는 투수.
즉, 그 팀의 불펜에서 마무리 투수 다음으로 실력이 뛰어난 투수들이 맡게 되는 자리였다.
그리고 임동훈은 마무리 투수로 뛰어본 경험이 제법 있었을 정도로 셋업 맨 중에서도 실력이 꽤 좋은 투수였다.
‘여기서 임동훈 선배라. 역시 배 감독님도 승부사는 승부사라는 건가.’
배성웅은 올해로 나이가 58살, 감독 경력만 무려 15년에 달하는 베테랑 감독. 승부처의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았다.
그리고 원더스의 감독 류남선도 곧바로 맞수를 뒀다.
「이어서 원더스도 타자 교체! 대타 원해솔이 그라운드에 들어섭니다!」
원해솔. 현재 팔꿈치 쪽의 가벼운 염증 탓에 그라운드가 아닌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부름을 받자마자 방망이를 들고서 타석으로 향했고,
“원해솔! 원해솔! 원해솔! 원해솔!”
3루 측 원정팀의 관중석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함성이 파도치기 시작했다.
「허허, 역시 원해솔 선수는 원더스 팬들에게 자긍심 그 이상의 무언가인 듯합니다. 이 거대한 함성. 원해솔 선수가 아니라면 절대로 받을 수 없는 응원이죠?」
「그렇습니다. 원더스에서만 무려 19년을 뛰어온 전설적인 포수. 그리고 그는 지금도 여전히 팀 내 최고의 타자 중 한 사람. 과연 여기서 원해솔 선수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정말 흥미진진한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
장장 19년을 그 어느 팀도 가지 않고 원더스에서만 뛰어온, 원더스의 사나이.
원더스의 유니폼을 입고서 때려낸 안타만 2419개, 홈런 362개, 1530타점.
전성기 시절, 포스팅으로 그리고 FA로 해외 진출설이 나왔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그였지만,
그의 선택은 늘 원더스였다.
지금의 폭발적인 응원은 그의 굳건한 소신에 향한 팬들의 응당한 화답이었다.
비록 지금은 38살의 노장, 찬란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타격감은 조금 무뎌졌겠지만,
여전히 그는 투수들에게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딱-!
“파울!”
15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까다로운 낙폭의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 임동훈.
팬들이 꼽는 그의 가장 큰 강점은 강인한 스터프.
하지만 그런 임동훈조차 원해솔을 상대로는 스트라이크 존 가장자리를 노리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볼 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까지 공 6개. 그 6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 존에 몰리듯 들어가는 공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원해솔 선배의 이번 시즌 성적은 이름값을 빼고 본다면, 그냥 평범한 우타자의 성적.’
임동훈의 올 시즌 성적은 평균자책점 2.29 3승 1패 15홀드
가히 한 팀의 마무리 투수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수준.
반면에 원해솔은 타율 0.288, 홈런 9개.
트리플 크라운(타율, 홈런, 타점 동시 1위)도 달성한 적 있던 과거를 떠올린다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
이번 시즌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임동훈은 원해솔을 상대로 자신 있게 공을 던져도 되는 투수였다.
하지만 그의 본능은 외치고 있었다.
원해솔과의 승부를 피하라고.
그리고 원해솔의 본능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도망치는 그를 쫓으라고.
따악-!
임동훈의 공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마치 맹수의 그것.
제 7구.
이번에도 스트라이크 존 밑으로 떨어지는 포크볼.
원해솔은 그 공을 어퍼스윙으로 걷어 올렸다.
「걷어 올린 타구! 그리고 타구는 2루수의 키를 넘어섭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그리고 채건우는 3루를 지나! 홈! 홈까지 내달립니다!」
그리고 2루에 있던 채건우는 원해솔의 타격이 이뤄지는 순간 뒤를 돌아볼 틈 없이 곧바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3루를 지나 홈으로 쇄도.
우익수 박찬수도 곧바로 홈을 향해 공을 던졌다.
쐐애애액-!
일촉즉발의 순간.
주자가 먼저냐 공이 먼저냐.
공을 받은 포수는 그 즉시 주자의 위치를 포착한다.
‘······!’
이윽고 태그를 시도하려 했지만, 채건우의 발이 이번에도 조금 더 빨랐다.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이번에도 채건우의 발이 조금 더 빨랐습니다! 득점에 성공하는 원더스! 스코어 3 대 2! 채건우와 원해솔 두 타자가 7회 초 원더스에게 리드를 안깁니다!」
「원해솔 선수의 기술적인 안타도 정말 좋았지만, 채건우 선수의 칭찬을 안 할 수 없겠는데요. 지금 방송으로 나가는 화면으로 다시 보시면, 처음부터 리드를 길게 잡고 있었고, 타격이 이뤄지자마자 곧바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정말 과감한 주루 플레이였고, 그 플레이 덕분에 원더스가 점수를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야구 잘해요. 두 선수. 괜히 원더스를 대표하는 타자들이 아닙니다.」
서로의 플레이를 향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던 유기적인 플레이.
그 플레이에 태준은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이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피가 들끓어 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팀은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 그리고 야구는 팀 스포츠···.’
야구는 각자도생의 스포츠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때 더욱 강한 퍼포먼스를 일궈낼 수 있는 스포츠.
방금의 장면은 그 격언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태준은 자신의 왼손가락 펴서 살폈다.
적당히 다져진 굳은살,
적당한 길이의 손톱.
언제든지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황. 그 순간 마운드에 오르고 싶은 강한 열망이 샘솟았다.
그때였다.
불펜에서 수화기를 받고 잠시 대화를 나누던 투수 코치가 태준이 앉아 있던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태준! 불펜 투구 준비하자.”
“예! 알겠습니다!”
이윽고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태준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섰고,
그렇게 입장한 그라운드.
문득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선선했다.
***
팬들은 믿을 수 있는 선수가 그라운드 위로 입성했을 때, 혹은 이름값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선보였을 때 기꺼이 환호를 보내주곤 한다.
가령 채건우과 그랬고 원해솔이 그랬고, 지금의 브랜든 미첼 역시 그러했다.
「브랜든 미첼! 오늘 경기에서 8이닝 역투! 전반기 마지막 투구를 8이닝 2실점! 좋은 성적과 함께 마무리 짓습니다!」
전반기 성적 104.2이닝 평균자책점 2.67
성공적인 외국인 투수의 표본과도 같은 성적을 거둔 그는 오늘도 8이닝을 소화하며 환호와 함께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찾아온 9회.
스코어는 3 대 2, 단 한 점 차.
어쩌면 원더스의 팬들에겐 가장 악몽과도 같은 순간.
그 순간에 불펜의 문을 열고서 마운드 위로 모습을 드러낸 투수.
「이제 9회 말, 라이더스의 공격! 원더스의 마운드를 지켜줄 투수는 이태준! 이태준 선수입니다!」
그 투수는 이태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