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33)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33화(33/210)
033화. 이름을 떨치다 (1)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구별을 짓는다면 돈을 받는 사람은 프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마추어로 나뉜다.
그것이 본질이자 핵심.
프로 야구 선수는 돈을 받으며 야구를 하는 사람들.
즉, 돈을 받을 자격을 보일 수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정준이 보기에 한국, KBO의 선수 중 거의 절반이 그 자격을 갖추고자 하는 자세가 부족한 선수들이었다.
“미국에 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 제가 야구를 엄청 잘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당장 같은 팀에 저 같은 선수만 10명이 있고 저보다 잘하는 선수가 10명이 더 있는 느낌이었어요. 거기서 많이 느꼈죠. 나는 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걸요.”
KBO에서 7년을 뛰는 동안에는 자신이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생각했었다.
광오하기 짝이 없는 오산이었다.
이미 스타인 선수가 고도로 금욕적인 자기 관리를 하며,
그보다 더 우위에 서 있는 슈퍼스타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마지않는 곳.
최고가 될 자격을 갖춘 선수들만이 모인 곳,
그것이 정준의 눈에 비친 메이저리그의 첫인상이었다.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이는 절치부심의 계기가 되어 일상에는 많은 변화를 이뤘었다.
이후 거의 10년 만에 돌아온 한국.
선수들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고,
여전히 메이저리그와의 거리는 멀어 보였다.
늘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 있었기에, 이태준은 더욱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야구를 잘하기 위한 노력이 정말 남다르고, 야구를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아는 녀석. 그런 녀석은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간 성공할 수밖에 없지.’
이태준과 같은 유형의 선수는 정말 드물다.
가히 말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고, 정준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메이저리그에서도 이태준과 같은 선수는 흔치 않다고.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 자연스레 피어나는 의문점.
왜 이태준은 그간 타자로 성공하지 못했는가.
안타깝게도 평생을 투수로 뛰어온 본인의 식견으로는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없었다.
“네가 직접 봐주면, 그게 보일까 싶었거든.”
그래서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에게 손을 뻗어봤던 것.
“드래곤스 코치들도 다 봐줬을 텐데, 나라고 새로운 걸 발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진 않을 거야.”
물론 큰 기대를 거는 건 어렵다는 것을 안다. 만약 원해솔이 단번에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태준이 그 긴 시간 동안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 테니까.
“그냥, 태준이가 타자로도 가능성이 있을까. 없을까. 딱 그 정도만 봐줘.”
“어렵진 않지. 나도 이태준이 공 던지는 모습 보니까 궁금해지기도 했고.”
“잘됐네.”
원해솔도 정준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또한 이태준이라는 선수에 흥미가 생겼으니까.
“걔 타격했던 영상이나 기록 먼저 좀 찾아봐야겠네.”
“그거야, 이미 부탁해놓은 곳이 있지.”
“음?”
선수 말년에 제대로 불붙은 흥미.
“안 그래도 전력분석팀장님한테 부탁 좀 해놨거든. 태준이 지난 몇 년간 성적이랑 타격 폼 변천사 좀 알아봐 달라고.”
“··· 빠르긴 더럽게 빠르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같은 팀 선배로서 후배가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인 거지.”
정준은 가벼운 마음으로 태준을 바라보고 있던 게 아니었다.
자신의 뒤를 이을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그것조차 넘어선 최고의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
이태준이라는 선수가 그런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진심을 담아, 아무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오후 10시가량. 그날에 인지를 통해 발생된 모든 경험치가 합산되는 시점.
【인지도 합산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경험치 + 577】
경기가 끝나고서 추가 훈련까지 끝마친 후 숙소로 귀가하는 길에 나타난 시스템의 메시지.
“오, 이렇게까지나 많이?”
오늘 첫 세이브를 거둔 경기를 통해 획득한 경험치는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의 LV이 상승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11로 올랐습니다!】
경기에서 얻어낸 경험치에 더해진 인지도 경험치. 덕택에 10레벨을 달성한 지 고작 이틀 만에 또 한 번의 레벨 업을 이룰 수 있었다.
‘덕분에 더 불이 붙는데요?’
육안으로 확인되는 빠른 성장. 그것은 더 나아가고자 하는 동력이 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이 시스템,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레벨 업이 어려워지는 구조로 되어있을 텐데··· 어째 성장 속도가 점점 빨라져?]지체되는 경향 따위 전혀 없이 꾸준하고 신속한 순항.
“아무래도 민찬수 기자님 덕택이 컸겠죠. 2군에 있던 시절부터 계속 조명해주셨고. 오늘도 라이브 방송 때 저에 대한 언급을 해줬으니까. 게다가 아버지랑 동생 덕도 있을 테고.”
자신의 뒤로 불어오는 바람.
[그건 그냥 부수적인 것에 불과해. 만약 네가 못했더라면 민찬수가 널 조명하는 일도 없었을 거고, 오늘 경기에서 네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더라면 팬들의 기대도 빠르게 식었을 거야. 그리고 아버지와 동생 덕? 만약 그 덕이 있었으면 네가 지금껏 무명 생활을 할 이유도 없었겠지.]그 전진의 주체, 바람이 불어올 때 돛을 피고 방향을 정해야 하는 선장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태준. 본인이었음을.
“그러니 앞으로의 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어야겠죠.”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야구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타자를 이겨낼 수 있을 지를 골몰했다면,
야구장 바깥에서는 미래의 계획을 골몰해야 했을 터.
이제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확인이 어느 정도 이뤄졌고,
덕분에 청사진을 조금 더 뚜렷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인데?]“제일 먼저 생각했던 가장 기본이 되는 구종을 전부 갖추는 거였어요.”
현재 태준이 구사하는 구종은 포심패스트볼을 제외하면,
자신과 같은 손 타자인 대 좌타자 최종병기 ‘슬라이더’.
우타자를 상대로 더욱이 그 강점이 두드러지는 오프스피드 ‘체인지업’.
커브 일루전이 그려지는 정준의 커브, 그것보다 각이 조금 더 작고 빠른 커브. 두 가지의 커브까지.
물론 아직 습득할 수 있는 구종이 많이 남았다.
로건 라이트는 MLB 역사상 최강의 팔색조 투수.
현존하는 모든 구종을 수준급으로 다뤄냈던 투수였으니까.
하지만 태준은 이번만큼은 방향을 살짝 틀고자 했다.
“지금으로서는 최소한의 준비는 됐다고 볼 수 있겠죠.”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로건 라이트가 나아갔던 길. 그 길을 그대로 밟아 나아가는 것이 정상으로 향하는 가장 올바른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스템을 통해 확장된 또 다른 방향성.
“여기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은 어디일까. 저는 커터, 투심. 이 두 구종이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변형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 컷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속칭 커터와 투심.
‘빠르면서 움직임까지’ 라는 현대 야구에 대세로서 자리를 잡은 구종. 실제로 현역 메이저리거의 대부분이 변형 패스트볼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물론 투심은 가라앉는다는 특징 때문에 어퍼 스윙이 난무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떠오르는 포심과 조화를 이뤄낼 수 있다면 그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을 터.
태준은 그 두 구종에 시선을 맞췄다.
“형님의 커터와 투심이라면 ’움직임‘적인 부분은 전혀 걱정할 게 없겠죠. 다만···. 공이 빠르지 않다는 게 흠.”
대세는 대세인 이유가 있다. 굳이 역행할 필요는 없다.
커터와 투심은 기존의 강한 수직 무브먼트를 지닌 포심패스트볼의 위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구종들이니.
다만 그 전제 조건은 ’빠른 구속‘. 지금 태준이 구사하는 포심의 평균 구속은 135Km/h. MLB는커녕 KBO 투수들의 포심 평균 구속보다도 한참 느린 수준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구속 증진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도 분명 잘할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전례가 있어왔다.
비단 KBO뿐만 아니라 MLB를 보더라도 톰 글래빈, 트레버 호프먼, 30대 이후의 잭 그레인키 등.
하지만 그 투수들이 구속‘까지’ 빨랐더라면 분명 훨씬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으리라는 데엔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당장 잭 그레인키만 하더라도 강속구를 구사할 수 있었던 시절에는 굳이 많은 변화구를 구사하지 않았으니까.
로건 라이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
[그거야 네 선택이지. 예전부터 말했지만, 난 조언 정도 꺼내줄 뿐이지 강요를 할 생각은 없어.]태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아무런 지적도 남기지 않았다.
‘이거 봐. 넌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지름길이 어딘지를 금방 찾는 놈이라니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한 시절을 풍미했던 로건 라이트 또한 이태준과 같은 입장에 놓였더라도 아마 같은 선택을 내렸을 테니까.
태준을 바라보던 로건 라이트의 입꼬리는 자신도 모르는 새 초승달 모양을 그리고 있었다.
***
국내 최대 규모의 스포츠 신문사 중 하나인 <스포츠 내일>의 야구 부서.
부장 기자 민찬수는 방금 올라간 영상의 성과를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 이번 영상 조회수 제대로 뽑히는데요? 올라간 지 3시간밖에 안 됐는데 곧 10만 회 뚫겠어요!”
그 영상은 바로 어제 경기가 시작되기 전 장민영 원더스 2군 코치가 게스트로 참여했던 라이브 방송을 편집한 영상.
그 영상의 조회수가 오르는 속도는 다른 영상들에 비해 뚜렷하게 빨랐다.
“역시 원더스는 원더스인가 봐요. 인기가 진짜 장난 없네요.”
“뭐, 그 이유가 없는 건 아니겠다만, 단지 원더스라서 그렇게 뜨는 게 아니지.”
“네?”
“이태준. 이번 영상의 성공은 걔 지분이 9할 이상이야.”
그리고 민찬수는 그 영상이 대박을 치고 있는 원인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장 코치님이 초석을 닦아놓기야 했지만, 만약 이태준이 어제 경기에서 제대로 못 던졌잖아? 이 결과 절대로 안 나왔어. 첫 클로저 등판에서 깔끔한 삼자 범퇴에 탈삼진 2개. 그 덕이 컸지.”
원더스의 팬들이 그토록 바라고 바라왔던 신흥 클로저의 부상(浮上).
그것을 이태준이 이뤄내준 셈이니까.
“그러니까요. 역시 부장님 안목은 못 따라가겠어요. 이태준. 그 선수 진짜 특종 보따리 맞네요.”
“흐흐, 그렇다니까? 이태준은 앞으로도 특종 여럿 뽑을 수 있는 선수야. 그러니 계속 주시해야지.”
대중의 이목을 최대한 끄는 것이 본업인 그들에게 있어서 이태준은 걸어 다니는 특종,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달리 말하면 VIP 고객인 셈.
그 누구보다 극진히 다룰 수 있어야 했다.
그것이 기자와 선수 간의 공생. 부정적인 이슈만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건 민찬수의 기자로서의 신념과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었으니까.
“이태준 기사는 등판 전부터 여러 레퍼토리로 미리미리 써놓는 게 좋을 거야. 걘 아마 계속 뜰 일밖에 없을 테니까.”
민찬수 기자는 민찬수의 방식으로 태준을 조명했다. 그렇게 자판을 두드리며 자신을 해나가던 도중.
띠리링-
별안간 민찬수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으로 확인되는 발신인은 한때 광주 위너스의 전설적인 타자이자
현재, 대한 야구 소프트볼 협회의 이사로 역임 중인 양민호였다.
“어유, 양 이사님. 어쩐 일이십니까?”
KBO에서만 20년을 선수로 뛰어 왔으며,
은퇴 이후로도 자신의 이름을 건 재단을 운영하고 있었을 정도로 야구에 진심을 보이며 야구계에서 활달하게 활동하던 인물.
워낙에 성격이 털털하면서, 또 유한 인물인지라 기자를 비롯한 여러 야구계 종사자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인물이었다.
-허허, 민 기자님도 잘 지내셨어요?
“하하, 제가 잘 지내고 못 지낼 게 있겠습니까?
그리고 기자인 민찬수와도 여러 번 만난 적 있었기에 친분이 꽤 두터운 사이.
둘은 서로 안부의 말을 물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제가 민 기자님 연락 드린 게 다름이 아니라. 저 아는 사람 중에서 민 기자님 연락처를 묻는 분이 계셔서 혹시 될까? 해서 연락 드렸습니다.
“아유, 그렇습니까? 혹시 누구시길래 양 이사님이 직접 연락을 다 주셨답니까?”
-민 기자님도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지. 아니지, 한국에서 야구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지.
자신이 모를 리가 없는 사람,
넘어서 한국에서 야구를 좀 안다는 사람이면 모를 수 없을 사람,
그리고 양민호 정도 되는 인물이 직접 연락하도록 움직일 수 있을 사람,
“혹시···. 양 이사님이 말씀하시는 사람이···.”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떠올릴 수 있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찬열 코치 아시죠? 그 뉴욕 메츠 타격 코치. 걔가 연락 좀 하고 싶대서. 괜찮죠?
이찬열,
KBO 역사상 최강의 타자 중 한 사람,
현재는 뉴욕 메츠의 1군 타격 코치로 역임 중인 인물이자,
이명준, 그리고 이태준의 아버지.
그 사람의 이름이 양민호의 입으로 전달된 그 순간,
-저, 민찬수 기자님? 왜 갑자기 말이 없으셔?
민찬수는 잠시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