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34)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34화(34/210)
034화. 이름을 떨치다 (2)
한국에서 야구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이라면 절대로 모를 수 없는 이름.
KBO에서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났던 별.
‘이찬열’
현재 뉴욕 메츠의 타격 코치로 재임 중인 그는 현 KBO 최고의 타자 이명준의 아버지이자,
원더스의 떠오르는 혜성 이태준의 아버지였다.
-기사도 많이 써주시고 라이브 방송에서 좋게 언급도 해주시고. 아버지로서 감사의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야구장에서는 마치 화신의 위엄을 떨쳤던 그였지만, 두 아들에게는 그저 한 명의 아버지.
이역만리 먼 타향에 있어도 두 아들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아이고 아닙니다. 이태준 선수가 잘한 거지 저는 그냥 기자로서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민찬수 또한 그가 이찬열의 아들이라고 해서 과대평가를 해줬다거나 특별히 더 조명을 비췄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이태준이 스스로 빛이 났을 뿐.
-하하, 그렇게 말씀 주시니 제가 다 감사하네요.
민찬수의 진솔한 대답에 이찬열은 흐뭇한 소성을 수화기 너머로 흘려보냈다.
-그, 혹시 민찬수 기자님.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이윽고 서로의 가벼운 안부 정도를 나눈 뒤,
민찬수 기자에게 전화를 건 목적에 대해 전달했다.
-그 민찬수 기자님이 진행하시는 라이브 방송 있잖아요. 얼마 전에 장민영 코치 나왔던···.
“<내일도 야구다>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네, 그 방송.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아버지로서 자식을 응원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결심.
-그 방송에 제가 게스트로 나가봐도 괜찮나요?
그런 그의 결심은 민찬수에게는 갑자기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진 천금과도 같았다.
“이, 이찬열 코치님이 직접요?”
-네, 우리 애 좀 예쁘게 봐 달라고 팬분들한테 이야기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허허, 조금 어려우려나요?
어느새 허리까지 숙인 민찬수는 살짝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아이고, 안 되는 게 어딨습니까? 오히려 저희가 최대한 맞춰드려야죠!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함박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
원더스와 라이더스.
부산과 창원, 서로가 가장 가까운 연고지를 둔 이웃사촌과도 같은 팀.
하지만 두 팀의 사이는 이웃사촌과 같은 정겨운 관계가 아닌, 물과 기름 같은 사이.
두 팀이 맞붙는 경기는 대개 혈전의 양상이 그려지곤 했다.
그리고 그 끝은 언제나 라이더스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지곤 했다.
따아악-!
「박찬수! 박찬수의 빨랫줄 같은 타구가 쭉쭉 뻗어 나갑니다! 그리고 담장! 담장을! 넘어갑니다! 홈런! 박찬수의 쓰리런! 연타석 쓰리런이 터집니다!」
「어제 경기의 석패에 대한 설욕일까요? 박찬수 선수 3타수 3안타 홈런 2개! 6타점 경기! 활화산 같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첫 경기를 3 대 2, 신승을 거둔 원더스는 두 번째 경기에서 5회까지 무려 8점을 내어주며 무너졌다.
「마운드 위로 투수 코치가 올라옵니다. 아마 오스카 디아즈 선수의 이닝은 여기까지인 듯싶습니다.」
「디아즈 선수, 오늘 경기 4.2이닝 8실점. 전반기 마지막 투구를 너무 아쉽게 끝마치는데요.」
브랜든 미첼에 이은 두 번째 외국인 선발 투수 오스카 디아즈. 마운드에서 터덜터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고,
“아오! 저딴 게 외국인 투수라고!”
“후반기 땐 저 새끼 얼굴 좀 그만 보고 싶다!”
관중은 외국인 투수의 부진에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KBO의 외국인 선수들은 토종 선수와 달리 반드시 팀의 중심을 맡아줘야만 했을 터인데 오스카 디아즈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수석. 교체 용병 리스트업 부탁했던 건 어떻게 진행 중이래?”
“그, 몇 명 추렸다는데, 아마 후반기 시작될 즈음이면 아마 바로 교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흠, 후반기 시작···. 나쁘진 않네. 강 단장이 일 처리는 늦지 않아서 좋단 말이지.”
또한, 류남선 감독을 비롯한 팀 내부 인원들도 교체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Fuck···.”
그리고 장본인인 오스카 디아즈도 한동안 자책에 빠져 있었다.
그 역시 자신의 입지가 불안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선발 투수가 규정 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무려 8점이나 내어주고서 강판 된 게임.
지금의 원더스에겐 그런 게임을 이겨낼 저력이 부족했다.
딱-!
“아웃!”
벌어질 대로 벌어진 점수 차는 쉬이 극복되지 않았고, 끝내 스코어 12 대 4. 처참한 패배를 내어주고 말았다.
원더스 선수단 내의 분위기, 특히 투수조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그리고 데일리 MVP의 인터뷰가 나온 그 순간.
“하, 박찬수 이 건방진 새끼···.”
속에서 끓어오르는 천불을 감내해야 했다.
빠드득- 어디선가 이를 가는 투수도 있었다.
시리즈가 시작되기 이전. 한 차례 나왔던 도발, 그 도발의 수위가 조금 더 높아졌기에.
“원더스를 상대할 때만큼은 무조건 잘 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경기에 임합니다. 하하, 그래서 더 잘 되나 봐요.”
데일리 MVP 인터뷰에서 나왔던 그의 답변들.
“위압감이요? 전혀요. 오히려 홈런을 때리면 갑자기 분위기 사악 가라앉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선수를 향한 모욕을 넘어서 팬들을 향한 모욕. 원더스의 투수들은 그 인터뷰에 분개함을 감추지 않았다.
ㄴ박찬수 저 새끼 정신 나갔냐? 싸가지 너무 없는데?
ㄴ얕봐도 적당히 얕봐야지;
ㄴ생각이 짧아도 너무 짧다;
이에 원더스의 팬들 또한 선수들 못지않은 분개함을 표출했다.
ㄴ꼬우면 털던가 ㅋㅋㅋㅋ 니네들이 못 털어놓고 왜 화풀이?
ㄴ졌다고 별걸 다 트집 잡네 ㅋㅋㅋ 그게 딱 꼴더스 수준이지 ㅋㅋㅋ
ㄴ스포츠에서 이 정도 도발도 못 함? 꼬우면 이겨 ^^
ㄴ그저 꼴들꼴들 ^^
하지만, 그들의 분개는 그 이상의 조롱으로 돌아왔다.
어쩔 수가 없었다.
라이더스와 원더스 사이의 처참한 수준의 상대 전적.
OPS가 1.2에 달하는 박찬수의 원더스 상대 전적.
그 모든 것들이 반박의 여지 없는 현실이었으니까.
***
라이더스의 3연전 마지막 경기,
동시에 전반기 마지막 경기.
그라운드 위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의 눈매는 날카롭게 번뜩였다.
타자들은 평소보다 더 이른 시간에 나와 특타를 자처했고,
투수들도 마찬가지로 더 이른 시간부터 나와 러닝을 진행했다.
무언가 삼엄함이 느껴질 정도로 독이 바짝 올라 있었던 원더스 선수단.
한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그곳을 방문했다.
“정준 선수! 혹시 잠깐 시간 되실까요?”
“네, 뭐 짧게 가는 거면 상관없습니다.”
“넵! 그러면 부탁 좀 하겠습니다!”
기자들은 대중의 의식에 민감히 반응할 수밖에 없는 직종.
그들 또한 어제 박찬수가 행한 인터뷰가 불러일으킨 파장을 십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원더스 선수들의 인터뷰를 따내고자 삼엄한 분위기를 무릅쓰고 들어온 것.
물론 아무한테나 인터뷰를 걸진 않는다. 뭔가 받아줄 수 있을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만 인터뷰를 요청했다.
정준은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찬수 인터뷰 봤죠. 아주 당돌하던데요?”
평소에도 인터뷰를 곧잘 받아주기도 했고, 당장 오늘 경기 선발 투수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정준 쪽으로 몇몇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그러는 한편, 정준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 다가가는 기자도 있었다.
“이태준 선수! 혹시 잠깐 시간 가능할까요?”
“네? 저요?”
이태준, 현재 원더스의 마무리 투수인 그에게로 말이다.
***
오늘 경기가 시작되기 전, 로건 라이트가 태준에게 일러준 말이 있었다.
[태준, 아마 오늘은 경기 시작되기 전에 너한테 인터뷰를 요청하러 오는 기자가 있을 수도 있어.]“네? 웬 인터뷰요?”
상대 팀 타자가 시작한 트래시 토킹. 그 거대한 떡밥을 기자들이 놔줄 리는 만무할 테니까.
[그리고 선수한텐 인터뷰 스킬도 꽤 중요하지. 괜히 말 한 번 실수했다가, 이미지만 나빠지는 선수들도 간혹 있거든. 너도 몇 명 떠오르지 않니?]“하하, 그렇죠.”
그리고 늘 경계해야 한다. 스포츠 선수에게 한 번의 말실수는 평생의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 가령 어느 유명 농구 선수의 ‘리얼 월드’ 발언처럼.
[그런데 내 생각은 그래. 괜한 말실수를 너무 조심해서 진지하고 사무적인 대답만 반복하는 것도 재미없다고. 그건 로봇이랑 다를 게 없잖아? 가벼운 도발, 트래시 토킹 정도야 뭐, 주고받을 수 있지.]다만 적절한 트래시 토킹은 스포츠 판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로건 라이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꽤 간단하다고 봐.]“어떻게요?”
[너의 팬들. 널 응원하는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해주길 원할까. 그거만 생각하면 돼. 그 정도 말도 꺼낼 수 없다면, 그건 너무 답답하잖아?]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 선수는 그 말을 찾아서 꺼낼 줄 알아야 한다.
태준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로건 라이트가 예견했듯 정말로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찾아온 기자들.
태준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고 있었다.
“라이더스의 타자들 전부 저보다 경험도 많고 또 실력도 좋은 선수들이라 제가 가타부타 이야기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이더스의 타자들을 상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
상대의 수위 높은 도발 앞에서도 겸손을 챙긴다.
“오늘 경기 등판하게 될 텐데, 누굴 만나던 잘 대처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말 속에 뼈를 심는다.
“네? 오늘 등판이 예정되어 있으신가요?”
“아뇨, 그런 건 딱히 없는데요.”
“방금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오늘 경기 등판할 거라고···. 아?”
팀의 마무리 투수는 9회에 3점 차 이내로 이기고 있을 때 등판하는 투수.
그리고 이태준은 마무리 투수였다.
“오늘 경기 선발 투수, 정준 선배님이시거든요. 정준 선배님이 질 거라곤 생각이 도저히 들질 않네요.”
마지막으로 같은 팀의 전설적인 선수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
“정준 선배님 승리, 지켜드릴 겁니다. 기필코.”
그것이 원더스 팬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일 테니.
그 모습을 뒤편에서 바라보고 있던 로건 라이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읊조렸다.
[새끼. 말도 잘 하네.]***
전반기의 마지막 경기.
그리고 정준의 등판 경기.
오늘 창원 라이더스 파크의 관중석 전 좌석이 순식간에 매진된 이유였다.
그리고 정준은 팬들이 집결한 이유를 제대로 증명해내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38살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원더스의 1선발, 그리고 KBO 최고의 선발 중 한 사람.
어제 경기 다이너마이트와도 같은 타격감을 자랑하던 라이더스의 타자들은 오늘 정준 앞에서 꽁꽁 묶여있었다.
「이번에도 삼진! 어제 경기 5타수 4안타 2홈런 맹타를 휘두르던 박찬수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는 정준! 4회까지 퍼펙트를 이어나갑니다!」
「노익장이란 이런 것이죠. 최근 라이더스 타자들의 기세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정준 선수를 상대로는 꼼짝도 못 하네요.」
「그렇습니다. 오늘 투구의 탄착군으로 보시면, 이야 정말이지 로케이션이 예술이에요. 지금 투구 수가 47개인데 실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 정준 선수가 얼마나 집중해서 공을 던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죠.」
4회까지 퍼펙트.
그리고 5회, 6회, 7회. 정준은 라이더스에게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덕분에 스코어 2 대 0.
고작 2점밖에 지원받지 못했지만, 팀의 리드를 잡아낼 수 있었다.
“정준, 수고했다. 이제 들어가 쉴 수 있도록.”
그리고 7회까지 정준이 기록한 투구 수는 93개.
나이도 있고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류남선 감독은 정준을 내리고 다음 투수로 교체하려 했다.
“감독님, 저 더 던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준은 그 지시를 거부했다.
“한 이닝만 더 막고 내려오겠습니다.”
단호한 어조. 류남선은 팀 내 최고참이자 최강의 투수가 보이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100개. 100개가 넘으면 바로 내릴 거야.”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허락받은 8회의 등판. 물론 한 이닝을 막는 데 투구 수 7개는 각박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기 전 남겼던 그의 말처럼.
딱-!
“아웃!”
그 정도면 충분했다.
「세 타자를 전부 그라운드 볼로 잡아내는 정준! 투구 수 6개 만에 이닝 종료! 8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나갑니다!」
투구 수 99개. 8이닝 무실점 2피안타 9K
정준은 자신의 이름 두 글자에 걸린 가치를 증명해냈다.
“정준! 정준! 정준!”
기립하여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그 순간을 자축하던 정준의 표정은 홀가분함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그리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땀을 식히는 정준을 바라보는 원더스 선수들의 눈빛에는 동경이 가득했다.
에이스의 품격.
리그 최고 투수의 품격.
그것이 너무도 명징하게 느껴졌기에.
그중에는 이태준도 있었다.
조금 더 먼 곳, 불펜에서 정준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낭만 있지?]그리고 옆에서 팔짱을 낀 채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건 라이트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낭만 넘치는 선수죠. 예전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자신이 한물갔건 두물갔건 끝까지 던진다.
그것이 정준의 야구.
그것이 삼류의 일류의 차이였다.
그렇다면 이태준, 자신의 야구는 무엇인가.
어떤 야구가 되어야 하는가.
그 해답을 찾는 곳은 다른 곳이 될 수 없었다.
“이태준. 슬슬 나갈 준비 하자.”
“네, 알겠습니다.”
마운드.
투수가 해답을 찾는 곳은 오로지 그곳뿐.
스코어는 여전히 2 대 0.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순간.
이태준,
그가 마운드 위로 올라섰고,
타석에 선 타자는.
‘박찬수. 결국, 너랑 붙게 되는구나.’
박찬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