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37)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37화(37/210)
037화. 야구 명가 (2)
정준의 제안 이후.
원해솔은 원더스의 전력분석팀을 통해 이태준의 2군 타격 성적 자료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와, 진짜 특이하더라. 나도 선수 분석하면서 이런 기록은 또 처음 본다.”
“··· 예? 어떻길래요?”
그리고 그 자료를 건네받는 자리에서 전력분석팀원으로부터 이태준의 성적에 드러나 있던 기이한 지점을 포착할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성적은 너도 아시다시피 좋진 않아. 타율도 그렇고 장타율도 그렇고, 거의 정체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5년 동안 정말 꾸준히 성장해온 스탯들이 있어.”
타율은 꾸준하게 1할대 후반과 2할대 초반 사이를 맴돌았으며, 그 기간에 때려낸 홈런은 0개. 사실 언제 방출되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이태준의 성적에는 분명 눈에 띄게 상승 중이던 스탯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스탯은 어딘가 기이하기까지 했다.
“일단 헛스윙 비율이 말도 안 되게 낮아. 보면 1년 차를 제외하면 2년 차 4.4%, 3년 차 2.9%, 4년 차 2.1%, 그리고 5년 차···.”
“1.5%···?”
아무리 2군에서의 기록에 스몰 샘플 기록이라지만 헛스윙 비율이 ‘1.5%’.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낮은 헛스윙 비율을 기록했던 이명준의 헛스윙 비율이 4.2%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 한다면 실로 믿을 수 없는 수치.
“이거뿐만 아니라 삼진율도 점점 내려가. 1년 차 이후로 5%를 넘긴 시즌이 없어, 그리고 가장 최근인 올해는 스몰 샘플이긴 해도··· 26타석 동안 삼진이 하나도 없었고.”
“정신 나간 컨택 능력···.”
공을 방망이로 컨택하는 능력.
그 능력만큼은 KBO 최고의 타자 이명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내가 전력 분석하면서 이런 성적은 난생처음 본다. 어떻게 BABIP 5년 평균이 타율이랑 거의 수렴하냐?. 심지어 더 낮은 시즌도 있고.”
BABIP.
인플레이 타구에 대한 비율을 수치화한 야구 기록 중의 하나로서 높으면 높을수록 타자의 운이 좋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기록의 통계 방식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BABIP은 타율보다 높게 잡히는 것이 보통인데 이태준의 경우, BABIP이 타율보다 낮게 잡혔다.
“삼진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녀석이 어떻게 이런 타율이 나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비정상적으로 낮은 헛스윙 비율과 삼진율.
이 정도면 일부러 아웃을 당하기 위해 타격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 신기한 건 뭔 줄 알아?”
거기에 또 한 가지.
“이태준 얘 타격 폼 변천이 꽤 많았거든? 자잘한 것까지 합치면 더 되고. 그런데 웃긴 건, 다른 지표는 몰라도 헛스윙 비율하고 삼진율, 이것만큼은 거의 변동이 없었어.”
이태준은 지난 5시즌 동안 타격 폼의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다운 스윙, 레벨 스윙, 어퍼 스윙, 테이크 백을 간결하게 잡는 방식 길게 잡는 방식 등등.
하지만 그런 많은 변화 속에서도 컨택 능력만큼은 거의 변함 없이 유지됐다.
“결국, 스윙에 문제는 없다는 건가요.”
“뭐, 그렇다고 봐야지. 그런데··· 진짜 왜 이랬는지는 나는 모르겠다. 해솔이 네가 보면 좀 보이려나?”
“··· 조금 더 유심히 봐야겠네요.”
이찬열의 아들에 이명준의 형이라 그런 걸까? 타고난 감은 더할 나위 없이 첨예했다.
그리고 스윙의 문제? 원해솔은 이후로 전력분석팀에서 구비 해준 이태준의 모든 스윙을 살펴봤지만, 그의 눈에도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나올 수 있는 결론은 하나.
이태준은 아웃을 일부러 당했다···
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다시 현재로 돌아와. 사직 야구장. 원해솔은 이태준에게 다소 뜬금없을 수도 있는 질문을 던진 뒤 괜히 헛기침을 켰다.
“크흠, 네 드래곤스 시절 기록을 좀 찾아봤었다.”
“아···.”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으면 미안하다.”
“아, 아닙니다. 드래곤스 있을 때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일부러 아웃을 당하는 거 아니냐는 말.
태준이 그간 적잖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스윙 폼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해서 이 폼 저 폼 전부 건드려봤었는데···. 결과도 별로 안 좋았고.”
아쉽게도 이태준은 그 이유를 5년 동안 찾을 수 없었다.
원해솔은 그 말에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라도 투수로 잘 되고 있으니 다행이죠.”
어쩌면 자신의 치부가 다시금 조명된 셈이었겠지만, 태준은 태연자약했다.
과거의 쓰라린 기억보다 현재의 행복이 훨씬 더 컸기에.
물론 미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글러브를 오른손에 끼우고 마운드 위로 올라선 시간보다 방망이를 들고서 타석에 들어선 횟수가 훨씬 더 많았으니까.
하지만 아직 자신은 투수로 자리 잡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엄연한 신인 선수.
그 상황 속에 태준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놓지 않았다.
“··· 그래.”
원해솔도 거기서 많은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았다.
“그··· 혹시라도 타자 생각 있으면.”
그저 자신이 본 것 중에서 그나마 꺼내볼 수 있는 조언.
“네 작년 때 스윙. 그게 제일 좋더라.”
“네, 조언 감사합니다. 선배님.”
지금은 그 한 마디로 충분했으니까.
***
이태준의 타자로서의 가능성.
로건 라이트도 그것을 보고 있었다.
[가능성 있지···. 문제는 나조차도 원인이 뭔지 모른다는 거지.]배트 스피드도 빠르고, 주력도 좋고, 기본기도 충분했으며, 방망이로 공을 타격하는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뿐.
공은 곧잘 타격했지만, 배트 중심에 맞추지는 못했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중심에서 벗어나서, 마치 일부러 그렇게 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에 로건 라이트도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태준과 마찬가지로.
지금 태준에게 가장 중요한 건 투수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내는 일. 아직은 그 과정에 있었으니까.
투타 겸업은 그 이후로 생각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
[그 튜터 시스템. 사자(死者)를 상대로도 적용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그 여유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
전반기와 후반기의 사이. 약 일주일의 시간.
공식 경기의 일정은 없지만, KBO의 팬이라면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을 한 경기가 대기 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인천 청라 세인츠 돔! 지금부터 2040 KBO 올스타 게임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바로 올스타 경기.
KBO의 각 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한 데 모여 치르는 축제와도 같은 경기였다.
당연하게도 태준은 아직 그 경기에 초대장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 대신 자신을 닮은 한 선수가 4시즌을 연달아 참여하고 있었다.
「이번 올스타전 당당히 득표 1위, 이로써 3년 연속 1위죠?」
타율 0.381 출루율 0.485 장타율 0.790
홈런 26개 도루 24개
「그렇습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홈런, 타점, 득점, 안타, 볼넷까지 총 8관왕! 이런 선수가 1등이 안 된다면 누가 1등을 받을 수 있을까요? 현 KBO 최강의 선수가 누구냐 묻는다면 아마 모두가 같은 답변을 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야구계의 생태계를 제 손으로 부수고 있는 현 KBO 최강의 남자.
「이명준 선수가 입장합니다!」
이명준.
이태준의 동생이었다.
“이야··· 24살에 8관왕··· 이명준 쟤는 진짜 여기 있을 놈이 아니다. 빨리 미국 가야 한다니까?”
팬들, 그리고 선수들까지 모두가 반박의 여지를 남길 수 없었다. 이명준은 규격 외. 메이저리그 레벨의 선수라는 사실에.
“KBO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명준이 야구 잘하는 걸 모를 수는 없을 테니까.”
이명준이 참여하는 광주 위너스의 경기에서는 꽤 많은 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방문했던 것이 이에 가장 적확한 증거.
그리고 오늘 올스타 경기에서도 이명준의 눈부신 활약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따아악-!!!
「이명준 선수의 타구가 우익 선상을 강하게 꿰뚫어냅니다! 안타! 안타입니다! 타구는 그대로 펜스까지! 그 사이 2루 주자는 3루 지나 홈으로! 타자 주자는 2루! 2루를 향해··· 아! 3루 3루까지 내달립니다!」
이전 타석에서도 홈런, 그리고 3루타를 때려냈던 이명준은 자신의 타구가 어디까지 뻗을 수 있을지를 빠르게 계산한 뒤 2루를 지나 3루까지 과감한 주루를 선보였다.
「그리고 미끄러지듯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결과는···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이명준 선수의 2타점 적시 3루타! 연타석 3루타를 때려냅니다!」
「앤서니 가필드 투수의 인 하이 코스 156Km의 빠른 직구를 이렇게 깔끔하게 당겨서 칠 수 있을 타자가 과연 국내에 몇이나 있을까요? 이명준 선수가 선보이는 규격 외의 타격 능력! 그것은 이곳 올스타 무대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뛰어난 타격 능력을 바탕으로 일궈낸 좋은 타구.
이어지는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
오늘 경기는 팀의 순위와 하등 상관 없고 하물며 정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벤트’성의 경기였음에도 이명준은 여전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명준! 홈런을 날려버려라! 위너스 승리 위하여! 이명준! 넌 빛나고 있어!”
3루에 도착한 뒤 관중석을 향해 위너스 팀 고유의 세레머니를 펼쳤고,
관중석의 팬들은 위너스 팬이고 너 나 할 것 없이 이명준의 응원가를 목 놓아 떼창하며 화답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KBO 최고의 슈퍼스타.
그 형상이 지금 그곳에 있었다.
[저 타자가 네 동생이라고 했었나?]“네. 제 하나밖에 없는 동생입니다.”
아버지를 닮아 야구를 참 잘하고,
또 그 누구보다 성실한 야구 선수.
참 자랑스러우면서 부러운 동생이었다.
[널 꽤 닮은 녀석이네.]“하하, 그런 이야기 많이 듣죠. 워낙 비슷하게 생겨서.”
참 많은 것을 닮은 동생이었다.
외모도 그렇고.
체형도 그렇고.
그냥 둘이 같이 있으면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아, 형제구나.’라고 볼 정도로.
야구 실력 이외엔 닮은 것이 참 많은 형제라고.
[흠,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네?”
[뭐, 됐다. 지금은 저 이명준은 네가 닮아야 할 선수라는 것만 신경 쓰면 된다.]“그거야. 뭐.”
모든 선수가 그리는 지향점.
태준도 마찬가지였다.
“늘 그래왔습니다.”
한참 앞서서 나아가던 동생의 등.
지난 5년간은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동생의 등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지금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력으로 따라붙는다.
그게 지금 야구 선수 이태준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
현시점 리그 7위였던 부산 원더스.
그 팀의 후반기 첫 상대는 대전 나이츠.
현시점 리그 최하위를 기록 중인 팀이었다.
그 팀과의 승부를 앞두고서 류남선 감독은 정준, 원해솔을 비롯한 1군 선수단을 전원 집합시켰다.
“주장.”
“넵! 감독님.”
팀의 주전 유격수이자 주장, 양준욱이 본인의 호명에 응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자주 강조했던 말이 하나 있었다. 시즌 중에 만났을 때 가장 최선을 다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어떤 팀인지.”
감독 생활만 어언 15년 정도 된 베테랑 중의 베테랑 감독 류남선.
그에게는 감독으로서의 많은 지론이 있었다.
“최하위 팀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그 지론 중 하나였다.
“야구는 열 번을 싸워 여섯 번을 이기면 강팀이고 여섯 번을 지면 약팀인 스포츠다. 쉽게 말해 서로의 전력 차가 크지 않은 스포츠. 꼴찌 팀이 1등 팀을 언제든지 이길 수 있는 그런 스포츠라는 뜻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다른 구기 종목 스포츠에 비해 변수가 훨씬 더 많은 스포츠. 약팀이 강팀을 잡아내는 경우가 많은 스포츠.
KBO의 팀들의 팀 간 상대 전적을 살펴보면 서로서로 큰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상위 팀으로 갈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욱이 커진다.
그렇기에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보다 비교적 약체인 팀을 상대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류남선 감독의 지론.
“최하위 팀이 상대라고 대충 대충 봐주는 팀은 절대로 1인자가 될 수 없다. 더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더 철저하게 짓밟아야 한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라고 해서 우습게 여기는 오만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절대로 봐주지 마라! 더 절실하게 싸워라! 그래야 올라갈 수 있다!”
“넵! 알겠습니다!”
그 강한 다짐.
원더스의 후반기.
그리고 이태준의 후반기.
출정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