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38)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38화(38/210)
038화. 전천후 클로저 (1)
대전 나이츠.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열 명 중 최소 예닐곱이 최하위를 예상했을 정도로 전력 자체만 놓고 보면 최약체.
그리고 실제로도 10위를 기록 중이었다.
그런 흐름에는 여러 원인이 있었겠지만, 야구인의 대부분이 같은 이유를 지적하곤 했다.
“나이츠는 리빌딩을 너무 급격하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도 없고.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요.”
팀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수의 부재.
경험이 부족하고 어린 선수를 중심으로 채워진 라인 업은 기세에 휘둘리는 경향이 너무도 짙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력은 있어요.”
하지만 기세에 쉬이 휘둘린다는 것은 때로는 강점이 될 수 있었다.
“한 번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정말 무서운 팀이 또 대전 나이츠에요.”
개막 10연패와 함께 최악의 4월과 5월을 보냈던 나이츠.
6월부터 서서히 폼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7월 승률은 5승 5패. 정확히 5할.
그리고 전반기의 마지막 시리즈는 대구 썬더스를 상대로 스윕 시리즈.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원더스의 백전노장 베테랑 에이스 투수이자,
후반기 1선발 투수로 내정되어있던 정준.
그 또한 대전 나이츠를 향한 경계심을 보였다.
“후, 쟤네들은 뭔가 계산이 안 서. 뭔가 만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변화와 성장의 속도가 워낙에 빠르기에 전력을 쉬이 가늠할 수 없는 상대였기에.
오늘의 경기가 그러했다.
따악-!
「안타! 이번에도 안타! 나이츠가 백전노장 정준을 상대로 집중력 있는 타격을 보여줍니다!」
「지난 라이더스와의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 굉장히 좋은 투구를 보여줬던 정준 선수를 상대로 오늘 경기는 6회까지 안타 8개째! 득점은 2점뿐이지만, 정준의 공을 잘 공략해내고 있습니다!」
지난 경기, 창원 라이더스와의 경기에서 8이닝 동안 피안타를 단 2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던 정준.
상대적 약팀이라 일컬어지던 나이츠는 그 투수를 상대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6회 초. 2아웃을 빠르게 잡을 수 있었지만, 이후 연속 안타를 허용하자 포수 송정근은 잠시 타임을 끊고서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야, 쉽지 않네. 쉽지 않아. 나이츠 애들 잘 친다 야.”
정석적인 타이밍.
목적은 투수에게 한 차례 숨을 고를 타이밍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 선배님. 지금 선배님 슬라이더 진짜 좋습니다.”
“음?”
“오늘 나이츠 타자들, 선배님 슬라이더에 정타 맞춘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다음 타자는 우타자고요. 이번 승부는 슬라이더 위주로 볼 배합 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 그래? 음, 그러면. 이번 승부 네가 한 번 주도권 잡아볼래?”
“네? 제가요?”
“왜. 부담스러워서 그래?”
1점 차 리드. 주자 2사 1, 3루.
어쩌면 오늘 경기 최대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
정준은 과감히 도박 수를 던졌다.
“아, 아닙니다! 그, 한 번 해보겠습니다!”
“부담 가질 거 없어. 나도 너한테 주도권 맡겨봐도 좋을 거 같아서 하는 이야기니까.”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대선배의 칭찬.
송정근은 그 말에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북받쳐 오르는 듯한 감정이 들었다.
또한, 대선배, 정준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강한 의지가 샘솟기 시작했다.
‘다른 슬라이더도 아니고 정준 선배의 슬라이더라면 타파할 수 있다.’
이윽고 홈플레이트로 돌아온 송정근은 마스크를 쓰고서 침착하게 사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리드를 시작했다.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승부의 결말.
정준의 손을 떠나간 둥근 야구공만이 그 결과를 알고 있을 뿐.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승자는 정준이었다.
***
우여곡절이 몇 번 있었지만,
역시는 역시.
에이스는 에이스.
정준은 정준이었다.
정준의 오늘 경기 최종 성적은 7이닝 2실점.
승리 요건을 지켜냄과 동시에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헤이, 정근!”
그런 정준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길에 포수 송정근에게 어깨동무하며 말했다.
“리드 좋더라. 덕분에 편하게 던졌어.”
“아, 아닙니다! 선배님 공이 좋아서 그런 겁니다!”
“흐흐, 그래 인마. 욕봤다.”
에이스의 호투.
적당한 득점 지원.
스코어는 4 대 2.
2점 차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물론 원더스의 약한 불펜을 생각한다면 아직 방심을 늦출 수 없던 상황.
류남선 감독은 여기서 승부수를 띄웠다.
「바뀐 투수는··· 아! 이태준! 이태준입니다! 클로저 이태준이 8회 말, 마운드에 오릅니다!」
클로저 이태준의 8회 말, 이른 등판.
「허허, 뭔가 류남선 감독님다운 그런 운영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변칙적인 투수 운용. 류남선 감독의 전매특허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이번만큼은 조금 무리수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류남선 감독은 분명 거둔 업적과 성과가 많기에 그 누구도 그가 뛰어난 감독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류남선 감독만의 확고한 야구관은 야구인들 사이에서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였다.
「지금 보시면 불펜에 아무도 없습니다. 결국, 이태준에게 2이닝을 맡기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최근 폼이 좋았던 건 맞지만 이태준 선수 아직 신인입니다. 이런 부담은 너무 과중한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도 그러했다.
정준이 7이닝을 소화한 직후 8회, 정석대로 셋업맨을 올리지 않고 곧바로 마무리 투수인 이태준의 등판.
이러한 상식에서 살짝 벗어난 듯한 운영이 시사하는바.
그것은 꽤 명확했다.
「이건 지금 이태준 선수를 제외한 원더스의 다른 불펜 투수들에게 무언의 경고를 날리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지금 너희들 때문에 신인 투수가 이런 부담을 짊어지게 된 거다··· 라고요.」
지금 원더스에 믿을 수 있는 불펜은 이태준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
류남선 감독은 그 불편한 진실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
그 치부를 직면하게 된 불펜의 다른 투수들의 표정은 밝을 리가 만무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입술을 짓씹었다.
동시에 씁쓸한 적막이 감돌았다.
‘프로’라는 타이틀을 목에 건 선수가 보일 수 있는 지극히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8회 초가 시작됐다.
ㄴ이태준 8회? 이거 맞음???
ㄴ아니 마무리라며;; 하, 씨발 남선이 형!
ㄴ신인 마무리한테 2이닝이 맞냐?
ㄴ류남선은 저게 문제야; 정도로 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뜬금없는 수를 던짐;
ㄴ그래도···. 이태준은 그간 잘해온 놈이니 한 번 믿어보자 ㅋㅋ;
***
팀이 근소한 점수 차로 앞서고 있는 8회에서의 등판.
낯선 등판은 아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올랐던 마운드였으니까.
다만 그때와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뒤가 없다는 것.
8회에 올라왔지만, 9회까지 막아야 한다는 것.
[느닷없이 2이닝이라···. 저 선글라스 쓴 감독. 보통 승부사가 아니네.]물론 이는 이태준이 과거 2군에서 서울 드래곤스 2군을 상대로 3이닝 무실점 무피안타 무사사구. 그야말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인 전례가 있었기에,
그로 인해 류남선 감독에게 이태준은 멀티 이닝 소화가 가능한 투수라는 데이터가 있었기에 내릴 수 있었던 판단.
‘언젠간 이럴 날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그게 후반기 개막 경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에 제법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공을 던지게 된 셈.
태준은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이 증명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읽어냈다.
‘멀티 이닝. 아마 류남선 감독님은 일회성 등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저까지 그렇게 받아들일 이유는 없죠.’
불펜 투수는 선발 투수와 달리 많은 이닝을 소화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투구 수의 관리보다 그 이닝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볼 배합을 추구되며,
책임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욱이 짙어진다.
그것이 인플레이 타구의 변수를 원천에 차단할 수 있는 ‘삼진 잡는 능력’이 선발 투수보다 마무리 투수에게 훨씬 더 중요한 능력치로써 요구되는 이유.
태준도 그간 필승조로 등판하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지점이 바로 ‘삼진 잡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삼진 잡는 능력’보다 ‘투구 수를 관리하는 능력’에 조금 더 집중하고자 했다.
‘2인분 같은 1인분. 1이닝 같은 2이닝. 오늘은 그 컨셉으로 던져보겠습니다.’
소위 ‘맞춰서 잡는 투구’ 지금 자신의 소유한 구종들이라면 충분히 소화 가능한 컨셉이었다.
***
여전히 침울한 분위기 속 원더스의 불펜.
오늘의 선발 투수 임무를 끝마친 정준은 더그아웃이 아닌 그곳으로 돌아왔다.
“다들 뭘 그리 꿍하게 있을까? 게임도 이기고 있는데.”
분위기를 곁눈질로 한 번 스윽 살피던 정준은 그들의 중심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혹시 저 새파랗게 어린놈한테 너네들 자리 뺏겼다고 그러는 거야?”
“아! 아닙니다!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이후 농담조로 툭 던진 말 한마디.
그곳에 있던 투수들은 화들짝 놀라며 그 말을 전면으로 부정했다.
그들이 침울하게 있던 이유. 다른 이유가 있던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 부끄러워서 그랬습니다.”
그 어린 선수가 부담을 온전히 전가받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수치심.
무력감.
그리고 죄책감.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한 데 뒤섞여 지금과 같은 음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던 것.
물론 정준도 이를 모르고 있던 건 아니었다.
“그래, 그래도 스스로 부끄럽다는 건 알아서 다행이네.”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구태여 위로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그들의 심장을 후벼팔 적기라고 여겼다.
“수현아.”
“네, 넵! 선배님!”
“너 이번 시즌 포심 평균 구속이 어느 정도냐?”
“그···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145에서 146 정도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직전 등판까지 정확히 계산해서 146.7km.”
“아, 아! 넵!”
“그리고 태직이. 네 슬라이더 평균 구속은 어떻게 되지?”
“그···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후우···, 그래. 135Km 정도 된다.”
“······.”
“다른 선수 것까진 알 필요 없다고 해도 자기 구속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 않겠냐?”
“죄송합니다.”
투수라면 자고로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준이 어린 시절부터 베테랑이 된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던 기조.
그런 모습들이 원더스의 투수들에게 잘 보이지 않았다.
그게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왜 태준이가 저런 느린 구속으로도 저렇게 잘 던질 수 있을까?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저 타자들이 아직 태준이 공을 낯설게 느껴서?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자신이 어떤 공을 던질 수 있을지를, 또 자신의 공으로 타자를 어떻게 제압할 수 있을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서야.”
그것이 이태준이라는 투수가 다른 투수들과 확고한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정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실력, 그리고 성과 앞에 경력과 나이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 한 번 보고 느껴봐. 지금 마운드에 오른 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 수 있는지를.”
물론,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정준은 오늘 경기에서 이태준이 최선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데에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다.
그리고 그 확신에 가까운 믿음은.
「이닝 종료! 이태준 선수가 이번 8회를 삼자 범퇴! 고작 5구의 투구 수만으로 이닝을 끝마칩니다!」
곧 현실이 될 수 있었다.
8회 초, 평소보다 이른 시점에 마운드 위로 오른 이태준은 오늘 경기에서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을 선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