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3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39화(39/210)
039화. 전천후 클로저 (2)
최근 나이츠의 기세는 매서웠다.
7월 성적 5할.
전반기가 종료되기 직전, 페넌트레이스 4연승.
비록 여전히 순위는 리그 최하위, 10위였지만,
나이츠의 어린 선수들이 내뿜는 맹렬한 기세는 분명 무시할 수 없을 요소.
특히 물오른 타격감에 잡아 먹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평균 연령 23살가량의 ‘강손민’ 트리오가 있었다.
강태건.
6월 타율 0.340, 7월 타율 0.389
이번 시즌에만 벌써 21개의 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빠른 발과 정교한 컨택 능력이 특징이 발군인 좌타자.
손현식.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드는 강손민 트리오의 맏형.
지난 시즌 볼넷 104개, 0.407의 출루율을 기록한, 선구안이 강점인 타자.
이번 시즌에 4할에 근접한 높은 출루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민영웅.
척박한 불모지로 그 명성이 저명한 충청 팜에서 피어오른 차세대 거포의 새싹.
지난 2년간 0.209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의 연속이었지만, 3년 차가 되는 올해 2040시즌.
그의 숨겨졌던 재능은 4월과 5월을 거쳐 6월, 그리고 7월에 폭발하듯 만개했다.
6월에 때려낸 홈런만 7개, 그리고 7월 고작 10경기 남짓한 적은 경기 동안 4개의 홈런.
깨어난 거포 본능은 1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외국인 타자의 그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었다.
그 세 명의 어린 타자는 오늘 정준을 상대로도 각각 안타를 1개씩 뽑아내는 등 여전히 뛰어난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츠의 이번 경기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인 9회 말.
그 세 명의 타자가 나란히 대기하고 있었다.
[흠, 9회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어.]그런 그들의 매서운 타격감은 로건 라이트의 눈에도 꽤 뚜렷하게 비칠 수 있었다.
‘1번, 2번, 3번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응. 확실히 저 셋이 좀 튀어. 특히 3번. 배트 스피드 하며 배럴의 움직임 하며 스윙이 여간 예사롭지 않아. 쟤는 잘못 걸리면 바로 넘어가겠는데?]‘정확하게 보셨어요. 3번 타자, 민영웅. 저 친구 홈런 페이스 요즘 엄청납니다. 당장 오늘 경기에서도 정준 선배님 낮게 깔리는 스플리터를 제대로 걷어 올려서 담장 앞까지 보냈을 정도니까요.’
그중에서도 특히 3번 타자인 민영웅에 대한 경계를 보였다.
감 좋은 풀 스윙 어퍼 히터.
그런 타자에겐 조금이라도 밋밋한 공이 들어가는 순간 한 방에 실점을 내어줄 수도 있을 테니까.
‘게다가 민영웅은 재능이 만개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타자라 데이터도 거의 통하질 않죠. 그게 정준 선배님이 오늘 민영웅 상대로 조금 버거워했던 이유고요.’
감각이 굉장히 탁월한 타자이면서,
동시에 현재로선 이렇다 할 약점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타자.
상대하는 투수로서는 까다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타자였다.
‘확신은 절대 못 하죠. 워낙에 기세가 물오른 선수다 보니. 아마 이번 나이츠와의 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는 타자 중 단연코 가장 까다로운 타자겠죠.’
태준 또한 그 선수에게 조금의 방심도 보이지 않았다.
본인보다 후배 선수면서 또 경험이 부족한 선수일지라도 실력은 엄연히 1군에서 먹히는 타자였으니까.
‘그런데 전 데이터가 부족한 타자를 상대로도 꽤 자신 있는 편입니다.’
그렇게 방심을 늦추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신감은 잃지 않는다.
비록 길지 않은 투수 생활이었지만, 그간 상대해 본 타자 중에서 데이터가 부족한 타자도 분명 존재했고,
그런 타자를 상대로도 좋은 승률을 이어올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2군에 있는 동안 민영웅의 타격을 몇 번 본 적 있었고, 또 오늘 경기에서 정준 선배님 상대로 타격하는 걸 보니.’
그리고 또 하나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
‘오늘 웬만하면 민영웅에게만큼은 안 질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태준은 민영웅의 타격에서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
‘저 세 녀석, 요즘 진짜 살벌하게 잘 해. 마냥 어린 애들이라고 얕볼 수가 없다니까?’
9회 말이 시작되기 이전.
오늘 마운드에서 ‘강손민’ 세 명의 타자들을 상대했던 정준은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으며 생각했다.
‘특히 민영웅. 얘는 진짜 방망이 돌리는 것부터 보통 매서운 게 아니야. 스트라이크 존에 공 넣는 게 여간 쉽지 않아.’
그중에서도 민영웅. 로건 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정준 역시 그 타자에 대한 짙은 경계심을 내비쳤다.
‘그러니까 좀 더 궁금해지네. 태준이가 과연 저 세 녀석을 상대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그만큼 상대하는 것이 까다로운 타자들.
그렇다면 이태준은 그런 타자들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정준은 내심 기대감을 피워보고 있었다.
“그··· 선배님? 혹시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런 생각이 이어지던 중,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던 불펜 투수, 박석한이 정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뭔데?”
“최근 나이츠 타자들의 타격감이 꽤 좋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좋았고요.”
“맞아. 힘들더라. 존 안에 공을 넣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
“그런데··· 방금 이태준은 공 5개를 전부 존 안에 집어넣었어요. 게다가 공 몇 개는 그렇게 로케이션이 까다롭게 이뤄지지도 않았고.”
“제대로 봤네. 공들이 복판에 조금씩 몰렸지?”
“네, 그런데도··· 나이츠의 타자들은 전부 정타를 맞추지 못했고, 힘없는 땅볼, 아니면 내야 뜬공이 전부였어요.”
방금의 8회 말, 태준이 보인 투구.
합산 다섯 개의 공이 전부 스트라이크 존 안팎으로 들어갔고,
그중 세 개의 공이 로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복판에 몰린 공이었다.
최근 날이 바짝 선 나이츠의 타자들이라면 도저히 놓칠 것 같지 않은 그런 공들.
하지만 태준의 공은 나이츠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유히 빗겼고,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3개를 잡아낼 수 있었다.
“솔직히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타자들이 왜 제대로 맞추질 못하는 건지.”
어째서 그런 것이 가능했던 걸까. 아쉽게도 박석한은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렇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그런데 쟤네라고 저렇게 치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닐 거잖아?”
그리고 정준은 설명을 시작했다.
“자, 네가 타자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상대 투수는 이태준이야. 그러면 어떤 걸 제일 신경 쓸 것 같아?”
“어··· 좌타자라면 슬라이더. 우타자라면··· 체인지업과 커브겠죠.”
“그렇겠지. 태준이는 꽤 까다로운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녀석이니까. 네 말마따나 좌타자라면 슬라이더는 피하고 싶을 거고, 우타자라면 커브와 체인지업을 타격하고 싶진 않을 거야. 데이터상으로도 꽤 까다롭다고 알려진 구종들이니까. 그러니 자연스레 속구가 들어올 때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지. 게다가 딱 치기 좋은 코스로 들어온다? 이걸 어떻게 참아. 안 그래?”
“그렇··· 겠죠.”
“그런데 알다시피. 태준이의 포심은 볼 끝이 엄청 지저분해. 정근이 이야기로는 딱 타격하려는 순간에 기분 나쁘게 떠오른다는데. 그러다 보니 계속 빗맞은 타구가 나오는 거야. 가뜩이나 체인지업이나 커브처럼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신경 쓰다 보면 더더욱.”
“그래서 지금처럼 타자들이 정타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게 되는···.”
“그게 태준이가 너희들이 던지는 공보다 한참 느린 구속으로도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비결이야.”
슬라이더, 체인지업, 그리고 두 종류의 커브.
그리고 볼 끝이 굉장히 지저분한, 무려 평균 3000회가량의 분당 회전수를 어렵지 않게 기록하는 포심패스트볼.
“거기서 제일 중요한 건. 태준이는 제가 던지는 공의 위력을 스스로 제일 잘 알고 있다는 거야. 너희도 알다시피, 지금 저 볼 배합. 이태준이 전부 주도하고 있는 거거든.”
투수가 던지는 공의 위력은 투수 본인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방금 정준이 선수들에게 했던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이태준이 증명해내고 있던 것.
“그런데 지금의 볼 배합이 과연 어디까지 먹힐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어.”
다만 같은 피네스 피처로서 염려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태준이처럼 타이밍을 빼앗는데 최적화된 투수들이 제일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가 게스 히팅보다 감에 의존해서 치는 타자들이거든. 그리고 9회에 대기하고 있는 세 타자가 그런 타자들이고.”
상성 상, 공이 느린 피네스 피처는 특정 구종을 게스 히팅하여 타격하는 타자보다 자신의 타격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을 감각으로 대응하는 타자들에 고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9회 말에 이어진 세 명의 타자는 태준에게 좋지 못한 상성을 가진 상대였다.
그렇다면, 이태준은 그 불리한 상성을 어떠한 방식으로 극복해낼 것인가.
지금의 마운드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마운드라 할 수 있었다.
***
타석에 서는 타자, 그리고 마운드 위에 선 투수들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지금의 승부에서 타자와 투수 둘 중 어느 쪽이 포식자인지를.
이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선수들이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본능.
그리고 나이츠 타자들의 본능은 스스로를 향해 고하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들은 포식자라고.
들끓는 혈기.
심지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정준을 상대로도 겁 없이 달려들었고, 그를 당황 시키기까지 했다.
‘좋은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지만, 그래 봐야 정준 선배보다 어려운 상대는 아닐 거란 말이지.’
1번 타자, 강태건.
최근 거의 4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기록 중인 정교한 타격 능력을 지닌 타자.
때로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는 타자들이 꺼내는 말이 있다.
‘야구공이 무슨 수박 크기로 보여요.’
투수가 던지는 공이 눈에 너무나도 잘 보여서 마치 수박 크기로 보인다는 말.
지금 강태건이 그러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 평소보다 훨씬 눈에 잘 들어왔으며, 이는 정준과의 승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한 번의 안타, 두 번의 잘 맞은 외야수 직선타.
그리고 지금 태준과의 승부.
이전의 승부들과 같았다.
딱 치기 좋은 인 하이 코스에.
약 134Km/h 정도의 딱 치기 좋은 속도로.
그 공이 시야에 포착된 이상, 강태건의 방망이는 참지 않고 곧바로 시동이 걸렸다.
딱-!
하지만 타격이 이뤄진 순간 타자, 강태건은 직감할 수 있었다.
‘아 씨발!’
그 타구가 제대로 뻗어 나갈 리가 만무하다는 사실을.
그렇게 밑동을 강타당한 공은 거의 제 자리에서 높게 솟구쳤고.
“마이!”
자신이 잡겠다고 콜을 외친 송정근의 미트 속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원 아웃.
모두가 고비라고 생각했던 9회 말의 선두 타자를 단 1구 만에 잡아낼 수 있었다.
「이태준 선수가 9회 말의 첫 아웃 카운트를 너무도 쉽게 포수 팝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합니다! 이제 원 아웃! 원더스의 후반전 개막 경기 승리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는 이제 두 개!」
이태준의 마법이 지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