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41)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41화(41/210)
041화. 진화하는 팔색조 (1)
투수와 타자의 싸움은 타이밍을 서로 빼앗고 빼앗는 싸움.
정준은 그 본질을 누구보다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그 생각은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구사하던 시절부터 이어진 생각.
타이밍을 맞추기 쉬운 시속 150km의 강속구보다 타이밍 맞추기 어려운 130km의 느린 직구가 더 강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은 수많은 전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그러한 점에서 이태준이라는 투수는 정준에게 있어서 이미 실력이 출중한 선수였다.
타이밍을 적재적소에 빼앗아낼 수 있을 다양한 오프스피드 구종들,
그리고 대 좌타자 상대로 훌륭히 그 역할을 하는 구종, 슬라이더.
빼어난 상승 무브먼트를 자랑하는 포심패스트볼.
거기에 신인이라고 여기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
타자와 심리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탁월한 심계,
자신의 판단을 믿고 과감히 공을 던질 수 있는 강인한 심장까지.
이태준은 그 모든 것을 지닌 투수.
그런 투수가 타자들을 상대로 계속 이겨내는 일은 기이하게 여길 일이 아니었다.
“허, 이태준··· 쟤 설마 직구의 템포를 바꾼 거야···?”
이미 그런 단계에 오른 투수가 선보이는 새로운 기술.
방금 이태준은 투구의 템포에 의도적인 변화를 줬고, 그것이 정준의 눈에 포착됐던 것.
“네? 직구의 템포를 바꿔요?”
그때, 정준의 혼잣말을 듣고 의아함을 느낀 투수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방금 이태준이 던진 포심. 평소보다 팔 스윙이 빠르게 나온 거 못 느꼈어?”
“네? 그래요?”
그도 그럴 것이, 정준을 제외한 불펜의 모든 선수가 이태준이 평소보다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주위를 한 차례 스윽 살폈던 정준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
“태준이 체인지업이랑 커브가 좋은 건 알고 있지?”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태준이의 체인지업은 상대해본 타자들의 말을 빌려보자면, 노리고 치는 게 아닌 이상 타이밍을 맞추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브레이킹이 심하게 걸린다고 하더라고. 게다가 디셉션도 거의 완벽에 가까워서 치기 직전까지 속구랑은 분간도 안 가고.”
먼저 태준이 구사하는 체인지업, 현역 시절의 로건 라이트가 구사했던 체인지업인 만큼 완성도는 더 말하기 입 아픈 수준.
실제로 그 체인지업에 제대로 된 대처를 보인 타자는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커브는 체인지업과 달리 디셉션의 구분은 되겠지만, 알다시피 태준이는 두 가지 유형의 커브를 구사할 줄 알아. 일루전이 있는 커브. 각이 조금 더 작고 더 빠르게 들어가는 커브. 들어오는 공이 커브인 걸 알아도 확률은 반반 싸움. 게다가 태준이 커브는 노리고 쳐도 공략이 어려운 커브고.”
그리고 두 가지 유형의 커브. 그 두 개의 커브 모두 저마다의 확고한 강점이 있기에 이 역시 노리고 치는 게 아니라면 제대로 공략하는 게 어렵다.
“그러다 보니 태준이의 오프스피드를 공략하기 위해선 의도적으로 타이밍을 늦출 수밖에 없어. 왜? 그렇게 안 하면 칠 수 없는 공들이니까.”
타자의 타이밍에 짙은 혼선을 심어 넣는 것.
그것이 오프스피드 구종이 지니는 진정한 강점.
“거기서 이제 직구의 템포까지 갑자기 빠르게 바꿔버릴 수 있게 된다? 타자는 그냥 미쳐버리는 거야. 어떤 타이밍에 맞춰서 타격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게 되는 거니까.”
그것이 민영웅이 135밖에 되지 않는 구속의 느린 직구에도 반응이 완전히 늦어버린 이유.
두 개의 체인지업 이후 들어오는 빠른 템포의 직구.
이태준은 자신의 느린 직구를 어떻게 하면 강속구처럼 보이도록 타자를 속일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아는 투수였다.
느린 공을 마치 강속구인 것처럼 속일 수 있는 기술.
정준에게 질문을 던졌던 투수에게 새로운 궁금증이 하나 더 피어올랐다.
“그러면 이태준이 정말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135Km/h 정도밖에 되지 않는 느린 직구로도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투수가 과연 15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면,
그 투수는 과연 어느 경지까지 오를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어떻게 되긴.”
정준은 그 질문을 듣고서 단 한 마디 대답으로 종결시켰다.
“공 빠른 로건 라이트 되는 거지.”
로건 라이트.
정준은 이태준에게서 자신이 지금껏 봐온 최고의 기교파 투수이자,
롤모델로서 경외해 온 투수 한 명을 떠올릴 수 있었다.
***
“오! 오오오-! 최강! 부산! 원더스!”
이곳은 사직이 아닌 대전 나이츠의 홈구장, 나이츠 필드.
그곳에서 원더스의 팬들이 거대한 함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승! 리! 한! 다!”
그 함성은 오늘 경기의 승자가 부산 원더스임을 알 수 있을 가장 명백한 증거.
후반기의 시작을 깔끔한 승리로 시작한 것에 대한 팬들의 열렬한 응답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기에서 방송사 선정 수훈 선수에 오른 선수.
2이닝을 투구 수 단 12개로 퍼펙트하게 막아내 세이브를 기록한 이태준이 그 영예를 거머쥘 수 있었다.
“네? 제가요? 정준 선배님이 아니라?”
불펜 투수가 한 경기의 수훈 선수 자리에 오르는 일은 꽤 이례적인 일.
하지만 1이닝이 아닌 멀티 이닝을 고작 12개의 투구 수만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는 점,
손현식과 민영웅, 가장 까다로운 두 명의 타자를 연속 3구 삼진으로 꺾어버렸다는 점,
최근 이태준이라는 선수가 원더스 팬 사이에서 입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선수라는 점,
그런 모든 점을 고려해볼 때 이태준이 데일리 MVP, 수훈 선수에 오르는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준비되시면 바로 들어갈게요!”
다만 실감 나지 않았을 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태준의 약 5시즌 가량에 걸친 경력 안에 ‘수훈 선수’는 없었으니까.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머리에 쓴 채 분주하게 움직이는 방송사의 직원들을 따라 인터뷰를 위해 마련된 세트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싱숭했다.
그리고 눈앞에서 터지기 시작하는 거대한 카메라의 플래시. 그 눈부심은 지금 이 순간이 꿈인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와아아아-!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이윽고 태준이 그라운드 위로 마련된 세트장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들려오는 원더스 팬들의 함성 소리.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그 소리.
“아.”
그제야 태준의 시야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또렷해질 수 있었다.
그래. 지금 이건 꿈이 아닌 현실.
잠시 멍했던 태준의 의식은 다시금 각성했다.
「이태준 선수! 오늘 경기 수훈 선수에 오르신 것 축하드려요!」
귀에는 인터뷰를 꽂고 손에는 마이크를 쥔 채로 시작되는 데뷔 첫 수훈 선수 인터뷰.
태준은 과연 팬들이 자신으로부터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할지를 생각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많은 코치님이 말씀하시길. 이태준 선수는 과거 2군에 있었을 때부터 눈 뜨자마자 잠들기 직전까지 하루의 거의 전부를 훈련에 매진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던 걸까요?」
“그건 다른 이유 없이 제가 야구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야구를 할 때가 제일 행복하고, 야구를 잘하는 게 제겐 가장 즐거운 일이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거짓과 허풍은 섞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팬들은 열광할 수 있을 테니까.
「네, 그러면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목표에 대해 한 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후 오늘 경기 투구에 대한 간략한 대화 형식의 인터뷰를 나눈 뒤 마지막 질문.
‘이번 시즌의 목표는 무엇이냐’.
태준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어느 정도 정해놓은 상태였다.
“저희 팀에 두 대선배님이 계십니다. 정준 선배님, 그리고 원해솔 선배님.”
어쩌면 신인의 객쩍은 패기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인 주제에 건방지다고 욕먹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원더스의 팬들만큼은
지금 이태준이 몸담고 있는 ‘부산 원더스’라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만큼은 그 말을 반기지 아니할 수 없을 터.
“두 선배님과 함께 우승 반지를 손에 끼우고 싶습니다.”
원더스 역사상 최강의 선수였지만,
그 화려한 커리어에 유일한 오점 하나.
그것을 채워주겠다는 말.
“그리고 늘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팬들을 위해 야구를 한다는 말 또한 잊지 않았다.
「네, 남은 경기, 남은 시즌도 멋진 호투 기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거기서 끝이 났다.
***
야구라는 스포츠가 그렇다.
한 명의 특출난 개인이 있다고 한들,
그 선수가 선보일 수 있는 영향력의 한계치는 너무도 명확하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타자라 할지라도 9번의 타선 중 한 번밖에 나설 수 없으며,
아무리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에이스 투수라 할지라도 다섯 경기 중 한 번밖에 나설 수 없다.
그렇기에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우승’없이 커리어를 끝마치는 선수들도 간혹 나오곤 한다.
가령 21세기 최고의 타자라 손꼽히는 마이크 트라웃이 단 한 개의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해야 했던 것처럼.
정준과 원해솔도 그랬다.
그들은 한때 국내 최고의 투수였고, 최고의 포수라는 사실에 이견을 꺼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클래식 스탯으로도, 또 세이버 스탯으로도 그 둘은 2인자와 상당한 격차를 벌린 1인자였으니까.
하지만 그 두 명의 1인자는 아쉽게도 긴 커리어 동안 단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운도 안 따라줬고, 뭔가 타이밍이 어긋난 것도 있었고.’
물론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국, 프로 선수에게 남는 것은 기록이 전부.
세간은 그 둘을 ‘무관의 제왕’으로 기억했다.
[우승이라는 게 참 어려워, 당장 나도 우승 반지 하나 없이 은퇴했으니까.]그리고 지금 태준의 옆에 있던 귀신, 로건 라이트 또한 ‘무관의 제왕’ 타이틀을 지닌 선수 중 한 사람.
‘아쉬우셨겠어요.’
[아쉽지. 근데 별수 있나. 우승이라는 게 원래 그래.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사이 영상과 MVP 공동 수상만 두 번을 따냈던 전설적인 투수조차 해내지 못한 것이 우승.
[그런데. 이 경험이라는 게 무시할 수가 없어. 우승이라는 것도 가만 보면 한 번 해봤던 놈들이 또 해 먹는 경향이 있거든.]그런데 또 우승이 실력이 완전히 무관하다는 말도 적확한 말은 아니다.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팀에게 거대한 압박을 줄 수 있던 그 시절의 양키스처럼 말이지.]우승과 실력이 전혀 무관한 이야기라면, 야구에 ‘왕조’라는 개념은 세워질 수 없는 일일 테니.
소위 일컬어지는 ‘우승 DNA’. 그것이 실재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많은 전례가 있었으니까.
[그러니, 여기서 우승 한 번 해보고 가는 거. 나쁘지 않은 경험일 거야. 막말로 30개 팀이 서로 우승하겠다고 경쟁하는 미국보다야 10개 팀끼리 경쟁하는 여기가 훨씬 쉽지 않겠어?]다른 선수도 아닌 로건 라이트의 재능을 물려받는 선수라면 자고로 미국,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삼아야 했을 터.
미국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기 이전, 한국에서 우승 반지를 손에 끼운 채 출발하는 건 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로건 라이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네, 최선을 다해봐야죠. 후회가 남지 않도록.”
그리고 태준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우승.
절대 쉽지 않은 목표지만, 그 목표에서 절대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15】
【구속 증진】
【구종 습득】
【구종 강화】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한 가장 빠른 길.
【구속 증진을 획득하셨습니다!】
【※ 구속 증진은 Player의 신체 스탯에 적용받습니다!】
그 길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