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44)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44화(44/210)
044화. 어울리는 옷 (1)
원더스는 그간 강팀, 약팀 할 것 없이 꾸준하게 져온 팀이었다.
“이놈의 망할 원더스는 아마 웰시 코기들이랑 3연전을 붙여도 한 게임은 질 거야.”
웰시 코기 아홉 마리와 야구를 해도 왠지 질 것 같은 날, ‘웰시 코기 데이’.
그것은 원더스 팬들에게 꽤 익숙한 말.
그들에게 있어서 ‘연승’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대전 나이츠와의 스윕 시리즈에 벅차오르는 환희를 감추지 않는 이유였다.
ㄴ캬-! 원더스가 스윕 시리즈? 이게 내가 알던 원더스가 맞냐?
ㄴ이 팀 강팀이면 추천 ㅋㅋ 일단 나부터 ㅋㅋ
ㄴ경축) 원더스 우승~~~!
ㄴ아 진짜 꼴찌팀 스윕하고 꼴레발들 미쳤냐고 ㅋㅋㅋ
상대가 꼴찌 팀이건 상위 팀이건 상관없었다. 그저 지금 연승 궤도를 달리는 것에 대한 기쁨.
그리고 그 기쁨이 오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후반전 시작 3연승 쾌거! 원더스, 과연 바이킹스까지?] [4연승 VS 5연승 맞대결! 어느 쪽 기세가 더 강할까?]그러한 상황 속에 만나는 잠실 바이킹스.
KBO에서 가장 광활한 외야 필드를 자랑하는 잠실 야구장을 홈그라운드로 활용하는 팀.
현 리그 4위.
전반기 포함 5연승을 달리는 팀.
가히 ‘난적’이라 표현해도 부족할 것이 없는 팀이었다.
그리고 그 팀의 강점은 두텁고 강력한 불펜 투수진.
김인욱 2.75 4승 2패 14홀드
김지환 2.50 1패 15홀드
김형섭 2.48 3승 2패 22홀드
김찬호 1.88 3승 1패 24세이브
원더스와 달리 강력한 불펜진, 현 리그에서 가장 낮은 ERA(평균자책점)를 기록 중인 불펜진을 보유한 팀.
시즌의 절반 이상 흐른 시점까지 7회 이후 스코어가 앞서고 있을 때 한 게임도 내어준 적 없었으며, 연장 경기 또한 전승.
불펜들의 경기로 이어지면 무적에 가까워지는 그러한 팀.
그런 바이킹스와의 시리즈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불펜 경기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최대한 피해야만 했다.
즉, 바이킹스를 넘어서기 위해선 선발 투수들의 활약이 반드시 따라와야만 했다.
ㄴ하 하필 바이킹스 만날 때 4선발 5선발이냐;
ㄴ정준 나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1승만 따보자···. 그러면 위닝 가능성 있다!
***
대전 나이츠 필드에서 펼쳐진 후반기 첫 시리즈가 끝나고서 돌아온 원더스의 홈구장, 사직 야구장.
태준도 1군에 입성한 지도 어느덧 시간이 조금 흐른 덕에 몇몇 투수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태준. 디아즈한테 들었다. 네가 쿠세(습관)를 잡아줬었다고?”
그중 한 사람이 이번 바이킹스와의 시리즈 첫 경기 선발 투수로 내정되어 있던 4선발 투수, 강경원이었다.
성적은 아주 신통한 편은 아닐지라도 매 경기 크게 무너지지 않고, 꼬박꼬박 5~6이닝은 채워준다는 의미에서 원더스의 팬들에겐 ‘강꾸역’으로 알려진 투수.
올해 29살, 태준보다 약 5년 선배였다.
특징은 평균 2M에 달하는 높은 타점, 2M를 초과하는 긴 익스텐션에서 나오는 140Km/h 초반대의 포심패스트볼.
120Km/h 후반대의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자주 활용하고 그 이외에는 슬라이더와 커브 정도를 간간이 던지는 정통파 포 피치 우완 선발 투수.
또한, 상당히 긴 투구 인터벌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했으며,
동시에 원더스 팬들에겐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다.
‘신인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던 투수였으니까.’
경남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3억에 원더스에 입단식으로 올렸던 슈퍼 루키였지만,
저 연차 시절에 당했던 혹사에 끝내 관절와순이 손상되었고, 오랜 재활과 육체 단련 끝에 다시 마운드 위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강경원에겐 그 시절의 강속구는 없었다.
그렇지만, 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저 마운드 위로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관절와순 부상을 겪은 투수는 90%가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고, 복귀한 선수 중에서도 단 1.7%만이 300이닝을 채운다. 그만큼 위험한 부위. 그리고 강경원 선배는 그 1.7%에 속해있으니까.’
원더스의 팬들 중 강경원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부상 이후로 겉보기에도 부쩍 좋아진 체형만 보더라도 그가 몸 관리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모를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못할 때는 답답하다며 욕을 조금 먹기야 하겠지만···. 원더스 팬들의 강경원을 향한 원성은 애정(?)이 듬뿍 담긴 원성이었다.
강경원도 그것을 알기에, 팬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야구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
“태준아, 네가 보기에 나는 뭐 개선할만한 거 없으려나?”
자신보다 한참 후배에 이룬 것도 한참 모자란 선수에게 거리낌 없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인물.
원더스의 강경원은 그런 선수였다.
“네···? 제가 어떻게 선배님한테···.”
“서로 조언 주고받는데 선후배가 어디 있냐. 특히 너처럼 보는 눈도 좋고 심리전도 능한 녀석 말이라면, 더 귀담아들을 줄 알아야겠지.”
그런 강경원의 부탁에 태준이 당혹감을 보일 즈음, 뒤에서 로건 라이트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야구판엔 정말 수많은 투수가 있겠지만, 결국 롱런할 수 있는 녀석들은 이런 녀석들이겠지.]가진 구위 자체는 예전보다 약해졌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무기를 연마했고,
프로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강경원은 오히려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던 그 시절보다 더욱이 굳세고 강한 투수가 될 수 있었다.
“······.”
믿을 수 있는 동료이자,
귀감이 되는 선배였고,
당당한 한 팀의 선발 투수였다.
“선배님은 지금도 잘하십니다.”
“그러냐.”
그 말에 강경원은 어딘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드래곤스와의 시리즈 첫 경기를 앞두고서 원더스의 라인업에는 큼지막한 변화 하나가 있었다.
그간 발목 쪽에 가벼운 부상으로 간간이 오른손 대타 요원으로 경기를 나섰던 원해솔의 부상 완치되면서 포수 포지션의 교통정리가 필요했던 것.
현재 원더스의 1군 로스터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린 포수는 원해솔, 박재우, 송정근. 3명.
1명의 포수가 2군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그리고 기존의 원더스의 포수 시스템은 원해솔 주전에 박재우 백업. 송정근은 본인의 1군 말소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다잡아 놓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 속, 원더스 1군 코칭 스태프의 선택은 송정근이었다.
“내, 내가 아직도 1군? 이거 실화 맞지?”
사실 송정근은 1군 진입 이후 박재우보다 이렇다 하게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비록 스몰 샘플이지만, 타율을 비롯한 여러 타격 지표도 엇비슷했고,
수비 쪽에서도 지표상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조금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거기서 거기였다.
‘박재우 선배님보다 낫다고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족하다고 할 것도 없을 테니까.’
비슷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선수라면, 미래를 봐야 하는 코칭 스태프는 비교적 나이가 어린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박재우와 송정근은 나이 차가 제법 많이 났다.
[그리고. 네 전담 포수로 뛰어온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거기에 지금 클로저를 도맡는 투수의 전담 포수로 꾸준히 뛰어온 것 역시 꽤 많은 가산점이 되어줬을 터.
송정근이 지금 같은 상황 속에 1군에 남게 된 건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1군에 남고 싶으면, 지금보다 더, 그리고 꾸준히 잘할 필요가 있겠지.]물론, 지금 1군에 남는 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뿐.
그는 아직 24살. 프로 선수로 뛰어온 햇수보다 앞으로 뛰게 될 햇수가 현격히 많은 선수였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이태준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송정근과 같은 나이의 24살, 젊은 야구 선수.
프로 선수로 뛰어온 햇수보다 앞으로 뛰게 될 햇수가 훨씬 더 많은 선수,
그 범주를 투수로 좁힌다면 그 차이는 더욱 방대해진다.
‘즉, 지금 내 실력, 그리고 내 자리에 안주하는 건 미련한 짓.’
걸어온 길을 돌아보기보다 앞으로 나아갈 길에 오롯이 집중해야 할 때.
태준의 시선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향해 있었다.
그것이 서울 드래곤스와의 주말 3연전을 앞두고서 태준이 류남선 감독과의 1 대 1 면담에서 이렇게 답한 이유였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보고 싶습니다.”
“흠, 지금보다 더 많은 이닝을 원한다?”
“그렇습니다.”
드래곤스와의 본격적인 시리즈를 앞두고서 류남선 감독은 몇몇 주요 선수들과 감독실에서 면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면담에서 류남선 감독은 모든 선수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었다.
“혹시, 네 기용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나?”
바로 본인의 용병술을 두고서 선수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
물론, 선수의 기용, 용병술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고유 권한. 감독이 주도하고 스스로 책임진다.
그건 류남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KBO에서 감독으로만 20년 넘게 버텨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강압적인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는 감독.
선수 개인의 의견이 있다면, 그것을 무시하는 감독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는 태준 또한 알고 있던바.
류남선 감독의 그런 스타일은 그간 류남선 감독 휘하를 거쳐간 여러 선수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태준은 류남선 감독의 질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과감히 내질렀다.
“이유는.”
그 이유는 너무도 명확했다.
“언젠간 선발 투수로 뛰는 것이 목표입니다.”
선발 투수.
태준은 지금 자신의 직책인 ‘클로저’에 안주할 생각이 없었다.
“구사하는 구종도 많고, 완급 조절도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2이닝, 3이닝을 던졌을 때, 또 연투했을 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습니다. 오히려 더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윽고 어조의 강도를 조금 더 높였다.
그 순간 짙은 흑색의 선글라스 뒤에 가려진 류남선 감독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의 맹금처럼 좁혀진 눈매, 그 사이로 번뜩임을 지닌 눈빛은 나름 강심장을 지녔다 하는 선수들도 마른 침을 꿀꺽 삼키게 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런 류남선이 이태준의 동공을 지긋이 바라봤고,
그의 시야에 비친 태준은 지금 자신의 눈빛을 외면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직시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 앞에 선 어린 투수에겐 조금의 나약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발 투수를 하고 싶다고.”
“물론, 고집부릴 생각은 없습니다. 감독님께서 클로저를 요구한다면, 전 계속 클로저로 경기에 나설 겁니다.”
“흠, 그래.”
그 말에 류남선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새 입꼬리가 살짝 말아 올라가 있었다.
“이태준.”
“넵. 감독님.”
“앞으로 나는 널 예비 선발 투수 자원으로 생각하겠다. 그리고 네가 원하는 대로 조금씩 조금씩 이닝을 늘려갈 거야.”
“문제없습니다. 잘할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태준이 원하는 대로 이전보다 조금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었다.
그런 류남선의 감독의 말을 들은 태준은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준의 목표가 다시금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