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45)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45화(45/210)
045화. 어울리는 옷 (2)
경기가 시작되기 전, 라커룸에서 휴대 전화로 뉴스를 훑던 채건우가 무언가를 발견한 뒤 헛웃음을 흘렸다.
“허, 우리가 아주 동네북이지? 지난번엔 박찬수더니, 이번엔 기자야?”
“뭐야. 뭔데?”
그리고 그의 맞은편 라커를 사용하던 정준은 그런 채건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채건우는 대답 대신 자신의 휴대 전화 화면을 그에게 보여줬다.
“허···. 만만한 원더스···?”
이윽고 그 제목을 확인한 정준 또한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의 미간은 살짝 찌푸려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만만한 원더스’ 주말 3연전 보기 위해 사직구장으로 집결하는 바이킹스 관중들]지금 정준의 눈앞에 보이는 한 줄의 기사 제목.
그것은 가히 선을 넘었다고 봐도 무방했으니까.
“우리가 이런 소리 들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렇다고 바이킹스 상대로 상대 전적이 엄청 밀리는 것도 아니고. 이거, 오늘 한 방 제대로 먹여주지 않으면 성에 안 차겠는데?””
원더스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라면 그것을 용납하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 채건우의 승부욕에 제대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눈까지 들어간 그 기사가 원더스의 팬들의 눈에 띄지 않을 리가 만무했을 터.
ㄴ기자가 미쳤냐? 만만한 원더스? 만만한 원더스???
ㄴ이야··· 아무리 우리가 순위가 낮더라도 이건 아니지 않냐?
ㄴ진짜 최악의 기레기. 어그로가 그렇게 고팠나?
ㄴ전력 상으로 조금 밀리긴 해도 할 만하다! 무조건 이겨라 원더스!
팬들이 느끼는 분노 또한, 선수들이 느끼는 그것보다 더하면 더 했지 결단코 뒤지지 않았으니,
그 기사 하나가 지펴 올린 불은 제대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기 팀 간의 맞대결이었던 만큼 시리즈의 첫 경기부터 만원 관중.
내야와 외야를 막론하고 관중들로 꽉꽉 들어찼으며,
그 드넓은 구장 속 2만 명이 일제히 내지르는 합창.
“무적 바이킹스! 승리를 위한 함성을! 모두 함께 외쳐라!”
“승리를 위하여! 목놓아 외쳐라! 위 아 더 부산 원더스! 워어어!”
그 거대한 함성은 무엇보다도 명백한 증거였다.
팬들에게도 또 선수에게도 이번 시리즈의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무언가가 될 수 있으리라는 증거.
“우리 만만한 팀 아니다. 이거 보여줘야 한다. 알겠나!”
원더스의 더그아웃은 사직 야구장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전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격렬한 전투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 상황 속 태준은 조금 차분한 시선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의 전망을 그려보고 있었다.
‘오늘 선발 투수는 강경원 선배, 내일 경기는 소상혁 선배.’
야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선발 시스템은 5선발 로테이션. KBO 역시 그 방식을 채택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KBO의 어떤 팀도 5선발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리지 못한다.
심지어 2위와 꽤 큰 승점 차이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광주 위너스마저 5선발만큼은 변화가 잦았다.
원더스도 그러했다. 원더스 정도면 리그에서 상위권 수준의 선발진을 갖췄지만, 5선발만큼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 팀인 잠실 바이킹스도 그러했다. 외국인 투수 두 명 정도만 원활히 돌아갈 뿐, 토종 선발진은 엉망. 토종 선발 투수 중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것이 잠실 바이킹스가 리그 최강의 불펜진을 들고서 리그 4위에 그치는 이유.
결국, 페넌트 레이스를 제패하기 위해선 강한 선발 투수진이 필요했을 터.
‘팀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선발 투수로서의 준비를 해야 한다.’
다시는 만만한 원더스라 불리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이태준.
바로 자신을 위해서.
***
다시 현재로 돌아와 사직 야구장. 태준이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가운데.
부산 원더스와 잠실 바이킹스. 그 두 팀은 화끈한 분위기에 걸맞은 팽팽한 경기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따악-!
「쳤습니다! 이동근의 타구가 내야를 꿰뚫습니다! 그리고 2루에 있던 주자! 3루 돌아! 홈까지! 홈까지 쇄도합니다! 홈인! 바이킹스가 다시 한 점을 추가하며 스코어 2 대 2! 동점을 만들어냅니다!」
경기가 6회까지 진행된 가운데.
원더스가 1점을 내면 바이킹스가 곧바로 따라붙고,
또 한 번 원더스 1점을 내서 달아나면, 바이킹스는 이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따라붙었다.
「여기서 원더스, 코치가··· 아! 류남선 감독이 직접 마운드 위로 올라갑니다!」
선수들이 팽팽하게 당기는 긴장의 끈. 그것이 승부사의 눈에 포착 됐기에.
류남선 감독은 투수 교체를 위해 직접 마운드 위를 방문했다.
“경원. 수고했다. 들어가 쉬어라.”
그리고 선발 투수 강경원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으로 노고를 치하했고,
강경원은 모자챙을 어루만지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5.2이닝 2실점
투구 수 94구
비록 승리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강경원은 오늘 경기의 선발 투수로서 나름의 제 몫을 다했다고 볼 수 있었다.
관중석에서도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강경원을 박수로 맞이했으며,
“욕봤다. 그 정도면 잘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그곳에 있던 선배 선수들도 격려의 한 마디를 얹었다.
“··· 네, 감사합니다.”
이후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기에 아무도 없는 라커룸으로 돌아온 강경원. 강경원은 그곳에서야 긴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서 라커에 자신의 이마를 문대고서 나지막이 읊조렸다.
“하, 오늘도···. 7회에 올라가지 못했네···.”
강경원의 별명 ‘강꾸역’. 혹은 ‘강꾸준’.
부정적인 의미보다 긍정적인 의미 붙은 별명이었겠지만, 사실 강경원은 그 별명을 그렇게 탐탁하게 여길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한 팬들의 기대치가 딱 그 정도로 재단된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그리고 자신이 긴 이닝을 부담하지 못하면, 그 여파는 곧 불펜의 부하로 이어지기 마련.
강경원의 의중에는 그러한 죄책 역시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
2 대 2. 그 팽팽한 양상은 선발 투수가 내려간 이후로도 이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만들어졌을 때 더 유리한 쪽은 잠실 바이킹스였다.
「7회 말 이닝 종료! 잠실 바이킹스가 이번 원더스의 공격도 삼자 범퇴! 완벽하게 틀어막아 버립니다!」
「선발 투수 이선재 선수가 비록 5이닝밖에 소화해주지 못했지만, 바이킹스의 뒤에는 강력한 불펜진이 버티고 있습니다!」
팬들로부터 ‘KKKK’라인이라 불리는 바이킹스의 불펜진.
동점의 상황에서 6회부터 가동되는 그들은 마치 뚫리지 않는 성벽과도 같았다.
그 상황 속 류남선 감독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으로서 선수에게 무리한 등판을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무턱대고 선수를 아끼고 관리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
다 많은 승리냐
선수들의 관리냐.
감독은 늘 그 두 개를 저울에 올려놓고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를 골라야 했다.
‘오히려 더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순간에 오늘 경기를 앞두고 마운드 위로 오르는 어린 투수가 했던 말을 뇌리에 상기시켰다.
그리고 선택해야 했다.
“감독님, 이태준 바로 출격 가능하다고 합니다.”
“후우, 그래. 바로 이태준 올릴 수 있도록.”
그렇게 이태준은 오늘도 이른 타이밍에 마운드 위로 올려보낸 뒤 류남선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이 두는 수는 감독 스스로 두는 최선의 수도 묘수도 뭣도 아닌,
유일한 타개책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태준의 무리한 등판을 두고서 갑론을박이 일기 시작했다.
ㄴ아니 어제 경기도 등판한 마무리를 연투시키는 것도 모자라 8회 등판? 킬남선 뭐냐?
ㄴ그러면 동점 상황에 투수 조무사들 계속 믿고 맡기냐? 그거야말로 그냥 무책임한 방임 아님?
ㄴㄹㅇ ㅋㅋ 볼질하는 투수 계속 방임하는 것도 그냥 무능이지
ㄴ지금 원더스 불펜 상황 보면··· 솔직히 별수 없다고 생각 들기도 하고 ㅠㅠ
***
사람들은 말한다.
현대의 야구는 ‘관리의 야구’라고.
잦은 연투, 그리고 많은 투구 수에 대해 팬들의 비관적인 시선은 날이 갈수록 더욱이 짙어지는 추세였으며.
구단의 운영적인 차원에서도 분명 과거보다 혹사는 줄어들고 있었다.
그 예시로 7이닝 정도를 던진 선발 투수가 노히트 노런을 기록 중에 있을 때, 과거였다면 예정된 한계 투구 수에 다다랐다 할지라도 계속 밀고 나아갈 테지만, 요즘은 기록이고 뭐고 그냥 내려버리는 경우도 간혹 있었으니까.
물론 혹사로 인해 짧은 선수 생활을 영위한 채로 마무리 지은 수많은 선수를 생각한다면 이는 긍정적인 흐름.
다만, 야구인, 투수들의 시각은 여전히 다소 첨예하게 갈리는 편이었다.
투수의 팔은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용불용설(用不用說)’은 부정하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공을 더 던질 수 있을 때, 스스로 멀쩡하다고 여길 때는 한 경기라도 더 출전해서 공 하나라도 더 던지고 싶은 것이 투수의 심정일 테니.
‘몸은 멀쩡한데 경기도 나가지 못하다가 은퇴하는 것만큼 선수에게 더 큰 비극은 없을 테니까.’
태준도 그 입장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멀쩡한 걸 넘어서 튼튼하기까지 했던 육신을 들고도 경기조차 나서지 못했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몸이 멀쩡할 때 한정. 스스로 위화감이 느껴지는 몸 상태로 무리를 하는 건··· 그건 미련한 짓을 테니까.’
하지만, 스스로 여기길. 자신의 몸이 적신호를 보내는 순간까지 무리하는 건 미련한 행동이다.
그 순간만큼은 감독이 등판을 강요해도 거절할 수 있어야 했다.
물론 과거의 KBO에서 그랬다간 감독에게 찍혀 경기도 나오지 못했겠지만,
관리 야구의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도입 중인 지금의 KBO에서는 가능한 이야기.
그리고 류남선 감독은 선수가 먼저 신호를 보낼 때 구태여 무리시키지 않은 유형의 감독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태준은 어떠한가.
분명 태준은 어제 경기 등판한 바 있었으며, 최근 등판도 잦아졌고, 이닝 수도 많아졌다.
하지만, 공을 던지는 자신이 더욱이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어깨, 팔꿈치, 허리 등. 투구를 위해 가동되는 모든 신체 부위가 이상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느낌적인 느낌이 아닌 팀 내 트레이닝 코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던 부분.
지금 자신은 공을 던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건 내가 보증하지. 네 몸은 내가 지금껏 봐온 모든 투수 중에서 제일 튼튼해. 그건 던지는 폼만 봐도 알지.]그것은 로건 라이트 또한 동조하고 있던 부분.
이태준의 육신은 지금과 같은 투구 정도는 가볍게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내구성이 강인했으니까.
지금보다 더 많은 공을 던져도 마찬가지. 태준의 육신은 그것을 버텨낼 수 있었다.
물론 건강하다는 것 정도 증명하는 것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다.
건강하고 잘하는 모습. 태준은 그 면모를 끊임없이 증명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 태준이 서 있는 마운드는 그것을 증명해낼 전장.
그라운드 위로 자욱이 감돌던 전운을 느끼며.
‘오늘은 이길 때까지 던진다는 마인드로 가겠습니다.’
태준은 마운드 위에서 와인드업 자세를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