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47)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47화(47/210)
047화. 어울리는 옷 (4)
로건 라이트는 어떠한 투수였나. 누군가가 물었다.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마치 컴퓨터처럼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공을 던지는 영리한 투수.’
MLB 역사상 손에 꼽히는 정교한 제구력을 통해 타자를 제압하는 투수였다고.
과거 ‘톰 글래빈’이 그랬던 것처럼.
또 누군가는 이렇게 답한다.
‘다채로운 볼 배합을 소화하여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을 줄 아는 투수.’
다양한 구종으로 일궈낸 다채로운 볼 배합을 통해 타자의 타이밍에 혼동을 야기시키는 데 능한 투수였다고.
과거 ‘로이 할러데이’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그 완벽한 제구력, 그리고 다양한 구종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감행할 줄 아는 투수라고.
그 시절의 로건 라이트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다시피, 로건 라이트의 구속은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구속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가히 압도적인 투수였다.
특히 로건 라이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히는 구종들의 뚜렷한 무브먼트, 그리고 칼날과도 같은 예리한 제구력은 그가 느린 구속을 극복하고 피네스 피처가 아닌 ‘파워 피처’로서의 면모 또한 부각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듯 그 시절의 로건 라이트를 찬미하는 여러 야구인의 언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로건 라이트는 스스로를 어떤 투수라 여기고 있었는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어떠한 투수로서 불리고 싶은가.
어떠한 투수로서 기억되고 싶은가.
그 질문에 로건 라이트는 단 한마디 말로 종결시켰다.
“선발 투수입니다.”
자신은 선발 투수라고.
정교한 제구력도,
빼어난 무브먼트도,
고도의 심리전도,
자신이 갖춘 모든 능력은 전부 선발 투수가 되기 위함이었다고.
“투수는 타자와의 승부에서 확실하게 결정을 지을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 던질 공을 아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야 비로소 좋은 선발 투수가 될 수 있는 거고요.”
좋은 선발 투수는 어떠한 투수인가.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최대한 적은 실점으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
그것이 좋은 선발 투수.
로건 라이트는 선발 투수로 뛰며 사이 영 상과 MVP를 휩쓴 투수였다.
그리고 그 투수의 재능을 물려받은 한 명의 투수.
이태준. 그 역시 자신의 옆을 둥둥 떠다니는 귀신과 목표를 공유했다.
‘만약 오늘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면, 선발 투수가 되고자 하는 그 목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겠죠.’
소화하는 이닝이 많아질수록 경기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늘어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
태준은 오늘 경기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할 수 있는 최대한 발휘하고 싶었다.
그것이 마운드에 내려온 뒤로도 여전히 시선이 그라운드 위로 고정되어 있던 이유.
2이닝이 됐건, 3이닝이 됐건, 어쩌면 그 이상이 됐건.
지금의 태준은 마운드를 내려올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
한 팀의 1군 로스터에 등록되는 투수는 적게는 12명, 많게는 14명 정도 된다.
그중 5명이 선발 투수의 역할을 맡게 되고.
남은 7명에서 9명 되는 투수들이 불펜 투수의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현대 야구에서는 7~9명 정도 되는 불펜 투수들 사이에서도 역할을 다양하게 구분하는데,
KBO의 스타일로는 크게 필승조과 추격조. 두 가지로 구분된다.
그런 그들의 역할은 단어 그대로, 추격조는 팀이 지고 있거나 혹은 큰 점수 차로 리드하고 있을 때 출격하는 역할로 실력이 미진한 불펜 투수들이 주로 맡게 되며,
필승조는 팀이 적은 점수 차이로 리드하는 게임 등 접전의 상황에서 부름을 받는 불펜 투수,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들이 맡게 된다.
그리고 KKKK-라인이라 불리는 바이킹스의 필승조는 가히 리그 정상급의 필승조였다.
‘한 명 한 명이 한 팀의 마무리 투수를 맡아도 되는 투수들. 그런 투수가 넷이나 모인 셈이니까.’
한 팀의 최고의 불펜 투수가 맡게 되는 직책, 마무리 투수. 다른 이름으로 클로저.
그리고 바이킹스의 필승조 4인방의 모두가 그 직책을 맡아도 부족함이 없는 투수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있었기에 잠실 바이킹스라는 팀이 리그 평균보다 못한 선발진과 타자를 데리고도 리그 4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펜 투수들에겐 기본적으로 극복이 어려운 맹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 경기에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다는 것.
물론, 한 경기에 2~3이닝을 부담하는 롱 릴리프 포지션도 구별되어 있기야 하지만,
대부분 필승조 투수들은 1이닝 전력투구에 기준점이 잡혀 있다.
그것은 바이킹스의 KKKK 라인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멀티 이닝 투구에 익숙지 않은 투수들이었다.
그것이 오늘 경기, 바이킹스가 자신들의 승리를 낙관하던 그 경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 이유.
바이킹스의 더그아웃이 당황한 듯한 기색을 보이는 이유였다.
‘류 감독님···. 설마 그런 건 아니시죠?’
그리고 설마 하는 심정으로 자신들과 정 반대 방향. 원더스 더그아웃의 동향을 살폈다.
이윽고 시야에 비치는 것은 어깨가 식지 않도록 점퍼를 목 끝까지 올린 채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투수,
그리고 텅텅 빈 불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도 분명했다.
이태준은 9회에도 올라온다.
거기까지 판단이 섰을 때, 바이킹스의 감독 강학중은 입술을 짓씹었다.
그리고 수화기를 불펜 측에 연락을 취했다.
이윽고 의중을 전달했다.
“나머지 두 투수 전부 대기시키고···. 가능하면 멀티 이닝도 대비할 수 있도록.”
오늘 경기의 전망.
강학중 감독은 오늘의 경기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적확히 맞아떨어졌다.
「스트레이트 볼넷! 여기서 연속 볼넷이 나옵니다!」
「아, 김형섭 선수에게 멀티 이닝은 다소 무리였을까요? 9회 말,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이미 8회 말에 투구를 끝마쳤던 바이킹스의 셋업맨 김형섭. 그는 9회 말에도 또 한 번 마운드에 올랐고, 그 익숙지 않은 환경 속에 제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
「김형섭 선수도 어제 경기에 이어서 연투 경기였는데. 역시 멀티 이닝은 무리였을까요? 다소 힘에 부치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아, 그리고 바이킹스 측 투수 코치가 마운드 위로 올라옵니다.」
김형섭은 사이드암 스로로 평균 구속이 무려 150Km/h에 달하는 투심패스트볼을 펑펑 꽂아 넣는 파워 피처 유형의 투수.
하지만 어제 경기에 이은 연투, 그리고 멀티 이닝 소화는 그에게서 구속와 제구를 앗아갔으니,
9회 말. 그의 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약 146Km/h 정도.
그리고 스트라이크 볼 비율도 1 : 2 수준으로 망가져 있었다.
결국, 3명의 필승조를 전부 소진한 바이킹스는 현재 KBO에서 평균 구속이 가장 높은 파이어 볼러이자 자신들의 수호신.
김찬호를 투입 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역시 어제 경기 등판한 전적이 있었다.
「바이킹스. 오늘 경기. 결국, KKKK 라인 네 명의 투수를 전부 마운드 위로 출격시켰습니다.」
가히 한국 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접전.
「김찬호 선수의 두 타자 연속 삼진! 경기는 이제 10회로 넘어갑니다!」
9회 말의 위기는 간신히 넘길 수 있었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으니,
불펜의 소모가 너무나도 큰 오늘의 경기.
바이킹스에게 오늘의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게임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
오늘 경기에서의 태준이 보이는 볼 배합. 그것은 선발 투수로서의 볼 배합이었다.
[유인구의 본질은 괜히 불필요한 공을 던져서 투구 수를 낭비하는 게 아니야. 타자가 방망이를 끌어낼 수밖에 없는. 끌어내지 않고선 배길 수 없는. 유인구라는 건 자고로 그런 공이 될 수 있어야 하지.]그 첫 번째 과정은 유인구의 적절한 활용.
자신에게 주어진 세 개의 아웃 카운트를 확실하게 틀어막기 위해 공을 던져야 하는 불펜 투수와는 달리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 투수는 유인구를 보다 신중하게 던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힘을 분배할 줄도 알아야 하지. 아낄 수 있을 때는 힘을 최대한 아끼면서. 그 아꼈던 힘을 필요한 상황에서 쏟아낼 수 있는 기술 역시 선발 투수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거든.]그리고 두 번째 과정, 완급조절.
체력의 비축과 타자의 타이밍에 교란을 주기 위해 공의 빠르기를 조절하는 능력. 이 역시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라면 반드시 갖춰야만 하는 능력.
태준은 그 두 능력을 바탕으로 오늘의 투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딱-!
그런 이태준의 투구 앞에 바이킹스의 타자들은 즉각 즉각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씨발!”
자신의 심정을 짤막한 두 글자로 아주 적나라하게 표출하며 1루로 질주를 시작하는 타자.
하지만 원더스의 내야 수비가 훨씬 더 빨랐다.
굳이 전진 스텝을 밟을 것도 없이 공을 안정감 있게 포구한 뒤 1루로 송구.
“아웃!”
그 일련의 과정은 물 흐르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오늘 경기 총 여덟 개의 아웃 카운트가 잡히는 데까지 이태준이 소모한 투구 수는 고작 19구.
아직 태준은 그 어떤 타자를 상대로도 3구 이상의 공을 던지지 않았다.
‘큰 점수 필요 없이 한 점만 내면 되는 상황인 데다가 원래도 눈에 보이는 태준이의 공이 완급조절까지 이뤄지니···. 타자들의 방망이는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서 생각했다.
‘역시 태준이는 불펜보다 선발이 체질이라니까.’
이태준은 지금 그의 역할인 불펜 투수보다 선발 투수에 더 어울리는 투수라고.
다양한 볼 배합의 구상이 가능하고, 심지어 능숙한 완급조절까지. 이는 몇 번을 곱씹어도 선발 투수가 되기 위한 재능이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아직도 불펜이 텅텅 비어있는 걸 보면···. 류 감독님. 설마 오늘 경기 태준이로 끝장 승부를 보려는 건가?’
그리고 어쩌면 오늘의 경기는 이태준이 얼마나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무대.
‘나도 궁금하긴 하네. 태준이가 과연 오늘 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
정준도 지금의 흐름을 다소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닝의 마지막 타자.
딱-!
“하, 씨발!”
그 타자의 입에서 험한 말이 툭 하고 튀어나오기까지 필요한 공은 단 2구.
8회와 9회, 그리고 연장 10회까지.
이태준이 3이닝을 막아내는 동안 던진 투구 수는 고작 21구뿐이었다.
ㄴ김인욱 나와! 김지환 나와! 김형섭 나와! 김찬호 나와! 다 나와!
ㄴ같은 연투, 같은 멀티 이닝인데 안정감 차이 무엇?
ㄴ이태준 혼자 일당백 미쳤다 ㅋㅋㅋ 그것도 KKKK 라인 상대로!
ㄴKKKK요? 저 이태준인데요?
***
바이킹스 입장에서는 반드시 피하고 싶었던 연장 10회 말, 원더스의 공격.
퍼어엉-!
“스트라이크!”
[157.1Km/h]2이닝째에 돌입하는 김찬호의 포심패스트볼은 여전히 묵직한 구위와 구속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김찬호의 투구를 묵묵히 지켜보던 로건 라이트가 입을 열었다.
[저 녀석, 좀 긴장했나 본데?]그 말을 꺼낸 로건 라이트는 어딘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전히 157Km/h의 무지막지한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에게 ‘긴장’은 무언가 어색한 단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로건 라이트가 보이는 통찰은 아주 정확한 통찰,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한 통찰이었다.
김찬호는 어제 경기에서 이미 15개의 공을 던졌고,
방금 9회 말,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전부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총 13개의 투구를 추가로 기록했다.
올해 1이닝 이상의 투구와 3연투를 던진 전례가 없던 김찬호에게는 다소 낯선 환경.
그 증거로써 10회 말부터 조금씩 튀기 시작하는 제구.
그리고 평소 공을 던질 때와 미묘하게 다른 릴리스 포인트.
그 몇 가지의 단서로 로건 라이트는 지금 김찬호가 보이는 불꽃이 연소하기 직전의 불꽃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볼!”
그런 그의 예측은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이닝의 선두 타자를 삼진, 세 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한 김찬호의 제구가 점점 더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
[점점 힘에 부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공을 던져본 경험이 부족한 녀석들이 자주 보이는 착각이지. 타자가 구속만 보고 지레 겁을 낼 거라는 착각.]아무리 빠른 공이라 할지라도 제구와 구위가 제대로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 공은 쉬이 힘을 잃기 마련.
따악-!
원더스의 타자들은 복판에 몰리는 155Km/h의 강속구에 대응을 보이기 시작.
“나이스! 안타 나이스!”
“건우 선배 나이스!”
1아웃 이후 2번 타자 크리스토퍼 마틴과 3번 타자 채건우의 연속 안타.
주자는 1, 3루. 위기의 순간에 직면하고 말았다.
김찬호는 잠시 모자를 벗고서 땀을 훔쳤다.
그리고 자신들의 불펜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바이킹스의 불펜은 텅텅 비어있었다.
즉, 자신이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
그 상황 속 타석에 선 타자는 원해솔. 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 것을 확인했을 때, 천하의 김찬호도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포수도 원해솔을 의식하며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찬호야. 너 오늘 포심 힘 좋아. 방금 두 타구는 그냥 운이 안 좋았던 거니까. 쫄 거 없어. 그러니까 그냥 믿고 던져!”
물론, 그 말을 하는 포수도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김찬호의 포심의 힘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은 투수에게 그 사실을 상기시킬 때가 아니었다.
그저 155를 넘나드는 김찬호의 포심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것.
지금은 그것 이외엔 다른 것을 생각할 수는 없었다.
부디 김찬호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를 바랄 뿐.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바람은.
따아악-!
단 초구 만에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전광판에 기록된 속구의 구속은 156.3Km/h
분명 그것은 지금의 김찬호가 보일 수 있을 최선이었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가 늘 그렇듯, 최선이 곧 최선의 결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원해솔의 타구가 중견수! 중견수 방향으로 날아갑니다!」
동점의 상황.
1사 1, 3루.
그 상황에서 타구가 외야로 깊숙이 뻗어 나간 그 순간, 이미 게임은 끝이었으니까.
「원해솔의 끝내기 희생 플라이! 원더스의 10회 말에 극적인 끝내기가 나오면서 게임 종료! 이태준 선수가 데뷔 첫 승리를 거둬 냅니다!」
마무리 투수의 3이닝 투구. 그것은 팀에게는 승리를 가져다줬고.
【1군 첫 승을 기록합니다!】
【첫 승 경험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 500】
자신 또한 첫 승과 시스템의 선물까지. 보상을 제법 넉넉하게 챙겨갈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메시지.
‘어? 여기서 이런걸···?’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