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4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49화(49/210)
049화. 마구(魔球)를 던지는 투수 (2)
라파엘 고메즈는 MLB에서만 통산 84승을 거둔 나름의 족적을 남긴 선수였으며,
이후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이른 나이에 은퇴하여 지도자 과정을 밟아 지금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거의 10년 정도에 달하는 지도자 생활, 그는 마이너리그부터 메이저리그까지 오르기까지 수많은 투수를 지켜봤고, 또 가르쳐왔다.
또한, 지도자 과정을 밟는 중에 신체 역학 및 운동 역학의 공부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스스로 자부할 수 있었다. 자신의 투수를 보는 눈은 제법 첨예하다고. 특히 어린 투수들의 투구를 분석하는 데엔 더욱이 능통하다고.
그런 라파엘 고메즈의 눈에 비친 이태준이라는 낯선 동양의 투수. 심상치 않았다.
“젠장, 정말이잖아? 투수로 뛰기 시작한 게 한 달 밖에 안 됐다는 게.”
그의 약 5시즌가량의 기록지를 살펴본 라파엘 고메즈의 입은 떡하고 벌려진 채 쉬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이봐. 리. 내가 보기엔 네 아들. 천재야. 그냥 천재도 아니고 천재 중의 천재! 젠장! 이런 재능이 있는 선수를 왜 그간 투수를 시키지 않았던 거야?”
어째서 저런 재능을 가진 투수가 그간 타자로 4시즌을 허비했는지를. 고메즈, 자신의 상식선에서는 불가해의 영역이었다.
이는 아버지 이찬열에게도, 태준의 야구를 가장 오래도록 지켜본 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고등학교 때 공 던져봤었지. 그런데. 그땐 이 정도가 아니었거든. 제구나 밸런스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공도 그렇게 안 빠르고. 구사할 줄 아는 변화구가 많은 것도 아니었고.”
거의 모든 야구 선수는 아마 추어 시절까지는 투타를 겸업하다가 프로 진출을 앞두고 한 가지 진로를 선택한다.
이는 태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성공하지 못했을 뿐.
정말 지금의 태준이 보이는 투구는 이찬열이 느끼기에도 불가사의한 일.
“그래서 나도 잘 모르겠어. 태준이 말로는, 절벽 끝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공을 던져보다가 재능을 발견했다고는 하는데···. 참 기묘한 일이지.”
갑자기 그의 몸에 귀신이 쓰인 것이 아닌 이상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건지를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오, 젠장···.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라파엘 고메즈는 헛웃음이 섞인 어조로 읊조렸다.
만약, 이찬열이 말한 것이 전부 진실이라 한다면,
이태준은 가히 로건 라이트의 환생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천재 중의 천재라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
지금 태준이 누구의 재능을 물려받고 있는지 알 턱이 없는 그들이었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이태준이 그간 구태여 투수 전환을 시도하지 않았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태준이. 타격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었거든.”
이태준의 타격 재능.
그것은 그냥 놓아버리기에 너무도 아까운 재능이었으니까.
“응? 재능? 네 첫째 아들. 2군에서 전전하고 있다지 않았어?”
비록 1군도 아닌 2군에서 2할 타율도 기록하지 못한 주제에 무슨 재능일까 싶겠지만, 이찬열의 눈에 비친 이태준의 타격 재능. 그것은 분명 존재했으니까.
그저 아들이라서 콩깍지를 눈에 쓴 채로 본 평가가 아닌 한 사람의 타격 코치로서 내린 평가.
“그렇지. 그런데 2군에서 전전하긴 했어도 태준이 방망이로 공 맞히는 능력이며, 공 골라내는 능력이며 꽤 출중했거든.”
이태준이 2군에서 거둔 성적, 극한의 수준으로 낮은 헛스윙률과 삼진율. 약 네 시즌 반가량에 걸쳐 기록된 이태준의 성적은 결코 우연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을 테니.
게다가 이찬열은 그런 이태준의 타격을 가장 주의 깊게 살폈던 인물 중 한 사람.
그런 사람이 이태준이 가진 강점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실패한 거야···? 다른 사람도 리, 네가 직접 봐줬을 텐데도?”
KBO의 전설적인 타자이자 현재는 MLB 한 팀의 1군 타격 코치인 이찬열도 인정하는 재능. 어째서 그런 재능을 가졌음에도 이태준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나.
“그야, 태준이의 부진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그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절륜한 타격감,
매서운 배트 스피드,
날카로운 선구안.
그 모든 것을 갖췄음에도 이태준이 타자로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
“입스(Yips)였거든.”
입스(Yips).
압박감과 불안감 등 심리적인 원인으로 인해 활용하는 근육이 경직되어 신체의 움직임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게 되는 증상.
또한, 입스는 발생하게 되는 원인도, 또 치유되는 방식도 사람마다 너무나도 가지각색으로 갈리기에 타인이 이렇다 할 조언이 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
그저 스스로 이겨내는 것. 그것 이외엔 이렇다 할 방도가 없었다.
그것이 이찬열이라는 유능한 타격 코치가 옆에 있었음에도 이태준이 부진의 늪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했던 이유였다.
라파엘 고메즈도 이찬열의 입으로부터 ‘입스’라는 단어가 나오자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 역시 입스로 인해 끝내 무너진 수많은 선수를 봐왔기에.
그것이 선수에게 얼마나 무서운 저주인지를 알고 있었기에.
“투수로라도 잘 돼서 다행이네.”
거기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말뿐이었다.
“아, 그리고, 나중에 리, 네 아들 투구 영상. 모아서 나한테 보내줄 수 있을까? 한 번 제대로 보고싶은 게 있거든.”
그리고 한 번 헤아려 보고 싶어졌다.
과연 입스로 인해 몇 년을 고통받았던 동료의 아들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무엇이 있을까.
로건 라이트처럼 던지는 그 투수에게서 또 어떤 재능이 숨겨져 있을까.
그 모든 것들을 말이다.
***
이태준의 3이닝 투구. 그것은 국내에서도 꽤 화제가 되고 있었다.
특히 부산 원더스의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 사이트는 하루의 온종일 그 이야기뿐이었다.
ㄴKKKK 라인이 뭐 어쩌고 저째? 응 4명 다 나와 놓고 이태준 한 명한테 털렸어~
ㄴ3이닝을 던지는 데 투구 수가 24구밖에 안 됨 ㅋㅋㅋ 얜 그냥 차원이 다름 ㅋㅋㅋ
ㄴ특급 전천후 클로저!
ㄴ이태준 그는 신인가?
3이닝을 던지는 동안 이태준이 기록한 투구 수는 고작 24구뿐.
한 명의 불펜 투수가 한 이닝을 막을 때 소모하는 평균적인 투구 수가 약 15구에서 20구 사이임을 생각해본다면, 태준은 그것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이닝을 막아냈던 것.
이닝만 많을 뿐, 투구 수만 보면 혹사의 느낌이 없었다.
그리고 태준의 지난 투구들,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데 부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면모는 그에게서 다른 역할을 기대하도록 만들었다.
ㄴ이 정도면 이태준은 마무리보다 선발 투수로 뛰어야 하는 거 아니냐?
ㄴㄹㅇ ㅋㅋ 저 수준 완급 조절에 저 정도 투구 수 관리 능력이면 선발 투수 재능임
ㄴ와, 만약 이태준 선발 전환 연착륙하면 정준-이태준 원투 펀치임? 미쳤네 ㄷㄷ
선발 투수.
선발 투수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능력, 투구 수를 관리하는 능력이 이태준에게서 너무도 뚜렷하게 느껴졌으니까.
ㄴ그, 그러면 마무리는···?
ㄴ뭐··· 팀 사정상 그것도 무시할 수 없겠다만··· 그래도 선발이 되는 선수를 불펜에 묶어둘 수는 없을 노릇이니까 ㅠ
ㄴ쉽게 생각하자 특급 에이스 VS 특급 클로저 둘 중 어느 쪽이 더 가치가 높을지!
‘에이스 선발 투수’.
그것은 원더스의 팬들이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믿고 맡길 수 있는 ‘클로저’를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 자리였다.
그런 이태준의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
그것은 원더스의 코칭 스태프들 또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태준이 3이닝 던지는 동안, 볼 배합을 보면, 정말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완급 조절도 수준급이고요. 이런 걸 어떻게 신인 투수가 할 수 있는 건지··· 보면 볼수록 놀라울 뿐입니다.”
원더스의 1군 메인 투수 코치인 박찬진.
“선발 투수 전환,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는 이태준의 선발 투수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런 박찬진의 주장에 류남선 감독 또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어제 경기로 확실해졌지. 이태준이 선발 투수로 나설 수 있다는 건.”
그 역시 같은 입장이었기에.
“태준의 컨디션도 문제없습니다. 계속 상태 점검하고 있고 관절이나 근육 쪽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그동안 줄곧 타자로만 뛰어와서 그런 건지 엄청 싱싱합니다.”
거기에 트레이닝 코치, 양태평까지 말을 곁들였다.
“워낙에 체력 훈련도 열심히 하고, 또 자기 관리도 확실한 선수라 무리 없을 거라 봅니다.”
이태준이라는 투수가 훈련 중에 보이는 근면한 태도, 워크 에씩은 원더스의 1군 코치들에게도 꽤 긍정적으로 비치고 있었으니까.
“양태평 코치, 혹시 박주형 언제쯤 올라올 수 있는지 전언 있습니까?”
“네, 박주형 선수, 워낙에 재활이 순조롭게 이뤄져서 벌써 150Km까지 구속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마 다음 주 즈음 정도면 2군 등판 정도 가능할 거라 보시면 될 겁니다.”
“다음 주 즈음. 잘 알겠습니다.”
그렇기에, 슬슬 이태준의 보직 변경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러면, 박주형이 올라오는 대로 이태준의 보직은 선발 투수로 전환합니다.”
류남선 감독은 전날의 3이닝 투구를 봤기에,
그리고 이태준 본인으로부터 선발 투수로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기에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그렇게 태준의 역할은 클로저,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그러면 이제 이태준은 등판 때마다 최소 2이닝 이상씩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되도록 앞으로 연투는 없는 걸로. 그렇게 가자고.”
이태준의 선발 수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
3이닝 투구를 펼친 그다음 날, 태준은 류남선 감독으로부터 자신의 보직 변경의 소식을 직접 전달받을 수 있었다.
[흐흐, 선발 투수 자리를 이렇게 빠르게 따낼 수 있을 줄이야. 역시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어.]이태준이 로건 라이트의 재능을 물려받게 된 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기껏해야 1달 조금 넘은 수준.
하지만 태준은 그 짧은 시간 안팎에 2군 무대를 초토화 시키고 1군으로 올라와 순식간에 클로저 자리를 꿰찬 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여 선발 투수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 무지막지한 속도는 운이 아닌 실력.
이태준이 애초에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던 선수였기에 가능한 속도였다.
“아직 모르죠. 남은 등판에서 또 실수라도 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태준은 여전히 오만함에 젖지 않고 긴장의 끝을 더욱이 강하게 부여잡았다.
평생을 바라고 바랐던 기회. 그 기회가 이제야 찾아왔으니.
[그래, 그 자세만 잃지 않으면, 넌 언젠가 KBO? 아니, MLB의 정상에도 설 수 있을 거야. 그건 내가 보증하지.]이태준은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나아갔다.
그리고 오늘 경기의 등판.
잠실 바이킹스와의 시리즈 3차전 경기.
3이닝 등판 이후 하루 휴식을 마친 태준은 그 경기에서 등판을 위한 준비를 방금 막 끝마쳤다.
「이태준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도 8회에 모습을 보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멀티 이닝! 이는 이태준이기에 가능한 퍼포먼스입니다!」
1이닝 마무리가 아닌 최소 2이닝 이상 책임져줄 수 있는 마무리 투수.
기존의 클로저 박주형이 1군 무대에 돌아오기까지의 태준의 역할.
이태준은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을 뒤로 한 채 마운드 위로 뚜벅뚜벅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시선을 스윽 돌려 자신의 상태창을 한 번 확인했다.
【슬라이더 LV.4】
그리고 전율을 느꼈다. 과연 LV.4에 달하는 슬라이더가 어떤 느낌일지.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기에.
‘마침, 8회 세 타자가 전부 좌타자네?’
그런 태준이 바이킹스의 타자들을 바라보는 눈빛,
그 눈빛은 마치 사냥꾼의 눈빛,
자신의 사냥감을 궁지로 몰아넣은 뒤에 짓는 여유로운 베테랑 사냥꾼의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