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5)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5화(5/210)
005화. 새출발 (2)
장민영 앞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이기 하루 전.
태준은 로건 라이트와 함께 계획을 잡았었다.
[현실을 직시하자고. 너는 아직 프로 무대의 마운드에 오른 경험도 없고 포심의 구속이 140km도 안 나오는 어수룩한 투수야.]첫 단계는 늘 그랬듯. 현실의 인식.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정.
[자, 그런 투수가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뭘까. 답은 나와 있잖아?]다음 단계는 그 현실에서 취할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
공을 거의 던지지 않은 초보 투수가 지닐 수 있는 무기.
“잠재력이죠.”
[정답! 지금 너는 네가 어떤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그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해. 왜? 넌 지금 당장에 가진 게 없으니까.]자신이 어떤 선수가 될 수 있을지에 관한 것.
즉, 잠재력이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너는 지금 초월적인 무기를 하나 손에 쥐고 있는 셈이야. 공을 이제 처음 잡아 본 주제에, 나처럼 던질 수 있다는 것. 그런 선수가 세상에 어딨어?]그리고 태준의 왼팔에는 넘치는 잠재력이 깃들어 있었다.
‘로건 라이트’의 재능.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 돼. 네가 가진 능력은 아직 잠재된 능력일 뿐이니까.]그리고 그 재능을 100%? 아니 200%, 300% 이상을 드러낼 수 있어야만 했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따내기 위해선 너는 이번 계약에서 ‘을’이 아닌 ‘갑’의 위치에 서야 해. 유망주 단계에서 그치면 안 된다고. 네가 가진 모든 걸. 아니, 그 이상을. 당장에 그 느린 구속으로도 타자를 이겨낼 수 있다는 무언가 보여줄 수 있어야 해.]잠재된 가치 그 이상의 무언가.
그것을 드러내기에 포심패스트볼과 Lv.1의 체인지업. 어쩌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포심과 체인지업이 아닌
[내가 그 두 구종만으로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네가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는지를. 그 구종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그리고 투구 폼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 지까지 모든 걸 알려줄게.]역사상 최강의 피네스 피쳐, 로건 라이트의 포심과 체인지업.
로건 라이트는 쇼케이스를 앞두고서 최선을 선보일 수 있도록 속성 과외에 들어갔었다.
그날 태준이 보일 수 있는 패의 전부를 보일 수 있도록.
그리고 하루가 흘러 테스트날.
태준은 그날 로건 라이트로부터 배운 것들 하나둘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
텅-!
텅-!
태준의 투구가 과녁판에 꽂히기 시작했다.
‘··· 허, 이 자식. 진짜 뭐야?’
그것을 보며 침음성을 내뱉는 이는 장민영.
그는 KBO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한 명이었다.
투수로서 세운 기록만 하더라도 951게임 출장. 206세이브 109홀드.
무려 15시즌을 50경기 이상 출전 기록을 세웠으며,
선수 생활 전반에 그 흔하디흔한 뼛조각 제거 같은 수술조차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 그를 가리키는 별명은 ‘고무팔’, 그리고 ‘금강불괴’.
물론, 장민영이 타고난 강골 체질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곤 했다.
“장민영 선배님 투구 폼은 볼 때마다 진짜 부드러운 게 느껴져요.”
바로 부드러운 투구 폼. 그리고 장민영도 그 부드러운 투구 폼에 나름의 자긍심을 지녔었다.
“투수의 투구 폼은 철저하게 계산되어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에요. 그리고 좋은 투구 폼을 얻기 위해선 스스로를 계속 깎고 다져야 하고요. 그건 절대 한순간에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투수의 투구 폼은 셋업 자세를 어떻게 잡느냐부터 키킹 동작, 스트라이드, 양팔의 움직임, 엉덩이와 어깨의 분리, 몸통의 움직임, 릴리스 포인트를 형성하는 순간과 팔로 스루까지.
그 모든 움직임은 공에 최선의 힘을 실어내기 위한 하나의 움직임.
장민영은 그 일련의 과정에 조금의 어긋남도 허용하지 않았다.
마치 걸작을 빚어내는 장인과 같이.
자신의 투구 폼을 그렇게 빚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20년 가까운 선수 생활 동안 쉬지 않고 빚어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이게 오랫동안 공을 던진 적 없는 놈이 보일 수 있는 투구 폼이라고?’
지금 태준이 자신 앞에서 선보이는 투구 동작.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인지를.
동작 하나하나에 느껴지는 역동성.
하지만 그 역동성을 가진 움직임은 하나의 과정으로 유려하게 이어졌다.
역동적이면서 유려하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의 혼합.
하지만 그것 이외에 태준의 투구 폼을 형용할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정교함이 깃든 투구 폼을 공을 오래도록 던져본 적 없는 타자가 구사할 수 있다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이건 어디선가 따로 단련을 꾸준히 해온 게 아닌 이상 절대로 구사할 수 없을 완벽한 폼이었으니까.
하지만 장민영은 알고 있었다. 태준에게 그럴 시간과 여유 따위는 없었다는 것을.
거의 하루의 종일을 훈련장에서 타격 훈련과 육체 단련에 매진하는 그가 따로 투구를 연습할 시간 같은 걸 마련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마냥 투구 폼만 좋은 것도 아니야. 직구 구속은 조금 느린 편이지만··· 워낙에 익스텐션도 크고 타점도 좋아서 충분히 커버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투구 폼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포심패스트볼. 긴 익스텐션에 큰 키를 활용한 높은 타점, 거기에 정교한 디셉션까지. 투구 동작에서는 느린 구속을 극복하기 위한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거기에 오차 범위가 상당히 협소한 제구력.
[3017rpm]투구 분석 장치를 통해 측정되는 높은 rpm까지.
* KBO의 공인구는 MLB의 공인구보다 실밥이 조금 더 두텁고 덜 미끄러워 평균적으로 더 높은 RPM이 기록된다.
‘딜리버리의 완성도, 그리고 구위까지··· 포심만 놓고 보면 솔직히 나보다 낫다.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는지···’
지금 태준의 왼팔에 누구의 재능이 깃들어 있는지 모르는 장민영은 자신도 모르게 까마득한 후배에게 질투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이 든 이상 이미 자신의 기준으로는 합격점이었다.
그렇게 약 10회 정도의 투구가 끝났을 때. 장민영은 나지막이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따지듯이 물었다.
“야, 너 왜 그동안 투수 할 생각을 안 했던 거냐?”
“하하하··· 그러게요.”
이에 태준은 멋쩍은 웃음으로 답했다.
“이 정도면 너 야구 안 그만둬도 되겠다. 내가 보증한다. 가능성 차고 넘쳐. 이제 여기서 변화구만 연마되면 바로 실전 들어가도 될 거 같은데?”
태준이 선보인 수려한 투구. 장민영은 이미 그것에 매료되어 있었다.
이제 화룡점정을 찍을 차례였다.
“네, 이제 보여드릴 참이었습니다.”
“··· 뭐?”
장민영의 말문은 막혔다.
태준은 대답 대신 손에 쥔 공을 살짝 움직여 실밥의 위치를 바꿨다.
“체인지업···?”
체인지업의 그립이었다.
“그러면, 바로 던져보겠습니다!”
체인지업은 구사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완성도를 높이는 건 어려운 구종, 실제로 그 체인지업을 수준급으로 구사할 줄 아는 투수는 1군에서도 몇 없는데 그런 구종을 초심자가 잘 던지면 얼마나 잘 던질 수 있겠는가? 원래라면 사고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앞서 믿을 수 없을 투구를 봐 버린 이상. 자연스레 기대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꿀꺽-
장민영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과연 태준의 체인지업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이제 막 공을 던지기 시작한 선수에게 가져선 아니 될 어그러진 기대감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뒤이어 일련의 동작과 함께 흩뿌려지는 공. 그 공에는 구속의 감소, 그리고 무브먼트가 확연히 감기는 것까지. 그 모든 것이 두 눈에 포착됐다.
“허, 이거 참···”
이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태준이 오늘 쇼케이스에서 보여준 모든 것. 그건 초심자의 단계에서 보일 수 없는 것들이라고. 그리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 얘 천재였네.”
천재.
그것이 KBO의 전설적인 불펜 투수, 장민영이 내린 결론이었다.
태준과 로건 라이트의 장대한 계획을 위한 첫 번째 시험. 그것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
장민영 앞에서의 쇼케이스가 끝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선보였던 태준은 멍하니 손에 쥔 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공을 손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며 방금의 그립들을 쥐어봤다.
“아.”
그 순간 살짝 혼미했던 정신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의식은 보다 선명해지고 뇌의 가동이 신속해지는 감각이 찾아들었다.
손가락으로 공을 채는 감각
그 전까지 이어졌던 일련의 투구 과정.
공에 감기는 뚜렷한 무브먼트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로건 라이트의 포심패스트볼. 역시 테일링부터가 남다르다.”
구속이 조금 느릴지라도, 높은 Rpm, 크게 걸리는 상하 무브먼트, 빼어난 제구를 통해 MLB의 수많은 타자를 쓰러뜨렸던 로건 라이트의 포심패스트볼.
“그리고 체인지업··· 이것 역시. 남다른 레벨. 이게 LV1의 체인지업이라고···?”
가히 완성형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로건 라이트의 체인지업. 그것이 아직 LV1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것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허, 이게 당신이 누렸던 재능···”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이제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 나기 시작했다.
“좋네요. 이 느낌.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너무도 오래도록 느껴본 적 없는 야구를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태준의 가슴팍 안쪽에서 세차게 박동하는 이 흥분의 정체는 바로 그것이었다.
오늘 자신은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선보였고,
잔재 된 후회의 감정은 조금도 없었다.
[연습했던 대로 잘 했네. 남 앞에서 처음 던지는 거라 긴장될 법도 했을 텐데.]로건 라이트도 태준의 투구에 흠을 찾지 않았다. 아무리 메커니즘을 전수 받았다 한들 태준은 공을 오래도록 던지지 않았던 선수. 그런 선수가 보일 수 있을 최선을 선보였으리라. 방금의 투구는 로건 라이트도 꽤 흡족할 만한 투구였다.
“로건 라이트 앞에서 로건 라이트의 공을 던지는 것보다 긴장되는 순간은 없거든요.”
이에 태준은 태연자약했다.
자신의 공을 던지는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는 이가 다른 이도 아니고 천하의 로건 라이트인데. 어찌 그 이상으로 긴장할 수 있었겠는가?
[긴장한 게 그 정도면 앞으로도 걱정 안 해도 되겠네.]그 말에 로건 라이트도 피식하고 웃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 보니까. 그 장민영이라는 녀석. 그 녀석 마음은 이미 넘어갔고. 남은 건 그 원더스라는 팀 프런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인데.]그리고 계약에 대한 본론.
일단 장민영의 기준은 통과할 수 있었다. 남은 건 부산 원더스 프런트의 마음을 사는 것.
그 점에 있어서 로건 라이트는 확신하고 있었다.
[아마, 아마 빠르면, 오늘, 늦어도 내일 즈음 연락이 올 거야. 너 부산으로 직접 넘어오라고. 그러니까 준비하고 있어.]태준이 프런트로부터 연락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직접 확인해봐야 하거든. 우리가 숨겨둔 미끼가 진짜인지. 아닌지를.]미끼를 뿌렸고.
그들이 물기만 하면 된다.
지이이잉-
신호가 왔다.
울리는 휴대폰 진동음.
발신인은 장민영.
-어, 태준! 단장님이 직접 보자 하시더라. 내일 바로 나랑 같이 부산으로 내려가자!
그렇게 부산행 티켓을 쟁취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