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50)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50화(50/210)
050화. 비로소 선발 투수 (1)
수많은 어린 투수들은 ‘팔색조 투수’라는 이름에 현혹되어 다양한 변화구에 환상을 갖곤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투수에게 구사할 줄 아는 구종은 대개 다다익선의 논리를 따를 테니.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이 다양하면 상대하는 타자는 고려해야 할 선택지가 넓어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수월한 볼 배합의 구상이 가능해질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든 구종이 그렇듯, 애매한 완성도의 변화구는 안 던지는 것보다 못하다.
가령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질 줄 아는 투수가 자꾸 밋밋한 커브를 던져준다면? 그건 오히려 타자에게 기회를 주는 셈이나 다름이 없으니,
‘결국, 타자의 머릿속에 선택지를 늘일 정도가 아니라면, 새로운 구종의 추가는 과유불급.’
그것이 투수들이 구종을 함부로 늘이지 못하는 이유.
다양한 구종을 소화할 수 있는 ‘팔색조 투수’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로건 형님이 구사했던 구종들은 단순한 구종이 아니다. MLB 역사상 최고의 팔색조 투수가 던졌던 구종.’
그리고 태준의 왼팔에는 흑염룡이 아닌 MLB 역사상 최강의 팔색조 투수라 불리던 이의 재능이 깃들어 있었으니,
갖춰진 모든 구종이 타자의 머릿속을 헤집어놓기 부족함이 없는 구종들.
태준은 왼손에 쥐어진 야구공. 태준은 그것을 손안으로 굴려보며 여러 그립을 쥐어봤다.
그럴 때마다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신묘한 감각.
자신은 언제든지 그 구종들을 던질 수 있었으니,
여느 때의 등판보다 아주 조금 더 경쾌한 발걸음.
어서 그것들을 던져보고 싶어졌기에.
그라운드로 향하는 길이,
그리고 마운드로 향하는 길이,
지금 걸어가는 길 모두가.
설레는 순간이었다.
***
야구라는 스포츠는 어떠한 스포츠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약 10명가량으로 나뉜 두 팀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승패를 겨루는 구기 종목.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들어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투수는 공을 던지고,
타자는 그 공을 방망이로 맞히는 스포츠.
즉, 10명과 10명이 겨루는 스포츠면서,
동시에 투수와 타자 간의 1 대 1 정면 승부.
투수와 타자, 타자와 투수는 서로 눈앞의 적을 이겨내는 데 모든 것을 쏟아낼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오늘의 승부. 바이킹스와 이태준의 승부.
그 승부에 선 이들의 눈빛은 사뭇 판이했으니,
마운드 위에 선 이의 눈빛은 사냥감을 포착한 노련한 사냥꾼의 그것이었다면,
배터 박스로 끌려 나온 이들의 눈빛은 명백한 피식자의 그것.
“하, 이태준이 8회부터···.”
이틀 전의 경기,
이태준이 펼쳤던 3이닝 무실점 무피안타 무사사구.
그 투구가 그들의 뇌리에 잔상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위축을 보이는 타자가 만들어낸 빈틈.
태준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집요하게 후벼 파기 시작했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심판의 우렁찬 스트라이크 콜. 이는 태준이 벌이게 될 학살극의 서막이었다.
「이태준 선수가 지니는 강점, 바로 저런 투구 아니겠습니까? 초구부터 과감한 몸쪽 승부! 사실 저거 되는 투수는 국내에 그리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마운드 위에서 공을 한 번이라도 던져 본 이들은 안다. 타자의 몸쪽을 향하는 공,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듯 들어가는 공을 던지는 건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이태준의 초구는 몸쪽 높은 코스의 하이 패스트볼. 타자는 움찔할 뿐, 그 공을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뒤이어 이어지는 두 번째 공.
딱-!
이번에도 직전과 같은 몸쪽으로 향하는 공. 그리고 구종은 체인지업.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긴 타자는 그 공을 컨택할 수 있었지만, 타구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뻗어 나가지 못했다.
“파울!”
그렇게 순식간에 만들어진 노 볼 투 스트라이크의 볼 카운트.
보통의 투수라면, 그런 볼 카운트가 만들어졌을 때 유인구 위주의 다소 느슨한 승부를 이어나간다. 다른 이유 없이 그렇게 해도 되니까.
스트라이크 존을 빠져나가는 공을 1~2개 정도 더 던진다고 해도 여전히 투수에게 유리한 승부일 테니까.
하지만, 태준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투구를 감행할 줄 아는 투수.
일구일생 일구일사.
누군가에겐 고작 하나의 투구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자신의 사활을 건 투구.
마운드 위에서, 그리고 타석에서는 공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다. 낭비하지 않는다. 그것은 태준에게 있어서 평생의 신조였으니.
“흐읍-!”
단말마의 기합과 함께 흩뿌려지는 공. 그 공이 향하는 곳은 이번에도 몸쪽.
그리고 방금 2개의 공보다 확연히 깊게 찔러 들어갔다.
“······!”
그렇기에 타자의 머릿속에는 경고등이 켜질 수밖에 없었고,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뒤쪽으로 빼야했다.
쉬이이익-!
하지만, 그 공은 곧이곧대로 뻗지 않았다.
강한 회전과 함께 공은 타자가 선 반대 방향으로 휘어져 들어갔고,
퍼어엉-!
공이 포수의 미트 속에 박힐 때 즈음. 심판의 입으로부터 어떠한 판정이 떨어질지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
그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아주 명징하게 꿰뚫고 지나갔으니까.
프론트 도어 슬라이더.
태준은 타자가 두 눈 치켜뜨고 보는 앞에서 당당히 앞문을 부숴버렸다.
「삼진! 삼진입니다! 이태준 선수가 3연속 몸쪽 승부로 타자 윤재우를 3구 삼진으로 처리했습니다!」
「허허, 방금 마지막 공 보셨어요? 타자 몸쪽으로 향하는 듯하다가 눈앞에서 꺾어지듯 강한 횡 무브먼트를 그리며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가는 슬라이더. 저런 공은···. 와 정말 어떻게 쳐야 할까요?」
당혹감을 뚜렷이 내비치는 타자, 그리고 방금의 투구를 찬미하는 해설 위원들의 언사.
ㄴ와 방금 슬라이더 뭐임? 거의 스위퍼 수준 아녔냐?
ㄴㄹㅇ ㅋㅋ 저 정도면 스위퍼로 분류 무조건 가능; 이태준 슬라이더 미쳤다!
ㄴ이제는 스위퍼까지 구사하는 이태준 폼 미쳐따…
ㄴ저런 공에 삼진? 이건 무죄지; 판사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무죄;
거기에 팬들의 경탄까지. 방금 태준이 보인 결정구는 그 모든 것들을 자아내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태준의 투구를 벤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바이킹스의 타자들은 새어 나오는 헛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의 승부에서는 방금의 슬라이더, ‘스위퍼’를 던져주지 않기를.
하지만 아쉽게도.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태준은 등을 보인 상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는 투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거칠게, 더 매몰차게 휘몰아칠 뿐.
8회 초, 세 명의 좌타자. 모두 태준의 새로운 무기, LV.4의 슬라이더 앞에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9회 초.
8회 때와 정확히 같은 결과가 이어졌다.
「경기 종료! 이태준이 2이닝 세이브를 거두며 끝끝내 바이킹스를 침몰시킵니다! 스코어 3 대 1! 원더스의 바이킹스를 상대로 스윕 시리즈를 거두며 후반기 시작 첫 주를 6연승을 마무리 짓습니다!」
2이닝 무실점 세이브.
오늘도 이태준은 경기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승리.
[원더스 6연승 신바람! 가을 야구 청신호 켜졌나?] [원더스 돌풍의 핵심 ‘이태준’ 연속 멀티 이닝 세이브 거둬!]그것으로 부산 원더스는 리그 7위에서 한 계단 오른 6위에 랭크될 수 있었다.
ㄴ캬 6연승!!! 우리 웰시코기들 드디어 정신 차렸냐?
ㄴ진짜 이태준이 큰 거 해줬다 ㅋㅋㅋ
ㄴ지금까지 이런 클로저는 없었다. 이것은 불펜인가 선발인가···. 예~ 이태준입니다!
ㄴ태준아 부탁한다 우리 가을 야구 좀 보내줘 ㅠㅠ
***
바이킹스와의 경기가 끝난 그다음 주.
이태준의 멀티 이닝 세이브는 계속됐다.
화요일, 3이닝 무실점 2피안타 4K. 투구 수 32구
목요일, 2이닝 무실점 퍼펙트 3K 투구 수 15구
그리고 일요일, 3이닝 무실점 퍼펙트 3K 투구 수 22구
불펜 투수로서 한주에 소화한 이닝이 무려 8이닝.
보통의 불펜 투수에게 8이닝을 던지게 했다면 감독의 성이 ‘킬’로 바뀌어 온갖 비난을 들었겠지만, 이태준의 투구 수 관리 능력은 이를 도저히 혹사로 여길 수 없게 만들었다.
“류남선 감독님 휘하의 불펜 시스템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불펜 투수에게 한계 투구 수를 정해놓는다는 건데요. 류남선 감독님은 시즌 말미나 가을 야구와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불펜 투수에게 한주에 80구 이상의 투구를 허가하지 않습니다. 이는 거의 20년 가까이 지켜오신 철칙이고요.”
야구가 없는 월요일. 방송사 스포엑스TV에서 진행하는 한 야구 방송.
그곳에서 두 명의 야구 선수 출신의 해설 위원이 원더스의 운영과 이태준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태준 선수가 마무리 투수로서 지난주에 소화한 이닝은 무려 8이닝. 불펜 투수치고는 꽤 많은 이닝이죠? 대충 경기 당 이닝으로 환산하면, 192이닝 페이스일 테니까요. 현대 야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치죠? 하지만, 투구 수는 현저히 적습니다. 고작 69구밖에 안 돼요. 당장 같은 팀의 조태직 선수가 기록한 75구, 박석한 선수가 기록한 74구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두 투수가 소화한 이닝을 합친 것보다 이태준 선수가 소화한 이닝이 더 많죠.”
“투구 수를 관리하는 능력이 여간 예사로운 게 아니에요. 게다가 스태미너도 좋다고 느껴지는 게. 저는 이태준 선수가 실투를 던지는 걸 거의 본 적이 없거든요? 그건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직 힘이 남아있다는 증거에요. 이태준 선수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받쳐주는 선수라는 겁니다.”
그런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태준의 이닝 소화 능력.
탁월한 투구 수 관리 능력과 고단한 육체 단련과 천부적인 피지컬로 일궈낸 스태미너.
이태준은 지난 2주 동안 그것들을 소상히 드러낼 수 있었으며,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저는 이태준 선수의 선발 투수 전환? 무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야 맞는 옷을 입는 듯한 그런 느낌이에요.”
“저도 동의합니다. 체력도 좋고 구사할 줄 아는 구종도 많고, 완급 조절도 되고 맞혀 잡는 피칭, 삼진 잡는 피칭 둘 다 가능한 투수. 이런 투수는 선발 투수로 던져야죠. 불펜 투수로 남아있기는 조금 아깝죠.”
이태준이라는 투수는 선발 투수로 뛰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투수라는 사실을.
원더스는 오는 주를 앞두고 기존의 마무리 투수였던 박주형을 1군 로스터에 등록시켰다.
그러면서 과연 누가 마무리 투수를 맡게 될까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흘러나왔지만, 이는 류남선 감독의 인터뷰로 일축될 수 있었다.
‘이태준은 이번 서울 드래곤스와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설 예정입니다.’
이태준의 선발 투수 전환은 그 인터뷰로 확정될 수 있었으니, 몇몇 팬들은 이태준이 클로저로서 보인 환상적인 퍼포먼스 때문에 다소 아쉬워하는 듯한 눈치를 보였으나 환영하는 분위기가 훨씬 많았으며,
여러 야구인 또한 이태준의 선발 투수 전환을 반기는 분위기.
“그래서, 저는 다음 드래곤스와의 시리즈. 이태준 선수의 선발 데뷔전. 과연 이 투수가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 정말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환영 속에서 이태준은 선발 투수 데뷔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