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56)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56화(56/210)
056화. 마운드 위의 심판자 (5)
20세기 유럽을 풍미했던 오스트리아의 한 여류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시를 남겼다.
그 시가 전하는 메시지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날개가 있으니 다시 올라설 수 있다는 희망을 지녀 보자는 다독임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지금, 사람들은 말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라고.
그저 추락한 이후 입게 되는 상처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그리고 그 내상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
그런 상황 속, 이제 막 탄탄대로에 발을 올렸던 20살 정민혁이 겪게 될, 끝 모를 추락.
포털 사이트 1면에, 그것도 스포츠 페이지가 아닌 메인 페이지 위에 본인 이름이 박힌 것을 확인한 정민혁의 눈동자는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 이거 실화야? 진짜로···?”
파르르 떨리는 입술, 말까지 더듬고 있는 정민혁. 평소의 건방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겁에 잔뜩 질린 하룻강아지의 형상만이 남았을 뿐.
이미 팀으로부터 완전한 계약 해지. 즉, 방출을 전달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KBO와 관련된 모든 참가 활동 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게다가 구속 영장까지 제 앞으로 날라왔으니.
20살 슈퍼 루키의 창창한 미래는 실상 완벽하게 지워졌다고 볼 수 있었다.
그 상황 속, 정민혁은 휴대 전화를 대충 집어 던진 뒤 나지막이 읊조렸다.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고 씨발···.”
그것은 단말마의 유언과도 같았다.
그렇게 정민혁이 나락의 구렁텅이 저 밑으로 추락하는 중, 비슷한 시각, 드래곤스의 선수단뿐만 아닌 프런트 측에서도 거대한 폭탄 하나가 추가로 투하됐다.
[[단독] 박원재 단장, 팀 내 선수에게 수차례 뒷돈 요구 수사]며칠 전, KBO 클린 베이스볼 센터에 접수된 박원재 단장의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졌던 것.
그 결과 서울 드래곤스의 징계 위원회는 박원재 단장의 해임을 공시했다.
『드래곤스의 팬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를 전달합니다.
저희 서울 드래곤스는 최근 불거진 박원재 단장의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 드래곤스 팬뿐만 아닌 KBO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께 머리를 숙여 사과드립니다.
구단은 이번 사안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시금 준법 교육에 힘쓰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구단 사과문을 게시했다.
당연히 여론은 좋지 못했다.
ㄴ와, 정민혁부터 해서 박원재까지 ㅋㅋ 진짜 답도 없었네 ㅋㅋ;
ㄴ최소 무능, 가능성 높은 건 무책임한 직무유기, 최악의 경우엔 아직 전례 없는 프로팀 단장의 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게 진짜였어?
ㄴ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하다더니···. 그 말이 딱 맞네 ㅋㅋ;
ㄴ하여튼 범죄자 새끼들은 프로야구 판에 얼씬도 못 하게 해야 한다!
팬들은 무능까지는 원성 정도로 그치지만, 범죄 행실만큼은 결단코 눈감아주지 않는다.
그것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라 할지라도 한 번 낙인이 찍혀버리면 그 선수는 절대로 ‘스타 플레이어’로서 인정해주지 않는다.
하물며 원체 이미지 자체가 좋지 않았던 단장의 유례없는 비리? 아직 신인에 불과한 선수의 범죄? 싸늘한 반응이 따라오는 건 지극히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드래곤스는 달갑잖은 사고로 팀 내 최고 유망주 한 명을 잃고,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 내 여러 인물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다.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어버린 셈.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 반사 이익을 챙기는 이가 한 명 있었다.
『정민혁 연속 3구 삼진 장면 ㄷㄷ (KBO 영상 모음)』
-조회 수 170만 회
『범죄자 정의 구현하는 이태준 판사님』
-조회 수 213만 회
바로 이태준. 정민혁의 성 착취 행각이 수면 위로 부상하며,
자연스레 직전의 경기에서 태준이 보인 연속 3구 삼진 영상이 너튜브 쇼츠 등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ㄴ캬 이태준 판사님 사이다 미쳤네! 좋아요 4.4천 답글 37개
ㄴ망치로 땅! 땅! 땅! 3구 삼진! ㅋㅋㅋ 좋아요 3.7천 답글 19개
ㄴ이태준의 판결에는 낭만이 있다······. 좋아요 2.3천 답글 11개
ㄴ자기를 버린 팀 상대로 미쳐 버린 투구! 좋아요 713 답글 12개
그런 이태준에게 새롭게 붙은 별명은 판사님.
팬들은 이태준이 드래곤스의 정민혁을 상대로 연속 3구 삼진. 심지어 포심패스트볼을 복판에 3번을 연달아 꽂은 그 3구 삼진에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그대로 경험치로 환산될 수 있었다.
【인지도 합산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경험치 + 3074】
매일 오후 11시마다 정산되는 인지도 합산 경험치.
오늘 태준은 경기에 나서지도 않았음에도 나설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허, 3074?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받았잖아?”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자신이 정민혁을 연속 3구 삼진으로 박살을 내버린 뒤,
그가 수도권의 A 선수임이 입증되었을 때, 반사 이익을 제법 얻어낼 수 있으리라고.
다만, 이 정도는 태준이 예상했던 것 그 이상. 평소의 거의 3~4배에 달하는 많은 경험치를 얻어낼 수 있었으니까.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의 LV이 상승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의 LV.24로 올랐습니다!】
그것으로 또 한 번 이뤄진 레벨 업. 분명 레벨이 오를 때마다 요구하는 경험치는 계속해서 늘어날 터인데, 태준의 성장 속도는 단 한 번도 늦춰진 적이 없었다.
[흠, 합산 경험치가 갑자기 이렇게 치솟는다는 건···.]그 속도는 로건 라이트의 눈에도 꽤 인상적으로 와닿을 수 있었다.
[어쩌면, 너 다음 등판 즈음에 특전 한 번 더 챙겨 들어갈 수도 있겠는데?]과거 자신이 서 있던 곳. 그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뛰어오는 한 사내가 보였기에.
***
이태준의 선발 투수 경기, 그 두 번째 등판이 예정되어있는 야구장.
광주 위너스 필드.
그 구장을 홈 그라운드로 사용하는 팀, ‘광주 위너스’.
지난 2년 연속으로 통합 우승을 일궈낸 팀,
동시에 이번 시즌도 현재까지 페넌트 레이스 1위를 달리는 팀.
선발과 불펜을 물론 타선, 수비까지. 모든 부분이 리그 상위권인 팀.
즉, 약점이 없는 팀, 자타가 공인하는 현시점 KBO 최강의 팀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명준이 있었다.
그런 이명준은 이태준과 마찬가지로 지독한 연습 벌레.
아직 아무도 없는 경기장에 가장 먼저 출근하여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의 유니폼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햐, 명준이. 오늘도 출근 도장 제일 일찍 찍었네. 대체 얼마나 잘하려고.”
“흐흐, 미국 가기 전에 4할이라도 치고 싶은가 보지.”
“우리 명준이 상대해야 하는 투수들만 불쌍하지.”
그 모습을 속속들이 출근을 시작한 위너스의 동료 선수들은 익숙하다는 듯, 너무도 당연한 일인 마냥 받아들였다.
또한, 이명준의 그런 고단한 노력을 같은 선수로서 인정했고 또 동경했다.
비록 나이는 자신들보다 어린 선수지만, 이명준은 그럴 자격이 있는 선수였으니까.
“그나저나, 이번에 이태준이 선발로 한 번 나온다면서? 야, 명준아. 네 형이잖아. 혹시 약점 같은 거 뭣 좀 아는 거 있냐?”
그런 이명준에게 위너스의 동료 타자들은 물었다. 이태준은 어떤 투수인지, 또 어떠한 약점이 있는지를.
“그···. 저도 잘 모릅니다. 서로 가끔 안부만 묻지. 야구 이야기는 잘 안 해와서요.”
다만, 그것은 이명준도 다른 선수들이 알고 있는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더라도 웬만하면 야구 이야기는 웬만하면 피했으니까.
이유인즉슨, 두 선수 간의 실력 차이가 너무도 극심했으니까.
형의 입장에서는 동생보다 야구를 한참 못하는 상황서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가 어렵고,
동생의 입장에서는 열심인 형 앞에서 괜히 꺼드럭거리는 것처럼 보일까 봐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이 어려웠으니까.
“아, 그러냐, 에이, 아쉽네. 야, 그래도 이태준 걔 요즘 날라댕기더라. 요즘 폼만 보면, 정준 선배님보다 더 어려울 거 같아.”
다만 그건 이제 옛날이야기 즈음으로 묻어둬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최근 자신의 형, 이태준이 보이는 퍼포먼스. 그것은 서서히 상대하는 타자에게 짙은 경계심을 띄우도록 만들었으니까.
이는 이명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태준은 자신의 형이기 이전에 상대해야 하는 투수.
“아, 그래도. 확실하게 말씀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투수 이태준’은 KBO 최강의 타자, 이명준에게도 경계 대상이었다.
“지금 형이 내는 성적, 그거 절대 우연이거나 운이 좋아서 내는 성적이라 생각하면 절대 못 이길 겁니다.”
“응?”
그러한 이유에는 단순히 이태준의 최근 성적이 좋았던 것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저희 형, 야구 절대 대충하는 사람 아닙니다. 저보다도 훨씬 야구에 진심으로 임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아는 태준이 형이라면, 지금 로스터에 등록된 타자 전부, 빡세게 파악하고 승부에 들어올 겁니다.”
이태준이라는 선수가 야구에 임하는 자세. 그것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켜본 이였기에.
형제였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
그것이 선수로서의 레벨은 자신이 한참 위였을 텐데도 투수로서의 이태준을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 그의 말마따나 태준은 정말로 위너스 1군에 등록된 타자 모두의 전력 분석 자료를 세세하게 파악한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
광주 위너스 필드.
그 경기장 입구 위에 대문짝만하게 붙은 위너스의 로고. 그 옆으로 무려 15개에 달하는 우승 엠블럼은 그 경기장을 방문하는 타 팀의 선수들을 위축되게 만드는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으니.
광주 위너스.
그들은 어떠한 팀인가.
KBO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기록한 팀.
팀 내에 우승 DNA가 서려 있는 팀.
이길 줄 아는 팀.
광주 위너스는 그러한 팀이었다.
그리고 그런 팀인 만큼 경기력 또한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시리즈의 첫 경기. 선발 투수는 강꾸준, 강경원.
그는 최근 10경기에서 4실점 이상으로 실점을 내어준 적이 없었던 투수. 즉, 계산이 서는 투수였다.
하지만 오늘 광주 위너스 앞에서 원더스의 계산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따아악-!
「때렸어요! 높이 날아가는 타구! 이 타구가 담장 밖에-! 꽂힙니다! 홈런! 이명준의 연타석 홈런! 시즌 34호 홈런! 이명준의 불타오르는 타격감이 원더스를 침몰시킵니다! 스코어 7 대 1! 이제 6점 차까지 벌어집니다!」
이명준. 그가 버티고 있는 위너스의 활화산과도 같은 타선 앞에서.
「아, 강경원 선수, 최근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방금의 몸쪽 밑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 제구도 좋았고요. 사실 저런 공은 헛스윙이 나와야 하는 공이었어요. 그런데 저런 공까지 호쾌하게 스윙해서 담장을 넘겨버려요. 대체 저런 공까지 이렇게 넘겨버리면 투수는 무슨 공을 던져야 할까요? 허허, 일단 저는 모르겠어요. 제가 투수라면, 그냥 이명준 선수는 거를 거 같아요. 차라리 그게 나을 테니까요.」
「결국, 마운드 위로 투수 코치 올라오면서 강경원 선수는 여기까지. 저희는 다음 투수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선발 투수 강경원의 성적 3.1이닝 2피홈런 7실점
이명준을 넘어서지 못한 대가는 너무나도 썼다.
[크, 네 동생 말이야. 지금 타격감 확실히 매섭네. 방금 스플리터,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저걸 당겨서 넘겨버렸으니.]“그러게요. 방금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살짝 빠졌던 것 같은데도 저렇게 넘겨버리면. 이명준 상대하는 투수들은 겁을 낼 수밖에 없겠는데요?”
그런 이명준의 정신이 나가버릴 듯한 타격감. 그를 상대해야 하는 투수들은 마운드 위에 오르기 이전부터 잔뜩 위축된 채로 있었다.
“볼! 베이스 온 볼스!”
또한, 첫 타석 꽤 깊숙한 중견수 플라이 아웃 이후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이명준에게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렇게 남은 타석은 전부 볼넷.
3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 3볼넷
그는 오늘 원더스의 투수들에게 지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스코어 13 대 3
원더스의 처참한 패배였다.
입안으로 짙은 쓴맛이 감돌았다. 그리고 읊조렸다.
“오늘 경기로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음?]아버지가 큼지막한 홈런 타구를 날린 뒤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홈 플레이트를 돌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팀,
동시에 동생 이명준이 일약 슈퍼스타로 떠오를 수 있던 팀.
싫은 감정보다 좋은 감정이 훨씬 더 많은 팀.
그 팀은 지금, 자신의 적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저, 원더스 선수 다 된 거 같습니다.”
동료들의 고통, 이토록 무력한 패배가 얼마나 쓰라린 일인지.
그것을 톡톡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제 목표는 메이저리그. 그 목표를 위해선 명준이도 넘어설 수 있어야겠죠.”
광주 위너스. 분명한 강팀.
이명준. KBO 내에서는 비교할 이 아무도 없는 규격 외의 타자.
그들을 이길 수 있어야 했다.
“이길 겁니다. 반드시.”
이태준의 각오가 더욱이 단단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