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5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59화(59/210)
059화. 챌린저 (3)
사람들은 말한다. 완전무결한 투수는 존재할 수 없다고.
150년가량 되는 MLB의 유구한 역사 속 그 어떤 투수도 평균 자책점 0.00으로 시즌을 마치지 못한다. 어떤 투수든 안타를 맞고 볼넷을 내어주며 실점을 한다.
이에 로건 라이트도 과거 같은 의견을 내비친 바 있었다.
“사람들이 투수는 타자를 완벽히 잡아내야 하는 직업인 줄 아는데, 사실 투수는 기본적으로 안타든 땅볼이든 타자에게 두들겨 맞는 직업이야.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낸다는 건 게임이나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거든. 커쇼, 벌렌더, 디그롬. 그 어떤 투수도 루키 리그에서 매 게임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수 없을 테니까.”
통상적인 선발 투수라면 매 시즌 최소 700번, 많게는 900번 정도 타자와 승부에 임하게 된다. 그런 모든 승부에서 주자의 출루를 억제할 수 있는 투수는 단언컨대 존재할 수 없다.
이는 빅 리그 투수가 마이너리그에서 가장 낮은 루키 리그로 내려가서 던진다 해도 매한가지.
따라서 타자에게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순간 절대로 좋은 투수가 될 수 없다.
“가령, 내 속구가 어떤 타자에게 먹히고 또 그렇지 못하는지, 강타자와 내 타이밍 싸움은 어떤지. 최대한 많은 타자에게 속구, 변화구, 몸쪽, 바깥쪽 모두 던져보고 맞아 봐야 해. 그렇게 타자에게 맞아 봐야만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게 있거든.”
그러한 이유로 로건 라이트는 공격적인 투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넘어서 타자에게 투수가 등을 보이는 순간, 그 투수는 절대로 정상에 설 수 없다고.
로건 라이트는 그 사실을 태준에게 수십 번은 더 강조한 바 있었으며.
‘투수는 맞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태준은 그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였고, 자신의 투구에 적용했다.
그리고 그 성과는, 2달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올라선 1군 무대의 선발 투수 자리였다.
따악-!
또한, 지금 내어준 이 안타에 태준이 동요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7회 말, 이명준과의 세 번째 승부.
이전 두 번의 승부에서 범타로 막아낼 수 있었지만,
세 번째 승부에서 이명준은 바깥쪽 낮은 코스로 빠지는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밀어쳐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를 뽑아낼 수 있었다.
「이명준 선수의 감각적으로 밀어치는 안타! 오늘 경기 원더스의 두 번째 안타가 7회 말, 이명준 선수의 방망이에서 나옵니다!」
ㄴ와 씨발 어떻게 저런 걸 안타를 치냐? 이명준도 괜히 이명준이 아니다;
ㄴ방금 체인지업 제구 엄청 잘 됐었는데 ㅋㅋ… 오늘 저 코스로 들어간 체인지업 안타는커녕 파울 친 타자도 없지 않았냐?
ㄴ없었음. 다 방망이 헛돌렸지.
ㄴ저런 안타 칠 수 있는 건 국내에선 이명준밖에 없을 듯···.
ㄴ222···.
스트라이크 카운트 2개를 잡아낸 이후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절묘하게 제구된 체인지업을 때려낸 안타.
보통의 투수라면 자신의 최선이 통타를 당하는 상황에 자칫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태준은 1루로 걸어나가는 동생의 모습을 그저 덤덤히 지켜볼 뿐이었다.
[이야, 방금 네 동생이 때린 안타. 진짜 죽이는데? 방금 스윙. 분명 타이밍을 놓쳤거든?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에 타이밍을 고쳐서 안타를 만든다? 저 녀석, 빨리 미국 가야겠는데? 여기서 묶여 있을 놈이 아니야.]오히려, 뒤쪽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로건 라이트가 더 흥분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로건 라이트에게 태준은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형님. 여쭤보고 싶은 게 하나 생겼습니다.”
[응? 뭔데?]“방금 같은 안타 말이에요. 순간적으로 명준이의 엉덩이가 빠진 타이밍을 보면, 그건 분명, 직구를 염두에 둔 타이밍이었습니다. 그리고 방망이가 회전을 시작한 타이밍도 분명 직구 타이밍이었고요.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타이밍을 수정한 뒤 궤적을 쫓아 끝내 밀어쳐서 안타를 만들었습니다.”
[맞아, 정확히 봤어. 방금 네 동생은 분명 타이밍을 놓쳤어. 그런데 안타를 친 거고. 저건 초인적인 동체 시력과 빠른 배트 스피드가 없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한 퍼포먼스지.]말로 풀어 설명할 때 더욱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그 안타.
“혹시, MLB에는 저런 안타를 때릴 수 있는 타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무대, MLB라면 방금과 같은 안타를 때려낼 수 있는 이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는 것일까.
그 질문에 로건 라이트의 대답은 너무나도 명료했다.
[1번부터 9번까지. 전부.]메이저리그는 그런 곳이니까. 로건 라이트는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담백하기 그지없는 평가를 전했다.
[게다가 저런 스윙으로 홈런을 때리는 타자도 있어. 메이저리그는 그런 곳이야.]메이저리그는 고고한 곳. 아니, 고고함을 넘어 오만하기까지 한 곳. 하지만 그 오만이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곳.
방금 안타를 때려낸 이명준과 수준이 같거나 혹은 그 이상의 타자가 각 팀 당 3~4명 이상은 반드시 존재하는 곳.
메이저리그란 그런 곳.
그의 다소 직설적인 대답을 전해 들은 태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방금 안타. 억울하게 느끼면 안 되겠네요.”
그것이 지금 상황 속에 이태준이라는 투수가 내린 결론.
로건 라이트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나지막이 읊조렸다.
[역시, 하나를 알려줘도 열, 백을 받아들이는 녀석이라는 말이지.]다만 태준은 그 칭찬을 듣지 못했다.
타석에 그 다음 타자가 들어선 것을 확인했기에.
이윽고 그라운드 위에 펼쳐진 모든 상황에 집중을 쏟아내기 시작했기에.
야구라는 스포츠의 본질은 결국 주자가 루상 위에 출루하더라도,
홈 플레이트만을 사수하면 이길 수 있는 게임.
태준은 그 본질을 향한 의식을 단 한 번도 놓은 적이 없었다.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닝 교대!”
7회 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
벤치에서 점퍼를 턱 끝까지 올린 채 태준은 남은 이닝에서의 계획을 구상했다.
‘7회까지 피안타는 4개, 실점은 없고. 투구 수는 77구.’
먼저 현황을 살폈을 때.
7이닝 무실점 9K.
이는 태준에게 있어서 최고 성적.
이미 지금까지의 성적만으로도 선발 투수로서 제 임무를 다했다고 봐도 무방한 성적이었다.
이는 이닝을 끝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올 때 관중석의 팬들이 모두 기립하여 환호성을 보내줬던 것으로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던바.
하지만, 그러한 상황 속 태준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이명준과의 승부. 그 승부에서 자신이 목표하는 바와 지금의 자신의 거리를 여실히 체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의 최초의 목표, 완봉승. 그것은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에 비하면 결코 높은 곳이 아니었을 테니까.
조금 더 강고해진 다짐. 태준은 그 다짐과 함께 자신이 오늘 경기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했다.
‘77개의 공을 던진 건 처음. 확실히, 경기 초반 때와는 공을 던질 때의 느낌이 다르다.’
그것은 바로 체력.
한 경기에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건 당연한 거지. 아무리 체력이 좋은 투수여도 투구 수가 쌓이면 피로도가 생길 수밖에 없어. 다만 그걸 완급 조절을 하면서 최대한 늦출 뿐이지.]태준은 오늘 경기에서 적절하게 완급 조절을 챙겨가며 체력의 소진을 늦췄고, 덕분에 방금 7회 말, 여전히 최고 구속 140Km/h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었다.
아마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체력에 대한 검증은 어느 정도 이뤄졌을 터.
하지만 태준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가능했으니.
5회 말이 종료됐던 시점에 레벨 업이 이뤄지며 얻을 수 있었던 특전.
【구속 증진】
거기서 태준의 선택은 구속의 증진.
다만 상황을 살피기 위해 아직 그 특전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첫 계획은 구속이 조금씩 더뎌지기 시작할 때 즈음 개봉해서 구속을 유지 시키는 것.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구속이 적절히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건 라이트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뤄지는 능숙한 완급 조절,
그리고 이태준이라는 선수가 지닌 천부적인 신체 조건.
지금 태준이 보이는 ‘금강불괴’로서의 면모는 그 두 가지가 합쳐진 결과물.
그 덕택에 <구속 증진>은 여전히 태준의 수중에 있었던 것.
그렇다면, 그것을 언제 개봉해야 하는가. 이제 주어진 이닝이 2이닝밖에 남지 않았기에 슬슬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태준은 아직 그것을 수중에 들고 있는 채로 8회 말,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아직 때가 아니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전제 조건은 8번 타자부터 시작하는 8회 말의 세 타자를 전부 아웃, 3자 범퇴를 기록하는 것.
물론 투구 수도 신경 써야 했다. 쉽게 여길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해낼 수 있어야 했다.
「이태준이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 위너스는 여전히 무득점! 게임은 9회로 넘어갑니다!」
쉽지 않은 임무.
이태준은 그것을 성공시켰다.
경기는 이제 정규 이닝 한 이닝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 부산 원더스 VS 광주 위너스]ㄴ와! 미쳤다! 8이닝 무실점!
ㄴ캬! 처음부터 선발이 맞는 옷이었네! 어쩜 이렇게 잘 던지냐;;;
ㄴ정준 –> 이태준! 준의 의지는 이어진다!
ㄴ리그 최강 토종 원투 펀치로 일내 보자!
***
광주 위너스의 아성.
KBO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위용.
그것은 오늘 한 투수에게서 전면에 부정당하고 있었다.
TEAM 1 2 3 4 5 6 7 8 9 R
원더스 0 1 0 0 2 0 0 0 0 3
위너스 0 0 0 0 0 0 0 0 – 0
선발 투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이제 막 두 게임밖에 되지 않은 투수.
줄곧 타자만 해오다가 약 2달 전에 투수로 전향하여 공을 던지고 있던 투수에게 말이다.
그런 상황 속, 슬슬 원더스의 불펜에서는 팀의 마무리 박주형이 몸을 풀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태준 파이팅!”
“이태준! 아웃 카운트 3개! 3개만 잡아보자!”
원더스의 팬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바로 원더스의 더그아웃.
그곳에서 태준은 야구 점퍼를 목 끝까지 올린 채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도 명확했다. 바로 어깨의 체온 유지.
어깨가 한 번 식어버린 뒤에 공을 던지려면 어깨를 다시 예열시켜야 했기에 부상 방지를 위해 투수들은 지금처럼 점퍼를 입곤 했으니까.
또한, 그 모습은 위너스의 팬들에게도 보였다.
“야, 어떻게 신인한테 털리냐? 챔피언 자긍심 다 어디 갔어!”
“완봉은 절대로 안 된다!”
상대가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 할지라도 ‘완봉승’, 선발 투수가 9이닝을 던져 실점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만드는 일은 너무도 굴욕적인 일일 테니,
게다가 위너스는 자긍심 높은 디펜딩 챔피언, 상대 투수는 최근의 기세가 무섭다 할지라도 엄연한 신인 투수.
그 굴욕을 맛보고 싶은 위너스의 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한 상황 속,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가,
이전 타석에서 이태준에게 안타를 때려낸 적 있던 타자가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첫 타석 내야 쪽의 뜬 공, 두 번째 타석 외야 쪽의 뜬 공, 세 번째 타석 유격수 키를 넘는 안타. 그리고 네 번째 타석! 이태준과 이명준의 승부! 그 승부가 지금 막 펼쳐집니다!」
오늘 경기 완봉승을 기록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 타자를 넘어야 했을 터.
태준은 이명준이 타석에 선 순간, 아까부터 줄곧 아껴왔던 무기를 어깨에 실었다.
[구속이 증진됩니다!]조금 더 빨라진 구속.
그것과 함께 태준은 그 승부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