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6)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6화(6/210)
006화. 새출발 (3)
부산광역시 동래구 사직로 15. 사직 야구장. 지하 1층의 프런트 회의실.
흰색의 긴 탁자에서 부산 원더스의 단장 강태산을 비롯한 세 명의 사내가 장민영이 보내준 영상 하나를 여러 번 돌려보고 있었다.
“허··· 이게 대체 뭔···”
“이거··· 더 돌려볼 필요가 있을까요?”
처음 장민영 코치의 말을 전해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였었다.
그야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였으니까.
고교 시절부터 공을 거의 던지지 않았던 타자가 갑자기 투수로 전환하더니 자신도 모르는 재능을 만개시킨다? 이건 소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하지만 영상 속 주인공. 이태준의 투구 영상은 그들의 의문을 거의 지워낼 수 있었다.
“··· 진짜 민영이··· 아니지, 장민영 코치 말대로예요. 동작 하나하나 뜯어보면 역동적인데 딜리버리는 부드럽게 느껴져요. 아마 직접 보시면 더 그렇게 느껴질 겁니다.”
방금 입을 연 민머리가 인상적인 사내는 부산 원더스의 스카우트 팀장, 성재윤.
현역 시절 110승을 기록한 바 있는 실력 있는 투수 출신.
그 역시 태준의 투구 폼의 비범함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성 팀장도 그렇게 느꼈다는 건. 이태준. 이 선수를 정말로 괜찮은 유망주로 봐도 된다는 뜻이겠죠.”
그 말에 단장, 강태산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분명 그 투구 영상은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것은 아니기에 조금 더 자세히 봐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투구 폼에 예민한 장민영이 그 자리에서 바로 OK 사인을 낸 만큼. 투구 폼이 좋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이거죠.”
그리고 옆에 있던 턱수염을 풍성하게 기른 사내. 20년 경력의 부산 원더스 전력 분석팀장 우현수가 손에 든 기록지를 살짝 펄럭이며 말했다.
그 기록지에는 구속, 분당 회전수, 무브먼트의 척도 등등 태준이 장민영 앞에서 보인 투구에 대한 여러 지표가 적혀있었다.
구속을 제외한 모든 지표가 우수했다. 그것만으로도 태준은 영입할만한 가치가 있는 투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원더스는 기본적으로 투수 자원이 부족한 팀이었고, 좋은 좌완 투수는 거의 씨가 마른 상태였으니까. 실제로 이번 시즌도 외국인 투수 2명을 전부 좌완 투수로 채워서 운용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영상 속의 태준은 좌완 투수. 원더스에게 필요한 인재였다.
거기에 지표상으로 나타난 의문까지 실제로 판명된다면, 분명 태준의 가치는 더욱이 치솟을 수 있을 터였다.
“에이, 그건 불가능해요. 표본도 10구밖에 안 되고 그냥 우연으로 보는 게 맞아요. 그거 웬만한 베테랑들도 감히 흉내도 못 내는 기술일 텐데. 고작 24살짜리 타자 출신이 그걸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아직 성재윤은 그 의문을 우연으로 치부했다. 이는 태준을 얕잡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도 팀장이기 이전에 한때 투수였었기에 그 의문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의문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현수도 여전히 의문이 지워진 건 아니었지만, 일단은 수긍했다. 그 역시 성재윤의 말에 어느 정도 동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게 진짜던 우연이던. 이태준은 영입하는 게 맞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피지컬도 좋고. 이 정도 투구 폼 완성된 좌완 투수를 우리가 거를 이유는 없어요.”
그 역시 태준의 영입에 십분 찬성하는 입장. 아마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같은 입장이었으리라. 그쯤에서 강태산도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이태준 입단 테스트. 부산에서 한 번 더 보는 걸로 결론짓겠습니다.”
“이의 없습니다.”
“저도 이의 없습니다.”
단장, 강태산의 결론, 이어지는 성재윤과 우현수의 동의로 회의는 종료. 태준의 부산 원더스 입단의 최종 면접까지 들어설 수 있었다. 물론 말이 최종 면접일 뿐이지. 속내로는 합격을 줬다고 봐도 무방했다. 따라서 그 면접의 목적은 태준의 입단 여부를 당락 짓기 위함이 아니었다.
“뭐, 테스트 날 되면 소연히 알아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진짜로 가능한 건지는.”
바로 태준이 감춰 놓은 카드. 그 카드의 진위를 들춰내기 위함.
그것은 최종 면접 날이 되면 판명될 수 있을 터였다.
***
다른 한편.
태준은 장민영으로부터 부산행 소식을 전해 듣고서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았었다.
“오, 정말로 연락이 왔네요?”
모든 것이 로건 라이트가 말한 대로 착착 이뤄지고 있었다. 새삼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지간히 둔한 게 아니고서야. 그 미끼를 안 물 놈들은 없어. 아마 당장에 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서 안달 나 있을걸?]“그렇겠죠? 그 공을 직접 던져본 저도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을 정도였는데요.”
태준이 장민영 앞에서 쇼케이스를 벌였던 순간, 일부러 감춰 둔 비장의 카드.
“포심의 상하 무브먼트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투수라니. 진짜 상대해야 할 타자는 머리 터질 겁니다.”
그것은 바로 구사하는 포심패스트볼의 테일링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
바로 로건 라이트가 현역 시절에 구사한 바 있던 바로 그 능력이었다.
로건 라이트로부터 두 가지 포심패스트볼에 대해 처음 전해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나는 내 느린 구속을 커버하기 위해 포심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에 신경을 많이 썼어.]먼저 통상적인 포심패스트볼.
높은 분당 회전수와 강한 수직 무브먼트를 통해 타자의 방망이를 빗겨 애매하게 뜨는 공을 유도하기 좋은 구종.
[타자에게 착시를 일으키는 거지.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공이 덜 가라앉으니. 자꾸 공의 밑 부분을 건드리게 되고, 그러면 좋은 타구를 만드는 게 어렵게 되는 거야.]타자로부터 애매한 뜬공, 내야 뜬공 아웃을 잡아내는 데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구종.
그것이 첫 번째 포심패스트볼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포심패스트볼.
똑같이 높은 분당 회전수를 가져가지만, 중지에 힘을 조금 더 얹어 기존의 포심패스트볼과는 반대로 아주 살짝 가라앉는 듯한 변화를 줄 수 있는 포심패스트볼.
그것이, 로건 라이트가 지녔었고, 태준이 지니고 있던 또 하나의 포심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포심이 솟구친다’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박히는 순간부터 타자는 일부러 공의 높은 곳을 노리려 하지. 그러면 결국 공략당하는 거야. 아무리 완성도 높은 구종도 결국 익숙해지면 두드려 맞아 나갈 수밖에 없거든. 그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또 다른 포심패스트볼. 이른바 ‘덜 뜨는 포심패스트볼’이었던 거지.]투수의 공이 상대하는 타자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 위력이 반감된다.
그렇기에 투수에게는 자신을 상대하는 타자를 혼란스럽게 할 선택지를 늘일 수 있어야 한다.
로건 라이트는 자신의 포심패스트볼에 걸리는 강한 수직 무브먼트를 더욱이 강력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덜 뜨는 포심패스트볼을 연마해냈던 것.
그렇게 되면 타자는 의도적으로 공의 높은 부분만을 노려서 칠 수 없다.
수직 무브먼트가 강한 포심패스트볼의 위력은 그것으로 지켜낼 수 있다.
똑같은 구종,
똑같은 그립,
똑같은 투구 폼,
확연히 다른 테일링.
그 기술은 지금 태준의 수중에 있었다.
그리고 그 능력을 구태여 입 밖으로 발설하지 않았다. 대신 쇼케이스를 펼친 그 날. 은연히 드러냈다.
통상적인 포심패스트볼을 던졌다면 다음은 반드시 덜 뜨는 포심패스트볼을 던지고, 다음은 또다시 통상적인 포심패스트볼, 뒤이어 덜 뜨는 포심패스트볼. 패턴을 일정하게 잡아 놓고서 공을 던졌다.
그렇게 하면 기록지에 기록되는 포심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가 규칙적으로 널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을 보고 진위를 파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일단 표본이 너무 적다.
그리고 야구인이라면 그것이 얼마 어려운 기술인지를 알고 있기에 공을 이제 막 던지기 시작한 초짜 투수가 구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자체를 떠올리기 어렵다.
딱 그 정도면 충분했다.
미끼는 그렇게 던져 놓았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손에 넣기 위한, 지독히 매력적인 향을 내뿜어내는 미끼를.
그렇게 미끼를 뿌려둔 채로 부산 원더스 입단 최종 면접에 들어갔다.
***
장민영이 연락을 준 후 이틀이 흐른 시점. 이태준의 부산 원더스 입단 최종 면접일.
부산 사직 야구장으로 덥수룩한 턱수염을 한 사내, 우현수가 들어섰다.
우현수에게는 한 가지 오랜 습관이 있었다.
‘너무 일찍 도착했나? 아직 9시도 안 됐잖아?’
바로 약속한 장소에 30분에서 1시간가량 일찍이 도착하는 습관.
그런 습관이 생긴 데엔 우현수가 본성이 워낙에 부지런하고 급하게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다른 이유로는 약속을 잡는 상대의 마음가짐을 가늠하기 위함도 있었다.
그런 생각으로 들어서는 부산 사직 야구장.
오전 8시 30분경. 면접이 예고되어있는 10시까지 아직 1시간 반 정도 남아있을 때였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오늘 부산 원더스의 선수단은 원정 경기를 떠난 터라 한적했던 사직의 야구장.
“어…?”
그곳에서는 서울 드래곤스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숨을 고르며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이태준 선수…?”
이태준이었다.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던 그의 얼굴을 보아하니 이미 일찍이 경기장을 방문하여 몸을 풀어 놓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됐다.
“안녕하십니까. 저 혹시… 누구십니까?”
“아, 소개가 늦었네요. 반갑습니다. 원더스 전력 분석팀장 우현수라고 합니다.”
우현수는 몸을 풀고 있던 태준에게 손을 건네 악수를 청했다.
‘오?’
그리고 그의 손을 쥐었을 때 느껴지는 굳게 배긴 굳은살.
이는 태준이 평소에도 열심히 하는 선수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손에 아주 단단히 배긴 굳은살, 경기를 직접 뛰는 것 이상으로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면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그을린 피부, 유니폼만으로 가려지지 않는 탄탄한 근육까지. 이거 보통 열심히 하는 선수가 아닌데?’
이태준이라는 선수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자신이 어떤 선수였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듯했다.
그저 손을 마주 잡아보는 것만으로도 우현수의 점수는 조금 더 오를 수 있었다.
“장민영 코치님께 보내주신 영상은 잘 봤습니다. 투구가 예사롭지 않던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10시에 바로 테스트 들어갈 건데. 괜찮겠어요? 이렇게 미리 스태미나 빼놓고 들어가면.”
“평소에도 이렇게 해왔었습니다. 괜찮을 겁니다.”
“네, 그러셨을 거 같아요. 그런데··· 이제 투수로 전향하시는 거잖아요? 어쩌면 타자 때와 같은 루틴을 지키는 건 좀 버거우실 수도 있을 거예요. 만약 등판이 예정된 날이라면 평소 훈련 강도를 좀 줄이시고, 체력을 아끼는 쪽으로 가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죠. 시즌은 생각보다 길거든요. 좋은 컨디션 오래 유지해야죠. 아, 물론 이태준 선수가 직접 경험해보시고 낫다고 여기시는 방향을 찾는 게 베스트일 거고요.”
약 6개월의 페넌트레이스와 1개월가량의 포스트 시즌까지. KBO 기준 최소 144경기 이상, MLB 162경기 이상을 치러야 하는 야구는 흔히 장기 레이스, 마라톤에 비유되곤 한다.
그렇기에 한 시즌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치르기 위해선 페이스 조절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우현수는 괜히 의욕만 앞세워 초장부터 스퍼트를 올렸다가 어느 순간 체력과 정신이 한계에 내몰려 고충을 겪은 어린 선수들을 꽤 많이 봐왔던지라 그 지점을 염려했던 것. 우현수의 눈에 이태준은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일지는 몰라도 아직 1군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증명해본 적 없는 어린 선수였을 테니까.
“네,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준도 그의 생각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기에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수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진 듯했다.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그 순간 더 말을 이어가려던 우현수가 말끝을 흐렸다.
“네?”
“아, 아닙니다. 별 건 아니고. 테스트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 없을 거라고요. 그러면 태준 선수 개인 훈련 다 끝나시고 단장님 오시면 바로 테스트 볼 수 있도록 준비해놓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우현수는 자리를 떠나갔고, 태준은 그 뒷모습을 보며 살며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눈치챈 거 같죠?”
[한 90%? 저 정도면 그냥 아는 눈치라고 봐야지.]우현수 팀장이 보인 모습을 보아하니 뿌려 놓은 미끼가 제 역할을 이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본초에 세워둔 계획은 적절히 순항을 유지할 수 있을 듯싶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태준의 입단 테스트가 예정되어있던 오전 10시가 되었다.
사직 야구장에는 일찍이 와서 자리를 잡아 뒀던 우현수 전력 분석팀장을 비롯하여 스카우트 팀장 성재윤, 어제 자로 2군 투수 코디네이터로 임명된 장민영,
“태준 선수, 많이 기다렸다면서?.”
“아닙니다. 저도 제 할 거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태산. 부산 원더스의 단장 강태산도 함께하고 있었다.
현역 시절부터 거대한 풍채를 자랑했던 강태산은 은퇴한 지 어언 10년가량이 지난 지금도 남다른 아우라를 자아내고 있었다.
신장 190cm에 체중 110kg. 현역 선수와 비교해도 건장한 축에 속했던 그였을 테지만, 이태준과 눈을 마주하기 위해선 고개를 살짝 위로 올려야 했다.
“이야··· 가까이서 보니까. 몸 좋네. 그동안 관리도 열심히 해온 게 딱 태가 나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너처럼 평소에 준비 만전인 놈들은 결국 잘 되게 되어 있어.”
무려 20년 가까운 세월 포수 마스크를 썼던 강태산은 단장으로서도 나름의 성과를 이뤄내며 팬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끌어내던 인물이었기에 그가 건네는 말의 무게는 제법 묵직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몸 예열 다 됐다고 했었지? 그러면 바로 테스트 들어가자.”
“넵, 그러면 불펜으로···”
“아니, 아니, 불펜 말고. 저기 마운드. 저기서 던져보자. 그리고 공은 내가 직접 받아본다. 괜찮지?”
그리고 테스트의 장소는 불펜이 아닌 사직 야구장의 마운드. 흥미로웠다.
‘허···? 강태산 단장님이 공을 직접 받아준다고?’
거기에 공을 받아주는 사람은 강태산. 여기까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
‘이 능력을 100% 어필할 수 있을 기회다.’
태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태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더욱이 강한 순풍이 불어오는 듯했다.
“영광입니다. 그러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케이! 그럼 포심 먼저!”
강태산이 보내는 신호와 함께 다잡는 자세. 194cm의 큰 키를 활용한 오버 핸드의 투구 폼. 굳이 주자를 신경 써도 되지 않아도 순간이었기 때문에 자세는 와인드업. 그 자세에서 키킹, 그대로 스트라이드를 강하게 쭉 뻗고서 뿌려지는 공.
슈우우우욱-!!!
그 공은 강태산이 미트를 가져다 댄 곳을 향해 꽂혀 들었다,
파아아앙-!!!
순간 묵직한 굉음이 터져 나왔고,
“······!”
강태산의 자세는 살짝 흐트러졌다.
“허, 영상으로 봤던 것보다 테일링이 훨씬 좋잖아? 마치 솟아오르는 느낌.”
영상으로 보이던 것보다 더욱 강렬히 느껴지는 수직 무브먼트.
그것만으로도 차별점은 확실했다.
‘하지만, 넌 보여줄 게 남아있어. 그렇지?’
하지만 오늘 테스트에서 강태산이 확인해보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테일링 좋다! 자! 이번에도 포심 한 번 더!”
강태산은 미트를 세웠고,
이태준은 와인드업을 취했다.
타앗-!
일련의 투구 동작과 함께.
슈우우욱-!!!
태준의 손을 떠나간 공은 바람을 꿰뚫어내기 시작한다.
공이 미트까지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0.4초가량.
그 찰나의 시간이 지나간 그 시점이야말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 시간.
퍼어엉-!
그 시간이 바야흐로 찾아왔다. 그 순간 강태산은 나지막이 침음성을 흘렸다.
‘허, 이거··· 진짜였잖아···?’
베일에 감춰진 진위. 그것을 강태산이 제대로 인지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 강태산은 나지막이 미소를 지었고.
[게임 끝.]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 역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