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61)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61화(61/210)
061화. 챌린저 (5)
아직 나이가 어린 아마추어나 유망주 선수들은 저마다 롤 모델이 존재한다.
또한, 자신이 롤 모델로 삼은 투수처럼 공을 던지고, 타자처럼 타격하길 원하며 그들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은 혼자서 기술 연마를 위해 끙끙 앓는 것보다 훨씬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롤 모델로 삼는 선수들은 전부 프로 무대에서 성공한 선수들.
그러한 선수들 또한, 그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고 또 많은 것을 연구해봤을 테니까.
그런 그들의 기술은 경험이 아직 부족한 선수에게 있어서 지름길로 향하는 길잡이와도 같을 테니까.
다만 그러한 논제에서도 논외로 여겨지는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투수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는 과거 신시내티 레즈와 뉴욕 양키스 등 여러 팀에서 클로저로 활약했던 ‘쿠바 미사일’ 아롤디스 채프먼.
106마일, 170Km/h의 강속구는 가히 신이 내린 피지컬을 갖춘 것이 아니라면 단지 노력만으로 절대로 도달할 수 없을 영역일 테니.
그렇기에 야구 코치들은 선수들에게 채프먼처럼 공을 던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처럼 공을 던질 수 있는 이는 백만 명 중 한 명? 아니, 어쩌면 그보다 수가 적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투수 코치들에게는 170Km/h의 강속구를 던졌던 아롤디스 채프먼과 마찬가지로 어린 선수에게 ‘이 선수처럼 던져라’라고 말하는 것이 금기시되어있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있었다.
로건 라이트.
로건 라이트가 화려한 전성기를 보내던 그 시절,
강속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 모두 로건 라이트를 동경했고, 로건 라이트처럼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상황 속, 로건 라이트를 닮고자 했던 모든 이가 끝내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로건 라이트처럼 던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고.
그의 투구 메커니즘은 마치 컴퓨터처럼 정교해서 보통의 선수들은 따라 하는 것조차 버거웠으며,
그가 구사했던 모든 변화구 또한 마찬가지. 그의 구종은 하나하나가 마치 ‘달인’이라 표현해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수려했으니.
로건 라이트를 닮아보려 했던 모든 투수가 그의 근처도 도달하지 못한 채 포기하곤 했다.
그것은 뉴욕 메츠의 투수 코치 ‘라파엘 고메즈’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선수 시절에 자신이 그토록 동경했던 로건 라이트처럼 던지기 위해 숱한 노력을 했었지만, 그럴 수 없었으니까.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한 선수. 동양의 낯선 투수.
그 투수가 지금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그곳에.
정복을 쉽사리 허락지 않아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바늘구멍으로 남아있던 그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리. 네 아들, 선발 투수로 공을 던지기 시작하니까. 확실히 보여. 로건 라이트의 잔상이.”
이태준.
MLB가 아닌 KBO에서 뛰고 있는 그 투수가 로건 라이트를 닮아 있는 모습을.
“허, 그러게. 고메즈,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보이네. 로건 라이트가.”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뉴욕의 한 값비싼 야구장에서 동료 투수 코치와 함께 첫째 아들의 전망을 그려보는 것은 어느새 이찬열에겐 꽤 즐거운 취미가 되어 있었다.
“네 두 아들 전부. 계약이 끝나는 대로 미국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 두 명 승부하는 거 보면. 이건 확실히 AAA 수준은 아득히 넘어있다고.”
더 이상 이찬열에겐 아픈 손가락이 없었다.
둘째 아들 이명준이야 원체 잘하고 있었고,
첫째 아들 이태준까지 굉장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으니까.
“흐흐, 그러게. 나중에 두 아들이 MLB에서 선수로 성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런 이찬열에게 두 아들은 새로운 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결국, 하지 못했던 그 모습을 말이야.”
***
완봉승.
선발 투수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
태준은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쟁취했다.
또한, 오늘의 투구로서 류남선 감독으로부터 전달받을 수 있었다.
‘다음 경기부터 네 한계 투구 수는 없다. 이제 다른 투수와 같이 투구 수 관계없이 경기의 상황에 맞춰 결정하겠다.’
한계 투구 수 제한의 종료를.
이제 다음 등판부터 태준은 한계 투구 수에 얽매이지 않고서 공을 던질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방출, 그리고 성공··· 불굴의 오뚝이, 이태준 데뷔 첫 완봉승] [선발 데뷔 두 경기 만에 거둔 ‘무사사구 완봉승’ 이태준,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 [‘언터처블’ 이태준, 형제 대결에서 4타수 1안타 ‘판정승’]또, 경기가 끝난 뒤 포털 사이트 스포츠 페이지 1면이 자신의 기사로 도배되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곧 많은 경험치로 환산될 예정이었으니.
즉, 탄탄대로 위에서 전력 질주를 시작한 셈.
모든 것이 완벽하고 더할 나위 없을 것만 같았던 그런 상황.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사치였을 그런 상황.
태준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정, ‘아쉬움’을 삼켰다.
물론 얻어낸 성과에 대해서는 십분 만족했다.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거둔 무사사구 완봉승. 자부심을 느껴도 전혀 부족할 것 없는 기록이었으니까.
다만, 오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면서 치렀던 동생, 이명준과의 네 번의 승부.
그 승부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꼈던 것.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4타수 1안타. 마지막 승부에서 삼진. 기자님과 팬분들은 제 판정승이라고 봐주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승부. 저한테 유리한 싸움이었어요.”
타자와 투수의 싸움은 길어질수록 타자에게 유리하다.
그리고 오늘 이명준과 치른 승부는 엄연히 첫 경기였다. 즉, 태준에게 유리한 싸움.
“만약, 지금의 제 수준으로 다음번에 맞붙게 된다면···. 오늘처럼 주도권을 잡기가 훨씬 어려워질 겁니다.”
스스로는 아직 이명준을 제대로 이겨냈다고 여기지 않았다.
“형님이 말씀하시길, 메이저리그에는 명준이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잘하는 타자가 많다고 하셨잖아요.”
[뭐, 당장에 수준에서야 그렇지. 너도 그렇고 네 동생도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선수니까.]그런 이명준을 상대로 확실하게 이겨내지 못하는 지금 태준의 수준으로는 훗날 MLB로 진출하게 될 때 최고가 될 수 없으리라.
‘로건 라이트’라는 이름의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정상을 절대로 정복할 수 없으리라.
그것이 태준이 오늘의 투구에서 아쉬움을 느낀 이유였다.
그리고 그 아쉬움을 지워내는 방법은 쉽진 않겠지만, 너무도 명료했다.
“그들을 이겨내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만 하겠죠. 이를 위해선 더 많은 포인트를 모아야 할 테고.”
강해지는 것.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지는 것.
그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이 무엇이 있는가?
“오늘 경기. 첫 완봉승과 첫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벌어들인 경험치는 무려 12000. 제가 지금까지 얻어본 것 중 가장 많은 경험치였습니다.”
첫 완봉승.
첫 10K.
이와 같은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워낸다면 많은 보너스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지금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KBO의 기록들 한 번 노려보겠습니다.”
야구에는 완봉승, 그리고 10K 이상의 기록들이 넘친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달성할 때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어낼 수 있을 테니.
그렇게 이태준은 자신의 빠른 성장을 위해 KBO의 기록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
위너스 필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한 고급 일식집.
그곳에 두 거구의 청년이 들어섰다.
“야, 여기 너무 비싼 데 아니야?”
이태준.
“싼 곳은 아니지.”
그리고 이명준이었다. 외모와 체형 등 꽤 많은 것을 닮은 두 형제는 그곳에서 꽤 오랜만의 만남을 가졌다.
“형이 돼서 얻어먹기만 하는 건 좀 그런데.”
“됐어. 형 내년에 연봉 많이 올려 받으면 그때나 사. 이번엔 내가 낼 테니까.”
서로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하며 지내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자주 연락은 못 하는 사이였지만, 둘 사이는 여전히 돈독했다.
그리고 이제는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맞다. 형. 마지막에 던진 포심 있잖아. 그거 일부러 팔 스윙 빠르게 당겼던 거 맞지?”
야구 이야기.
서로가 미쳐 있던 그것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아니라 해도 이미 알고 있잖아.”
“그렇지. 그 순간엔 좀 놀랐거든. 아무리 구속이 3Km 정도 늘었다 해도, 타이밍이 그렇게까지 늦는 건 너무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흐흐, 왠지 너라면 금방 눈치챌 거 같더라니.”
야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그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늘 쌓아만 왔기에 할 이야기가 참 많았다.
“그러고 보니 네 팔로 스윙. 작년이랑 좀 바뀐 느낌이던데. 좀 더 회전이 커진 느낌?”
“응. 왼손을 떼기 시작했거든. 그러면 오른팔이 더 쭉 펴져서 스윙의 회전 반경도 더 커지고, 올려치는 궤적도 평평해지거든. 히팅 포인트가 더 넓어지지. 그리고 내 스윙에도 더 잘 어울리는 거 같고.”
“그거야 뭐, 성적이 보증하니까.”
“더 잘해야지. 메이저 가서도 잘하려면.”
그리고 그 두 선수의 목표는 같았다.
MLB에서의 성공.
“잘할 거야. 너라면 분명.”
그리고 태준은 동생의 성공을 낙관했다.
지이이이잉-
그때였다. 태준의 휴대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을 때가.
그리고 휴대 전화에 찍혀 있는 번호.
212 *** ****
그것은 뉴욕에서 온 전화였다.
***
이태준이 동생인 이명준과 오래간만에 만남의 시간을 가지던 한편.
잠시 자리를 비켜줬던 로건 라이트. 그 또한, 근 몇 달 만에 저승에 있는 한 친구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헤이, 로건. 네가 후계자로 점 찍은 그 녀석. 키우는 맛이 좀 있어 보이던데?”
그리고 그 친구는 로건 라이트가 후계자로 점찍어 놓은 야구 선수, 이태준에게 관심을 보이는 중이었다.
“흐흐, 그러게. 이태준. 그 녀석. 하나를 알려줘도 열에서 백으로 늘일 수 있는 녀석이더라고.”
“오, 그 정도야?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 보니 뭐가 좀 있는 녀석인가 본데?”
“이태준이 공 던지는 거 자주 봤다고 그랬지?”
“그럼. 볼 배합도 잘 짜고,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확실하게 알고 가는 느낌이던데?”
“맞아. 그리고 그거. 내가 가르쳐준 건 별로 없어. 대부분은 걔가 알아서 하는 거야.”
“뭐?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나도 처음엔 많이 놀랐어. 야구 지능이 꽤 높은 편일 줄은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
“허, 난 당연히 로건, 네가 볼 배합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일러주고 있던 건 줄 알았는데. 아니, 말이 안 되는 거잖아? 공을 던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그런 볼 배합을 짤 수 있다는 건.”
“나도 볼 때마다 놀라. 늘 새롭고 신기해.”
“그렇겠네.”
그런 로건 라이트의 말에 그 사내의 관심은 더욱이 증폭되었다.
“그래서 말이야. 좀 궁금한 게 생겼거든?”
그리고 그 사내의 관심이 커졌다는 걸 눈치챈 로건 라이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중에 네가 이태준 타격도 좀 봐줄 수 있을까?”
언젠가 이태준에게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가능성을 엿보았기에.
“테드. 너라면 뭔가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테드 윌리엄스.
지금 로건 라이트와 대화를 나누던 그 사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