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62)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62화(62/210)
062화. 잠룡(潛龍) (1)
테드 윌리엄스.
유명 야구 도서 ‘타격의 과학’의 저자이자
야구의 신 베이브 루스와 비견될 수 있을 기록의 보유자이자
MLB 최후의 4할 타자.
야구를 사랑하는 이라면 그의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다.
그 정도로 야구계에서 ‘테드 윌리엄스’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은 가히 중대했다.
지금, 로건 라이트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내는 그런 사내.
타격에 대한 조예가 아득히 심오한 그 사내에게 이태준의 타격에 대한 자문을 구하려 했던 것.
“흠, 그러니까 로건, 네 말을 종합해보면. 가진 힘 자체도 탁월하고 배트 컨트롤도 좋은 데다가 심리전까지 능한데···. 성적만 못 냈다?”
“맞아. 그래서 그런지 기록만 보면 기괴하기 이를 데 없더라고. 삼진율 3%, 컨택률 95%. 스트라이크, 볼도 제법 잘 골라내는 편이고. 근데 타율은 2할이 안 돼. 출루율도 3할이 안 되고.”
이태준의 지난 4년간의 타격 성적에 걸쳐 있는 불가사의.
그것을 ‘위대한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라면,
사후에도 야구를 향한 관심과 열의가 여전했던 그라면 그 난제를 풀어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흠, 직접 타격하는 걸 봐야 제대로 진단할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면 이유는 대개 하나밖에 없어.”
테드 윌리엄스는 로건 라이트의 말을 듣자마자 결론을 내렸다.
“입스지 뭐. 다른 이유 있겠어?”
태준이 겪은 부진의 원인은 입스(Yips)일 것이라고. 그 대답에 로건 라이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그것밖엔 없나.”
“그렇지 뭐. 네 말만 들으면, 걘 못할 수가 없는 녀석이거든.”
골프와 마찬가지로 ‘멘탈 스포츠’라고도 불리는 야구에서 선수에게 마치 저주와도 같은 그것.
“아마 그것만 극복할 수 있으면, 꽤 좋은 타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것만 극복할 수 있다면, 이태준은 분명 타자로서의 재능을 제대로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
그 자리에 있던 두 명의 위대한 야구인은 그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확답은 어렵고. 한 번 네 후계자 녀석이 타격하던 것 좀 보다가 뭔가 보이면 얘기해줄게.”
MLB의 여러 유망주 타자를 관찰하며 자신의 타격 지론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것은 테드 윌리엄스의 낙 중 하나.
그는 로건 라이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역시, 테드. 너라면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았어.”
MLB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타자 중 한 사람.
그가 이태준의 타격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선발 투수로서 성공한 수많은 이들은 말한다.
페넌트 레이스를 이어가는 동안 좋은 퍼포먼스를 유지하며 완주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철저한 루틴을 지키는 것이라고.
[선수라면 투수든 타자든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놔야 해. 좋은 루틴은 곧 자신감을 느끼게 만들어 주고, 또 안정감을 주거든. 특히 선발 투수는 더 중요하지. 평소에 유지하는 규칙적인 루틴이 곧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선수의 컨디션이라는 것은 절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다.
가령 누군가에게 대뜸 100M를 전력 질주를 시켜본다면 열에 아홉은 헉헉대며 숨을 껄떡일 것이다.
하지만 평소 달리기를 규칙적으로 행해온 이에게 100M 전력 질주? 너무 가벼운 산책에 불과할 것이다.
이는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어떻게 훈련을 하고 또 어떤 루틴을 지키고 있는지. 그것은 분명 경기력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지. 너 노모 히데오라고 알지? 과거 그 투수에 대한 일화로 노모 히데오가 등판하는 날마다 동료 타자들이 다른 투수가 나설 때보다 공격과 수비에 더 집중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해. 그래서 누군가 물었지. ‘왜 노모가 등판하는 날에 더 집중하고 열심히 인가’라고. 그 질문에 토미 라소다 감독은 이렇게 답했지. ‘휴식일 동안 노모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어떤 선수건 그를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거다’라고 말이야.]또한, 같은 팀의 동료 선수가, 그것도 에이스 역할을 도맡아 줄 수 있을 동료 선수가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동료로서 그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즉, 노모 히데오가 미일 통산 201승을 거둔 성공적인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기 때문.
그것이 태준이 경기를 나서지 않는 날임에도 훈련의 강도를 낮추지 않는 이유였다.
선발 투수로 경기를 치른 그다음 날.
태준은 강도 높은 러닝, 어깨와 허리의 코어를 중심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이어나갔다.
그런 태준의 근면한 면모를 팀 내 최고 고참이자 기존의 에이스 투수였던 정준은 높이 사고 있었다.
지금 막 트레이닝 룸으로 들어온 정준은 뻘뻘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 내리던 태준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인사했다.
“이야, 뉴 에이스! 오늘도 제일 일찍 출근했네? 크, 든든해. 든든해.”
그리고 태준도 자리에서 일어서 정준이 인사를 받았다.
“아! 선배님 오셨습니까?”
“됐어, 됐어 일어서지 마. 앉아서 쉬고 있어. 음, 보니까 온 지 2시간 정도 된 거 같은데?”
“정확합니다.”
“너 매일 딱 그 시간에 오잖아. 뻔했지 뭐. 흐흐.”
그리고 그런 후배가 더 예뻐 보이는 건 선배로서 갖는 응당 당연한 마음. 자기가 알고 있는 건 한 개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맞다. 어제 명준이 만나고 왔다며?”
“네, 어제 이야기 좀 했었습니다.”
“그나저나 명준이 야구 이야기 안 꺼내든? 걘 머릿속에 든 거라곤 야하고 구밖에 없는 놈인데.”
“하하, 뭐, 그렇죠. 야구 이야기. 많이 했죠.”
“야, 그러면 혹시 명준이가 무슨 공에 약하고 뭐 그런 것들 말 안 해주디?”
“네? 그런 건 딱히···.”
“으흐, 그런 것도 안 물어봤단 말이야? 그게 다 기회인데. 그런 거 다 알아내고 동료들과 공유도 하고 그런 게 있어야지. 야 형이 한창 LA에서 뛰고 있었을 땐···.”
“하, 이 새끼 이거 또 시작이네. 그놈의 LA 타령.”
정준의 다소 장난기 섞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원해솔은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인마, 이게 다 선배로서 어? 가르쳐 줄 거 가르쳐 주는 거지.”
“참, 좋은 거 가르쳐준다. 태준아 얘 하는 말 어느 정도 걸러서 들어. 준이 얘 이러는 거 하루 이틀 일 아니니까.”
“됐다 인마. 김 샜어.”
“그거 듣던 중 다행인 소리네.”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잘 안다는 듯한 두 노장 선수의 대화. 사람들이 그 두 선수를 가리켜 ‘영혼의 배터리’라고 일컫는 덴 다 이유가 있는 듯했다.
“그건 그렇고. 태준, 너 다음 등판 록스 전이지?”
“네, 비 예보도 없었으니. 아마 록스 전 그대로 나가지 않을까요?”
“히야, 위너스 다음이 또 록스라니. 시작부터 난도가 제법 높아.”
그리고 이태준의 다음 선발 등판이 예고된 경기의 상대 팀,
수원 록스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과 안타를 때려낸 팀으로
외국인 감독 로베르토 가르시아의 노 피어(No fear) 정신으로 이어진 화력의 팀.
동생 이명준의 광주 위너스와 더불어 KBO 최고의 타격 성적을 기록 중인 팀.
별 볼 일 없는 하위권 수준의 투수 전력으로도 가을 야구 가시권에 올라와 있는 이유가 분명한 팀이었다.
“록스 애들, 진짜 제대로 불붙을 땐 장난 아니야. 완전 다이너마이트 같다고. 그러니까. 너도 조심해야 해. 무슨 1번부터 9번까지 풀스윙을 붕붕 돌리는데. 살벌해 아주 그냥.”
천하의 정준도 록스를 상대할 때만큼은 적잖은 부담을 느꼈을 정도.
“네, 주의하겠습니다.”
태준도 수원 록스라는 팀이 어떤 팀인지 모르지 않았다.
따라서 나름의 분석과 정리도 이어오는 참이었다.
“그래도 이겨낼 수 있는 아니, 반드시 이겨내야만 하는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분석에는 자신의 패배는 조금도 상정되어 있지 않았다. 오로지 이겨낸다는 생각뿐.
또한, 그 대답은 정준이 원하는 대답이기도 했다.
“너어-무나도 훌륭한 대답. 그리고 이건, 그 대답에 대한 선물.”
그러고는 자신의 가방 속을 뒤적이더니 태블릿 PC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뭐예요?”
그리고 그 태블릿 PC를 꺼냈을 때 원해솔의 동공은 눈에 띄게 확대됐다.
“···? 뭐야? 그걸···. 준다고?”
“흐흐, 이제 나처럼 다 늙은 놈보다는 태준이처럼 파릇파릇한 놈이 더 잘 쓰지 않겠어?”
“흠··· 그것도 그렇긴 하지.”
“네? 대체 이게 뭐길래요···?”
“아, 그거? 아마 너도 보면 좋아할걸? 내가 정말이지 엄선하고 엄선해서 정리해둔 거니까. 저기서 꼬나 보는 해솔이 도움도 많이 받았고.”
정준은 그 순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조금 있다 숙소에 들어가서 봐. 여기서 보지 말고. 알겠지?”
***
시간이 흘러 같은 날 저녁.
훈련을 마친 태준은 숙소 안에 구비 된 침대에 앉아 정준이 건네준 태블릿 PC를 켰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한 뒤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지은 뒤 침을 한 차례 꿀꺽 삼켰다.
“허, 엄선하셨다더니···. 와, 장난 아닌데요?”
이윽고 눈으로는 그 엄선된 것들을 훑었고, 입으로는 연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게. 그 정준이라는 녀석. 네가 꽤 맘에 든 모양이야.]그리고 로건 라이트 또한 그것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정리해 놓은 자료를 다른 선수에게 공유해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그것은 정준이 팀별로 타자들을 정리해 놓은 전력 분석 자료와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놓은 야구 동영상이었다.
그리고 자료는 상당 수준으로 세세했다.
사실 선수가 따로 전력 분석 자료를 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껏해야 학구파 포수들 정도만이 그런 자료를 만들 뿐, 선수들 대부분은 각 팀 전력 분석팀에서 만들어 준 자료를 참고하는 데 그친다.
하물며 그마저도 안 보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도 간혹 존재한다.
그렇게 선수가 자료를 따로 제작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한 일.
거기서 정준이 준비해준 자료는 한 차원을 넘어서 있었다.
“원해솔 선배님 도움도 받은 자료라더니 확실히 그런 게 느껴져요. 너무 세세해요.”
[그렇지. 흠, 이 자료들만 보면 저 둘은 은퇴하고 나서도 감독이나 단장 같은 직책을 맡아도 잘할 것 같은 느낌이야.]“동감입니다. 이렇게 보는 눈이 날카롭다면, 나중에 코치나 감독을 하셔도 잘하실 것 같아요.”
단순히 핫 앤 콜드 존이나 어느 코스, 어느 구종에 약점을 보이는지를 넘어서 타자의 작은 습관 하나하나까지 세세히 정리되어 있었다.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자료들은 분명 다음 경기에서 목표하는 바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했다.
“태준, 뭐 봐?”
그렇게 자료를 보던 중, 룸메이트인 송정근도 이에 관심을 보였다.
“아, 이거.”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지금 태준이 보고 있는 이 자료는 태준이 만든 자료가 아닌, 대선배 정준과 원해솔이 만든 자료. 이 자료를 다른 선수와 공유해도 되는가에 대한 생각.
과연 여기서 정준과 원해솔이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그 부분에 대해선 이미 정준이 답을 알려줬었다.
“야구 동영상.”
“···? 응? 야, 야구 동영상?”
“너도 같이 볼래? 이거, 정준 선배님이 주신 건데. 너도 같이 보자. 꽤 엄선된 것들이라 너도 꽤 좋아할 거야.”
“뭐, 뭐? 정준 선배님이 그런 걸 주셨다고···?
KBO 최고의 화력을 갖춘 팀, 수원 록스와의 경기.
그 경기를 앞두고서 태준은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